‘스승의 날’을 앞둔 13일 교총이 ‘2019년도 교권보호 활동보고서’를 내놨다. 교총이 유일하게 매년 펴내고 있는 교권 활동보고서다. 교권 사건의 경향성과 교직 사회의 고충을 파악하는 잣대가 된다. 이번 결과도 역시 무너진 교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해 교총이 접수해 처리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총 513건으로 전년도 501건보다 증가했다. 10년 전인 2009년 총 237건에 비해 2배 이상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건수가 46%로 가장 많다. 학교폭력과 학교안전사고 처리 과정에서 학부모와의 갈등, 악성 민원·협박에 이어 민·형사상 소송이 이어졌다. 정당한 학생 지도임에도 불만을 품은 학부모들의 조건 없는 항의와 담임 교체 요구, 무고성 명예훼손 등이 교원들을 괴롭혔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도 87건으로 폭언·욕설이 가장 많았고, 명예훼손, 수업 방해, 폭행, 성희롱 순으로 나타났다. 매 맞고, 욕설 듣고, 소송당하는 선생님이 상당수다. 이 같은 교권 추락과 교원 사기 저하는 지난 2월 명퇴 신청자가 6669명으로 급증한 요인이 됐다. 그나마 교총이 주력한 교권 3법(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이 개정, 올해
2020-05-18 08:49코로나19 대란 속에서 지구촌인들은 평범한 일상을 잃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61만 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고 25만 명 이상 사망한 미증유의 감염병 질곡이 진행형이다. 250여 명이 희생된 우리나라는 최근 학교급별 등교 개학 일정이 잡혔지만, 생활방역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 와중에도 자연은 섭리에 따라 변치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산천초목이 푸르름을 더해 가고 삼라만상이 살아 움직이는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온 누리에 싱그러움이 넘치고 해맑은 햇살이 눈부신 화사한 봄날의 ‘신록예찬’이다. 새봄의 자연처럼 교육에도 희망과 행복의 새싹이 돋기를 희구(希求)한다. 5월은 스승의 달이자 교육의 달이다. 또 가정의 달이고 감사의 달이며 청소년의 달이다. 그리고 1일 근로자의 날,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가정의 날, 18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기념일이 이어진다. 아울러 교총은 11일부터 17일까지 제68회 교육주간을 운영한다. 올해 주제인 ‘위기를 넘어 함께 하는 교육’의 함의도 새삼 실감한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대전환 요구 해마다 맞는 스승의 날·교육의 달이지만, 코로나19 대란으로 전 세계가…
2020-05-11 11:07
최근 교육부는 5월 1일부터 시작되는 교원연수부터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교육부와 교육청은 대학교에 위탁해 기본소양, 수업개선, 교육과정평가·이해·재구성·개발 등 내실 있는 연수과정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사실 현장 교원들 사이에서는 1정 자격연수를 통해 수업능력이 향상됐거나 생활지도에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연수과정에서 대학교수는 고등학교의 주입식 교육처럼 질문 없이 수업하고, 수업을 듣는 현장교사들은 마지막 평가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강의내용을 직접 녹음하기도 하고 수업 도중 사진을 찍기도 한다. 단 한 번의 평가로 승진 판가름 이처럼 교육당국은 매년 수십억 원을 투자해 1정 자격연수를 운영하지만 현장 교원들은 이 제도에 대해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20년 전의 단 한 번의 연수성적이 향후 교감·교장 등 관리자로 진출할 때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교원 승진 제도는 연수실적, 보직교사, 지역점수, 연구학교 등의 점수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승진 시 상대평가로 동점자를 구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1정 자격연수다. 현장 관리자 및 교원들의 대다수
2020-05-11 11:04
바둑이 재미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작은 정사각형 안에서 단순해 보이는 한 수, 한 수처럼 보이지만 단 한 번도 같은 판이 나오지 않을 만큼 변화무쌍하다. 돌 하나가 결정적 역할을 해 판세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 하나가 전체 승부를 그르치게도 한다. 그래서 바둑을 흔히 인생에 비유하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사색하고 배운다. 바둑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일 때 신묘한 한 수는 짜릿함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대국이 벌어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의 몇 수이다. 큰 얼개를 잡아가는 중요한 수들… 이러한 틀을 잡는 포석의 과정은 매번 비슷하게 전개되지만, 전체 흐름을 이끄는 핵심이다. 정해진 포석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이후의 과정이 원만히 이루어진다. 처음 포석이 잘못 이루어지면 전체 판이 어그러진다. 첫 포석, 전체 판을 좌우한다 학교에서 교무업무를 주관하는 주무부장은 처음 포석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연간 학사일정 중 핵심이 되는 지점을 기준으로 잡고 학교 구성원이 최대한 만족하고, 무리 없이 일정을 추진해갈 수 있도록 조율한다. 단위 학교의 여건과 학교문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세부적인 일정의 순서와 행사 등은 차이를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심
2020-05-07 15:17
“안심알리미가 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거죠? 학교에서 수리를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이들의 등하교를 알려주는 안심 알리미 때문에 교무실로 전화가 와요. ‘안심알리미가 안 되는데 왜 이런 것을 고치는 것도 업체를 통해서 해야 하느냐, 학교에서 직접 업체에 연락해서 고쳐와야 하는 것 아니냐?’ 항의하는 전화였지요. 고민이 되었어요. 그냥 들어주면서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할지, 아니면 이치에 맞게 조곤조곤 응대해야 할지 말이지요. 사람들은 가전제품을 사면 직접 AS 센터에 전화해서 해결하고는 해요. 자신이 쓰던 가전제품을 샀던 매장에다 고쳐내라고 요구를 하지는 않지요. 안심 알리미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학교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업체를 연결해서 서비스를 받도록 안내를 해드릴 뿐 학교에서 만든 제품도, 학교에서 영리를 취하지도 않지요. 그런데도 기기의 수리까지 학교에서 책임지는 것은 상식적인 일은 아닌 듯해요. 당사자가 업체에 전화하면 손쉽게 수리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학교에서 개입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학교에서는 비상식적인 민원에 골치가 아파요. 주말에 다른 학교 아이가 놀이터에 놀러 와서 다쳤는데, 학교의 문이 열려있어서 들어오게 된
2020-05-07 15:13현재 온라인수업을 운영 중인 전국 초·중·고교의 등교 개학 시기와 방법 등이 5월 초에 결정될 전망이다. 코로나19의 일일 확진자수가 10명대로 감소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강도를 낮추는 등 ‘집단생활에 따른 감염 우려’가 다소 줄어든 상황에서 전망대로 오는 5월 초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되는지 여부와 연계해 등교 개학 시기 등이 결정될 계획이다. 현장 소통 부재로 ‘대란’ 거듭 교육부는 현재 감염증 현황, 통제 가능성, 학교 내 학생 감염 위험도 등을 두고 동시 일괄 등교 개학과 순차적 등교 개학 등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때에 따라서는 2·3부제 등교, 격일 등교, 학년별·학급별 교차 등교, 등교 수업·온라인 수업 병행 등도 고려하고 있다. 동시 접촉 학생 수를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발표 중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이 안정적으로 잘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학교 현장에서 각종 시행착오, 난제, 애로 등이 산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선 학교에서는 줄곧 마스크 대란, 돌봄 대란, 원격수업 대란 등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등교 개학을 앞두고 1209만 6000장의 마스크
2020-04-27 09:11
매년 장애인의 날은 찾아온다. 십 년 특수교사 생활을 하면서 왜 항상 같은 모습인지 의문이 생긴다. 부모님과 아이들은 여전히 장애로 인해 힘들다. 정답이란 게 없어 힘들다. 장애인도 직업과 책임 원해 노력하면 된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게 특수교육 현장이다. 장애의 정도는 곧 그 아이의 능력이 돼버린다. 학교에 있는 어느 누구도 학생의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언젠가 상담 기간에 학부모가 아이의 성장앨범을 갖고 학교에 찾아왔다. 앨범에는 사진뿐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19살이 될 때까지의 기록이 있었다. 담담하게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던 나는 그걸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부모의 절실한 마음이 느껴졌다. 졸업하고 집에 있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마음 아픈 일이 있을까? 대부분의 장애아는 이처럼 어떻게 해야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른다. 시설 입소도 직업을 갖는 일도 쉽지 않다. 결국 여전히 고민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다. 인식개선과 통합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아직까지도 장애인은 무능력하고 돌봐줘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장애인은 직업을 갖길 원하고 적절한 책임감을 느끼길 바란다. “장애가 있어요
2020-04-27 09:11
‘대한민국 교사는 위대하다!’ 온라인 개학 1주일을 지내면서 동료교사들에게서 느끼는 소감이다. 온 열정을 쏟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동료들을 보면, 이런 교사들이 있기에 대한민국 교육이 굴러가는구나 싶은 생각을 한다. 독서, 악기 등도 비대면 교육 대안 열정만큼 중요한 것이 방향이다. 한 마을에 이장님이 개헤엄으로 수영을 잘해서 항상 아들을 이겼다. 아들이 성장해서 큰 도시로 유학을 갔는데, 자유형을 배워왔단다. 시합을 했더니 항상 졌던 아들이 이긴 것이다. 이장님이 와신상담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을 했다. 개헤엄으로. 결과는 볼 것이 없다. 요즘 우리는 ‘온라인 수업(원격 수업)’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들이 학교에 나올 수 없으니 인터넷과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을 따진다면 교육은 꼭 온라인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수업이 좋은 교육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가 있다. 수업을 직접 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지만, 아이들에게 최고의 역량을 키울 수 있으면서도 아이들에게 흥미 있는 교육과정을 구성해 주는 것도 교사의 일이다. 교사가
2020-04-27 09:11
덜덜거리는 버스를 타고 1988년 초임지에 설렘으로 교직의 문을 두드리던 햇병아리 교사가 어느새 30년을 넘기며 어미 닭이 되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품어내고 있다. 항상 새로이 맡게 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새로운 기대와 소망이 차오른다. 아마도 그것은 이미 내 가슴속에 민들레 꽃씨가 되어 나를 더 좋은 교사로 세워주는 사랑하는 나의 첫 보물인 민들레꽃이 나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 발령지 시골 학교 2학년 담임을 맡게 되어 금주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친구들의 고자질을 자주 받던 금주, 어디 하나 사랑스러운 구석이 없이 옷은 땟물이 지르르 흘렀고 얼굴도 손도 거칠어서 이 아이가 지금 아홉 살 아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금주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속 중심인물이 금주였다. 이미 1학년 때 담임 선생님도 나에게 금주 때문에 1년이 그리 편치 않을 것을 예고해 주셨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아이라고 그냥 대충 다루면 안 된다고 오히려 선생님이 당하게 된다고. 설렘이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마음속으로 수없이 그려왔던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설령 내가 금주 때문에 괴로움을 당할지라도…
2020-04-21 18:02
제자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1989년 처음 교단에 섰을 때, 제자들이 ‘선생님! 이라고 불러줄 때 너무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론 내가 교사라고 불릴 만한 그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하며 과분한 호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경에 보면 선생은 옳은 말을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는 의미에서 ‘함부로 선생이 되지 말라.’라는 문구가 있다. 교사다운 교사로서 제자들 앞에 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늘 자신을 성찰하는 겸허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군 생활을 하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특정 부서에만 있고 일반화되기 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무실 업무는 타이핑 또는 손글씨로 처리하는, 그야말로 손글씨는 중요한 의사 전달의 수단이었다. 요즘에는 컴퓨터, 인터넷, SNS 등 편리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손글씨의 중요성은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손글씨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위력이 있는 듯하다. 건국대학교 부총장이었던 유태영 박사는 유학을 가기에는 불가능한 처지였지만, 이스라엘 국왕에게 영어로 쓴 손편지로 인해 이스라엘 국립대학인 히브리 대학의 국비 장학생으로 공부하여 학위…
2020-04-21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