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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안에 고조선부터 6·25까지 나는 올해로 5학년 담임을 네 번째 맡고 있다. 5학년은 6학년에 비해 생활지도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교육과정만 놓고 보면 5학년이 훨씬 버겁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학기 사회과 한국사 단원도 그 원인 중 하나다. 동료 교사들에게서 “한국사 가르치기 힘들어서 5학년이 자신 없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한 학기에 고조선 건국부터 6·25 전쟁까지를 어떻게 다루란 말인가?”라는 절절한 고민이 담겨있었다. 사실 나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5학년을 여러 번 맡았지만, 지금도 매년 한국사 연수를 60시간 이상 듣고, 관련 서적을 반복해서 읽는다. 교사가 교육 내용의 전문가가 되지 않고서는 학생 수준에 맞는 탐구수업을 설계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전 교과를 모두 가르치는 초등학교의 특성상, 한 과목에 이렇게 많은 시간이 투입되면 다른 교과 준비는 자연스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한국사 단원을 개념기반 교육과정으로 전면 재설계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더 힘들었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럴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이 있다. ‘애쓰고 노력한 끝에는 결국 이룸이 있다.’ 최태성 선생님의 다시, 역사의 쓸모에 나오는 문장으로, 조선시대 문인 김득신의 묘비에 새겨진 말이다. 힘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구절이다. 올해 나와 동학년 선생님 다섯 분은 바로 이 ‘애씀과 노력’의 시간을 함께 견뎌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사를 사료 기반 탐구 수업으로 재구성하는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이 글은 한 학기에 고조선부터 6·25까지 가르쳐야 하는 5학년 담임 선생님들께 작은 실천의 가능성을 소개하기 위해 썼다. 시간의 압박과 빠듯한 진도 속에서도 ‘사료 중심 탐구 수업’이 실제로 가능함을 보여 드리고 싶다. ‘내용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교사 중심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께 ‘아, 이런 방식도 가능하네. 나도 한 번 해볼까?’하는 작은 씨앗이라도 심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을 것이다. 사회과의 탐구와 과학과의 탐구는 다르다 나는 오랫동안 과학과로 탐구학습을 설계하여 실천해 왔다. 그 덕에 2024년에는 수업혁신교사로 선발되어 미국 연수를 다녀왔으며, 새교육 2025년 1월호에 과학과 탐구학습 사례를 싣기도 했다. 2025년, 사회과 중심의 역사 수업을 설계하며 느낀 점은 과학과와 사회과의 탐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었다.[PART VIEW]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탐구의 출발점과 증거를 다루는 방식, 질문의 방향, 그리고 탐구 결과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교사는 두 교과에 적합한 탐구를 설계할 수 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초등 선생님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두 교과를 도표로 정리해 비교해 보았다. 표에서 보듯 과학과 사회는 교과의 특성과 다루는 대상이 다르다. 그래서 탐구를 설계할 때도 서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역사 탐구는 ‘사실을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이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E. H. Carr)는 “역사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가가 과거에게 던지는 질문과 해석을 통해 의미가 부여된다”고 말했다. 즉 중요한 것은 ‘무엇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이며, 그 사건이 ‘그 시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역사 탐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사료에 기반하여 타당한 해석을 구성하는 능력이다. 단순 암기식 수업으로는 학생들이 ‘역사적 사고’에 도달하기 어렵다.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사료를 읽고, 그 속에서 질문을 만들고, 가능한 해석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과학에서의 탐구가 ‘과학적 개념을 발견하고 확립해 가는 과정’이라면, 사회과 탐구는 ‘근거 있는 다양한 해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할 때 비로소 초등학생의 수준에서도 역사적 사고를 기를 수 있고, 학생들은 스스로 역사를 ‘배우는 존재’에서 ‘해석하는 주체’로 성장하게 된다. 역사 탐구수업, 어떻게 진행하는가? ● HDR 렌즈를 사용해 역사 바라보기 역사 탐구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을 ‘해석’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위해 스스로 개발한 HDR 렌즈를 활용한다. HDR 렌즈는 학생이 정답을 찾는 학습자에서, 근거로 해석을 구성하는 탐구자로 성장하게 하는 장치이다. HDR은 다음의 세 요소로 구성되는 탐구 중심 학습 전략을 의미한다. ● HDR 렌즈를 사용한 역사 수업 설계하기 단원을 시작하기 전 나는 교과서를 함께 훑어보며 학생들이 가진 ‘첫 질문’을 모은다. 이때 여러 학생이 “왕건은 왜 이렇게 부인이 많아요?”라고 질문하는 것을 보았다. 교과서에 제시된 왕건의 왕비 출신 지역 지도가 특히 흥미를 끈 듯했다. 나는 학생들의 질문을 탐구 방향에 맞게 다음과 같이 재구성했다. “왕건의 결혼은 후삼국 통일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결혼’이라는 단어가 장난스럽게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정치·사회적 맥락을 해석하는 방향으로 탐구가 흐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단원 설계는 다음과 같이 구성했다. •국가수준교육과정 •개념기반 탐구학습 단원구성 •학습주제 _ 고려의 후삼국 통일과정 탐구하기 •학습목표 _ 고려의 후삼국 통일과정을 탐구할 수 있다. •본 차시 탐구 질문 _ 왕건의 결혼은 후삼국 통일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교수·학습 활동 ● HDR 렌즈를 활용한 실제 수업의 흐름 1) 자료 분석하고 가설 세우기(H) [활동❶]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한 자료는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고려사 후비열전을 바탕으로 왕건의 왕비 출신 지역과 아버지의 신분을 정리한 도표와 지도이다. 학생들은 자료를 보며 “전부 호족의 딸이네요”, “지역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요”라는 공통점을 스스로 발견했다. 이를 기반으로 개별 가설을 먼저 적게 했다. 개별 정리 시간을 준 이유는 토의 전에 자기 생각을 스스로 마련해야 토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토의하고 추론하기(D → R) [활동❷] 단계에서는 탐구 질문을 세 단계로 나누어 사고가 점층적으로 확장되도록 모둠 탐구 활동지를 구성하였다. 이 활동은 단순한 의견 나누기가 아니라, 사료 → 해석 → 의미 구성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고의 흐름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1단계: 왕건은 왜 여러 지역 호족의 딸들과 결혼했을까? _ 근거 기반 가설 만들기 첫 번째 단계에서는 각 모둠이 사료를 바탕으로 친구들의 의견을 모으고, 가장 타당한 이유를 하나의 문장으로 합의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지도 자료를 다시 살펴보면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찾아냈다. “지역이 다 흩어져 있는 걸 보니까 여러 지역을 아우르려는 것 같아요.” “호족들은 각 지역의 힘이니까, 그 딸과 결혼하면 그 지역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어요.” “전쟁을 하려면 힘이 필요하니까, 결혼으로 자기편을 늘리려고 했을 거예요.” 학생들은 처음에는 단순히 ‘부인을 많이 두었다’는 사실에 머물렀지만, 사료를 다시 들여다보며 ‘왜?’라는 질문을 붙이며 점차 정치적 목적을 추론해 갔다. 이 단계는 역사적 사고의 첫 출발점인 가설 생성(H)을 이루는 과정이다. 2단계: 그 이유가 후삼국 통일에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_ 해석 확장하기 두 번째 단계에서는 첫 번째 질문에서 만든 이유가 후삼국 통일과 어떤 인과적 연관이 있는지를 가능한 한 많이 떠올려 적도록 했다. 교사는 ‘맞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료를 근거로 해석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목적임을 미리 안내했다. 모둠별로 나온 학생들의 해석은 매우 다양했다. “호족들이 왕건을 도와줬을 것 같아요.” “전쟁할 때 여러 지역에서 군대를 모을 수 있어요.” “백성들이 왕건을 더 믿을 것 같아요. 여러 지역과 친하니까요.” 처음에는 막연한 추측 수준이었지만, 토의가 진행될수록 학생들은 서로의 말을 근거로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여러 지역에 내 편이 생긴다”고 말하자, 다른 학생이 “그럼 전쟁할 때 한 지역이 공격당해도 다른 지역이 도와줄 수 있겠네?”라고 덧붙이는 식이다. 이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근거에 기반한 해석(D·토의)’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단계: 문장 완성하기 _ 역사적 의미 구성(R) 마지막 단계에서는 앞선 두 단계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왕건의 결혼은 후삼국 통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문장 완성 형태로 결론짓도록 하였다. 제시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왕건은 여러 지역 호족의 딸들과 결혼을 통해 (①)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삼국 통일의 (②)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여기서 (①)에는 1단계의 이유(예: 세력을 넓히고, 아군을 확보하고, 나라의 힘을 키우고 등) (②)에는 2단계의 해석을 하나의 단어로 응축한 표현(예: 기반·토대·기틀·힘 등)을 넣었다. 학생들이 쓴 문장을 보면 역사적 사고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왕건은 여러 지역의 호족 딸들과 결혼을 통해 세력을 하나로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후삼국 통일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왕건은 여러 지역과 친해져서 지역을 아우르는 힘을 기르고, 그 힘으로 후삼국 통일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왕건은 호족과 결혼했다’라는 사실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료 → 근거 → 해석 → 의미’의 계단을 밟으며 자신만의 역사적 설명을 구성할 수 있었다. 이는 역사 탐구수업의 핵심이 ‘정답을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증거를 바탕으로 해석을 만들어내는 능력’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역사 탐구수업, 교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역사 탐구수업을 설계하며 내가 가장 고민한 것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깊이 탐구할 것인가’였다. 5학년 한국사는 한 학기 안에 다뤄야 할 내용이 많아 모든 내용을 동일하게 다루면 탐구가 불가능하다. 탐구수업의 핵심은 학생이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사료를 해석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교사는 먼저 핵심 내용을 선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성취기준이다.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꼭 다뤄야 할 내용과 생략할 수 있는 내용을 구분하면 탐구할 주제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탐구는 선택의 수업이며, 선택이 명확할수록 학생의 사고는 깊어진다. 다음 단계는 탐구 질문 만들기다. 탐구 질문은 학생이 스스로 ‘왜?’라고 묻게 하는 출발점이다. “왕건은 왜 여러 지역 호족의 딸들과 결혼했을까?”와 같은 질문은 사실 암기를 넘어 맥락과 의미를 탐구하게 한다. 학생이 만든 질문을 활용해도 좋고, 교사가 학습목표에 맞게 재구성해 제시해도 된다. 질문이 정해지면 교사는 학생 수준에 맞는 사료 가공 작업을 해야 한다. 원 사료는 난도가 높기 때문에 문장을 다듬고, 핵심을 표·지도·요약문으로 재구성해 학생이 근거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은 시간이 많이 들지만, 탐구수업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단계다. 나는 국사편찬위원회 DB와 학생 친화적 책들을 참고해 사료를 추출하고, 동학년과 함께 자료를 고도화했다. 이렇게 준비한 탐구수업을 실행해 보면 학생의 변화가 분명히 보인다. 학생들은 교과서의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료에서 확인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이 해석이 타당하려면 어떤 증거가 필요하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 시작한다. 친구의 해석을 들으며 자신의 관점을 조정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정답을 따라가는 수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변화다. 역사는 단순한 사실 학습이 아니라 근거를 통해 의미를 구성하는 사고 훈련이다. 역사학자 E. H. 카가 말한 ‘역사는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라는 문장이 교실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학생은 과거를 ‘아는 사람’을 넘어 해석을 만들어내는 주체로 성장한다. 교사는 완벽한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학생이 스스로 읽고 질문하고 토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탐구수업을 만들 필요도 없다. 단 한 차시라도 직접 설계하고 사료를 가공해 본 경험이 교사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그렇게 작은 시도가 모여 교사의 전문성도, 학생의 사고도 함께 성장한다. 5학년 한국사는 어렵고 방대하지만, 학생들이 역사적 사고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큰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글이 그 첫 시도를 고민하는 선생님께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애쓰고 노력한 끝에는 결국 이룸이 있다. 선생님들의 교실에서도 반드시 그러하리라 믿는다.
학생들과 시집 한 권을 읽기로 한 이유 ● 지금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업이 무엇일까?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 건강 상황은 안녕한가? 학업 경쟁과 사교육 과열, 소셜 미디어를 통한 비교 문화, 코로나19 이후 사회성 결핍, 부모 세대의 정서적 불안 전이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우울·불안·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많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초등 3~6학년 시기를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학생들이다.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힘을 길러야 할 중요한 초등 고학년 시기에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생들은 자아를 탐색하고, 관계성을 형성하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다. 우리 학생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관찰과 사회정서를 돌보는 수업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바탕으로 공감과 협력을 배우고, 정서적 안정과 긍정적인 학교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문학 수업을 계획하고자 했다. ● 수업은 어떤 목적을 지니고 나아가는가? 한 권의 시집을 완독하고 감상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성찰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르고자 한다. 감정 성찰과 표현의 과정과 한 권의 시집 완독 경험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힘과 치유와 회복 탄력성을 길러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는 기술·지식·태도를 습득하고자 한다. 현재 중학교 2학년까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수업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수업의 확산 가능성을 위하여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과 연결하여 핵심아이디어와 성취기준을 분석하였다. 중학교 시절 시집 한 권 완독하기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국어과 핵심역량을 비롯하여 사회·정서학습 역량을 기르고자 한다. [PART VIEW] 감정과 관계의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시 문학 읽기 ● 중학교 시절, 시집 한 권 완독하기 프로젝트 성취기준 분석 ● 처음 시집을 읽는 학생들을 위한 시집 선택하기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설문에서 시집을 읽어본 경험이 없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 수업할 학생 중 86%를 차지했다. 시집을 읽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과 어떤 시집을 선택해서 읽으면 좋을까? 처음에는100권의 시집 목록을 만들고그중에서 원하는 시집을 스스로 선택해서 읽는 방식을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집을 선택했는데,그 시집이 너무 어려워서 지레 겁을 먹거나 포기하게 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우리 학생들이 시집 읽기에서는 초보 독자이기 때문이다. 학생 독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공감할 수 있는 청소년 시집, 시와 그림이 함께 있어 더 쉽게 시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책을 선정하고 함께 읽기로 했다. 신미나 시인이 쓴 청소년 마음 시툰. 안녕, 해태 1~3은 중학교 1학년인 주인공이 중3이 될 때까지의 성장 스토리(웹툰)와 시를 엮은 책이다. 마음의 일(오은·재수)은 청소년 시집으로, 시집과 그림 시집이 별도의 책으로 나와 있어 두 권을 엮어 읽었다. 학생들은 두 시리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활동했다. 또한 시집 읽기 가이드 역할을 하는 활동지를 16페이지의 미니 북 형태로 제작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시집 읽기를 좋아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그림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시의 세계로 진입해 더 깊이 의미를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랐다. 시집 읽기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며 몰입해서 시집을 읽는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다. 또한 읽기에 몰입하는 시간을 더 깊이 확보하기 위하여 산출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활동이 아닌, 깊이 음미하고, 생각하고, 성찰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 수업의 의도와 목적을 전하는 선생님의 수업 편지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학생들과 꼭 함께하고 싶은 수업이 있을 때, 활동지에 ‘선생님의 수업 편지’를 써서 학생들과 수업에 관해 이야기하곤 한다. 이번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시집 읽기’ 수업을 함께 하고 싶은 이유를 담아 편지를 썼다. 16쪽 분량의 시집 읽기 미니 북에 수업 편지를 담고, 답장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아래에 마련해 두었다. 그렇게 답장이 많이 올 줄 몰랐는데, 학생들이 저마다 수업에 대한 소감과 자기 생각을 편지에 담아 보내주어서 뭉클했다. 시집 한 권을 온전히 읽는 힘을 기르는 수업 ● 시집 읽기 수업을 시작하다 시집을 처음 읽을 때 어떤 방식으로 시집과 만나면 좋을까? 우리가 물성을 지닌 한 권의 책을 만날 때, 누구나 마주하는 기본적인 책 읽기 경험에서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표지를 읽고 내용을 예측하기, 책날개에 담긴 시인 소개 글 읽고 시인에 대해 상상해 보기, 차례를 펼쳐 제목을 읽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 3개 선택하기, 시작하는 시(‘나는 오늘’)와 마지막 시(‘나는 오늘’)를 살펴보고, 같은 제목을 가진 서로 다른 시 두 편이 시집의 시작과 끝에 배치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시 ‘나는 오늘’을 패러디해서 다시 쓰는 활동으로 시집과의 첫 만남을 시작했다. 어렵지 않은 활동이면서 차근차근 시집과 친해질 수 있는 과정이어서 학생들과 시집의 첫 만남 주선은 순조롭게 출발했다. ● 손끝으로 만나는 시 _ 시 필사 활동 시집 읽기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시집을 몰입해서 읽으며 시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보다 깊이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필사의 시간을 가지고자 했다. 필사는 일종의 명상과도 같은 활동이기에 필사하는 과정을 통해 시를 더 깊이 음미함과 동시에 스스로 자기 내면을 성찰할 수 있다. 또한 필사 과정에서 필사할 구절을 선택한 이유, 구절을 붙여두고 싶은 장소, 내 감정의 색깔에 대해 모둠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시집 읽기를 즐기는 힘을 기르고, 자기성찰·계발역량·문화향유역량을 기르고자 하였다. ● 내 맘대로 시집 해석단 _ 시 감상 활동 학생들은 교과서에 실린 시 한편의 의미를 분석하고 감상한 경험은 있어도, 시집 한 권을 온전히 상호 텍스트적으로 읽고 의미를 파악해 본 경험은 없었다. 우리 학생들과 함께 시집 한 권을 온전히 읽고,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의 의미 해석하기와 시집 전체의 구성과 의도, 의미를 해석해 보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시를 읽는 즐거움과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공감의 힘에 대해 깨닫는 시간을 가지고자 하였다. 시집을 만드는 편집자들은 시집 제목을 정하고, 시를 배열하고,시집을 구성할 때 심혈을 기울여시집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 그래서 시집 완독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시의 배열과 시집의 구성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과 견해를 표현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이 활동은 모둠별 의논 과정을 거쳐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서로 시집 구성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특히 시집의 구성(시의 배열 순서)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을 주고받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오은의 마음의 일 시집의 구성에서 눈에 띄는 부분인 첫 시와 마지막 시의 배열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 시집은 ‘나는 오늘’이라는 같은 제목의 시 두 편이 첫 시와 마지막 시로 실려 있다. 학생들은 “첫 시인 ‘나는 오늘’에서의 화자가 다른 여러 시를 거쳐 결국 나는 ‘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성장하는 과정과 고민을 시로 적으면서 첫 시가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면 마지막 시는 화자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라는 존재에 집중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등 다양한 견해를 표현하면서 시집 한 권을 완독했다. ● 시와 내 삶의 콜라보 _ 시 거울을 통한 나의 경험 글쓰기 시에 표현된 시적 화자의 경험과 감정에 내 삶의 경험과 나의 감정을 투영하여 나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활동을 연결해 나갔다. 이를 통해 시의 의미가 삶과 이어져 있음을 깨닫고,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 성찰하고 다시 나아가는 힘을 기르고자 하였다. 활동지에 제시한 ‘일곱 개의 도움 질문’을 활용해 시의 내용을 기반으로 자기 삶의 경험을 성찰하는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처음에는 약간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질문도 여럿 있었지만, 점차 차분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이 글을 통해 친구 관계, 학업, 가족 관계, 진로, 과거와 지금의 나의 달라진 점과 변화 등 여러 주제에 대해 글을 썼다. 이를 서로 소통하는 시간에 친구들의 글에 감탄하거나 재밌어하기도 하면서 시와 삶을 연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시의 비밀 코드: 역설 _ 개성적 표현으로 시집 읽기 경험 돌아보기 마지막 단계 활동으로, 중학교 국어과 성취기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개성적 표현(역설적 표현)을 직접 창작하고 공유했다. 이를 통해 문학의 역설적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시집 읽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힘을 기르고자 하였다. 평소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서로 대화하면서 기록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비유적 표현을 활용해 시 쓰기 활동은 초등학생 때부터 해 왔으나, 역설적 표현을 활용한 시 창작은 대부분 처음이어서 어려워하면서도 집중하는 태도가 보였다. 친구들이 창작한 역설 표현을 공유할 때 적극적으로 공유 보드에 ‘좋아요’를 누르며 환호하고, 탄성을 지르며, 서로 칭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쓴 표현에 친구들이 환호하자, 으쓱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관계가 서로 융화되는 모습이 보이는 수업 시간이었다.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시인과의 만남 프로젝트 ● 특명! 시인님 스쿨 어택! 처음 시집을 완독한 학생들과의 수업 이후에 이 시집을 창작한 시인과 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한다면 어떨까?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시집을 완독한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인님과의 만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업 과정을 시인님과 한 달간 공유하고, 시인님을 직접 학교로 초청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의 시집 읽기 수업과정을 시인님들과 공유하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 소셜 미디어 스토리와 피드를 통해 공유하고, 그 내용을 학생들과도 함께 나누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활동 과정이 그 책을 직접 창작한 시인에게 공유되기를 기다리고,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가와 독자가 ‘책’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실재감이 학생들에게 더욱 큰 동기 부여가 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활동 과정이 시인님께 전달되기를 기대했다. ● 첫 만남을 계획대로 만들 거야! _ 북토크 준비에 진심인 사람들 시집 읽기도 처음이지만, 태어나서 ‘시인을 만나는’ 일이 처음인 우리 학생들과 함께 우리의 첫 만남이 더욱 특별하도록 단순한 전달식 강연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북토크를 준비하고자 했다. 학생들의 자발적 신청을 받아 북토크 운영팀을 구성했고, 참여형 북토크를 기획하여 학생들이 직접 인터뷰했다. 질문하는 과정, 활동 과정 영상 제작, 대본 작성, 낭독 준비, 퀴즈 준비 등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역량을 기르고자 했다. 북토크 지원팀을 자발적으로 신청받아 구성하고, 학생들이 직접 1부·2부 진행을 맡아 대본을 작성하고 연습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더욱 적극성을 발휘해 행사를 준비했다. 자신들이 읽은 시집의 시인을 직접 만난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학생들의 의지와 욕구를 자극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 행사를 준비했다. 학생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강한 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생애 처음 시인과 만나다 시인과의 만남일이 다가왔다. 학생들과 직접 북토크를 기획한 적이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2학년 367명과 선생님 4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북토크는 처음이다. 학생들이 성실히 시집을 읽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과 시인님의 만남을 꼭 주선하고 싶었다. 우리 학년 전체 학생들과 체육관에 모였고, 우리는 열정적으로 이 시간을 함께했다. 시인과의 만남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성취감과 효능감을 높이고, 관계 지능을 이끌고자 하였다. 무척 무더운 날씨였지만, 학생들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우리의 이번 수업은 모든 게 처음인 것이 많았다. 시집 읽기가 처음이고, 시인과의 만남이 처음이고, 북 토크를 하는 일 자체도 처음이었다. 2학년 학생들이 무척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했고, 이미 읽은 책의 작가를 직접 만나는 행사여서 더욱 더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학생들의 열기만큼이나 시인님께서도 더욱 열정적으로 행사를 이끌어 주셨다. ‘좋아서’ 함께한 수업이 주는 선물 만약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왼손을 펼쳐 가만히 들여다보자. 우리의 왼손 안에는 ‘시’라는 글자가 담겨 있다. 손금의 모양이 ‘시’라는 글자처럼 생겼다. 우리는 날 때부터 이미 시를 품고 태어난 사람들, 우리 손안에 품은 시와 시심(詩心)을 생각하는 삶을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 시집 읽기 경험이 거의 없는 우리 학생들과 시를 읽고 마음을 읽고 싶어서 시작했던 수업을 돌아본다. 어떻게 보면 그저 ‘좋아서’ 했던 수업이었다. 며칠간 16쪽 분량의 미니 북을 편집하고 만들던 시간, 많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정성껏 인쇄하고, 접고, 스테이플러와 마스킹 테이프로 일일이 제본하던 밤, 우리 학생들이 첫 시집 읽기 경험을 소중히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시인님과의 특별한 만남까지. 학생들과 함께 시집을 읽은 오월과 시인을 만난 유월을 오래오래 소중히 마음에 품고 싶다. 그리고 ‘처음’을 시작했으니, 앞으로 우리 학생들과 점차 더 깊어지고 여물어가는 독서 수업을 이어 나가고 싶다.
‘음악 시간에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아이들과 함께 불렀다. 제목만 봤을 때는 밝은 분위기의 신나는 곡일 것 같았는데 막상 불러보니 신나기는커녕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었다. 그 궁금증은 책을 읽고 가사 속 녹두밭은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을, 청포장수는 백성을 뜻한다는 것을 알고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 불러보는 새야 새야 노래에 대한 5학년 학생의 소감이다. 노래 가사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부르는 노래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교과는 우리나라 역사를 처음 접하는 역사 영역이다. 하지만 한 학기 수업 차시로는 방대한 학습량을 소화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정리된 전달식 강의나 단어 풀이, 암기식 수행평가, 연대표 중심 내용 나열에 그칠 수 있어서 역사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한 줄로 짧게 요약된 역사적 사건이라도 그 속에 포함된 인물이나 사건과의 인과관계를 이해해야 제대로 된 역사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역사를 술술 읽어 내려가면서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과연계 독서융합프로젝트 운영계획을 수립하였다. 사서교사·담임교사·음악교사·미술교사·도덕교사와의 협의를 거쳐 5학년 2학기 역사 주제 중 ‘새로운 변화와 오늘날의 우리’ 단원을 중심으로 독서수업 및 교과수업에 대한 학습요소 및 수업목표 달성을 위한 교수·학습계획을 논의하였다. 성취기준을 파악하여 수업 시기와 관련 단원, 온책읽기 도서를 선정하였고, 수업·과제·발표·프로젝트 등 다양한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과융합 독서프로그램을 구상하였다. 수업 도서 선정 적절한 도서를 선정하는 것은 프로젝트 활동의 성공과 깊이 있는 학습을 이끄는 중요한 핵심 요소이다. 그래서 문학과 비문학의 많은 역사책 중에서 사회과 단원에서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학습요소를 추출하여 역사를 친근하게 마주할 수 내용과 교과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는 적합한 도서로 기준을 정해 선정하였다. [PART VIEW] 또한 학생들과 같은 또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역사 동화로 이해와 공감을 높여 좀 더 밀접하게 다가갈 수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 연표를 기준으로 역사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맞물러 함께 파악할 수 있는 내용,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 외에도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도 다뤄볼 수 있는 서적으로 골랐다. 동화를 읽고 난 후, 학생들이 역사적 실존 인물과 사건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많은 배경지식을 토대로 복잡한 역사가 더 쉽게 와닿도록 하였다. 근대사 톺아보기 교과연계 융합독서 프로그램 전개 근대사 역사의 흐름에 따라 시기별 단계에 맞춰 점진적으로 교실 수업에 적용하였다. 교과별 성취기준을 이해하고 학습내용에 맞게 역사교육을 어떻게 접목시킬지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국어·독서뿐만 아니라 음악·미술·도덕교과, 도서관 정보활용수업과 학습목표에 맞게 같은 시기에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천하였다. 핵심적으로 동학농민운동, 3·1 만세운동, 학생 항일운동, 독립운동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6·25 한국전쟁 등을 다루었으며, 배움자의 입장에서 맥락이 통하는 수업을 통해 배경지식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이해와 관심을 높였다. 교과와 연계한 창의융합 독서프로그램은 교육의 범주를 넓혀 다양한 교과 및 비교과 영역으로 확장하여 역사의 바른 이해와 공감능력을 함양하고자 하였으며,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다각적인 연계 교육활동 모이며 애들로의 저서 독서의 기술에 나오는 신토피컬 독서법을 역사책 읽기에 적용한다면, 방대한 역사적 지식 속에서 자신만의 지식의 그물을 만들고 역사를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다룬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각각의 입장과 배경을 이해할 수 있고, 특정 시대를 다양한 관점으로 읽을 수 있다. 어떤 역사가 있는지, 그 배경과 얽힌 이야기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질문 속에서 즐겁게 꼬리 물며 궁금증과 호기심을 충족하는 책 읽기로 확장할 것이다. 독서와 함께 영화·드라마·역사자료를 보거나, 직접 역사박물관·유적지를 탐방하고, 관련한 교육활동을 펼치는 것 모두가 역사적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일 것이다. 생생한 역사 동화를 접할 수 있도록 작가를 모시고 작품 속 숨겨진 이야기와 독립운동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국악뮤지컬 공연으로 입체적으로 책을 감상하며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이러한 활동은 역사로 가는 즐거운 마중물이 되어 역사와 한 뼘 가까워질 것이라 기대한다.
진보와 혁명의 차이 진보와 혁명은 둘 다 변화를 의미한다. 둘의 차이는 변화의 모습에서 나타난다. 진보는 연속적 변화라면 혁명은 단절적 변화이다. 혁명은 어제의 지배계층이 하루아침에 몰락하여 피지배계층이 되는 지배계층의 단절적 변화를 의미하는 사회과학 용어이다. 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새로운 제도와 질서가 등장한다. 토머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천동설이 지동설로 뒤집히는 과정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부르며, 과학의 발전도 누적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일어남을 설파했다. 사회 변화나 과학 패러다임의 변화처럼 인간의 신체와 뇌도 완만한 곡선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급격한 단층을 형성하며 변화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쇠퇴가 아니다. 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 구조를 버리고 새로운 질서(패러다임)를 구축하는 ‘생물학적 혁명’의 순간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뇌 지도 재편 _ 5단계 혁명적 변화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Mousley et al., 2025)은 0세부터 90세까지 약 4,000명의 뇌 스캔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인간의 뇌가 평생에 걸쳐 9세, 32세, 66세, 83세라는 네 번의 결정적 변곡점을 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는 이 시기마다 리모델링 수준이 아닌 재건축 수준의 구조적 변화를 겪는다. ● 유년기: 폭발적 연결과 기초 공사 첫 번째 시기인 ‘유년기(아동기)’는 출생부터 9세 무렵까지 이어진다. 이 시기 동안 수십억 개의 새로운 신경 연결이 만들어지고, 불필요한 신경 연결은 삭제된다. 이 시기에 뇌 안의 회백질과 백질의 부피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피질의 두께(바깥쪽 회백질과 안쪽 백질 사이의 거리)가 최고점에 도달한다. 동시에 바깥쪽 뇌의 특징적인 융기부인 피질 주름이 안정화된다. 회백질은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하고, 백질은 그 정보를 신경계의 다른 부분으로 전달하는 뇌의 통신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경험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고 듣고 만지고 움직이며 배우게 하는 직·간접 체험방식을 많이 활용한다. 이 과정을 통해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상상하고, 그 과정에서 질문하면서 배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시기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배우는 단계이므로 친구와 놀기, 협력, 감정 표현, 갈등 경험 및 해결 등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이때 새로운 자극은 새로운 회로를 생성하고 반복은 회로를 강화한다. ● 확장된 청소년기: 이성 발달과 효율화 두 번째 시기인 청소년기는 9세 전후로 시작되어 최대 32세까지 지속된다. 이때는 백질이 성장하고 신경계의 여러 부분이 더 효율적으로 연결된다. 이성적 사고 중추인 전두엽이 발달하고, 시냅스 가지치기를 통해 뇌 효율화가 진행된다. 정서적·사회적 인식 능력이 확장되고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도 증가한다. 32세경까지 뇌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이 시기의 충동과 시행착오는 뇌의 미성숙함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뇌가 최적의 효율을 찾아가는 치열한 튜닝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교육은 실수에 대한 관용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선택과 책임을 연습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적 성인이라 해도 뇌는 아직 성장 중임을 인지해야 한다. ● 성인기: 안정과 최적화 세 번째 시기인 성인기는 32세 경에 시작하여 최대 66세까지 지속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30대 초반이 되면 뇌는 폭발적 성장이나 급격한 쇠퇴가 아닌 안정화된 모습을 보인다. 32세 전까지는 연결을 키우고 효율을 높이는 ‘재배선의 시기’라면 이 시기는 배선 구조가 안정된 상태에서 선택적으로 약간씩 바뀌는 시기이다. 뇌 구조는 안정화되지만, 기능은 고도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 뇌는 새 판을 짜기보다는 기존에 형성된 인프라 위에서 구조를 재배치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뇌의 이러한 특성에 따라 성인교육은 사례기반학습, 문제중심학습, 다학문적 접근을 한다. 이 시기에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새 구조로 엮어낼 줄 아는 사람으로 변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동시에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성찰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느리지만 선택적인 재배선이 계속되는 시기이므로 뇌 가소성을 유지하기 위한 도전을 하는 것이 좋다. 예술·외국어, 최근의 AI 활용 시도처럼 아주 새로운 분야, 또는 글만 쓰던 것에서 영상을 통해 표현하는 시도처럼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는 뇌 건강과 창의력·적응력 유지에 보탬이 된다. ● 초기 노화기 네 번째 시기는 66세 경에 시작하여 83세 무렵까지 이어지는 초기 노화기이다. 은퇴와 맞물리는 이 시점에 뇌는 첫 번째 노화의 계단에 들어선다. 백질이 퇴화하며 정보 처리 속도는 느려지지만, 반대급부로 ‘의미 기반 지식(semantic memory)’과 ‘지혜’는 정점에 달한다. 계산은 느려져도 통찰은 깊어진다.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때는 장기기억에 들어 있는 기존 경험과 연결시키는 것이 보탬이 된다. 뇌신경 회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을 정리하여 시각적으로 재구조화해 보고, 이를 반복하여 학습하는 것이 좋다. 초기 노화기의 뇌는 단순 정보보다 ‘의미 있는 것’에 더 잘 반응한다. 뭔가를 배울 때 그것이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것이 학습에 보탬이 된다는 의미이다. 학습의 의미를 단순 지식 학습에서 삶의 통찰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단 토론, 세대 간 대화, 코칭 방식의 상호학습 등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은 뇌 가소성 유지에 보탬이 된다. 어떤 방식으로 배울 때 잘 이해가 되는지, 어떤 방법을 활용할 때 기억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등 자신의 학습 특성을 성찰하는 것도 지속적인 학습에 보탬이 된다. ● 후기 노화기: 다 핵심 모듈화 마지막 시기는 83세 이후의 후기 노화기이다. 이 시기가 되면 멀리 떨어진 뇌 영역 간의 연결 효율이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뇌의 전체 네트워크가 잘 작동하지 않아 뇌의 영역 간 소통이 줄어든다. 하지만 가까운 영역끼리의 결합(모듈화)은 더 단단해진다. 처리 속도나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언어 능력과 인생 경험에서 나온 지혜, 의미 기반 판단은 상당 부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의 교육은 ‘핵심’과 ‘반복’이 키워드다. 고령자의 교육과 학습은 5~10분 단위의 짧은 블록으로 나눠 진행하는 것이 좋다. 복잡한 논리보다는 명료한 메시지, 새로운 정보보다는 과거의 행복한 기억과 연결하는 감성적 접근이 효과적이다. 개인차 _ 능동적 뇌 관리 케임브리지팀의 연구가 보여주는 뇌의 생물학적 시계는 거스를 수 없는 숙명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력하면 뇌의 극적인 변화 시기, 혹은 노화 시작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좋은 식생활을 유지하는 등 건강 관리에 유의하면 나이보다 신체 연령이 훨씬 젊어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초기 노화기 이후부터는 뇌의 연결 상태에서 개인 간 편차가 커지고, 평생의 학습 습관에 따라 학습 가능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다언어 사용, 지속적인 외국어 공부를 포함한 학문 활동은 뇌 노화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들이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Amoruso et al., 2025). 며칠 전 대학 총동문회에 다녀왔는데, 1937년생인 최고령 선배님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행사장에 오셨다. 아직도 포도주를 즐기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건강 비법을 여쭈니 만사를 즐겁게 받아들이며 살라고 하셨다. 106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그의 새 책 백 년의 유산에서 나이를 먹더라도 정신은 늙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쉼 없는 공부와 일, 그리고 사회와 연결된 책임이 건강한 삶의 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뇌의 변화가 ‘혁명적’으로 찾아온다면, 우리의 대응 역시 ‘혁명적’이어야 한다. 나이 듦에 혁명적으로 대응하는 길은 끊임없는 학습과 호기심으로 뇌의 회로를 재배선하는 주체적인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다. 뇌의 혁명기를 자신의 삶이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여부는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시스템에 달려 있다.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 교육자들이 현장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르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30년 전 제 강의를 들었던 한 선생님께서 저의 강의가 본인의 교직생활을 지탱해 준 ‘나침반’이 되어주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육자는 바로 이런 뿌듯한 순간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0년 전은 특별한 시기였습니다. 한국은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며 대대적인 교사연수 바람이 불었던 때였습니다. 거의 모든 선생님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익히며 ICT(정보통신기술) 연수에 매진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에 이어 정보화마저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동력은 바로 그 열정적인 선생님들의 변화 의지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확실한 증거가 있는 팩트입니다. 새교육 칼럼(2025. 3. 5.)에 언급했듯이, 2013년도 OECD 보고서는 한국 대졸 평균 ICT-기반 문제풀이 능력이 세계 꼴찌인데, 한국 학생과 교사의 능력은 세계 최고라고 하였습니다. 즉 1등 교육자가 있었기에 1등 제자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명제가 증명된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희망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또다시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 시대입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제2의 대대적인 교사연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수는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야 합니다. 단순히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익히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AI를 바라보는 관점, 즉 패러다임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많은 분이 AI를 그저 컴퓨터나 인터넷의 연장선에 있는, 조금 더 성능 좋은 ‘도구’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지적 능력을 보완하고 확장해 주는 ‘비서’이자 ‘파트너’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AI는 심지어 우리를 대체할 수 있는 ‘포식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미 이들은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 아인슈타인 급의 지능을 가진 영재이자 천재들입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무거운 책가방 대신 자신의 손안에, 클라우드 속에, 24시간 대기하며 명령을 기다리는 10명의 천재 비서를 데리고 다니는 존재들입니다. IQ가 아니라 AIQ가 중요한 시대 우리는 오랫동안 타고난 생물학적 IQ로 승부를 겨루는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학생들은 AI와 결합하여 IQ 1,200 아니 그 이상의 증폭된 또는 확장된 두뇌력(Amplified or Augmented Intelligence)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IQ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과 사회의 인식은 아직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명문대 대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시험을 치렀다가 부정행위 논란에 휩싸인 일은 씁쓸한 촌극입니다. 학교는 이를 ‘커닝’으로 규정하고 ‘자수하지 않으면 정학’을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컴퓨터 상용화 시대에 주판 대신 전자계산기를 사용했다고 벌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AI가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을 묻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정답 찾기가 아니라 해답 얻기 그렇다면 교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AI가 답을 찾아주고, 정리해 주고, 창작까지 해주는 세상에서 인간에게 남은 몫은 무엇일까요? 이제 교육은 ‘지식 기반’이 아니라 ‘지혜 기반’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AI가 데이터와 정보로 쉽게 도출하는 정답은 가치가 급락하는 중이고, 직관·정감·지혜에서 솟아나는 해답의 가치는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정해진 답이고, 해답은 통찰력으로 얻는 깨달음입니다. “아이고, 수업 외에 잡무도 넘쳐나는데 뭘 또 더 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더 가르치란 말이 아니라 다른 걸 가르쳐야 합니다. 학교는 AI가 하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 지식 중 절반은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상당 부분은 수능 수험생 간 변별력을 위해 존재할 뿐, 삶과는 무관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잃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과열된 경쟁은 모두를 심한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찌들게 하고, 공격성 또는 도피성 행동으로 내몹니다. 이런 형태의 교육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지속되어서도 안 됩니다. 학생 간 변별력이 아니라 학생과 AI 사이의 변별력 이제 학교는 수험생 간 변별력이 아니라 인간과 AI 사이의 변별력을 확보해 주는 교육을 이행해야 합니다. 기존의 암기·분석·추론 능력으로 학생이 1등급이 되었다 하더라도 AI 세계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니 교과내용의 절반을 싹둑 잘라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 절반을 잘라내어야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역량을 갖추어줄 수 있습니다. 인간과 AI 사이에 학습방식과 학습 결과물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AI는 딥러닝의 달인들입니다. 무한한 데이터를 습득하고 논리적 조합으로 창작물을 쏟아내는 능력은 인간이 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반면 인간은 메타러닝의 달인입니다. 자습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직관으로 논리를 뛰어넘고, 규칙을 깨며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저는 이 차이를 AI의 ‘체계적 창의성’과 인간의 ‘무모한 창의성’이라고 부릅니다. AI 시대에는 새로운 학업성취도 기준과 우수함의 기준이 제시돼야 합니다. 첫째가 통찰력입니다. AI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찾아낼 수 없는, 인간과 세상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며 지혜입니다. 둘째는 통솔력입니다.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물을 검증하며,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AI를 조율하고 인솔하는 능력입니다. 이 두 가지 역량을 UNESCO가 2020년도에 ‘미래 리터러시’라고 명하였습니다.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고 예상하는 미래를 창조해 내는 능력입니다. 함께 새해를 상상해 봅시다. 현 교과내용을 절반만 가르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아마 학생들이 입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문제행동도 한결 완화될 것입니다. 남은 시간에는 우리가 평소 해보고 싶었던 교육을 맘껏 시도해 볼 수 있으니, 무력감에서 벗어나고 열정이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고속도로 이전에 빅브레인 고속도로 30년 전, 선생님들의 열정이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저력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습니다. 정부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빅데이터 고속도로를 뚫는 것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학생들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입시 지옥을 없애서 인재 흐름이 원활한 ‘빅브레인 고속도로’를 뻥 뚫어 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교육자가 또다시 대한민국을 AI 3강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이제 학생들에게 지식의 무게감 대신 통솔력의 몰입감, 암기의 고통 대신 통찰의 기쁨을 선물합시다. 이제 선생님이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지혜로운 멘토가 됩시다. AI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더 넓은 세상을 조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시다. 그것이 30년 뒤, 어느 제자에게 “선생님이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습니다”라는 고백을 듣게 될 유일한 길입니다. 다시 한번, 선생님이 희망이 되어줍시다.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해외의 교육 환경 또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 한국 학생들을 교육하는 재외한국학교는 한국 교육의 방향과 교육과정을 해외에서 실현하는 동시에 현지 사회의 문화·법·정치 환경을 존중해야 하는 이중적 책무를 갖는다. 이런 특수한 맥락 속에서 교원의 정치기본권 문제는 단순히 국내 교육에서의 논의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한국 교육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교원의 정치기본권’ 한국에서는 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 가입 등을 폭넓게 제한하고 있다. 이는 1960~70년대 권위주의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규제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해 왔다. 그러나 해외에서 바라볼 때 이러한 규제는 국내보다 더 복합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는 공무원이나 교원의 정치적 활동을 어느 정도 제약하고 있지만, 정당 가입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OECD 국가들 상당수 역시 정당 가입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교원이 지역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직무 중 중립성’과 ‘직무 외 자유’로 명확히 구분해 보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의 경우 연방 대법원은 교사의 시민적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 왔으며, 실제로 많은 주(州)에서는 교사가 지역 의회나 교육위원회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무 수행과 선거운동이 명확히 분리되는 한, 정치 후원이나 의견 표명, 정당 가입은 헌법적 권리로 간주된다. 유럽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프랑스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되 정당 가입의 자유는 보장하며, 영국은 교직을 ‘민주사회 형성에 참여하는 전문직’으로 규정해 지역 정치 참여를 장려한다. 핀란드·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교원이 지방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학교 운영에도 다양한 정치적 배경을 가진 교사들이 참여함으로써 거버넌스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수업의 정치적 중립성’은 엄격히 유지하되, 교원의 일반적 시민권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진다. 이는 교원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침묵해야 교육이 중립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서 균형성과 다원성을 지키는 전문성을 통해 중립성이 실현된다는 철학에 기반한다. 독일·핀란드와 같은 나라에서는 교사가 지역 정치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민주주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역할을 한다. 독일 연방의회에서 교사 출신 의원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교원의 정치 참여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교사가 사회문제에 대해 깊이 참여할수록 교육활동이 성숙해지고 민주주의도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정치적 중립성은 전문적 윤리의 문제 그러나 한국의 법과 제도는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재외한국학교 교사 역시 한국 법령을 기반으로 정치적 표현과 정당 활동이 전면 제한된다. 해외라는 특수한 사회적·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때 교사의 신중한 정치활동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직무 외의 모든 정치기본권까지 제한받는 것은 글로벌시대의 교육 환경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재외한국학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교육의 얼굴’ 역할을 한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성장하는 학생들은 국제적 감각과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동시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함께 배우게 된다. 하지만 정작 이 가치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와 정치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면, 이는 학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도 어긋나고, 나날이 높아져 가는 대한민국의 위상에도 맞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가르치지만, 민주주의적 권리는 제한된 채 살아야 한다는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더욱이 재외한국학교는 단순히 한국 교육과정을 그대로 옮겨놓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문화·법·정치 환경을 경험하는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세계 시민성을 길러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교사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건전한 토론과 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학생들 역시 국제적 감각을 익히고 복잡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주도성, 비판적 사고력, 세계 시민성 등을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교사의 사회적·정치적 이해 능력을 필수적 요소로 전제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은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같이, 수업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특정 이념을 강요하지 않는 전문적 윤리의 문제이지,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묶어두는 방식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의 특성상 정치적 민감성을 더욱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는 점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언제, 어디서나 모든 정치적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와 같은 현재의 획일적인 규제는 국내외 교육 현실, 민주주의 환경, 학생의 선거권 등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교원의 정치기본권 문제를 재외한국학교까지 포함하는 더욱 넓은 시각에서 논의해야 한다. 국내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해외 교육 환경, 재외동포 사회, 재외교육기관 운영 경험 등을 참고하여 한국의 법·제도와 글로벌 기준 간의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학생·학부모·교사·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가 이제는 필요한 때다. 해외의 사례를 연구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법·제도를 고민하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세계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은 교사 스스로 민주주의 주체로 설 수 있어야 가능하다. 시대는 변하고 있으며 교육의 역할 역시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교원의 정치기본권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AI 시대는 자기 역량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최고의 나’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기존 성공 모델의 ‘플러스 원(Plus One)’은 될 수 있지만, 결코 ‘더 원(The One)’은 될 수 없습니다.” 세계적 교육학자 폴 킴 전 스탠퍼드대 부학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해진 길 따라가기’ 식 성공 모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대세를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됐다”며 “학교에서의 배움이 잉여지식이 되지 않도록 교육의 작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국내 한 대학이 주최한 포럼에서 AI를 질산암모늄에 비유하며 “잘 쓰면 인류를 이롭게 하지만 교육이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제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창의적 질문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 없는 교실에는 미래가 없다” 폴 킴 교수는 “학생이 배웠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증거는 ‘질문’이다”라고 단언했다. 단순히 외운 내용을 말하는 것은 배움이 아니며, 스스로 궁금함을 느끼고 질문할 수 있을 때 배움이 비로소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질문이 없는 교실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질문이 없으면 배움도, 성장도,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창의적 질문을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색다른 방식을 소개했다. 서로 다른 주제의 단어를 결합해 새로운 관점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민주주의를 공부한다면 ‘민주주의 + 아픔’처럼 전혀 다른 맥락의 단어를 섞는 방식이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했을 때 MC 유재석 씨에게 ‘돼지고기’와 ‘피아노’로 질문을 만들어보라고 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생각하지 못했던 조합에서 창의적 질문이 나온다”고 말했다. “커닝이 문제가 아니라 평가가 문제 … AI와 협업하는 평가로 바꿔야” 최근 대학가에서 챗GPT를 이용한 부정행위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교육의 책임을 강조했다. “챗GPT가 학생을 커닝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교수의 평가 방식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교재 내용을 베껴 쓰는 과제나 정답 찾기식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AI 활용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AI 시대에는 AI를 활용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AI와 협업하며 더 나은 답을 끌어내는 능력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AI 디지털교과서(AIDT) 논란에 대해서도 “종이교과서를 그대로 전자책으로 옮겨놓은 수준”이라며 “AI를 파트너처럼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러 AI를 경쟁시키는 ‘메타 AI 활용 능력’을 강조했다. 챗GPT로부터 의견을 얻고, 클로드에게 더 나은 대안을 요구하며, 퍼플렉시티로 사실 검증을 시키는 방식처럼 인간이 AI 팀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티칭의 시대는 끝났다’ AI가 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는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은 이미 AI가 더 잘하기 때문에 ‘티칭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제 인간 교사의 핵심 역할은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고 성장 경로를 설계해 주는 코치(coach)나 멘토(mentor)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AI는 설명을 잘하지만, 학생의 성향·흥미·정서까지 파악하며 길을 만들어 주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AI를 활용해 기존의 자기주도성이 수십 배 확장되는 ‘초자기주도력(Hyper-Self-Directedness)’을 새로운 핵심 역량으로 제시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AI와 드론을 결합해 농장 측량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AI와 협업할 줄 아는 학생은 능력이 폭발적으로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학생이 이런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초수동적 학생’들에겐 먼저 정서적 회복력, 즉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그는 ‘태도의 지능’이라고 표현했다. ‘태도의 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폴 킴 교수는 자신의 과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초·중·고 시절 ‘하위 1%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 대학 중 하나인 스탠퍼드대에서 교육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에 서 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때의 상황을 고정된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태도의 지능이란 “실패를 부끄러움이 아니라 배움의 증거로 보는 태도”라고 정리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실패 경험’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 실패를 주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초자기주도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존의 핵심 역량 4C(창의력·협력·비판적사고·소통)에 연민(Compassion)과 헌신(Commitment)을 더한 ‘6C’를 제시했다. “AI 시대일수록 인간에 대한 연민과 헌신이 기술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IBM 등 빅테크기업들이 AI 프로젝트에 실패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인간의 고통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술은 반드시 엇나간다”고 강조했다. 폴 킴 교수는 한국 교육이 입시 중심으로 고착화된 현실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한국에서는 결국 의대가 정답이라는 구조가 굳어져 있다. 하지만 AI 시대에 대세를 따르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남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은 더 이상 생존 전략이 아니다. 그렇게 얻는 지식은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잉여 지식이 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배움의 태도’에 있다는 것이다. 배움은 종착점이 아니라 평생 이어지는 여정이며, 실패조차 배움의 일부라고도 했다. “오늘 실패했다면 ‘오늘 또 하나 배웠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AI 시대의 강자”라고 덧붙였다.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으로 활동했던 정홍래(鄭弘來, 1720~?)가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침 해를 맞이하는 매(Hawk at Sunrise)에는 거친 파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붉게 타오르는 아침 해를 의연하게 바라보는 매 한 마리가 보인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1월이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은 인간이 만든 시간의 인위적 경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무엇인가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지만, 달력의 첫 장을 넘기는 우리 마음속에는 설렘과 막연한 두려움이 교차하곤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학기이지만,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우주이며,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파도는 매년 다른 높이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 오래된 회화 한 폭을 꺼내어 천천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Hawk at Sunrise라는 제목의 조선 회화 한 점이 걸려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아침 해를 맞이하는 매이다. 거친 바다와 파도 위, 기암괴석, 떠오르는 붉은 해, 그리고 바위 끝에 홀로 선 한 마리 매가 화면을 채운다. 메트는 이 작품을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 정홍래(鄭弘來, 1720~?) 추정작으로 소개한다. 정홍래는 도화서에서 활동하며 어진1과 기록화를 그렸고, 특히 매와 일출을 결합한 그림, 이른바 〈욱일취도(旭日鷲圖)〉 계열로 이름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간송미술관에 역시 같은 구도의 작품들이 전하며, 새해마다 궁중에서 제작해 나누어 주던 세화2이다. 왕이 신하들에게 새해의 뜻을 전하기 위해 하사하던 그림, 새해의 첫인사를 대신하던 이미지가 바로 이런 매와 해의 조합이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조선 왕실과 상류층의 공간을 장식하던 이미지가 먼 시간을 돌아 세계적인 미술관에 걸려 있는 경우다. 2026년 새해를 맞는 오늘, 우리는 이 그림을 다시 우리의 교실과 연구실로 불러와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꺼내보도록 하자.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기암괴석 위에 우뚝 선 매 이 그림을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훑어보면 장면이 단계적으로 펼쳐진다. 가장 아래에는 청록과 남색이 뒤섞인 거친 파도가 있다. 겹겹이 말려 올라가는 곡선과 흰 포말이 화면 하단의 리듬을 만들어가며, 파도의 솟음이 생동감 있게 전달된다. 한 줄 한 줄의 붓질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면서도 매 순간 조금씩 다른 듯하다. 끊임없이 몰려오지만, 결코 같은 모습이 아닌 파도를 바라본 경험이 연상된다. 그 위로는 대각선 방향으로 치솟은 괴석이 자리한다. 바위의 기울어진 형태는 화면에 대각선을 만들며, 밑에서는 파도가 바위를 끊임없이 때리며, 윗부분은 하늘과 해를 향해 비스듬히 치솟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청록과 갈색이 교차하는 바위의 표면은 거칠고 불규칙하다. 하단의 기저선이자 수평선, 왼쪽으로 기울어진 바위, 오른쪽 위의 둥근 해가 변화를 주면서도 균형되게 우리의 시선을 유도한다. 바위는 단단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금이 가고 패인 자국이 가득하다.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을 견디며 깎여 나간 자리, 우리가 서 있는 학교와 교실이라는 교육 공간을 닮은 듯하다. 바위 끝에는 한 마리 매가 서 있다. 갈색·회색·흰색이 섞인 깃털은 매우 정교한 필선으로 묘사되었으며, 검은 발톱과 날카로운 부리와 동그란 눈이 또렷이 살아 있다. 앞으로 약간 기울어진 몸, 정교하게 묘사된 깃털이 긴장된 자세를 드러낸다. 작가의 선묘와 채색이 가장 밀도 높게 모인 곳이 바로 이 매의 몸이다. 정홍래의 매 그림이 화려한 색채와 장식적인 세부 묘사로 유명하다는 설명과 정확히 맞물린다. 화면 전체의 리듬감 있으면서 거친 바다 배경이라면, 중심에 위치한 매는 의연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무엇을 바라보고 서 있을 것인가 화면 왼쪽 상단에는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일출을 본 경험이 있다면, 그 긴박감 있는 순간이 연상되리라. 기다리는 내내 느린 듯하다가, 어느 순간 훌쩍 하늘 위로 두둥 떠오른다. 주변의 하늘은 구름과 넓은 여백으로 처리되어, 복잡한 파도와 대비를 이루며 해를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게 한다. 붉은 해와 청록색 바위, 푸른 바다의 강한 색채 대비, 아래의 복잡함과 위의 여백이라는 공간 대비가 새벽의 서늘한 공기를 느끼게 낸다. 이 도상에는 미술사적 내러티브가 겹쳐져 있다. 조선 중기의 매 그림이 줄에 묶인 사냥매, 곧 ‘가응도’ 중심이었다면, 조선 후기에는 줄을 벗어 던진 야생의 매가 해·파도·바위와 함께 등장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욱일취도〉와 같은 작품이 그 사례이다. 바위 끝에 선 매는 정교한 선으로 그려진 깃털과 미세하게 갈라진 색채의 그러데이션으로 처리되며, 꼿꼿한 자세의 몸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앞으로 조금 기울어진 몸이 긴장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매’를 가리키는 한자 웅응(雄鷹)의 발음을 거꾸로 읽으면 영웅(英雄)이 된다는 설명처럼 바위 위에 홀로 선 한 마리 매는 영웅독립(英雄獨立)이라고 읽히기도 한다는 해석도 있다. 새해마다 궁중에서 제작해 신하에게 나누어주던 세화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새해, 각자의 자리에서 곧게 서 있으라’는 왕실의 시각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매는 ‘강인함’과 ‘용기’를 상징한다. 조선에서 매는 왕권을 감시하던 사헌부를 가리키는 이미지로도 쓰였고, 수컷 매를 뜻하는 웅응(雄鷹)의 발음이 영웅(英雄)으로 겹쳐 읽히기도 했다. 새해마다 나누어지던 세화 속 한 마리 매는 결국 ‘자기 자리를 지키는 영웅’의 초상에 가까웠을 것이다. 붉은 해와 함께 날아 볼 준비를 하자 조선 후기의 관점에서 보면 이 그림은 왕이 신하에게 건네는 새해의 당부였을 것이다. 파도가 거세더라도 바위 위에서 곧게 서 있으라는 요청, 영웅처럼 독립하여 나라를 지키라는 기대가 담긴 세화였다. 하지만 오늘의 교육현장에서 이 이미지는 조금 다르게 읽힌다. 거창한 영웅이 아니라 각자의 교실에서 묵묵히 학생들을 사랑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교육자, 변화무쌍한 정책과 여론의 부정적 물살 속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바위 끝의 매는 교육의 험난한, 그렇지만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이다, 세상은 파도처럼 변화무쌍해 보이는 예측불허의 급격한 시간으로 가득 차 있다.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와 아울러 인공지능(AI)의 시대에 학생·학부모, 나아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때로는 누구인가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개인과 조직과 사회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언제든 밀려오는 파도에 가까운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와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바위처럼 비록 시간에 닳고 마모되어 가겠지만, 같이 오래갈 수 있는 ‘우리’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누군가에게는 기댈 자리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질문과 변화를 몰고 오는 물결이 세상사가 된다. 붉은 해를 바라보며, 매의 고독을 하나의 외로움이 아니라 함께 하는 관계 속에서 독립된 우리 중 하나로 생각해 보자. 내 탓, 네 탓보다는 우리가 함께 정서적으로 공감한다면,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보이리라. 때로는 어려움에 흔들릴 수도 있지만 동시에 따뜻한 교직 사회의 일원으로서, 서로의 바위에 서서 해를 각자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매가 되어 볼 수 있을 것이다. 2026년을 여는 새로운 시작에서, 각자의 교실과 삶의 자리를 떠올리며 이 그림을 마음속 세화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올해 나는 무엇을 향해 날고 싶은가, 누구와 함께 날고 싶은가, 날아가는 동안 무엇만은 잃지 않겠는가. 날아오르기 전, 잠시 멈추어 서서 묻는 이 질문이 우리 모두의 새해 첫 결심이 되기를 바란다.
사회 전반에 혐오가 넘쳐난다. 인터넷에서는 ‘젊은 척하는 영포티’, ‘라도인임? 긁혔나 보네?’, ‘이러니까 맘충소리 듣는 거임’, ‘딸피· 틀발진쉴 새 없이 사고 치는 노인’, ‘딸배거지극혐, 나만 그럼?’, ‘너네 아빠 200충? 300충?’등 특정 집단을 향한 조롱과 혐오가 담긴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익명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천 개씩 댓글이 달린다. ‘여자 혹은 남자라서’, ‘어리거나 젊거나, 나이가 많아서’,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기득권 세대여서’, ‘키가 작아서’. ‘내가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국적이 달라서’, ‘특정 직업·지역이라서’, ‘정치 성향이 달라서’….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내가 속하지 않은 누군가(혹은 집단)’를 향해 불편함·분노·적대감을 서슴없이 표현하며, 서로 헐뜯고 조롱하고 비난한다. 우리는 ‘혐오가 일상화된 사회’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토록 서로를 죽도록 미워하게 되었을까? 왜 혐오 표현을 즐기는 걸까? 혐오는 어디에서 자라고, 어떻게 전염되며, 무엇을 먹고 커지는 걸까?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밈과 신조어 속에 숨겨진 혐오의 심리학을 통해 혐오 표현의 기원, 확산 메커니즘, 특히 혐오 문화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특징 등을 살펴본다. ‘웃자고 한 말인데, 왜 그래?’ _ ‘재미’로 포장된 혐오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든 혐오는 더 이상 폭력적이지 않다. 차별적·모욕적 단어들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밈·신조어로 유머러스하게 포장되어 죄의식 없이, 때로는 ‘함께 즐기는 놀이’로 가볍고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혐오 표현이 밈·신조어와 결합하는 순간, 파급력은 커진다. ‘짧고 강렬한 메시지’는 즉각적인 공감을 얻으며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좋아요’와 ‘공유’를 먹으며 확산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외모·출신·가정환경·국적·정체성이 다른 어떤 아이를 ‘우리와 다른 존재’로 취급한다. SNS에서 본 혐오 표현을 비판의식 없이 따라 하고, 단순한 농담이나 장난처럼 소비하며, 무의식적으로 혐오 메시지를 내면화한다. 아이들은 ‘그 속에 담긴 본질적 의미’를 모른 채 그저 ‘함께 즐기는 놀이’에 동조하며 웃고 즐긴다. ‘장난이었어요’, ‘그냥 웃자고 한 말이었는데’라는 말로 폭력성·차별성을 희석하면서 말이다. 간혹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진지충이냐’는 또 다른 조롱이 따라온다. 이처럼 혐오는 ‘누구와 함께하고,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된다. 특정 집단(소수자·약자 등)을 ‘그들(Out-group)’로 규정하고, 비하하고, 낙인찍음으로써 ‘우리(In-group)’는 저들과 다르다는 경계를 명확히 하고 결속을 다지게 한다. 편 먹고 차별하거나 공격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혐오는 감정이 아니라 메커니즘의 문제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혐오 표현을 쓰지 말자’라는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혐오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 감정이 어떻게 왜곡되고 편향되는지 분석하며, 혐오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고민하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그걸 먹으면 죽는다’ _ 최초의 생존 감정으로서의 혐오 심리학에서 ‘혐오’는 단순한 ‘싫음’이나 ‘불쾌감’과 다른, 매우 독특한 정서로 분류된다. 혐오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가장 먼저 획득한 감정 중 하나였다. 수천 년 동안 백신·항생제 없이 살아온 인류에게 부패한 고기나 오염된 물처럼 먹으면 안 되는 것, 곰팡이·배설물·사체처럼 병을 유발할 수 있는 오염물, 독이나 기생충 등은 치명적 위험이었다. 뇌는 이런 위험을 감지하면 즉각 신호를 보냈고, 우리는 얼굴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돌리고 뒤로 물러서며 구토 반응을 일으켰다. 즉각적으로 반응할수록 생존 확률은 높아졌고, 결국 혐오를 잘 느낄수록 오래 살아남았다. 이처럼 초기 혐오는 ‘목숨과 직결된’ 매우 직관적이고, 본능적이며, 생물학적인 정서였다. 결국 혐오는 생존을 위해 잘 기능해야 했던 ‘뇌의 경보 시스템’이자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장치’였던 셈이다. 문제는 세대를 통과하며 진화한 혐오가 이제 오염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까지 적용한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보며 ‘더럽다’, ‘이상하다’, ‘불쾌하다’라고 느끼는 순간, 뇌는 부패한 오염물에 쓰던 회피 반응을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한다. 즉, 인간의 뇌는 타인을 ‘물리적 오염물’처럼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염물로 인식된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더럽고 불쾌한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공격·조롱·차별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여긴다. 즉 혐오가 사람에게 적용될 때는 불쾌한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도덕적 판단을 동반한 혐오로 변환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장된 혐오’라고 부른다. ‘한 번 더럽혀진 것은 영원히 더럽다’ _ 폴 로진의 ‘혐오의 도덕화’ 혐오 연구의 대표 학자인 폴 로진(Paul Rozin)은 혐오가 어떻게 사회적·도덕적 영역으로 확장되었는지 분석한 인물이다. 로진에 따르면 생물학적 혐오(부패·오염 회피)는 시간이 흐르면서 특정 행동·규범·집단을 ‘더럽다·추하다·타락했다’로 판단하는 도덕적 혐오로 변화했다. 그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반응은 ‘입에서 뱉어내자’에서 출발해 ‘마음(심장) 심지어 영혼에서 꺼내버리고 싶다’로 이어진다. 로진은 혐오를 ‘오염’으로 설명한다. 가장 유명한 실험은 ‘바퀴벌레 물컵 실험’이다. 깨끗한 물 한 컵에 바퀴벌레를 살짝 담갔다가 뺀 후, 물을 끓여 완전히 소독하고 여과해서 실험자들에게 제시했다. 완전히 무균이며, 위험 요소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 누구도 물을 마시지 않았다. 한 번 더럽다고 느끼면 그것은 영원히 더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오염 심리’와 혐오 대상과 잠깐만 스치더라도 전체가 오염되었다고 판단하는 ‘접촉 금기 현상’ 때문이다. ‘오염 심리’와 ‘접촉 금기 현상’은 도덕적·사회적 혐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집단이 ‘오염된 존재’로 분류되면, 개인이 아닌 ‘집단 전체’가 낙인찍힌다. ‘우리는 깨끗하고, 저들은 더럽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차별·적대·혐오 표현이 정당화된다. 로진의 ‘바퀴벌레 물컵 실험’은 혐오가 물리적 사실이 아니라 심리적 ‘낙인’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아무리 논리적·위생적으로 오염이 제거되었음을 알아도 ‘더럽다’는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혐오 반응은 논리·이성·과학적 설명을 이기지 못한다. ‘저 집단 때문에 피해를 봤어, 저들은 틀렸어, 저들은 추하고 더러워, 저런 사람들과 섞이면 안 돼’ 등 극단적으로 비논리적이고, 고집스럽고, 폐쇄적이며, 갈등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게 만든다. 뇌과학으로 본 혐오 _ 혐오의 본부는 ‘섬엽’ 우리 뇌는 여전히 더럽고, 추하고, 위험한 것을 보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뒷걸음쳐 멀리 도망가고, 구토하여 입 밖으로 내뱉는다. 직관적이고, 즉각적이며, 본능적이다. 원시 시대의 생존 전략을 지금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혐오를 담당하는 뇌 부위는 섬엽(insula)이다. 섬엽은 구토감·역겨움·신체적 거부감과 관련된 원초적 감정을 처리한다. 혐오 상황이 오면 뇌는 섬엽을 활성화하여 ‘위험해! 가까이하지 마!’라는 신호를 보내, 몸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혐오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거 먹지 말자. 근처에도 가지 말자’라며 학습을 강화했다. 오랫동안 기억해야 했으므로 ‘기억 강화 효과’는 강력했고, 그 결과 혐오는 감정 중에서도 가장 각인되기 쉬웠다. 혐오가 사회적·도덕적 혐오로 확장되면서 섬엽 역시 사회의 ‘도덕적 질서’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 섬엽은 ‘사회적 혐오’를 느낄 때도 ‘오염된 음식’을 보았을 때처럼 처리한다. ‘더럽다 → 위험할 수 있다 → 피하자’라는 신체적 혐오와 ‘저 사람은 부정한(오염된) 사람이다 → 우리 공동체에 위험하다 → 거리를 두자’라는 도덕적 혐오의 패턴은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혐오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뇌 수준에서 ‘진짜 혐오’였던 것이다. 즉 인간의 뇌는 물리적 오염과 도덕적 오염을 동일한 네트워크로 처리한다. 이 때문에 혐오는 강력하며, 한 번 굳어지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도덕적 분노가 만들어낸 ‘정당한 혐오’ _ 하이트의 신성-오염 가치체계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한 방울의 오염은 전체를 망친다’는 로진의 오염 원리를 ‘도덕적 오염’으로 확장하여 정치·윤리·규범에 적용했다. 그는 오염을 회피하려는 생물학적 본능(혐오 감정)이 도덕의 기초라고 본다. 혐오라는 감정은 원래 기생충과 독소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했지만, 이제는 ‘도덕적 순수함(신성)’을 지키고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이트는 바른 마음: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에서 ‘신성-오염 가치체계’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어떤 행동이 더럽다고 느껴진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도덕적으로도 틀렸다고 믿게 된다. 조너던 하이트, 바른 마음(2012), p. 80 부정부패한 사람을 보며 “썩었다”라고 말하고, 아동학대·폭력·배신·착취를 보며 역겨움이 올라오는 것이 바로 ‘신성-오염 가치’이다. 하이트는 도덕 판단이 대부분 직관적이라고 보았다. 혐오(위생·성적·문화적·도덕적)를 느끼는 순간 섬엽이 자동적으로 활성화되고, ‘도덕적으로 틀렸다’는 판단을 즉각적으로 일으키며, 혐오 감정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자동성 때문에 혐오는 통제하기 어렵고, 사회 갈등은 장기화된다. 결국 누군가를 혐오하는 과정은 논리보다 ‘직관’이 먼저 작동한다. 그래서 혐오는 이성적 설명이나 교육적 설득으로 쉽게 꺼지지 않는다. ‘바퀴벌레 물컵 실험’이 보여주듯, 한 번 형성된 혐오는 대상에 대한 평가 전체를 오염시키며, 관계의 회복 가능성마저 길게 잠식한다. 오늘 한국 사회가 세대·성별·정치·집단 간 갈등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한 번 생긴 균열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 호에서는 이 원초적 감정에 인터넷과 SNS가 어떻게 기름을 붓는지, 왜 한국 사회가 유난히 혐오에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아이들을 혐오의 확산과 회오리로부터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깊이 살펴본다.
최근 서이초 사태 이후 교육계에서는 학교에서의 학부모 정체성과 역할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이하 학부모 교육 참여)는 가정·교육 환경의 변화, 학부모와 학교 간 양방향 소통의 필요성 증대, 교육공동체 구성원 간 협력 요구에 따라 점차 강조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학부모 교육 참여 논의는 ‘5.31 교육개혁’을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5.31 교육개혁’은 YS 정권이 당시 사회적 요구와 국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교육의 구조 전환을 도모하고자 추진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육개혁 중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개혁은 학교 자율화를 명분으로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 교육 참여 확대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이하 학운위)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 학교에서의 학부모 역할과 관심이 확대되었다. 이후 MB 정권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였다. 이때 수요자 정책으로 학부모 전담 부서를 교육부에 설치하였다. 이를 계기로 학부모 교육 참여는 한층 활발해졌다. 학부모 교육 참여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부정적 시각이다. 이 시각은 학부모 교육 참여를 이른바 ‘치맛바람’이라 칭하며, 일부 여유 있는 학부모가 내 자녀만을 위해 학교에 출입하는 것으로 본다. 이것은 현재까지 학부모 교육 참여를 막는 주요 장애 요인이다. 둘째, 긍정적 시각이다. 이 시각은 학부모 교육 참여를 학교 발전과 교육력 제고를 위한 활동으로 본다. 이런 인식은 그 역사가 길지 않으며 교실 붕괴 이후 일부 학부모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적, 폐쇄적 입시 위주 체제로 운영되어왔다. 그 결과 공교육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불안과 우려가 커져 왔다. 공교육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 학생의 성장과 배움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학부모 간 신뢰를 회복하는 ‘올바른 학부모 교육 참여’가 필수적이다.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이해 ●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정의 학부모 교육 참여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용어만 보아도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학부모의 학교 운영 참여, 학부모의 학교 참여, 학부모의 교육적 관여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서현석은 학부모 교육 참여를 학부모가 교육활동의 동반자로서 학교와 유대 관계를 이루며, 의사소통을 통해 협력·지원·자문·조언하고, 나아가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에 반해 류방란은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활동·조직·역량강화(교육) 3가지 차원으로 세분화하였다. 활동 차원은 학교 경영, 교육활동, 지원 활동, 소통 등 학교 운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 차원은 학부모 학교 참여의 행위나 활동 그리고 그것의 기반이 되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역량 강화 차원은 학부모 교육 등을 통해 가정 및 학교 기반 참여에 필요한 역량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학부모 교육 참여를 학교교육과 운영 전반에 대해 학부모가 학교교육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학교와 소통·협력하며 학교교육을 지원하고, 학생인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방법 학부모 교육 참여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서는 세 가지 차원으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개인적 차원의 참여다. 가정에서 자녀 학습을 지도하고, 학부모 대상 수업 공개에 참여하며, 학교 정보공시를 활용하는 것 등이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학교 숙제 및 독서 지도와 함께 가정통신문·성적표·온라인상담 등을 통해 학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활동을 말한다. 둘째, 학부모 단체를 통한 참여이다. 학부모총회, 학년·학급 학부모회, 기능별 학부모 모임(녹색어머니회·급식모니터단, 책 읽어주기 봉사단 등)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셋째, 학교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학운위 등에 참여하여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문제점 •학부모의 과소 참여 문제 학부모 교육 참여에서 과소 참여의 문제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참여 기회의 불균형이다. 맞벌이 가정, 소외계층의 경우 시간 제약으로 학부모 연수, 학운위, 학부모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특히 학부모 단체 운영이 임원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일반 학부모의 참여 기회가 제한적이다. 둘째, 역할 인식 및 역량의 한계이다. 학부모를 여전히 교육 보조자로만 인식하거나, 학부모의 역량 강화가 미흡해 학교와의 파트너십 구축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셋째, 소통의 문제이다. 최근 서이초 사태나 체험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 등으로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학부모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넷째, 정책적 소외 발생이다. 학교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학부모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 •학부모 과잉 참여의 문제 학부모 교육 참여에서 나타나는 과잉 참여의 문제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으나 최근 사회의 병리 현상과 맞물리며 심각하다.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개입은 적절한 교육 참여 수준을 넘어 학교 운영과 학급 경영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이는 학부모 교육 참여가 ‘독’인 경우다. 학교장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학생과 교직원만을 상대하기에도 벅차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과잉 요구와 민원, 병적인 학부모들을 응대하느라 너무 힘들다. 많은 학교장은 이런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직하거나 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러나 학교장이 학부모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학부모 교육 참여와 학교 교육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에 학교장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학교 공동체 갈등 해소를 위한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방안 ●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의식 전환 •학교 재영토화 필요 _ 학교 완결주의 극복 서이초 사태 이후 학부모 교육 참여를 둘러싼 학부모와 교사 간의 갈등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다. 이것은 ‘학교 완결주의’의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성장통이다. 교사 전문성과 권위를 기반으로 했던 과거의 학교는 사교육의 득세와 학교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각종 제도의 심화로 인해 무너졌다. 이제 학교는 교사와 학생만의 영토가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재영토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철학적 배경으로 유네스코는 교육을 ‘공공재(public goods)’를 넘어 ‘공동재(common goods)’로 규정했다. 이제 공동재로서 교육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만들고 함께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4 이는 교육 주체가 다중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학교는 더 이상 교직원이 모든 것을 독점하여 결정하는 공간이 아니며, 학교 공동체 구성원 간 협력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곳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공존의식 회복 지금 학교 공동체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성원들의 공존의식을 회복하는 일이다. 즉 사람을 통합시켜야만 한다. 공존은 제도화된 신뢰이며, 완벽한 일치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감내하며 관계를 지속시키는 의지 위에 세워진다. 즉 공존은 완벽한 하나 됨이 아닌 불완전함을 견디는 인내다. 학교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서는 벽을 세우지 말고, 소통해야 한다. 갈등이 있더라도 대화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는 절제와 일관성이 요구된다. 성과를 과장하기보다 조용한 성과를 축적하는 문화, 학교 공동체 구성원 간 합의와 공감을 중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공존은 전략이기 이전에 조직의 문화이며, 서로 다른 의견을 포용하는 내부의 연습이 있어야 외부와의 협력도 가능하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공존의식 회복, 그 출발은 교사 전문성 확보 공존의 출발점은 나의 생존이며, 생존은 스스로 지키는 힘에서 온다. 교사의 생존은 전문성에서 출발한다. 고로 전문성이 없는 공존은 공허하다. 또한 공존을 위해서는 일시적 감정 극복도 필수다. 학부모와 담을 쌓는 방식은 일시적이고, 감정 해소에 그칠 뿐이며, 지속성도 없다. 반면에 원칙은 지루하지만, 오래간다. 공존을 위해서는 철학의 확립과 행동 양식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교사의 전문성 확립과 확보이다. ● 학부모 단체의 활용 건강한 학부모 교육 참여는 다수 학자가 주장한 바처럼 교육에 ‘약’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 첫째, 학운위나 학부모회 등 정기모임을 활용하는 것이다. 학운위 회의 외에도 1학기에 2회 이상 학부모 정기모임을 통해 민원과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이렇게 하면 간단한 민원은 학운위, 학부모 정기모임과 수시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둘째, 학교와 학부모 간의 소통 창구로서 학부모회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유급 학부모 코디네이터 제도를 두어 학부모와 학교 간 의사소통을 도와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선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질문, 개인적 차원의 일상적 민원은 학부모 대상 연수 자료로 안내하거나 학부모회가 자체적으로 답변을 한다. 다만 학교 발전에 필요한 의견이나 학부모회에서 자체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만 학교에 정식 안건으로 제안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학부모 단체 활동이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되게 하는 것이다. 독서교육이나 지속가능성 교육 등 다양한 분과 활동을 통해 학부모가 학교교육과 만나고 공동체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중 역량 강화(dual capacity-building) 프레임워크’을 실시하여 교사와 학부모 역량을 함께 강화하고 있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서이초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교사에게는 지식노동자와 함께 감정노동자로서의 역할을, 교장에게는 감정노동자와 더불어 생각노동자로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학교장에게 학부모 교육 참여를 슬기롭게 이끌어낼 수 있는 지혜를 요구한다.
서울 광진구의 작은 학교, 양남초등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전교생 120명에 불과했던 학교는 최근 아파트 입주와 함께 186명으로 늘었고, ‘없어질 학교’라는 오명을 벗고 지역에서 주목받는 학교로 변모하는 중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9월 공모로 부임한 유태호 교장이 있다. 그는 “학생·학부모·교사가 모두 행복하게 성장하는 학교”를 비전으로 내걸고, 1년여 동안 소통·수업혁신·학생지원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 왔다. 매월 열리는 ‘학부모 간담회’ … 민원은 줄고 신뢰는 높아져 부임 직후 유 교장이 마주한 것은 “학교가 빨리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의 기대와 요구였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별관 신축 문제, 낡은 학교시설, 예산 부족 등의 현안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엔 학부모 요구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시한 학교 비전인 ‘슬기로운 행복 성장’과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실현하려면 우선 학부모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가 선택한 방식은 매월 한 번, 꾸준한 학부모 간담회였다. 단순히 학교 구성원만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 시의원·구청장·국회의원까지 초청해 논의의 폭을 넓혔다. 여당 의원을 부르면 다음 달엔 야당 의원을 초대하는 식으로 정치적 균형도 맞췄다. 작은 학교임에도 지역 정치권이 직접 와서 의견을 들으니,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학교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로 발산되기 시작했다. 학교 내부적으로는 SNS 등을 통해 학부모와 일대일 소통에 더욱 힘을 쏟았다. 기존 종이 가정통신문은 확인율이 낮고 전달력이 떨어졌다. 유 교장은 학교가 무엇을 하는지 학부모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첫째는 노션 기반 온라인 소식지다. 각 부서 담당교사가 공동 작업으로 월간 소식지를 제작하고, 학부모는 링크로 손쉽게 확인한다. 인쇄·배포 절차가 사라져 업무 효율도 크게 올랐다. 둘째는 학교 공식 인스타그램 ‘yangnam_es’ 개설이다. 아이들 활동과 시설 변화 등을 꾸준히 올리자, 게시물에 따라 1,800회가 넘는 조회 수가 나오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사생활 노출을 우려해 ‘좋아요’는 적게 누르지만, 조회수는 꾸준히 높다는 것이 유 교장의 설명이다. “인스타가 처음엔 귀찮을 줄 알았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학부모에게 바로 전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했다’고 바로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이 같은 디지털 소통 강화로 학부모들과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고, 민원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PBS 프로그램’으로 학생 행동 변화 … “200만 원으로 학교가 달라졌다” 양남초 혁신의 또 다른 축은 PBS(긍정적 행동 지원) 프로그램이다. 원래 특수교육 분야에서 발전한 이 프로그램을 전교생이 참여하는 모델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은 학교 규칙을 스스로 정하고, 이를 지키면 포인트를 받는다. 포인트는 분기별 ‘양남 마켓’에서 문구류·사탕 등 소소하지만 다양한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다. 연말엔 간식차를 불러 전교생에게 간식을 제공한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등교 시간이다. 작년만 해도 8시 45분 독서 시간이 되면 으레 늦게 오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대부분 제시간에 맞춰 온다. 독서벨이 울리면 학생들은 10쪽 독서 후 ‘문해력 노트’를 작성해 쉬는 시간에 교장실로 가져온다. 유 교장은 학생들에게 직접 도장을 찍어주며 간식을 건넨다. 처음엔 한두 명만 올 줄 알았는데 전교생의 30~40%가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과정은 교장-학생 간 교류의 기회를 크게 늘렸고, 아이들은 스스로 독서 시간을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칭찬 스티커 한두 장과 간식 하나에 아이들이 달라질까 싶겠지만 사실이다. 유 교장은 “물질적 풍요를 떠나 학교에서 칭찬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해하더라”고 전했다. 이 성과는 서울교육청에서도 주목해, 양남초는 올해만 3차례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병설유치원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스티커 보상 활동을 함께 운영하며 자연스러운 이음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탐구 질문’ 기반 수업으로 … 새해 IB 학교에 도전할 생각 교육활동 분야에서 유 교장은 교사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탐구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게 하는 수업 구조 전환이다. 이를 위해 수석교사가 중심이 되어 교사 개별 컨설팅을 진행했다. ‘수업목표에 물음표만 붙이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던 교사들도 “수업 후 도달점 질문과 목표점 질문이 같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통해 수업설계를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양남초는 서울시교육청의 ‘질문이 있는 학교’ 선도학교에 선정되었다. 새해에는 관련 예산을 지원받고, 운영 성과에 따라 현판도 받는다. 유 교장은 “앞으로 IB 학교까지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교사들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톱다운 방식’이 아닌, 교사들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교사들이 원하지 않는 걸 억지로 하면 몇몇 부장교사나 교감만 힘들어진다”며 “변화는 교사 스스로 이해할 때 시작된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학교시설을 현대화하는 것이다. 현재 양남초는 오래된 건물을 새로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때 지역 주민들 사이에 시설이 낙후돼 ‘없어질 학교’라는 오해도 있었기에 어디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디지털 AI 쪽 연수를 통해 교사들의 역량을 키우고, 이를 아이들 수업에 자연스럽게 접목시켜 ‘양남초 하면 시설 좋고 디지털 교육 잘하는 학교’로 소문나고 싶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서울 시내 초등 교장 중 최연소 교장이다. 만 46세에 교장에 올랐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그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안전하게 실패해 볼 수 있는 공간, 그 실패를 기반으로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기반이 되는 곳이 학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의 비전 역시 ‘행복 성장’이다. “아이도, 학부모도, 교사도 학교 오는 것이 즐겁고, 이 공간을 통해 각자 나름의 행복을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학교의 모습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작은 초등학교, 젊은 교장이 만들어내는 패기가 머지않아 수도 서울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법률적 근거 _ 「교육공무원법」 제49조(고충처리) ① 교육공무원(공립대학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원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누구나 인사·조직·처우 등 각종 직무 조건과 그 밖의 신상 문제에 대하여 인사상담이나 고충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아니한다. 고충심사청구 사건 진행 경로 어떤 경우에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나요? 1) 인사관리 관련 고충 - 승진·전직·전보 등 임용 관련 사항 - 근무성적평정·경력평정·교육훈련·복무 등 인사관리 사항 - 상훈·제안 등 업적 성취에 관한 사항 2) 근무조건 관련 고충 - 봉급·수당 등 보수 관련 사항 - 근무시간·휴식·휴가 등 근무조건 관련 사항 - 업무량 및 보건·위생 등 근무 환경 관련 사항 - 출산·육아·자녀교육 및 질병치료 등 후생복지 관련 사항 3) 직장 내 부적절한 행위로 인한 고충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성폭력 범죄 - 성희롱 등 부적절한 언행·신체적 접촉 - 위법·부당한 지시 또는 요구 -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 내 괴롭힘 - 성별·종교·연령 등에 따른 부당한 차별 선생님들의 QA Q. 고충심사청구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A. 고충심사청구는 제기 기간의 제한이 없어, 교육공무원은 언제든지 고충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육공무원 보통고충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할 때는 ▲결정서를 통보받는 날부터 30일 이내, ▲그 결정서 사본과 재심 사유 등을 기재한 재심청구서를 교육부 중앙고충심사위원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Q. 고충심사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A. 고충심사제도는 공무원으로서의 권익을 보장하고 적정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내부적·비쟁송 절차입니다. 따라서 고충심사 결정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으며, 이에 대한 불복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직접 제기할 수 없습니다. Q. 고충심사청구서에 기재되어야 할 내용과 제출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A. 1) 정해진 서식이 없으나, 다음 사항을 포함하여 작성해야 합니다. - 청구인의 성명·생년월일·주소, 소속기관명 및 직급 - 고충심사의 청구 취지와 이유 - 청구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빙서류(해당되는 경우) 2) 교육공무원은 중앙고충심사 청구 전에 반드시 보통고충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보통고충심사는 관할 시·도교육감 소관이므로, 해당 교육청 민원실 또는 관련 부서에 청구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Q. 사립교원의 경우에는 고충심사 청구를 할 수 없나요? A. 사립학교 교원은 「교육공무원법」 제49조의 고충심사청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다문화·이주 배경 인구가 전체의 5%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20명 중 1명은 본인 또는 부모 중 적어도 1명이 외국 국적을 가진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인구 구성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 운영의 기본 전제가 바뀌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특히 학교는 이 변화를 가장 앞서 받아들이는 공간이다. 교실 안의 낯선 언어와 문화는 더 이상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 체계는 단일한 언어와 문화를 중심에 두고 설계돼 있어,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대개 개인의 문제로 오해되곤 한다. 이제는 이를 개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즉, 국가 차원의 다문화 교육정책을 전면 재정비해야 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국가적인 표준 ‘한국어 교육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이주 배경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학교, 지자체, 시민단체 등 여러 기관이 분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습 연속성이 떨어지고, 지원 대상·지원 수준의 형평성도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입국 초기 한국어 집중 프로그램, 학교 내 학습언어 지원교사 배치, 학년·진학 단계별 언어 평가 및 상담 등 국가 표준 모델을 구축해 전국 공통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언어는 학습의 기초이자 정서적 안정의 핵심 요소이므로, 정교한 언어 지원은 단순한 보조 정책이 아니라 교육권 보장의 필수 기반이라 할 것이다. 둘째, 교원의 전문성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건이다. 다문화 감수성, 제2 언어 습득, 문화 간 의사소통에 대한 이해 없이 교사는 교실 상황을 적절히 안내하기 어렵다. 예비 교원 양성 과정에서 ‘다문화·이주 배경 이해’ 과목을 필수화하고, 현장 교사를 대상으로는 실천 중심의 연수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각 학교에 다문화·언어지원 전문 상담교사를 확충해 교사들의 부담을 분담하고, 학생 개별 사례에 적합한 전문적 개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 확보는 정책의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가정–학교–지역이 연결되는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주 배경 가정은 교육 정보 접근이 어렵고,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 학교와의 소통이 제한되기 쉽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국어 학부모 안내 시스템,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학부모 역량 프로그램, 모국어 유지·계발 프로그램 등 가정을 교육 참여의 주체로 세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에서도 부모의 교육 참여는 학생의 학업 성취와 사회·정서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결국 학교 밖의 지원체계가 단단해지면 학교 안의 지원도 힘을 얻을 것이다. 넷째, 작은 교육 현장의 변화를 더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초등학생의 한 사례가 있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둔 초등학생이 발표 시간만 되면 고개를 숙이곤 했다. 서툰 억양을 흉내 내는 친구들의 장난이 반복되자, 그는 점차 말하기 자체를 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문제는 서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실 문화였다. 이후 학교는 언어 다양성 교육을 강화하고, 학급에서 ‘다름을 듣는 법’을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학생은 서서히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 작은 변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교과서의 지식만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 차이를 해석하는 태도라는 점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교육은 ‘동화(同化)’가 아니라 ‘공존(共存) 능력’을 길러야 한다. 다문화·이주 배경 학생을 국가가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교육은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이들을 여러 언어와 문화, 다층적 정체성을 지닌 새로운 시대의 인재로 보아야 한다. 교육정책은 이 아이들이 자신의 뿌리를 숨기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며,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주체적으로 성장할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는 앞서 선진 다문화 국가에서 실행한 것처럼 이주 배경 학생들을 하나의 ‘용광로(melting pot)’ 안에 녹여 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 개개인의 특성과 개성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샐러드 보울(salad bowl)’로 만들어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주 배경 인구 5%를 상회하는 시대는 이미 우리 눈앞에 펼쳐진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이제 무엇보다 이주 배경 인구를 이방인으로 배척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그들은 소중한 코리안 드림을 갖고 있으며 이 땅에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외국인 혐오 정서를 자극해 정파적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권은 특히 자중해야 한다. 이들은 국가적 저성장의 파고를 헤쳐갈 활력을 제공하는 소중한 인적 자산이 돨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은 이런 와중에 중요한 사명을 띠고 있다. 교육은 급변하는 사회를 조정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중요한 선택의 문 앞에 서 있다. 다름을 이유로 아이들을 위축시키는 사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다양성을 힘으로 바꾸는 사회가 될 것인가? 그 선택은 결국 교육이 짊어져야 할 역할이자 소명이다. 교육이 흔들리지 않을 때, 우리 사회의 미래 역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굳건한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한 시대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한다.
다자녀 가정을 우선하는 고등학교 배정 기준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도입된다. 형제·자매가 서로 다른 학교로 배정되며 발생해 온 통학과 돌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서울교육청은 후기 일반고 입학전형에 다자녀 우선 배정 제도를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배정 기준 조정이 평준화 체제 안에서 어느 수준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두고 형평성 논의도 함께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은 5일 2027학년도 교육감 선발 후기 일반고 입학전형부터 다자녀 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동일교 우선 배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학교 단계에서만 운영되던 다자녀 우선 배정 제도를 고등학교까지 확대한 것으로, 서울 지역 고교 배정 제도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조치다. 적용 대상은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으로, 둘째 자녀부터 형제·자매·남매가 이미 재학 중인 후기 일반고에 우선 배정된다. 서울교육청은 이번 제도가 ‘다자녀 우선’이라는 하나의 정책 틀 안에서 운영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형제·자매 동일학교 배정이 별도의 특례나 예외 규정이 아니라, 다자녀 가정 지원을 위한 우선 배정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첫째 자녀는 기존과 동일하게 일반 배정 절차를 적용받고, 둘째 이상 자녀부터 동일교 우선 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적용 기준은 원서 접수일 현재 형제·자매·남매가 후기 일반고 1·2학년에 재학 중인 경우로 한정된다. 서울교육청은 그동안 후기 일반고 배정 과정에서 한 가정의 자녀들이 서로 다른 학교로 배정되며 통학 동선이 분산되고, 학교 행사·상담 일정이 겹치는 등 생활상의 부담이 크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나 돌봄 여건이 취약한 가정의 경우 이러한 부담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는 것이다. 중학교 단계에서는 이미 다자녀 우선 배정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고등학교 진학 과정에서 제도가 단절되며 정책 연속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번 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교육청은 저출생·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다자녀 가정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번 제도 도입의 취지로 제시했다. 수도권 평준화 지역 가운데 서울이 선도적으로 다자녀 우선 배정을 고교까지 확대한 만큼, 향후 다른 시·도의 제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배정 기준 조정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고교 배정이 추첨을 기본으로 하는 평준화 체제인 만큼, 다자녀 우선 배정 확대가 일부 학교에 대한 선호 집중이나 배정 결과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자녀가 아닌 가정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운영 과정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다자녀 우선 배정이 전체 배정 인원 가운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적용되는 만큼 배정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제도는 2027학년도 교육감 선발 후기 일반고 입학전형부터 적용되며, 구체적인 내용은 2026년 3월 말 공고 예정인 ‘2027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은 학부모와 학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안내 자료를 제작하고 설명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3월부터 전국 초·중·고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학맞통) 전면 시행에 나선다. 유아 무상교육 지원 대상은 기존 5세에서 4~5세로 확대된다. 초등학교 3학년에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이 도입되고, 초등 저학년 자녀의 예체능 학원비를 교육비 세액공제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새해에 맞춰 발간된 정부의 ‘2026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안내에서 교육·보육 등 분야에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 책자에는 37개 정부기관(부·처·청·위원회)에서 취합한 정책 280건이 분야·시기·기관별로 구성됐다. ▲유아 무상교육·보육비 지원 대상 4세까지 확대 =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유아에 대한 무상교육·보육비 지원이 4~5세로 확대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5세 대상 무상교육·보육비 지원을 시작했다. ▲학맞통 시행 =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학맞통이 전면 시행된다. 학맞통은 기초학력미달, 심리·정서 불안, 경제적 어려움 등 복합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한 뒤 학습, 복지, 건강, 진로, 상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초등 3학년에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 도입 = 방과후 학교 참여를 희망하는 초등 3학년에게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바우처 등)이 지급된다. 이 지원은 이후 6학년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기존 초등 1·2학년 대상 맞춤형 프로그램(연중 2시간 무상)은 계속 지원된다. ▲초등 저학년 예체능 학원비 세제지원 = 현재 시행 중인 교육비 세액공제(15%) 대상에 만 9세 미만 초등 저학년 자녀의 예체능 학원비도 포함된다. ▲아동·청소년 온라인 성착취 선제 대응 시스템 운영 = 온라인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나 성착취 유인 행위를 자동으로 탐지해 신고하는 선제적 대응 시스템이 4월부터 운영된다. 인공지능 기반 딥페이크 이미지 탐지·추적·삭제지원 시스템이 도입된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자립수당 신설 = 성착취 피해를 본 아동·청소년이 피해자 지원시설을 퇴소한 후에도 안정적으로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대 12개월간 월 50만 원씩 자립 지원수당이 지원된다. ▲재외동포청년 인재 유치·정착지원 사업 시행 = 모국에 귀환한 동포 청년 인재들을 위해 학업·취업 정착 사업이 시행된다. 국내 학업을 희망하는 동포 대학(원)생에게 어학연수비, 등록금,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취업 희망 직업훈련생에게는 취업교육과 초기정착금 등을 제공된다. ▲취업 후 학자금대출 신청 대상 확대 = 대학(원)생의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신청 대상이 확대된다. 학부생의 등록금 대출은 9구간 이하에서 전 구간으로, 대학원생의 등록금 대출은 4구간 이하에서 전 구간으로 각각 넓어진다. 대학원생의 생활비 대출도 기존 4구간 이하에서 6구간 이하로 변경된다. ▲자녀 수에 따라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 확대 = 근로자 1인당 월 20만 원인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가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으로 확대된다. ▲자녀 수에 따라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한도 확대 =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기본한도가 자녀당 50만 원(최대 100만 원)으로 상향된다. 단, 총급여 7000만 원 초과자는 자녀당 25만 원(최대 50만 원) 상향이다. ▲대학생 교육비 특별세액공제 소득요건 폐지 = 현재 시행 중인 본인과 부양가족의 교육비에 대한 15% 세액공제가 대학생 자녀의 아르바이트 소득으로 인해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자녀의 소득요건을 폐지한다. ▲아이돌봄서비스 정부 지원 확대 = 맞벌이 등으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에 찾아가 돌봄을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대상이 기준 중위소득 200% 이하에서 250% 이하 가구로 확대된다.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확대 =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등 복지 지원 대상이 기준 중위소득 64% 이하에서 65% 이하로 늘어난다. 추가 아동양육비는 기존 월 5만~1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생활보조금은 월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인상된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등 교육 부처 수장들의 2026년 신년사에서 ‘교권 회복’ 등 현장의 문제점 해소 관련 내용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교진 장관과 차정인 국교위원장이 병오년 새해에 맞춰 내놓은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다. 최 장관은 총 9장에 달하는 분량의 신년사 중 대부분을 대학 서열화 극복, 지역 대학 육성, 경쟁 교육 완화, 민주시민교육·역사교육 강화 등에 할애하고 있다. ‘교권’ 관련 내용은 초반 주요 내용에서 벗어나 중반 이후인 6쪽에 단 한 줄 언급했다. 이 부분에서 최 장관은 “선생님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악성 민원과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기관이 책임지고 대응하는 지원체계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다른 과제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에 비해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악성 민원 대응 대책,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중대 교육활동 침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칠 방안 관련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두루뭉술한 표현 한 줄 정도로는 교권 회복 의지가 높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 출신 장관의 첫 신년사라 현장의 고충을 이해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이전 장관의 수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 위원장의 신년사도 비슷하다. 교권 회복에 대해 ‘학교공동체회복’이라는 한 단어에 그쳤다. 대신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2028-2037년) 수립, 고교학점제 개선, 인공지능(AI) 교육, 민주시민교육, 역사교육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주요 내용의 대부분은 교사 역할과 밀접한 만큼 이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해야 하는데, 정작 필요한 부분을 도외시하는 것 같아 아쉽다는 현장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교총이 진행한 교원 설문조사에서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70% 이상이 낮은 체감도를 보였다. 당시 강주호 교총 회장은 “정부는 화려한 비전 선포보다 현장 교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교총은 교육 회복과 학교 현장의 안정을 위해 정부의 올바른 정책에는 협력하겠지만, 현장을 외면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5일부터 2026학년도 1학기 학자금대출 신청·접수를 받는다. 2026학년도 1학기 학자금대출은 학생 본인이 한국장학재단의 누리집(www.kosaf.go.kr)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 기간은 등록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학기당 200만 원, 연간 400만 원) 모두 5월 20일까지다. 학자금대출 신청 시에는 심사 기간(약 8주)을 고려해 미리 신청해야 등록금 납부 기간 등 필요한 때에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들의 학자금 마련 및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2026학년도 1학기에도 학자금대출 금리를 1.7%로 동결한다. 등록금 대출은 2025년도와 동일하게 소요액 전액(대출제도 및 학제에 따라 개인 총 한도 있음)을 받을 수 있고, 생활비는 200만 원까지 가능하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자 대상 이자 면제도 계속 시행되며, 대상은 기초·차상위·다자녀 및 학자금 지원 5구간 이하(2026년 7월부터는 6구간 이하로 확대)이다. 2026년 5월 12일부터는 자립지원 대상자도 이자면제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재학 중 상환 부담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2026학년도부터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한다. 취업 후 상환 대출 중 등록금 대출은 소득요건 제한 폐지로 모든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등록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생활비 대출은 학자금 지원 8구간 이하 대학생, 학자금 지원 6구간 이하 대학원생의 안정적인 생활과 학업을 지원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대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신청 기간 내에 꼭 신청해 혜택을 받기 바라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도움이 된다고 체감할 수 있는 학자금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은 필연적으로 ‘희망’을 품고 있다. 학생의 아름다운 성장, 교사의 사랑과 헌신, 학부모의 믿음 모두 따스함과 큰 힘을 갖고 있다. 평생교육의 시대에 교육은 인생의 시작과 끝이 됐다. 희망이 넘친 나라의 특징은 모두 교육선진국이라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교육계에는 희망찬 좋은 소식보다 슬프고 아픈 사건·사고가 많았다. 올해는 이재명 정부 출범 2년 차가 되고 6월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 이런 가운데 교육대길(敎育大吉)을 위해 꼭 이뤄져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교권보호 방안’에 현장이 원하는 내용이 담기고 실현되길 바란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의 교사 보호, 악성 민원과 교실 내 몰래녹음 차단이 교단의 간절함이다. 이를 예방하고 차단할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현장 지지를 받을 수 없고 보여주기식,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거셀 것이다. 한계상황인 위기의 교실을 극복하고 교사를 보호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3월 새 학기 시행 예정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의 재검토와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금지에 대한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방향도 과속은 금물이다. 학교는 준비가 부족하고, 교사는 교권 침해, 악성 민원, 무고성 아동학대, 행정업무 등에 소진된 상태다. 유예와 준비, 스마트폰 사용금지 학칙표준매뉴얼 제공 등이 필요하다. 현장의견 반영된 교권보호 실현 기대 새로 시행되는 제도 꼼꼼히 준비해야 교단 단합으로 위기 극복 기회 만들자 셋째, 학교 현장을 중시하고, 교실지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감을 찾고 뽑자. 교육자치제는 주민직선제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교육 발전과 교권 보호를 할 수 있는 깨끗하고 전문성이 있는 교육 수장을 제대로 뽑아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정치선거인 지방선거에 묻혀 정작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 ‘묻지마 선거’가 되지 않도록 교육계부터 눈을 부릅뜨고 후보를 검증하자. 넷째, 안전하고 행복한 배움터를 만들어야 한다. 더는 학생과 교원의 안타까운 소식과 사고가 없어야 한다. 불의의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로 인해 법정에 서는 교사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 궁금하다는 이유로 학교에 외부인이 마음대로 들어오고, 심지어 흉기와 인화물질 반입이 가능한 현실에서 어떻게 학생과 교직원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수업 중에는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거나 더 엄중하게 통제해야 한다. 학교에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다섯째, 학생과 학부모, 교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을 입안하고, 또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검증이 꼭 요구된다. 교원은 정책의 대상이자 추진 주체다. 멋진 목표와 포장된 정책도 현장성이 없으면 극도의 피로감과 실패를 부른다. 입안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학교와 교사만 부담을 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차단돼야 한다. 끝으로 교단의 단합이 절실하다. 교사, 교감, 교장, 전문직 등 교원 모두가 힘들다고 한다.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결국은 그 위기를 극복할 주체도 교단이다.직위·학교급·지역을 떠나 학생 교육과 제자 사랑이라는 꿈과 이상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적토마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명마로 유명하다. ‘붉은 말의 해’인 2026년 새해, ‘희망’을 향해 적토마처럼 우리 모두 함께 힘차게 달려가자.
고교학점제는 취지보다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그러나 점차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커지고 있으며, 현장은 이미 붕괴를 우려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충분한 논의 없이 발표한 국교위 최근 교원 3단체 설문에서 고1 교사의 90% 이상이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최성보)에 대해 효과가 없거나 반대한다고 응답했고, 학생·학부모 설문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70%를 넘었다. 이는 일부 교사의 불만이 아니라, 운영 전반에 대한 현장의 분명한 경고다. 전국 17개 시·도 중 10곳 이상이 최성보 유예 또는 폐지를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함께 적용하는 ‘교육부 1안’을 고수했다. 더 큰 문제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다. 국교위는 행정예고안에 대한 국교위원의 충분한 논의 없이 교육부 1안을 사실상 그대로 확정·권고했다. 현장 교원 국교위원들이 출석률만 반영하는 ‘교육부 2안’에 대한 재논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사·학생·학부모가 학업성취율 이수 기준에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개근을 해도 성적에 따라 유급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 고교는 의무교육의 연장선에 가깝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졸업 기준은 출석일수다. 학업성취율을 졸업 요건에 포함할 경우 갈등과 민원은 학교와 교사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해외 주요 국가들도 무학년제를 전제로 하여 보다 유연한 학사 운영을 하고 있다. 둘째, 고교학점제의 본질적 핵심은 책임교육이 아니라 학생 과목 선택권 확대다. 미이수제와 최성보가 중심 이슈에 놓이면서 불필요한 소모전만 키우고 있다. 이는 초·중학교에서 누적된 학습 결손을 고교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다. 기초학력에 대한 책임교육은 개인의 헌신이 아니라 제도적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셋째,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최성보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1% 미만의 미이수자를 만들기 위해 평가 왜곡과 행정업무 폭증, 학생 낙인이 발생하고 있으며, 형식적인 보충지도는 학습 보장과 거리가 멀다. 가장 바쁜 시기인 3월에 미이수로 예상되는 학생을 선별해 예방지도를 해야 하는데 학생들은 이 순간부터 낙인으로 인식하고, 교사들도 학생 선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중심에 둔 결단 필요해 결론은 명확하다. 현행 졸업 이수 기준에서는 학업성취율을 제외하고 출석률만 적용하는 것이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현실적인 해법이다. 더 나아가 현장은 1% 미이수자보다, 99% 학생의 진로를 좌우할 선택과목과 전문교과의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전환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이러한 현장성 있는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고 적용하는 교육부와 국교위가 돼야 한다. 백 번의 토론보다 한 번의 현장 학교 방문이 답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이상이 아니라, 현장을 중심에 둔 결단이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바른 가치와 태도를 새기는 일이다. 그러나 교실의 현실은 그 이상과 멀어지고 있다. 교권 약화로 교실 불안정해져 수업 중 교사 발언은 자주 왜곡돼소비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예로 든 말이 ‘우리 아이를 교만하다고 지적했다’는 식으로 퍼진다. 학생이 수업을 방해해도 교사는 조심스럽다. 언성을 높였다가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사를 상대로 한 고소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2024년 교권침해 피해 교원 소송비 지원은 53건, 지원금은 1억2960만 원에 달했다. 이처럼 교실이 불안정해진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중 하나는 급격한 정책 변화다. 1998년 무시험 전형, 상대평가 축소 등 경쟁 완화 정책이 시행됐다. 취지는 좋았으나 학습 의욕 저하와 성취도 하락을 불렀다. 여기에 교원 정년이 만62세로 단축돼 약 2만 명의 교원이 퇴임했다. 이로 인한 교원 공백, 충분한 검증 없이 발급된 자격증, 성과급 제도 등은 현장에 긴장감을 줬지만, 협력보다는 경쟁을 심화시켰다. 2010년 이후 교사 통제권도 약해졌다. 위축된 교육은 수요자에 맞는 기형적 형태로 변했다. 학생 간 사소한 다툼이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 내 자식을 편드는 부모의 싸움으로 확전돼 교사를 괴롭히는 사례는 이제 비일비재하다. 교사의 지도력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때 교육의 힘으로 나라를 일으켰다. 자원도, 자본도 부족하던 시절, 70명이 넘는 과밀학급에서도 아이들은 웃으며 공부했고, 학부모는 학교와 협력했다. 그 시절 교사와 학부모, 학생은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 시절의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구조적 복원이다. 교육의 변화는 교실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교사와 학생이 중심이 되는 열린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고, 교실에서 만들어진 교육 콘텐츠가 지역과 사회로 환류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상처받은 교사에게 심리상담은 위로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교사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의지할 곳은 국가 제도가 되어야 한다. 민원을 견디는 일이 교사의 역량이 돼서도 안 된다. 교육 당국은 교원이 교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교원 존중이 최소한의 장치 교육은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교사를 보호하는 것은 교사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최소한의 장치다. 교사가 존중받을 때, 교실은 다시 배움의 공간으로 살아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교육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