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7,783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최근 새로운 유형의 영리업무가 생기면서 교원의 겸직허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교원에 대한 징계령 등도 개정돼 이에 대한 세준 적용 규정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8월 13일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이 같은 사항이 추가되거나 수정 반영됐다. 겸직허가업무에 모바일 관련 업종 추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새롭게 부각되는 영리행위에 대한 심사기준이 제시됐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이모티콘을 계속적으로 제작하거나 관리하여 수익을 얻는 경우에는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그 내용이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훼손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겸직허가가 되지 않는다. 외부강의 신고기간 변경 이전에는 모든 외부강의에 대해 사전 신고를 하고, 사전 신고가 곤란한 경우에는 강의 등을 마친 날부터 2일 이내에 신고토록 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및 공무원행동강령 개정으로 사례금을 받는 외부강의에 한해 신고토록 했다. 또한 강의 전에 신고하거나 강의를 마칠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신고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예규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개정이 이뤄졌다. 정부 포상 부적격자에 대한 징계 감경 제한 비위사실로 인해 감사·조사·수사 등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포상에 대한 추천이 제한되거나 철회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권자가 이를 제한하거나 철회하지 않아 정부 포상이 수여되고, 이 포상을 근거로 징계 감경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상 추천제한이나 철회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부적절하게 포상이 이뤄진 경우에는 해당 공적을 근거로 한 징계 감경을 제한하도록 하는 지침이 신설됐다. 이미 추천돼 정부 포상 절차가 진행 중이더라도 감사·조사·수사·형사사건 기소 등으로 인해 추천제한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추천을 철회하도록 했다. 또한 징계의결요구기관에서는 해당 공무원에게 징계 감경 사유에 해당하는 포상 등 공적이 있는 경우에 포상의 추천시기를 확인하고 부적절하게 수여된 경우 징계위원회에 통보하도록 규정했다. 퇴직 희망 공무원에 대한 퇴직 제한 조항 신설 공무원이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 임용권자나 임용제청권자는 조사 및 수사기관의 장에게 퇴직 제한 사유를 확인토록 하고 있다. 예규에서는 이 같은 퇴직 제한 사유 통보 의무를 성실히 이행토록 규정을 신설했다. 임용권자나 임용제청권자는 공무원이 퇴직 희망 시 지체 없이 서면으로 조사 및 수사기관의 장에게 퇴직 제한 사유 확인을 요청하고, 조사 및 수사기관의 장은 확인 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확인 결과를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했다. 퇴직 제한 사유가 통보된 경우 소속기관장은 지체 없이 징계의결 등을 요구해야 하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교육공무원징계령 등 개정 사항 반영 징계의결 시 참작사유에 근무성적이 삭제되고 직급, 비위행위가 공직 내외에 미치는 영향이 추가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비위 신고·고발의무 불이행 등에 대해서 징계감경이 제한되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한 중징계사건 시 징계사유 입증을 위해 징계요구기관의 출석이 의무화되면서 필요시에는 사건 조사 공무원도 함께 출석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다만 중징계 사건이라도 단순 음주운전 등 사실관계가 명확한 경우에는 출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안내됐다. 이 외에 징계위원회가 영상회의나 서면의결로 가능해지면서 이에 대한 세부운영절차가 규정됐고, 성폭력이나 성희롱사건 관련한 징계위원회 구성 시에는 피해자와 같은 성별의 위원이 1/3 이상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예규에 포함됐다.
2019년은 교원의 유튜브 활동과 관련하여 참 많이도 설왕설래했던 해였다. 겸직허가가 되느냐 마느냐, 권장한다 제한한다 말도 많고 뉴스도 많았다. 2018년에는 초등교사가 랩을 하는 영상으로 수익 창출을 하고 있으므로 징계를 요청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교사의 유튜브 활동은 공무원이라는 특성과 교사에게 특히 더 요구되는 도덕성 등 직업적 책무성 때문에 늘 논란이 따라다녔다. 결국 교육부는 2019년 7월에 교원의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발표하며 쌤튜버(선생님+유튜버)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사의 교육적 유튜브 활동을 장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쌤튜버, 얼마나 많을까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를 하는 교사들에 대한 시선은 다양하다. 특히 유튜브를 하는 교사 중에는 2030 교사들이 많은 만큼 ‘변화에 잘 적응하고 기술을 활용할 줄 안다’는 시선이 있는 반면, 정작 영상제작에 신경 쓰느라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이 이뤄지면서 유튜브를 에듀테크 환경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고, 그에 따라 교원의 유튜브 활동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유튜브를 하지 않거나 유튜브라는 문화적 현상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와 학부모도 많아, 쌤튜버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 유튜브를 하는 교사의 수는 국·공·사립, 초·중·고교 교사를 통틀어 934명이었다. 구독자 1,000명, 재생시간 4,000시간이 넘으면 영상에 광고를 삽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교사 유튜버는 광고게시 조건 달성 시점부터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1,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수는 초등 55개 채널, 중등 40개 채널이었다. 그중 1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수는 초등 9개, 중등 6개였다. 올해 온라인개학으로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교사들이 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훨씬 더 많은 수가 현재 활동 중이리라 예상된다. 쌤튜버로 살아보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구독자 3,600여 명의 유튜브 채널 운영자이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던 건 2011년이었다. 학급 학생들과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영상제작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채널을 개설하였고, 그 후 거꾸로수업을 위해 학생들에게 보여줄 영상게시용으로 유튜브를 활용했다. 유튜브 영상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영상, 링크주소를 아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미등록영상과 아무도 볼 수 없는 비공개영상으로 구분하여 게시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반 학생들에게만 보여줄 영상을 업로드하고 학급밴드에 링크를 공유하여 수업에 활용하기 편리했다. 유튜브는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영상시청을 할 수 있어 학부모나 학생들이 영상시청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도 낮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적합한 영상을 취사선택하는 판단능력뿐만 아니라 직접 영상을 제작하여 표현과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능력도 포함한다. 교사가 영상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업로드할 수 있으며 그 영상을 오픈하여 다수의 사람과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학생들에게 모델의 역할뿐만 아니라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자원이 된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있다. 유튜브는 이제 단순한 영상플랫폼이 아니다.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문화를 창조해내는 크리에이터들의 판이 되었다. 크리에이터 교사에게서 아이들은 크리에이터로 사는 모습을 배운다. 요즘은 기획·촬영·편집·업로드까지 모든 과정이 스마트폰 하나로 다 가능하다. 프리미어프로(PremierePro) 같은 PC용 영상편집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배워서 활용하는 사람도 많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동영상편집앱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편집하고 바로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자막과 배경음악까지 넣어 몇 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는 실제로 5분도 안 걸릴 때도 있다. 이런 기술적 변화도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 교사들이 유튜브를 쉽게 시작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동영상편집앱들은 작은 화면 안에서 손가락으로만 해야 하는 만큼 매우 직관적으로 만들어져 있어 쉽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다. 학생들과 함께 쓰기도 편하다는 뜻이다. 그들이 유튜브를 하는 이유 2030 교사들이 유튜브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순히 수업을 위한 영상게시용으로 유튜브를 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브랜드구축을 위해 유튜브를 의도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유튜브는 채널만의 특성과 영상 업로드의 연속성이 있어야 구독자를 모을 수 있다. 교사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은 교직 관련 전문성을 담은 정보 채널이 많다. 자신의 특기와 전문성이 담긴 영상이 쌓이면 쌓일수록 유튜브 채널이 교사의 브랜드가 된다. 영상을 업로드하면 구독자에게 새로운 영상 업로드 알림이 간다. 알림을 받은 구독자들은 즉시 또는 이후에 그 유튜버의 영상을 연속시청할 확률이 높다. 이는 자신의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인플루언서가 됨을 의미한다. 이렇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자기만의 브랜드와 영향력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유튜브 광고를 통해 수익 창출을 하려고 활동하는 교사 유튜버들도 있다. 구독자 2,000여 명을 보유한 교사 유튜버 C는 광고수익으로 소득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고 광고 게시 최소 요건에 도달하자마자 겸직허가를 받아 광고수익을 얻고 있다. 유튜브는 구독자 3만 명 이상인 유튜버에게 채널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할 권한을 준다. 실제로 많은 유튜버가 구독자를 대상으로 채널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한다. 채널 멤버십은 후원금 차원으로 구독자가 일정 요금을 내면 유튜버가 제공하는 그 채널만의 배지와 콘텐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는 해당 유튜버를 중심으로 결성된 커뮤니티가 더 단단해지게 하고, 유튜버에게는 수익 창출을 더 쉽게 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준다. 2030 교사 중에는 경제적 자유와 조기퇴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블로그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유튜버로서 겸직허가를 당당하게 받고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생산해낸 콘텐츠에 대해 정당하게 받는 경제적 대가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하므로 선순환 작용을 한다는 인식이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브랜딩과 수익 창출과 상관없이 영상으로 학생·학부모와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는 교사들도 당연히 있다. 교사가 도대체 브이로그를 왜 찍느냐고 물으신다면 교사의 유튜브 활동 중에서 특히 우려를 낳는 것은 바로 브이로그이다. 브이로그(Vlog,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는 일상생활을 영상으로 남기는 기록을 말한다. 공무원 브이로그, 직장인 브이로그 등 직업관련 브이로그가 많다. 교사 브이로그 역시 유튜브 검색창에 쳐보면 검색 결과가 끝도 없이 나온다. 교실 브이로그 영상에 학생 얼굴이 노출된다, 업무환경이 노출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조회수를 몇만 단위까지 달성한 교사 브이로그도 많은 현실을 보면 교사의 학교생활,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댓글 중에는 교사가 업무시간에 브이로그 찍고 있다며 비난하는 내용도 종종 보인다. 그럼에도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는 교사들에게 브이로그란 무슨 의미일까? 브이로그를 정기적으로 업로드하고 있는 교사 N은 개인적인 일상을 공유하며 댓글과 좋아요를 통해 구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과정을 좋아한다. 또 교사로서 자신의 일과를 찍은 영상이 누군가에게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교사 H도 브이로그를 하고 있다. 그러나 H는 교사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브이로그를 업로드한다. 자신이 교사라는 사실이 공개되면 그로 인해 따라올 시선과 기준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H는 잔잔한 편집기술로 담아내는 영상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상으로 찍은 것을 개인적으로 보관하면 되지, 왜 유튜브에 올리느냐는 질문이 따라올 수 있다. 이에 대해 H는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기억하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영상을 남기고 싶어 유튜브에 올린다고 답했다. 필자는 브이로그를 올리지 않는데 종종 구독자에게 브이로그 업로드 요청을 받는다.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는 요청을 받다 보면 구독자의 입장에서는 채널 운영자의 일상을 엿보며 더 가까워지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실제로 많은 유튜버가 구독자와 소통하는 채널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브이로그를 적극 활용한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고 남의 브이로그를 보는 행위가 관계의 결핍에서 오는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구독자에게 브이로그 요청을 받은 필자의 경험이나, 브이로그를 하는 교사들의 입장을 보면 브이로그가 시청자와 유튜버 사이에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음은 확실하다. 브이로그든 교육 전문 콘텐츠 영상이든, 유튜브를 하는 교사들의 생각과 행동에는 사회의 변화가 담겨있다.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19 시대는 세상의 모든 것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학교에 결석하면 세상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던 세대를 살았던 부모세대는 집에서 온라인수업을 받는 자녀의 모습이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온라인회의를 할 때는 양복을 차려입어야 마음이 편한 부모세대도, 온라인수업에 올라 온 영상자료의 진도율을 자동으로 올려주는 방법을 공유하는 자녀세대도 모두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천태만상의 모습일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19가 미래사회로의 진입을 더 빠르게 당겨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2020년 교육계의 새로운 이슈는 바로 ‘인공지능교육’이었다. 2020년 교육부 주요 업무계획을 살펴보면 올해 모든 초·중학교에 소프트웨어 교육의무화가 완료되며, 이와 동시에 AI교육으로의 전환을 준비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초·중·고 단계별 AI교육내용 기준(안)을 마련하고, 고등학교 AI 기초·융합선택과목(’21년 적용) 신설, 시범학교 운영, 전문 교육인력(’20년 약 1,000명, 교사 재교육) 양성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AI교육 도입을 추진한단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시작된 코로나19로 이 모든 것이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현실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온라인수업’을 어떻게 내실 있게 운영할 것인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뼈저리게 느낀 ICT 활용능력 정책도, 학교도 모든 시선이 ‘온라인수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지난 5월. 그러나 교육부는 다시 한번 정보교육 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온라인수업뿐만 아니라 SW교육, 인공지능교육과 같은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한 준비로서 정보교육의 중요성을 알렸다. 종합계획의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모든 학교급에 ‘정보’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체계적이고 연속적인 정보기초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부분이다. 코로나19를 겪고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기본적인 ICT 활용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런 ICT 활용능력은 지능정보사회에 꼭 갖춰야 할 리터러시로서 나아가 SW교육, 인공지능교육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전 학년에서 그 어떤 정보교육도 없이 5~6학년군에서 바로 SW교육을 시작하도록 된 부분은 학교현장에서 직접 아이들과 교육을 해나가는 교사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난감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정보교육을 조금씩 접해 기본적인 정보소양을 갖춘 아이들을 데리고 5~6학년군에서 SW교육뿐 아니라 인공지능교육까지 확장할 수 있다니 반가운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긴 하다. SW교육이 처음 시작될 때 한 번도 이런 교육을 접해보지 못했던 많은 선생님이 SW교육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6학년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하였더랬다. 그만큼 SW교육이라는 새로운 교육이 주는 두려움과 걱정이 컸을 거라 생각된다. 그렇게 지난 몇 년 동안 학교에서는 이 새로운 교육을 맞이하기 위한 각종 공문이 쏟아졌고, SW교육이 가능한 교사양성을 위한 교사연수 역시 많이 개설되었다. 실제로 필자가 강의를 다니며 만났던 교사 중에는 SW교육연수를 100시간 이상 들었다는 경우도 꽤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조금씩 준비하며 이제 좀 SW교육에 적응이 될 만하니 인공지능교육을 하란다. 인공지능교육도 놀이에서부터 시작 처음 SW교육이 시작될 때 느꼈던 막막함과 두려움이 다시 이 인공지능교육에서도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디에서 시작하면 좋을까? 여기서 그 모든 것을 다 다룰 수는 없겠지만, 인공지능교육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해 한번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이렇게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이 문제 또한 SW교육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잘 해결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교육이란 인공지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배우고,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치와 삶의 방식을 배우는 교육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함께 인공지능이란 무엇인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아야겠다. 특히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컴퓨터(기계)가 마치 사람의 지능을 가진 것처럼 구현한 것이라고 봤을 때 그 작동원리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할 것 같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인공지능의 원리를 말로써 아이들에게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SW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인공지능교육도 놀이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가볍게 아이들과 함께 시작해 볼 수 있는 언플러그드 놀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기계가 어떻게 학습해 가는지 그 방법과 원리도 더 쉽게, 더욱 재미있게 한발 다가가려 하는 것이다. 이는 정보교육 종합계획(그림 1 참조)에 제시된 것처럼 초등학교단계에서는 놀이와 체험중심으로 AI 소양을 습득하는데 중점을 두라는 지침과도 맞물린다. 인공지능교육은 소수를 위한 엘리트 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교육 또한 인공지능교육이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교육격차는 빈부격차를 야기한다. 특히 지능정보사회에서 지능정보의 격차는 심각한 빈부격차, 계층 간 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초등단계에서의 인공지능교육은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놀이로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사례를 통해 들여다보자. ● 데이터가 필요해라는 인공지능교육을 위한 언플러그드 놀이활동 다음은 데이터가 필요해라는 인공지능교육을 위한 언플러그드 놀이활동이다. 이 놀이는 일상생활 속 데이터를 활용해 작동하는 인공지능 가전기기들이 있음을 알고, 각각의 인공지능 가전기기들에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연결해 봄으로써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더 똑똑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놀이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공지능 가전기기 퍼즐판의 내용을 읽는다. 퍼즐판에는 인공지능 가전기기가 작동하는 원리가 적혀있다. 예를 들어 AI 냉장고는 냉장고를 사용하는 시간 패턴 데이터, 냉장고가 설치된 곳의 온도 데이터, 습도 데이터 등을 필요로 한다. 이를 통해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자동으로 절전 운행하고, 계절에 따라 음식물 보관 온도를 조절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읽고 나서 ○○이네 생활카드 속 각종 데이터 중 AI 냉장고에 필요한 데이터를 찾는다. 생활카드 속에는 ○○이네 식구들의 생활 중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이처럼 놀이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공지능 가전기기들이 생활 속 빅데이터를 스스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학습함으로써 또한 스스로 최적화하여 작동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간단한 놀이활동이지만 아주 쉽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놀이라 하겠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개념이나 원리, 기계가 학습하는 방법 등 많은 부분을 재미있는 놀이와 함께 배울 수 있다. 시작하라! 그 자체가 천재성이고, 힘이며, 마력이다 시작은 언제나 어렵고 두렵다. 무엇이 있는지 그 실체가 보이지 않기에 막연한 공포심을 안겨준다. 인공지능교육의 시작을 앞두고 많은 분들이 그와 같은 심정일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시작되었고, 지능정보사회로 이미 진입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그렇게 빠르게 인공지능을 받아들이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큰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아이들이 그러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 우리 어른들이 좀 더 용기를 내어보면 어떨까. 괴테는 ‘용기 속에는 천부적인 재능과 힘, 마법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그 일을 시작하라! 그 자체가 천재성이고, 힘이며, 마력이다.’ 부모는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을, 교사는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어렵지만 하나씩, 그러나 용기 내어 시작해보면 좋겠다.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에 따라서 아동학대관련범죄로 형을 선고받으면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제한을 규정한 구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이 2018년 12월 11일 개정되었고, 2019년 6월 12일부터 시행되었다. 개정된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에 따르면 법원이 형을 선고하면서 취업제한기간(최대 10년)을 정해서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고,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취업제한기간을 면제하도록 하였다. 교사가 취업제한명령을 선고받으면 학교에 근무할 수 없으므로(휴직도 허용되지 않는다) 사립은 직권면직처리가 되기도 하고, 공립은 시·도에 따라서 연수원 등으로 전보를 하여 취업제한기간 동안 학교에서 근무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준다. 기소된 혐의로 파면이나 해임과 같은 배제 징계를 받지 않더라도 취업제한명령을 받으면 학교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으므로, 교사는 아동학대관련범죄로 기소가 되면 유죄냐 무죄냐도 중요하지만 취업제한명령의 유무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최근 선고된 판결을 통해 취업제한명령을 받는 사례를 알아보자. 사례 1 _ 특수학교 담임교사의 아동학대 ● 사실관계 특수학교 담임교사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함(피해자는 지적장애 1급으로 3세 미만의 지능을 가지고 있고, 키가 170cm 상당, 몸무게 90kg 상당임) ● 판결 원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 3년간의 취업제한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5,0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사정 등이 고려되어 징역 1년 6개월의 3년간 집행유예, 3년간 취업제한명령이 선고됨(이미 파면 징계를 받은 점도 고려가 됨). 사례 2 _ 어린이집 만 1세반 담당교사의 아동학대 ● 사실관계 피고인은 어린이집의 만 1세반 담당교사로 피해아동에게 미술활동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였음에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아동을 구석으로 데리고 간 다음 피해아동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손으로 피해아동의 다리를 2회 때리고, 계속하여 피해아동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손으로 피해아동의 등을 2회 때리고, 손으로 피해아동의 등을 부여잡음. ● 판결 징역 4개월의 2년간 집행유예, 2년간 취업제한이 선고됨. 사례 3 _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30차례 이상 아동학대 ● 사실관계 피고인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과실로 아동에게 약 5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심재성 2도 화상을 입히기도 하고, 수개월 동안 만 0세~만 1세에 불과한 피해아동들을 상대로 30차례 이상 지속적으로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함. ● 판결 1심에서는 징역 8개월, 3년간의 취업제한이 선고되었으나 2심에서 합의를 한 점이 고려되어 징역 8개월의 2년간 집행유예, 3년간의 취업제한이 선고됨. 사례 4 _ 취업제한 면제 사안 ● 사실관계 피고인은 초등학교 과학과목 교사로 과학실에서 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었음에도 피해자(12세)가 의자를 발로 차는 등 반항하였다는 이유로 한 손으로 피해자의 어깨를 잡아 밀쳐 피해자를 넘어뜨림 ● 판결 벌금 200만 원, 취업제한은 면제됨. 사례 5 _ 2세 여학생에 대한 과잉 훈육 ●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어린이집 담임교사, 보육교사로 2세의 여학생이 또래 아동들보다 대근육 운동의 발달이 빠르고 매우 활발하여 행동반경이 넓고 종종 산만한 모습을 보이거나 또래 아동들과 불화가 있었고, 이로 인하여 반 학생들의 지도 및 통솔에 어려움을 겪자 업무 편의를 위하여 피해아동을 아기식탁의자(일명:부스터)에 앉혀놓기로 하고, 약 36분간 다른 아동과 달리 피해아동만 아기식탁의자에 강제로 앉힌 채 움직일 수 없게 하는 행위를 26회에 걸쳐서 함. ● 판결 피고인들에게 징역 8개월의 2년간 집행유예, 징역 6개월의 2년간 집행유예, 징역 4개월의 1년간 집행유예 및 1년간의 취업제한명령이 선고됨. 최근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이집의 경우 CCTV가 있어 증거가 명확하고, 장기간 반복적으로 학대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집행유예 및 취업제한명령이 선고되었다. 반면 초등학교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학대의 경우에는 벌금만 선고되고 취업제한명령은 면제된 사례가 있었다. 이와 달리 특수학교 교사가 지속적으로 장애학생을 학대한 경우에는 1심에서는 실형이 선고되었으나 2심에서 합의가 되어 집행유예 및 3년의 취업제한이 선고되었다. 교사가 아동학대관련범죄로 전과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초범이라는 점은 양형에 있어서 유리한 요소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행위가 지속적이지 않은 우발적 행위라면 취업제한명령이 면제될 확률이 높고, 이와 달리 지속성이 있는 경우에는 1~3년의 취업제한명령이 선고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 몰래카메라였습니다 (강정연 지음, 바람의아이들 펴냄, 128쪽, 1만1000원)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단편 동화집.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 아이들이 부쩍 자라는 특별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좁은 집에 커다란 피아노를 들여놓은 엄마가 들떠 보이는 이유, 우리 동네 떠돌이 개 누렁이가 옥상에서 떨어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물이야 (이정모 지음, 김진혁 그림, 아이들은자연이다 펴냄, 48쪽, 1만5000원)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인 저자가 초등학생들을 위해 쉽게 풀어쓴 물 이야기. 생명 탄생과 유지의 핵심이며, 가장 익숙하고 중요한 물질인 물을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 책 후반부에 물과 화학에 대해 초등학생들이 궁금할 만한 내용을 저자와의 문답으로 풀었다.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인티 차베즈 페레즈 지음, 이세진 옮김, 노하연 감수, 문예출판사 펴냄, 268쪽, 1만4800원) 스웨덴의 언론인 출신 작가이자 성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상호존중이 모든 관계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며 ‘존중’과 ‘동의’를 바탕으로 한 성교육을 강조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뜬구름 잡는 성교육이나 ‘하지 마라’, ‘보지 마라’, ‘조심하라’ 같은 예방에만 그친 성교육이 아닌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성 이야기를 담았다.
청소년을 위한 사회평등 에세이 (구정화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292쪽, 1만5800원) 한국사회와 한국인들이 취약한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 불평등, 편견과 고정관념, 혐오의 개념부터 우리 가까이에 있는 다양한 불평등의 양상과 여기에 개입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했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도, 나와 이웃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인식을 제공해준다.
넥스트 티처 (김택환 지음, 에듀니티 펴냄, 244쪽, 1만5000원) 4차 산업혁명과 국가전략 전문가인 저자가 ‘코로나19’라는 위기 앞에서 우리의 미래교육전략을 제시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이 시기의 선생님들은 나라의 미래를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새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선생님 상으로 ‘크리에이터’를 강조하며 선생님을 응원한다.
유대인 교육의 오래된 비밀 (김태윤 지음, 북카라반 펴냄, 318쪽, 1만5000원) 우리나라 입시 위주의 교육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오천 년을 이어온 유대인 교육을 제시한다. 유대인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대화와 토론식 ‘하브루타’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친다는 것. 저자는 유대인 교육을 가정과 학교에 도입하여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바꾸자고 주장한다.
그림책, 교사의 삶으로 다가오다 (김준호 지음, 교육과실천 펴냄, 252쪽, 1만5500원) 현직 교사인 저자는 그림책으로 수업하며,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학급을 운영하는데도 그림책을 활용하고 있다. 학교와 교실, 학생과 동료 교사와의 관계 등 필요할 때마다 공감과 위로, 지혜와 성찰을 준 그림책이 자신에게 가져온 변화를 나누고자 한다.
우유보다 뇌과학 (만프레드 슈피처, 노르베르트 헤르슈코비츠 지음, 박종대 옮김, 더난출판사 펴냄, 224쪽, 1만4000원) 독일 뇌과학자와 스위스 소아과의사가 영유아 및 초등교육 시기 아이들의 뇌 발달 과정을 최신 뇌과학으로 상세히 밝힌 책. 어려운 뇌과학 지식을 아이의 시각과 뇌 발달 관점에서 구체화시켜 설명한다.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쉬운 아기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흡수하고, 판단하고, 조정하는지 풀었다.
여행을 좋아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기차여행을 좋아한다. 어쩌다 러시아와 인연이 되어 세계에서 가장 긴 기차를 자주 타고 있다. 처음에는 무작정 대륙을 횡단하고자 이용했었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시베리아 풍경이 궁금해 기차표를 끊었다. 기차여행을 하면서 러시아어가 이리 유용할 줄 몰랐다. 언어 덕분에 기차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림이 즐거웠다. 제한된 공간에서 나의 얘기를 하고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은 국경을 넘어 사람이라서 즐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기차 탑승 횟수가 점점 늘어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베리아 횡단열차(Trans Siberia Railway)는 일주일을 달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닿는다. 객실은 1·2·3등칸으로 나뉘는데 재미난 일은 대부분 삼등칸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법적으로 객실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 예전에는 술이 있어 더 가까워지기도 했고 도중에 기차에서 내려 그들 집에 함께 가기도 했다. 지금은 술이 아니어도 대화를 나누긴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점점 대화도 줄어드는 듯하다. 한국에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면 세 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그 거리도 멀다고 말한다. 러시아에서는 부모님을 만나거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도 3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요즘은 저비용 항공사가 생겨서 기차 요금만큼이나 저렴한 비행기로 이동이 가능해졌음에도 많은 러시아 사람들은 기차를 이용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승객 구성이 외국인 여행자나 중앙아시아 노동자 그리고 북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러시아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인기 있는 교통수단이다. 삼등칸 사람들은 모두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 소재를 담고 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책을 읽거나 오락을 하거나 잠을 잔다. 슬쩍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러 가느냐고 질문을 던지면 기찻길 닮은 긴 이야기가 마구 쏟아진다. 맞은편 자리에 할머니는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들이 있는 도시로 이사하는 길이라고 했다. 보드카에 취해 살던 남편이 미웠고 이제 남은 인생은 꽃길을 걷고 싶다며 책 사이에서 리즈 시절 사진을 꺼내셨다.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지인의 소개로 먼 거리 연애를 하던 여자는 처음 남자를 보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수개월 온라인 연애 끝에 그가 사는 도시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린 그녀가 손을 흔드는 곳에는 휠체어에 앉은 남자가 있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한국에만 일하러 오는 줄 알았던 중앙아시아 노동자들. 하바롭스크나 블라디보스토크 건설현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악덕업자들이 임금체불을 밥 먹듯이 하는 바람에 빈털터리로 고향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고향에서는 1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면 러시아에서는 40만 원 이상은 보장이 된다고 하니 많은 젊은이가 길 위에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먼 길을 오고 있다. 가장 잊을 수 없었던 승객은 모스크바 건설현장으로 가는 북한사람들이었다. 몇 날 며칠 말을 섞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었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었다. 중간에 우리가 먼저 내렸을 때 좁은 창틈으로 그들은 ‘다시 만나요’를 불러주었다. 땅거미가 내린 시간이라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서로의 뺨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냥 기차가 좋아서 타기 시작한 시베리아 횡단열차. 어쩌다 보니 그곳에서 나는 단순한 기차여행보다 더 큰 여행을 했던 것 같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그들이 잘 되길 빌어주었다. 다소 차가워 보이는 러시아 사람들도 대화를 하다 보니 가슴 속에는 후끈한 것 하나쯤 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집값이 오르면서 집을 사야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택 거래량이 급증합니다.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높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다수가 집을 사야겠다고 판단했으니 지금 집을 사는 게 현명해보입니다. 그런데 거래량이 늘었다는 것은, 사실 집을 파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집을 사거나 파는 것은 우리 일생에 가장 중요한 시장 참여 결정입니다. 우리는 여러 합리적 이유를 조합해 이 중대한 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그 결정은 합리적일까? 우리는 어떤 사회현상에 대중들의 수요가 결합하면 그것을 옳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우연’일 경우가 많습니다. 데런 브라운(Derren Brown)은 마인드 컨트롤, 러시아 룰렛 등의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영국 출신의 심리학자이면서 작가 마술사다. 그는 어떤 조작도 없이 TV에서 동전을 던져 10번 연속 앞면이 나오는 마술을 선보였다. 10번 연속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은 1/1024, 0.1%도 되지 않는다. 그는 어떻게 이 마술을 선보였을까? 간단합니다. 미리 녹화하면서 10번 연속 앞면이 나올 때까지 계속 동전을 던졌습니다. 9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 마술(?)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그의 마법 같은 능력을 믿거나 아니면 특별한 눈속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틀렸습니다. 그는 단지 우연을 위해 계속 동전을 던졌을 뿐입니다. 우리는 우연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배 A가 2번 집을 팔았는데 그때마다 집값이 올랐다면 그가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고 믿습니다. 심지어 그가 어리석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친구 B가 집을 사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면, 그때 그의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합니다. 회식자리에서 집을 사라는 그의 충고에 솔깃해집니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다 6연발 리볼버로 러시안룰렛 게임을 할 경우, 한번 방아쇠를 당겨 죽을 확률은 1/6입니다. 하지만 5번, 10번, 20번, 할수록 죽을 확률은 100%에 수렴합니다. 그런데 만약 드미트리 야프센코가 러시안룰렛 게임을 30번 해서 살아남았다면 대중들은 이를 우연이라고 평가할까? 그는 어쩌면 종교지도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과학적인 주장을 하는 전문가는 진짜일까. 그가 서울의 집값이 오른다고 예측한 뒤에 서울의 집값이 오르는 걸까? 서울의 집값이 계속 오르니, 서울의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는 걸까? 또 다른 사례 하나. 어느 날 한 주식브로커가 나에게 메일로 A기업의 주식을 사라고 권한다. 그 주식은 다음날 주가가 오른다. 다음날도 메일이 왔다. K기업의 주식매입을 권한다. 실제 다음날 K기업의 주가가 오른다. 이렇게 10일 연속 볼티모어 주식중개인이 나에게 추천한 10개의 종목이 모두 다음날 주가가 올랐다. 통계적으로 1/1024의 확률이다. 다음날 그는 자신을 믿고 돈을 맡기라고 권한다. 나는 이제야 그를 온전히 믿고 전 재산을 그에게 맡긴다. - 틀리지 않는 법 중에서. 조던 앨런버그 어떻게 가능했을까? 볼티모어 주식중개인은 모두 10,240명에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절반의 전망이 맞고, 다음날 5,120명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이런 식으로 열흘이 지나면 통계적으로 10명에게는 10번 모두 정확한 예측이 전달됩니다. 제약회사의 실험도, 펀드상품의 안전성도 모두 대규모 표본을 통해 검증됩니다. 몇 개의 한정된 표본은 우리에게 언제든지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문가’의 시장 예측이 두어 번 맞았다면 우리는 그를 신뢰합니다. 대중은 서둘러 공신력을 부여합니다. 그의 예측을 쉽게 믿습니다. 합리적 판단을 위해서는 수많은 과학적 요소가 투입돼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매일 제한된 몇 가지 요소의 조합으로 판단을 합니다. 게다가 그 판단의 상당부분은 내 마음의 ‘선호’입니다(오징어 먹물파스타를 고를 때 우리는 얼마나 과학적인가?). 류현진이 수학을 계산하며 공을 던지지 않고, 이치로가 물리학을 이용해 타격하지도 않습니다. 사실은 합리적 사고가 아니고, 남들이 하니까, 내 마음도 끌리는 겁니다. 우리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것들 경제가 복잡해지면서 우리가 시장에 합리적으로 참여하기는 갈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경제학은 이를 ‘제한적 합리성’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제한된 합리성 속에서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할까? 사실은 어림짐작합니다. 휴리스틱(Heuristics)이 동원됩니다. 류현진이 공을 던질 때 매번 과학적인 동작을 계획하고 던지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훈련된 휴리스틱으로 슬라이더를 던집니다. 우리 일상에서 그 휴리스틱이 매번 적중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류현진이 수천만 달러를 받는 이유다). 우리의 휴리스틱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아주 간단한 실험입니다. 다음 값은 얼마인가? 즉시 어림짐작으로 답하시오. 1) 8*7*6*5*4*3*2*1 = 2) 1*2*3*4*5*6*7*8 = 학생들은 1)의 경우 평균 2,250이라고 답했지만, 2)번으로 질문하자 같은 학생들은 평균 512로 답했습니다(정답은 물론 40,320이다). 이런 우리가 강남 아파트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통계를 서너 개씩 해석하며 합리적 판단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 주변 사람들 다수가 요즘 그런 판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무도 연초에 토정비결을 보지 않는다면 당신은 설날 연휴에 토정비결을 보러 갈까? 우리의 제한적 합리성에는 수많은 바이어스(Bias)가 끼어듭니다. 휴리스틱이 ‘어림짐작’이었다면 바이어스는 편견입니다. 하루에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더 많을까, 자살로 죽는 사람이 더 많을까? 대부분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을 거라고 답합니다. 참고로 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3,349명, 반면 우리나라는 해마다 만2천여 명이 자살하는(신고된 통계만) 나라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주로 큰 교통사고를 보도하고 우리는 교통사고가 더 흔하다는 바이어스에 빠져듭니다. 이 결합오류(conjunction bias)가 또 우리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합니다. 블랙 스완이 일상화가 된 지금, 누가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시장엔 늘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터집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그것, 경제학은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고 합니다. 실제 1969년 호주에서는 검은 백조가 발견됐습니다. 설마 그런 일이? 그런데 그런 일은 늘 터집니다. 전염병이 번져 국경이 막히고, 병실이 부족해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선진국의 모든 학교가 문을 닫고…. 이 영화 같은 일은 지금 우리 곁에서 현실이 됐습니다. 그러니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증권사의 펀드매니저와 앵무새가 주식시장에 참여해 올리는 수익률은 통계적으로 비슷합니다. 그러니 수많은 전문가도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미래가 현실이 된 이후에 그것을 설명할 뿐입니다. 그러니 전문적이지 않은 우리가 시장에 참여해 수억 원이 넘는 집을 사는 결정이 합리적이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주변에 어떤 친구(전문가)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지금 왜 집을 사야 하는지 설명한다면, 저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지금 왜 집을 팔아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누가 맞을까?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잘 모른다는 겁니다. 우리는 제한적으로 합리적일 뿐입니다.
박상률의 봄바람은 열세 살 섬 소년의 생활과 방황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동네 여자아이와 풋사랑, 서울에서 전학 온 여자아이에 대한 관심 그리고 성공을 꿈꾸며 시도한 첫 가출 등이 주요 이야기다. 1997년 첫 출간 이후 개정판이 거듭나오며 이제 ‘성장기를 거친 모든 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출판사 설명이다. 성장기를 거친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 봄바람 주인공은 진도 농촌마을에 사는 열세 살 소년 훈필이다. 마을 아이들은 뭍으로 나가 성공해 돌아오는 것이 꿈이다. 훈필이 역시 넓은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그러나 궁색한 가정형편에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어느 날 아버지는 훈필이 몫으로 염소 한 마리를 사 온다. 새끼를 늘려 중·고교에 갈 학비를 마련해보라는 것이다. 훈필이는 염소를 열심히 돌본다. 염소 새끼를 늘려 푸른 목장을 세우고, 같은 동네 여자아이 은주와 결혼해 푸른 목장을 경영하는 꿈에도 부푼다. 그런데 서울에서 전학 온 여자아이에게 마음이 끌리는 와중에 애지중지 키운 염소가 허망하게 죽는다. 상심한 훈필이는 하루라도 빨리 도시로 나가 성공하겠다며 가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뭍으로 나가자마자 집에서 갖고 나온 돈을 모두 털리고, 사흘 만에 섬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봄바람이 불면 어김없는 시골 청소년들의 가출 행렬, 품앗이와 은밀한 입소문 같은 어른들의 행태, 지루한 교장과 담임선생님의 훈화, 동네 이장의 마이크 공지 등 어릴 적 겪어본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진한 남도 사투리도 정겹다. 좋은 소설이다. 이 소설이 특히 필자 관심을 끈 것은 망태기에 늘 꽃을 꽂고 다니는 동냥치 ‘꽃치’가 나오기 때문이다. 꽃치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망태기에 가득 담은 꽃과 노랫가락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동냥치다. 꽃치가 꽂고 다니는 꽃은 당연히 ‘그 계절에 피는 꽃’이었다. 봄에는 찔레꽃, 여름엔 칡꽃, 가을엔 들국화, 겨울엔 동백꽃을 꽂고 다니는 식이다. 칡꽃에서 동백꽃까지 꽃이 나오는 장면을 보자. 망태기엔 어김없이 꽃이 가득 꽂혀 있었다. 이번에 꽂고 온 꽃은 불그스름한 칡꽃이다. 칡덩굴이 망태기를 친친 감고 있었고, 칡꽃과 잎사귀가 온통 망태기를 뒤덮고 있었다. 추석을 앞뒤로 해서 거의 달포 가량 보이지 않던 꽃치가 들국화가 피어남과 동시에 고개를 넘어왔다. 그의 망태기엔 노란 들국화와 하얀 들국화가 잔뜩 피어 있었다. 꽃치는 고갯마루에 군락을 이룬 동백 숲의 한쪽 언덕에 비스듬히 기대어 이를 잡고 있었다. 이를 잡는 걸로 보아 꽃치의 몸에도 분명 따뜻한 피가 흐르리라. (중략) 꽃치의 망태기엔 동백꽃 수십 송이가 꽂혀 있었다. 마치 망태기에 처음부터 동백꽃이 피어 있던 것처럼 보였다. 어김없이 꽃치의 망태기를 뒤덮고 있던 계절꽃 칡은 알면서도 칡꽃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눈여겨보면 7~8월 한여름에 자주색 꽃잎에 노란 무늬가 아주 인상적인 꽃이다. 칡꽃은 참 향기가 좋다. 향기가 진하고 멀리 가 10여㎞ 떨어진 곳에서도 주변에 칡꽃이 핀 것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칡꽃 향기는 어떻게 표현할지 난감하지만, 아주 싱그러운 향이다. ‘와인향처럼 좋은 향’이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다. 꽃치 망태기에 ‘노란 들국화와 하얀 들국화’가 잔뜩 피어 있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흔히 들국화라고 하는데, 들국화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따로 없다. 들국화는 야생의 국화를 통칭하는 말인데, 보라색 계통의 들국화는 벌개미취와 쑥부쟁이, 꽃이 흰색인 것은 구절초, 노란색인 것은 산국과 감국이 대표적이다. 그러니까 꽃치의 망태기에는 산국이나 감국, 그리고 구절초가 가득했을 것이다. 찔레꽃은 좋아하는 동네 여자아이 은주를 생각할 때 나오고 있다. 산으로 가는 길옆 밭둑의 울타리를 이룬 찔레나무에 하얀 찔레꽃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누가 일부러 심은 적도 없는데 밭둑의 울타리로 스스로 자라 있는 찔레나무. 찔레나무는 그 자리가 아주 잘 어울렸다. 나는 찔레나무의 가시를 피하며 여린 찔레순을 꺾어 입에 물고 걸어갔다.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났다. 갑자기 은주 생각이 났다. ‘은주헌티도 찔레순을 꺾어다 줄까? 아녀, 은주헌틴 물병에 꽂아 놓으라고 찔레꽃 줄기를 몇 가닥 꺾어 주는 게 좋것어. 근디 가시가 있은께 조심해서 다뤄야 될 틴디. 어려서 뽑아먹은 삐비가, 삘기가 아니라 당당하게 ‘삐비’가 나오는 소설을 처음 보았다. 삘기는 여러해살이풀인 띠의 어린 꽃이삭이 밖으로 나오기 전에 연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삐비는 삘기의 사투리인데, 우리 동네에선 삐비라고 불렀다. 언덕이나 밭가에 많은 삘기를 까서 먹으면 향긋하고 달짝지근했다. 그러나 삘기는 쇠면 먹지 못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잠깐이었다. 삐비도 은주를 생각하는 대목에서 나오고 있다. 동생을 돌보고 염소를 기르는 일만으로도 꽤 바빴지만, 머릿속은 온통 은주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염소를 데리고 산에 오르내릴 때마다 산으로 가는 밭둑이나 산언덕에 삐비가 있으면 뽑아 모았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씹기에 부드러운 여린 순만 모았다. 기회를 보아 은주에게 주고 싶어서였다. 남도가 배경인 소설답게 배롱나무집이 나온다. 배롱나무는 요즘엔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예전엔 남부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였다. 이 나무 표피를 긁으면 간지럼 타듯 나무가 흔들린다고 해서 ‘간지럼 나무’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간지럼을 타는 것일까. 사람이 나무에 다가갈 때 이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린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다. 배롱나무 수피는 반질반질하다. 표면이 너무 매끈해 나무 잘 타는 원숭이도 미끄러진다고 일본에서는 ‘원숭이 미끄럼나무’라 부른다. 아래 배롱나무집이 나오는 대목에 이런 내용이 잘 나와 있다. 월남 갔던 배롱나무집 셋째 아들이 돌아온 것이다. 그 집 마당엔 오래전부터 나뭇가지가 미끌미끌해서 원숭이도 미끄러져 내린다는 배롱나무가 있어서 배롱나무집이라고 불린다. 배롱나무는 또 간지럼을 잘 탄다고 하여 아이들은 어쩌다 그 집에 들어가면 매끌매끌한 나뭇가지를 만지며 간지럼부터 태우곤 했다. 아이들은 저녁이면 배롱나무집으로 몰려들었다. 월남에서 당당하게 돌아온 셋째 아들의 무용담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월남에서 베트콩 잡은 이야기를 신나게 해 주었다.
“애들아 안녕, 잘 지냈니?” “안녕하세요, 선생님.” 서울등원초등학교 장옥화 교장이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이 손을 흔든다. 랜선을 타고 들어온 재잘대는 목소리, 모니터 화면엔 반가운 얼굴들이 가득하다. 등원초 쌍방향 아침조회 모습이다. 이 학교는 2주일에 한 번 온라인을 통해 전교생 조회를 갖는다. 일방적인 훈시가 아니라 아이들과 교장이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조회다. 교장이 직접 아이들의 안부를 묻고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하게 발언권을 준다. 학교 경영자로서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Z세대 아이들답게 스스럼없어요. 1학년이라고 기죽지 않아요. 오히려 더 똑 부러지게 자기의 주장을 말하죠.” 장 교장은 어려운 여건이지만 씩씩한 아이들에게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원격수업 필요성 예측, 교사연수및 콘텐츠 개발 차근차근 준비 등원초는 이름처럼 으뜸학교다. 특히 원격수업 분야에서는 첫손에 꼽힌다. 서울시교육청 조차 등원초 원격수업 모델을 따라 할 정도다. 코로나 19로 정상적인 등교수업에 어려워지자 교육당국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시행 초기 학교마다 우왕좌왕 혼란을 거듭했다. 하지만 등원초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 확산으로 정상적인 등교수업이 어렵다고 판단, 전 교직원이 원격수업 연수를 받고 필요한 시스템과 콘텐츠 제작 등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개학이 연기되고 있을 때 등원초 교사들은 이미 학습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플랫폼을 만드는 등 작은 의미의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국민들이 코로나 패닉에 빠져 당황하고 있었던 상황. 학생수 170여명의 ‘작은 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단초는 미세먼지가 제공했다. 장 교장은 이전부터 미세먼지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늘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으로 정상적인 학교수업이 어려운 경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학생들 학업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이라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고, 등원초는 그 어느 학교보다 앞서 원격수업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실효 성있게 진행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이 학교를 방문, 원격수업 현황을 둘러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연신 “놀랍다”는 말로 평가를 대신했다. 등원초 원격수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막상 원격수업을 시작했지만 아이들 참여가 적었다. 전화도 하고 가정통신문도 돌렸지만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교사들이 직접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이 게을러서, 공부하기 싫어 참여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직접 방문해 만나보니 어떻게 접속해야 할지 조작법을 모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컴퓨터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스마트폰이 없어 문자 내용을 아예 확인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학교 측은 다시 머리를 맞댔다.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 등 교육 기자재를 이들에게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원격학습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교사들이 직접 찾아가 일일이 설명을 해줬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컴퓨터 하나 가지고는 제대로 된 원격수업이 어렵다고 판단, 노트북과 갤럭시탭을 학생들에게 빌려줬다. 학생 1인당 평균 1.5대꼴로 지급됐다. 수업을 들으면서 자료도 찾아보고 하려면 컴퓨터 한 대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있는 예산 없는 예산 모두 끌어들여 확보한 노트북 등이 학생들 손에 쥐어졌다. 피드백 확실한 쌍방향 수업 ... 특수학급에서도 효과 등원초가 교육계 안팎의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쌍방향 원격수업이다. 남들보다 앞서 원격수업 기틀을 마련한 덕에 쌍방향 수업도 서울에서 제일 앞선다. 수업은 물론 출석체크도 쌍방향으로 한다. 교직원회의는 물론 각종 연수도 모두 쌍방향 원격으로 진행된다. 등원초 쌍방향 원격수업의 키워드는 피드백이다. 쌍방향 수업이라고 해도 일방적 강의식 수업으로 진행해 버리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피드백을 강조한다. 예컨대 오전에 온라인 수업이 이뤄졌다면 오후엔 학생들에게 잘한 것은 칭찬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충해주는 식이다. 혹여 당일 피드백을 하지 못했다면 다음날이라도 그와 관련된 교과활동을 통해 보완한다. 당연히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긴장도가 높아지고 몰입도 좋아진다. 교육 효과도 그만큼 향상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쌍방향 수업은 특수교육대상자들에게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다. 장 교장은 예전부터 특수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인물. 등원초에 강서양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가 들어서 있고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것이 우연만은 아니다. 장 교장은 “특수학급 아이들에게 쌍방향 원격교육을 실시한 결과 집중력과 발표력이 좋아지고 자존감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특수반 학생들이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발표하고 모니터 수업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학부모들이 반대했다. 특수반 아이들도 원격수업은 싫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쌍방향 원격수업 이후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이젠 특수학급 학부모들이 집에서 케어하는 것보다 학교가 좋다고 말할 정도다. 학교 측은 여세를 몰아 교원학습공동체를 구성,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쌍방향 원격수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격수업에서 가장 우려되는 기초학력 부진과 학력격차에 대해서도 등원초는 모범적 사례를 제공한다. 우선 전 교직원이 하나가 돼 학력부진학생 지도에 나선다. 교장, 교감은 물론 담당교사와 외부강사까지 참여하는 다중지원팀을 구성,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실시한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교육법 등을 토론을 통해 진단하고 보완대책을 마련,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교육청 지침에 따른 ‘두리샘’도 지정, 가정방문을 통해 일대일 맞춤 수업을 진행한다. 송재록 교감은 “아이들이 학력이 낮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학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학교 측은 이제 경계선 학생들을 위한 지원대책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공부 잘하는 학생과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만을 구분해 생각했다면 이제부터는 경계선 학생들에게 집중할 생각이다. 원격수업에서 놓치기 쉬운 경계선 학생들을 위한 촘촘한 지원방안을 마련,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등원초가 원격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수한 교육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교사들의 힘이 크다. 그들은 등원초 학생들에게 맞는, 또 교과 특성에 맞는 교수법을 적용, 학생들의 실력을 끌어 올렸다. 자칫 집중력을 잃기 쉬운 원격수업이지만 학생들 귀에 쏙쏙들어오는 수업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쌍방향 원격수업만 고집하지도 않았다. 콘텐츠 수업이나 과제형 수업을 적절히 활용, 말 그대로 최상의 블렌디드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그동안 교사들의 쏟아부은 땀과 노력의 결정체인 셈이다. "학교 가고 싶어요" ... 꿈담교실- 돌봄교실 큰 인기 지난 9월 14일 수도권에 전면 원격수업이 진행 중이지만 등원초 돌봄교실은 아이들로 활기차다. 이 학교는 돌봄교실에서도 쌍방향 원격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책상마다 모니터와 무선인터넷이 설치돼 있다. 원격으로 얼마든지 학습활동이 가능하다 보니 늘 인기다. 특히 저학년 학생들이 더 좋아해 등교도 가장 일찍 한다는 게 학교 측의 귀띔이다. 등원초는 대단히 흥미로운 학교다. ‘ㄷ’과 ‘ㅇ’이라는 학교 자음 첫 글자를 형상화한 조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쁜 장독대가 놓여 있는 학교 중앙 정원, 디귿 자형 건물과 어우러진 둥근 원형 모양새다. 운동장 한켠 야외정원도 원형과 직각이 조화를 이뤄 조경됐다. 생태교육 우수학교 답게 텃밭에선 상추와 김장배추가 자라고 있고, 커다란 대야을 이용, 벼농사도 하고 있다. 제법 씨알이 굵은 벼이삭들이 바람결에 넘실거린다. ‘생각나무’란 이름이 붙여진 학교 도서실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좋은 핫 플에이스. 특히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명화들이 2만여 권 장서와 함께 전시돼있다. 책도 보고 명화도 감상하는 일석이조의 공간이다. 도서실 구조는 그리스 시대 아크로폴리스를 본떠 3층 계단식으로 만들어졌다. 종종 토론수업이 이뤄지는 장소다. 꿈담교실은 등원초의 또 다른 자랑. 쾌적한 공간, 깔끔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학년별로 특색있게 꾸며진 교실엔 다락방도 만들어져 있어 인상적이다.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엔 제빵교육부터 3D프린터 교육까지 아나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한다. 지난 1993년 개교이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등원초는 학교환경부터 교육내용과 방법에 이르기까지 으뜸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를 믿고 교사들은 소신과 열정으로 교육 활동에 전념하는 학교”라면서 “주어진 임기 동안 좀 더 나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무조건 뽑고 싶다.”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 임원은 얼마 전 강상욱 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로 신입사원 채용에 차질을 빚으면서 로봇고 학생들을 데려가지 못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로봇고 만큼은 예외. 우수한 인재를 남보다 앞서 영입하려는 기업들이 앞 다퉈 찾는다. 실제로 로봇고는 서울 시내 취업률 1위 학교다. 그것도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내리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엔 취업대상자 148명 중 145명이 취업 98%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현장중심 교육과정운영. 그리고 학생들의 문제해결력과 창의력 신장을 위해 상설 자율·창의 동아리활동, 각종 경시대회 실적 등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취업진로지도가 성과를 발휘했다. 여기에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과 교사들의 열정이 뒷받침됐다. 이 외에 러시아·일본 등 로봇 관련 국제대회 참가를 통해 다양한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하고 로봇 분야 산업체 위탁교육으로 신기술을 익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보니 취업의 질도 남다르다. 지난해 취업자 대부분은 공기업과 대기업, 로봇 관련 기업에 입사했다. 일부는 군 특성화과정을 선택해 군정보통신분야에서 실력을 쌓거나 부사관으로 진출, 병역과 커리어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취업뿐 아니다. 최근에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제 및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대학진학 인원도 늘고 있다. 국내 최초 로봇 마이스터고 … 복수전공 도입 융합교육 실천 서울로봇고는 지난 1994년 강남공업고등학교로 출발한 뒤 2005년 지금의 이름으로 교명을 변경했다. 그리고 2013년 국내 최초로 로봇 분야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지정됐다. 로봇 설계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 통신까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인재들의 요람, 로봇고는 국내 최고의 로봇 교육 선도학교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서울로봇고는 로봇의 설계와 제어, 내부시스템 및 통신을 모두 배우는 곳으로 첨단로봇설계과, 첨단로봇제어과, 첨단로봇시스템과, 첨단로봇정보통신과 등 모두 4개과로 구성돼 있다. 전체 교육과정은 산업수요 맞춤형으로 만들어졌다. 산업현장을 움직이는 최첨단 로봇을 만드는 학교인 만큼 배우는 과목도 남다르다. 1학년은 로봇 분야에 대한 기초능력과 기계의 기본 분야를 배우고, 2학년은 로봇 분야 기초과정을 배운다. 3학년에 가면 심화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교육과정의 특별한 점은 이론만이 아닌 실무이자 생활로 다가갈 수 있도록 첨단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마이스터고로 지정돼 모든 교육과정의 60% 이상을 실습으로 운영하는 것도 로봇고만의 강점이다. 로봇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단순히 로봇 분야 기술력만 길러주는 학교로 생각하면 오산. 로봇고는 일정한 카테고리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접하고 익히는 융합적 사고에 바탕을 둔 창의성 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특히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부전공제를 채택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첨단로봇설계과 학생이 로봇제어과 학점을 이수하면 복수전공을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융합적으로 사고하고 융합적으로 실천하는 교육을 통해 더욱 복합적인 기술력을 갖추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복수전공이 학생들의 취업에 유리한 것은 불문가지. 대기업도 놀란 기술력 … 국제대회 휩쓴 동아리활동이 원동력 또 하나, 로봇고가 내세우는 자랑거리는 활발한 동아리활동이다.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전문가도 놀랄 정도의 수준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동아리활동이다. 이들은 각종 기능경진대회와 국제기능올림피아드 등에서 금·은·동메달을 모조리 휩쓸 만큼 대단한 실력을 발휘한다. 동아리활동은 기능영재반과 자율전공동아리 등 두 개의 축으로 운영된다. 기능영재반에는 공업전자기기, 모바일로보틱스, 산업용로봇, 메카트로닉스, 정보기술, 기계설계CAD 등이 있다. 자율전공동아리는 Prototyper, Think Difference, CreRobot, R.Da, AIRRUN(드론), MA, SPAM, 카르페디엠(드론) 등 모두 8개가 활동 중이다. 모바일 로봇에 부가 시스템을 장착한 후 원하는 작업을 구현할 수 있도록 원격제어 작업을 구현하는 ‘모바일로보틱스’의 경우 각종 국제대회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2009년 국제대회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9년 카잔국제대회 은메달에 이르기까지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생산설비의 가공·조립·시험·물류저장 등 자동화공정시스템에 필요한 제어와 유지 보수작업 능력을 배양하는 ‘메카트로닉스’ 동아리. 이들 역시 전국 및 서울시 기능경기대회를 석권했다. ‘Think Difference’는 자동화 공정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제어기인 ‘PLC’를 학생들이 직접 공부하고 연구하는 동아리다. 올해로 8년째 이어오는 역사 깊은 동아리로 창의력과 그룹활동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CreRobot’은 로보티즈사의 다이나미셀 모터와 직접가공기를 이용, 다양한 창작 로봇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이들은 작년에 열린 휴머노이드 관련 대회에 격투로봇을 출품했고 군사과학기술경진대회에는 미션로봇을 직접 제작해 선보였다. ‘AIRRUN’은 첨단로봇정보통신학과의 유일한 전공 동아리로 군특성화 학생들로 구성됐다. 육군 드론병과 도입에 대비한 취업 역량강화 동아리인 드론자격증 취득 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고등학생이라고 가볍게 보면 큰코다친다. 아이디어는 물론 기술력까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실력자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재학생에겐 자긍심을, 졸업생에겐 명예를 안겨주는 학교 전국 톱클래스 실력과 취업률을 자랑하는 로봇고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강상욱 교장은 “학생들의 열정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밤늦게까지 토의하고 실험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교사들이 학생을 재우는 데 애를 먹는다”고 귀띔했다. 학교 측 지원도 화끈해 손발이 척척 맞는다. 5층짜리 실습동 한 층을 아예 학생들의 동아리활동 공간으로 제공했다. 또 각 산업체 전문가들을 초빙해 특강을 하거나 관련 분야 전문가 지도 아래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7월에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을 초청,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도전과 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갖기도 했다. 교사들 역시 교원학습공동체를 조직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특히 교대나 사범대에 없는 커리큘럼이기 때문에 따로 공부해야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 교사들이 자체 교과서를 만드는 등 선생님들의 학습공동체도 서울로봇고를 대표하는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 3월 부임한 강상욱 교장은 “학생이 꿈꾸는 학교, 교사가 신나는 학교,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학생은 로봇고 학생으로서 자긍심을, 학교는 재능 있는 미래인재를 교육하고 있음에 보람을, 미래(未來) 졸업생들은 로봇고 출신임을 평생의 긍지와 명예로 여기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쉽고 재미있는 원격수업 자료 … 초보자도 쌍방향 수업 거뜬 “누구나 손쉽게 원격수업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어차피 원격수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잖아요. 하지만 교사 중에는 아직 익숙지 않은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께 학생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대전서부교육지원청 박은주 장학사는 일방적 지시와 강요를 거부하는 교육전문직이다. 그는 장학사로서의 권위보다 교육현장과 협력하고 수평적 관계맺음을 중요하게 여긴다. 교육행정기관은 학교현장을 지원하고 교사들이 마음 놓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도움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이번엔 교사들을 위한 원격수업 장학자료를 발간했다. 교육부가 쌍방향 원격수업 확대를 주문하고 나선 지금, 효과적인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들을 위해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박 장학사는 지난 9월 관내 초등교사 7명과 함께 ‘원격으로 수(秀)업(UP)하기’ 장학자료를 펴내 일선 학교에 보급했다. 이 자료는 각종 IT 기기 및 정보활용능력이 능숙한 교사뿐 아니라 이제 막 원격수업을 시작하는 비기너(Beginner) 교사를 위한 자료이다. 교사들은 자료에 제시된 매뉴얼대로 따라만 하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 및 콘텐츠를 능숙하게 제작할 수 있다. 컴맹에 가까운 초보자라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장학자료는 크게 Ⅰ장 원격수업 환경 조성, Ⅱ장 실시간 쌍방향 수업 안내, Ⅲ장 콘텐츠 제작, Ⅳ장 콘텐츠 활용 수업사례, Ⅴ장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Ⅰ장 원격수업 환경 조성은 원격수업을 위한 기본적인 통신 회선의 연결 및 콘텐츠 제작, 화상수업 기기에 대해 소개한다. Ⅱ장은 쌍방향 수업을 위한 IT 사이트 이용 가이드를 안내한다. 원격수업에 필요한 ZOOM 및 구글 미트의 가입부터 설치, 로그인, 프로그램 익히기와 학생이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또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의 라이브 방송을 돕는 사이트인 스트림야드 채널을 만들고, 실시간 스트리밍을 준비하며 계정과 연결하여 새로운 방송을 만드는 방법도 안내해 준다. 장비구입부터 저작권 문제까지 일목요연 … “고맙다” 호평 쏟아져 온라인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 사용법을 다룬 Ⅲ장은 프레젠테이션·줌·펜타블렛·오캠·OBS·뱁믹스·파워디렉터·키네마스터·블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각 프로그램의 장단점과 사용방법이 그림과 함께 제시되어 있어, 교사들의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준다. Ⅳ장은 실제 콘텐츠 활용 원격수업 장면을 QR코드로 제작하여 소개하고 있다. 또 일반 교사들도 이와 같은 수업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수업 제작 방법과 콘텐츠 제작의 팁을 함께 제공한다. Ⅴ장 부록편도 눈여겨봐야 한다. 자칫 실수하기 쉬운 저작권 침해를 예방하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또 유튜브에 수업동영상 탑재 및 공유하기, 픽픽으로 캡처하기, 스마트폰으로 화상캠 만들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장학자료는 박 장학사가 기획·총괄하고 대전 시내 7명의 초등교사가 머리를 맞대 만들었다. “교육청에서 원격수업지원단이란 걸 운영했어요,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어려워지자 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구성된 것이죠. 이분들 중에서 가장 우수하고 성실한 분들로 집필진을 구성했습니다.” 박 장학사는 “등교수업과 원격수업, 거리두기 급식지도는 물론 학교방역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사명감 하나로 헌신해준 선생님들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며 공을 돌렸다. 실제 이들은 주말과 저녁시간을 반납하면서 방과후 빈교실과 회의실, 카페 등을 전전하며 원고작업을 했다. 빠듯한 예산 탓에 빵으로 끼니를 때운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제작에 참여했던 황지연 교사(대전흥도초)는 “원격수업에 필요한 기기구입부터 수업녹화와 활용, 사후 법적인 문제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최고의 장학자료”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현장 반응도 뜨겁다. 김한나 교사(구봉초)는 “영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막막했는데 장학자료 덕분에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는 동료 선배교사들의 칭찬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료개발 팀장을 맡은 용호진 교사(대전월평초)는 “학교 단위, 학년군 단위, 교사동아리, 개별 연수 등의 다양한 교사연수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교원의 원격수업역량이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19 시기, 원격수업의 질적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K-에듀의 길을 개척하는 대전 초등교사들. 그들의 도전이 아름답다.
세종시 가름로 세종타워에 위치한 중앙취업지원센터(이하 ‘중취센터’). 교육실 한편에 붉은 수은주가 선명한 온도계가 보인다. 연말이면 서울 광화문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의 온도탑’ 축소판 모양새다. 온도계 상단에 적인 ‘고졸 일자리 발굴’이란 글귀를 보고서야 짐작이 갔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 액수만큼 온도가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처럼 고졸 취업자가 늘어날수록 붉은 눈금이 위를 향하는 구조다. 목표는 5,000건. 지난 6월 문을 연 중취센터가 내년 2월까지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일자리 개수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은 물론 중견기업들로부터 일자리를 발굴,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을 늘리겠다는 다짐이다. 중취센터는 ‘고졸 취업자 지원확대’와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라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이행하고, ‘전국단위 일자리 발굴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만들어졌다. 전국 17개 시·도에 이미 설치된 지방취업지원센터와 유기적 연계를 통해 고졸 일자리 발굴·지원·관리·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직업계 고교생 취업을 위해 정부가 국가차원의 전담 컨트롤타워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취센터에서 실무 총책임을 맡고 있는 허경 한국장학재단 취업연계장학부장은 “직업계고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살려 안정된 일자리에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전국 단위 고졸 일자리를 발굴하고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한편 취업담당교사 및 취업지원관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활동을 실시하게 된다. 핵심은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확보,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을 늘릴 수 있느냐 하는 것. 하지만 코로나19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실정이어서 허 부장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그는 관계 부처는 물론 공공기관, 경제인협회 등을 찾아 업무협약을 맺고 고졸 신입사원 채용 확대를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비록 고졸이지만 실력만큼은 대졸 못지않은 데다 계속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우수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설득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정부 부처를 비롯 유수 공기업들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오고 있다. 허 부장은 “연내 2~3개 공공기관에서 고졸사원을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탄력만 받는다면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취업문을 활짝 열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과 매칭을 통해 취업처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빠르고 정확한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취센터는 학생들에게 지금 어느 기업에서 몇 명의 직원을 구하고 있는지, 조건은 어떤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기업체 역시 자신들의 원하는 인재상을 널리 알려 우수한 고졸사원을 채용할 수 있어 양측 모두 윈윈이다. 게다가 기업체가 실제로 고졸사원을 채용하고 탄탄한 곳인지를 검증해 DB를 구축, 학생들이 믿고 지원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우수 기업에 대한 고졸 청년들의 정보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고졸 취업 우수기업 DB구축 및 취업매칭 시스템이다. 허 부장은 이 같은 플랫폼이 구축되면 “정부 부처나 공기업처럼 학교에서 접근하기 힘든 취업처도 중취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얼마든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취업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졸업생 취업 지원 거점학교 사업 큰 기대 지난 6월 교육부와 산자부, 월드클래스300 기업협회가 맺은 고졸 취업 활성화 업무협약은 대표적 케이스. 업무협약에서 월드클래스 기업은 고졸 인재 채용수요를 발굴·제공하기로 했다.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월드클래스 기업을 ‘현장실습 선도기업’으로 일괄 인정,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포상·홍보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또 월드클래스 기업이 필요한 인재상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면,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력하여 기업 맞춤형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체제도 마련해 주기로 했다. 업무협약 이후 월드클래스300 기업에서는 올해 155명의 고졸 인재를 채용하는 계획을 밝혔다.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직업계고 졸업생 이력과 취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거점학교 운영 또한 중취센터가 담당한다. 지난 9월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전국 17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졸업생 취업지원 거점학교로 선정했다. 이들은 직업계고 학생이 졸업 후에도 취업을 희망할 경우 모교를 통해 다양한 취업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대부분 직업계고가 재학생에게는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기업과 매칭해 주지만 졸업 후에는 연결고리가 끊어져 졸업생 스스로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졸업생 취업지원 거점학교 사업에는 전국에서 37개교가 신청, 치열한 경쟁을 벌일 만큼 높은 관심을 모았다. 중취센터는 거점학교를 통해 발굴된 우수사례와 노하우를 일반학교에 확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직업계고 구성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사회적 편견. 일부이기는 하지만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그릇된 인식이 남아 있다. 허 부장은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스티그마 극복을 위한 국민 인식개선 사업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라면서 “고졸 인재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출범 2개월을 갓 지났지만, 고졸 취업 활성화에 거는 기대는 크다. 중취센터 입구에는 각계 인사들의 격려와 기대,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30여 개 동판이 걸려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출범 축하메시지에서 ‘대한민국 미래는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힘찬 발걸음, 희망의 빛이 될 중앙취업지원센터의 출발을 응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년 인재들의 요람이 돼 달라’고 응원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졸 취업 지원의 전진기지이자 귀한 허브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바람을 적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 제주여상 문지우 학생은 ‘사람의 돈은 내가 책임진다. 믿음직스러운 은행원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고 양혜원 학생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는 자상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적었다. 기업체를 대표한 김기윤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고졸 인재의 꿈과 미래를 창조하는 중앙취업지원센터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교육부 위탁을 받아 중취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의 의지도 남다르다. 그동안 대학생 학자금 지원 등 국가장학금 지원을 전담해온 한국장학재단이 고졸 취업 지원에 나선 데에는 ‘학력보다 실력’이라는 이정우 이사장이 강한 소신이 뒷받침됐다. 이 이사장은 중취센터 직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오랜 폐습인 학벌사회를 청산하고 만인이 실력에 의해 평가받는 실력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우리가 당면한 최대 과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고교생들의 학업과 취업을 돕는 일은 처음 가는 길이라 서툴고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 사회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므로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취직한 뒤 평생 자신의 관심에 따라 학습하는 경로도 훌륭한 인생이란 인식이 널리 퍼질 필요가 있다”며 “직업계고교 졸업생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는 것은 학력불평등과 차별을 감소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취센터 직원들 각오 또한 남다르다. 이들 명함엔 ‘꿈의 스케치, 색을 입히다’란 문장이 새겨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꿈을 실현시켜주는 최고의 조력자가 되겠다는 일종의 자기암시다. 허 부장은 “학생들이 직업계고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열정과 소명의식을 갖고 고졸 취업이란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가겠다”며 “오늘보다 더 좋아질 내일을 생각하면서 노력한다면 어떤 꿈을 꾸든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교육학을 공부하는 필자로서는 학교현장과 교육행정의 살아있는 소식들이 필요하여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현장 교직원들의 지식교육과 인성지도에 대한 생생한 소식들을 접하면서 교육현장의 힘든 상황들,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눈물겨운 온라인수업 추진 노력을 실감하고 있다. 2019년 11월 29일 발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뒤이은 12월 4일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보면서 우리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걱정했었는데, 온라인강의로 촉발된 도·농간 교육여건 격차, 부모의 학습지원 여부에 따른 학력격차 문제를 다룬 보도들을 대하면서 안타까움과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지적’이라는 말의 의미 얼마 전 경인지역의 어느 여고 교장선생님의 SNS 글을 통해 지식교육 위기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학교 선생님께서 안경을 바꾸어 쓴 한 학생에게 잘 어울린다는 뜻으로 “너 참 이지적인 아이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었던 여학생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당황했고, 옆에서 함께 들었던 다른 학생들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얼마 후 선생님은 그 여학생으로부터 불만의 이유에 대해 듣고서야 여러 학생이 당황했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 저를 너무 경솔하고 쉬운 아이로 보셔서 상처받았어요”라고 하더란다.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지만 심상치 않은 이야기라고 판단하신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밝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생활기록부 종합란에 ‘이지적’이라는 단어를 쓰셨는데 처음엔 정확한 뜻을 몰라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고 했다. 국어사전에서 의미를 확인한 후 그는 이지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되었고, 자기 정체성으로까지 발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 학생들의 어휘력 저하가 큰 문제라고 다들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제발 엉뚱한 데에 삽질하지 말고,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기초·기본지식 확보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 국어사전에는 ‘이지(理智) : 이성과 지혜를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본능이나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지식과 윤리에 따라 사물을 분별하고 깨닫는 능력’, ‘이지적 : 용모나 언행에서 이지가 풍기는. 또는 그런 것’으로 나와 있다. 다른 사전에서는 ‘이지(理智, reasoning power, intelligence)’를 ‘이치 리’, ‘슬기 지’ 즉, 본능이나 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이성(理性)과 지혜(智惠)로 나와 있다. 이러한 속뜻을 아는 학생이었다면 자기를 칭찬해 주신 선생님께 크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경험과 같이 외모에서 풍기는 이지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내면의 이지력을 키우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이지적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당황했던 여고생은 아마 ‘지식의 보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의미를 확인해 보았을 것이다. 최소한 두서너 사이트에서 의미를 확인한 후 선생님께 정색을 하면서 불만을 터뜨렸을 것이다. 필자도 인터넷 포럴사이트에서 ‘이지적’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사이트에는 ‘이지적인 사람?’에 1만 회 이상, ‘이지적이다의 뜻이 뭐죠?’라는 질문에 13만 회 이상 조회한 것으로 나와 있다.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기본적인 용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공개적인 답변은 어떤가? 앞에 제시한 국어사전의 풀이보다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가요?’, ‘똑똑하게 생겼다는 것? 이국적으로 생겼다는 뜻? 쉽게 말하면, 똑똑하고 고지식한…. 그런 말이죠’라는 답변에 공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교장선생님의 글을 읽었던 순간 필자가 생각했던 답변도 나왔다. ‘easy 쉬운 사람 아닌가요?’라는 해석이다. 선생님의 칭찬을 반대 의미로 오해했던 그 여학생은 그럴듯한 답변을 확인했고, 결국 틀리게 이해한 것이라 여겨진다. 한글은 쉽지만 한국어는 어렵다 한글은 쉽게 배울 수 있다. 하루 이틀 만에, 길어도 1주일 정도 노력하여 자음 14개와 모음 10개만 외운다면 모든 한글로 된 책들을 읽을 수 있다. 574년 전에 한글을 창제하셨던 세종대왕께서 똑똑한 사람은 한나절에, 좀 아둔한 사람도 10일이면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쉽다고 말씀하셨듯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 과학적인 글자가 바로 한글이다. 쉬운 한글 덕분에 우리나라는 문맹국에서 빠르게 탈출할 수 있었고, 누구나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 외교관 양성과정에서 한국어는 아랍어·중국어·일본어와 함께 가장 어려운 언어로 분류되고 있다. 한글은 가장 쉬운 글자지만,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언어라는 의미다. 앞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사실 한국어는 우리 학생들에게도 어렵다. 이 때문에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국어교육 강화 대책으로 초등 1~2학년 동안 27차시를 배정했던 한글교육을 62차시로 두 배 확대했다. 특히 국어 어휘력 향상을 위해 국어사전 활용수업도 두 배로 확대했다. 이전의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에는 초등 4학년 1학기 8단원 ‘국어사전과 함께’에서 9차시만 배웠던 것을 2018년부터는 3학년 1학기 7단원 ‘반갑다, 국어사전’에서 8차시, 그리고 4학년 1학기 7단원 ‘사전은 내 친구’에서 9차시로 2년간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강화되었다.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초등 3학년 시기부터 국어사전을 통해 어휘력 배양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려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국어사전 활용에 대한 관심과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 수업 중에나 혼자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초등학교에서 배운 대로 사전을 찾아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야 할 텐데 대부분 사전이 없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사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지식의 보고인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되는데 구태여 불편한 종이 국어사전을 찾아 공부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디지털 기술 맹신에 기인한 현상이다. 지난 1학기 동안 코로나19로 인하여 학생들은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관심 있는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학습하면서 학력수준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어휘력 수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대책으로 국어사전 활용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앞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학부모들은 ‘이지(理智)’와 같이 한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면 한글로 된 우리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자녀에게 국어사전을 통해 확인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억력이 한창 활발한 초등학생 시기에 몇 번만 한글과 한자를 대입시키다 보면 한글 이해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한자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국어사전 활용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6월과 7월 중 국내 유명서점의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국어사전 하나는 7위, 다른 하나는 22위, 또 다른 하나는 44위까지 동시에 올라간 것을 확인하면서 많이 놀랐다. 국어사전을 한 가지 종류로 분류한다면 전국 1위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교육부에서 어휘력 문제의 심각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국어사전 수업을 두 배로까지 확대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리라 여겨진다. 한글날을 앞두고 한자와 국어사전을 생각해 보았다. 한글과 한자는 대척점에 있는 것일까? 대척관계는 서로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고 있어 상반되지만, 서로의 관점을 합치면 상호보완이 되는 관계라고 하는데 한글과 한자의 관계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생들이 국어사전을 활용하면서 우리글은 한글과 한자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국어사전을 자주 확인하면 자연스럽게 기본적인 한자를 익힐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