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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양초(교장 윤미경)는 학생자치회 주관으로 어린이날을 맞이하여4일 등교 시간 현관에서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했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레드카펫을 밟으며 주인공이 되어 등교하는 화양초 학생들은“교문에서 선물도 나눠주시고 레드카펫을 밟고 등교하니 아침부터 기분이 정말 좋다”, “영화제나 큰 행사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서 행복하다”, “오늘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사람들이 축하해 주니 학교 오기가 더 즐겁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학부모회 주관의 어린이날 등교맞이 및 각 학년별 학급축제와 진로축제 등의 다양한 행사들로 행복한 어린이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 윤미경 교장은“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준비한 다양하고 즐거운 행사를 즐기며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니 행복하다. 우리 어린이들이 더욱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화양 교육공동체가 힘을 모아 꾸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뭐 배웠니?”하고 물을 때, 아이가 “나 오늘 행복한 수업 했어요”라고 대답한다면? 대한민국의 부모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부모들이 이런 엉뚱한 대답에 익숙한 국가가 있다. 왜냐면 학교 수업에 ‘행복’이라는 과목이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가 “오늘 행복했어요”라고 대답하는 날은 ‘행복’ 수업을 한 날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생각에 빠져본다. 행복을 배운다니? 이런 학교가 있나? 그렇다면 이 수업 시간에는 도대체 무엇을 할까? 의문은 꼬리를 문다. 그렇다면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바로 독일의 ‘행복’ 교육이다. 언뜻 들으면 위 사례는 최근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학생 중심의 교과 선택제인 고교학점제를 떠오르게 한다. 왜냐면 특별한 교양 선택 수업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에겐 전통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독일은 이미 2007년부터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이런 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모범적인 환경교육 못지않게 인간의 행복을 교과로 직접 가르치는 강대국이자 교육 선진국이다. 우리는 이를 단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무시하거나 마냥 부러워만 할 것인가? 그렇다면 독일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복’ 교과 시간을 운영하는가? 개괄적으로 말해서 수업 시간에 아이는 교실 밖으로 나와 한 시간 내내 풀밭에 드러누워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과연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를 사색하거나, 혹은 커다란 강당에서 원하는 대로 뛰어다니며 행복을 찾는다. 마음껏 뛰어놀고 쉬고 행복할 것, 이것이 행복 수업의 전부다. 우리에게도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독일의 행복 수업은 과거에 학생들의 평소 바람을 고려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이 과목은 ‘인간은 왜 교육받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에서 출발했다. 15년 전인 2007년 10월, 하이델베르크 빌리헬파흐 김나지움에서 처음 시도된 행복 수업은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와 자존감을 높이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도록 돕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면서 점차 독일 전국의 학교로 유행처럼 번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독일의 행복 수업은 학교 교사의 인솔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연극배우나 심리치료사, 의사, 스포츠 교사, 생물 교사, 윤리 교사 등과 이 과정을 위해 특별 연수 과정을 거친 수많은 학교 밖 전문가들이 조화를 이룬다. 수업의 주요 내용으로는 첫 번째 과정에서는 삶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방법, 행복한 식생활과 신체적인 만족감, 건전한 활동, 신체적인 자기표현 등에 대해 연극이나 현장실습 등으로 공부한다. 두 번째 과정은 정신적 만족감과 행복의 순간, 일상생활 속에서의 모험, 사회인을 위한 문명과 문화, 자아와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실험과 체험학습, 강연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배운다.(박성숙, 『독일 교육 이야기』, 2016) 청소년에게 행복을 찾고 즐기는 방법과 그 행복을 스스로 유지하는 길을 알려주는 이 수업의 콘셉트(concept)는 하이델베르크대학 체육교육학과의 볼프강 크뇌르처 교수 연구팀에 의해 충분히 학문적으로 검증·평가되었다. 크뇌르처 교수는 “정서적, 심리적인 영역을 강조하는 행복 수업은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서만 한정된 현재 학교 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이상적인 프로그램”이라며 “특히 이 교육은 단순히 학교 수업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기술과 의학, 경제 분야 등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근간이 되어 함께 성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독일의 행복 수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도 초·중등학교 수업에 ‘행복’ 과목이 있다면 어떨까? 학교에 개설된 과목이 온통 상급학교 입시를 위한 국어, 영어, 수학 중심으로 돌아가고 거기에 사회, 과학, 예체능 과목이 양념 역할을 하듯 운영되는 교육에 익숙한 우리의 교육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의 학생 교과 선택, 자유학기제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거의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어떤 학부모들은 “무슨 쓸데없는 과목으로 학생들의 에너지를 낭비하느냐? 좋은 고등학교나 대학에 들어가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거 아니냐?”라며 강력하게 항의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현실에서 목격해 왔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 특수학교나 혁신학교가 설립된다고 하면 집값 하락, 학력 저하의 이유로 발 벗고 나서 취소하거나 포기할 때까지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이 우리네 부모들의 익숙한 행태이지 않은가. 이는 독일과는 정반대로 자녀들의 불행을 약속이나 한 듯이 기꺼이 경쟁하여 승자가 되려고만 혈안이 되어 있는 꼴이다. 그 결과는 어떤가? 불명예스럽게도 청소년 자살률은 매년 세계 최고권 국가에 해당하지 않는가. 청소년들은 이번 생은 망했다고 ‘이생망’을 외쳐 댄다. 여기엔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압도적인 이유다. 오래전부터 한국의 공교육 위기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이제는 성적에만 치중하여 줄을 세우는 교육으로 남과 싸워 이기는 전사를 길러내는 데에만 급급한 나머지 미래의 꿈을 꾸지도 못하고 청춘의 낭만을 만끽하지 못하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행복 수업은 정말로 꼭 필요한 수업이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를 학교에서 가르쳐주고 함께 연습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훨씬 더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행복도 연습하기에 달려 있다”는 말이 그저 공허한 구호가 아님을 우리는 가르치고 구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려서 행복을 경험해 본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하기 쉽다“는 말에 기성세대가 보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부디 우리에게도 교육개혁을 3대 국정 핵심 중의 하나로 추구하려는 현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행복 교과를 초·중등 교육에 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경기 수청초(교장 이명주)는 3일1~2학년을 대상으로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수업을 진행하였다. 이번 수업은 ‘숲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로, 교내 교사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작가 초대까지 진행한 것이다. 학생들은 한유진 작가가 직접 만든 재활용 소품 인형극을 감상하고, 작가와 함께 나무와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학생들의 생태 감수성을 함양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 내용은 숲에서 볼 수 있는 생명체 인형극으로 만나기, 숲을 주제로 한 의성어·의태어 연상 퀴즈, 마무리 활동으로 나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글로 쓰는 활동이었다. 한유진 작가는 이날 수업에서 그림책 ‘숲이 될 수 있을까’ 책이 쓰여진 배경을 소개하며 “숲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고, 우리 모두 숲이 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수청초인근에는 물향기수목원이 있어, 학생들은 물향기수목원 생태 수업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기도 하였다. 이 그림책 수업은 물향기수목원 생태수업 후속 활동으로 기획된 것이다. 이명주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가치가 될 것이며, 수청초학생들이 그림책을 통한 생태 교육을 통해 생태 감수성을 키워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경북 점촌북초(교장 하미경)는4일운동장에서 어린이날을 기념하여,한마음 운동회를 실시하였다. 코로나19이후 처음으로 학부모님을 초청하여 함께하는 운동회를 개최하였다. 코로나-19로 운동회를 몇 년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은 오늘 하루 친구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고 기쁨을 누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6학년 하OO학생은“부모님들께서 오셔서 좋았어요.정말 오래만인 것 같아요.너무 즐거웠어요”라고 말했다.또한3학년 김OO학생은 뽑기코너와 푸드트럭,음료코너가 좋았어요“라고 하였다. 5학년 이OO학부모님은”학교에서 부모님을 초청하여 학생들과 함께해서 좋았고,학교에서 준비한 내실있는 운동회 프로그램과 푸짐한 상품에 감동받았다“라고 하였다. 하미경 교장은“탄소중립 운영학교로서 특색있는 친환경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운동회를 통해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었다.앞으로도 교육 가족이 함께하는 특색있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수원마을미디어연합(대표홍종희)는 3일 오전 팔달문화센터 지하 1층 공연장에서 '수원시 마을미디어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경기도내 마을미디어 활동가 30여 명이 모여 발제와지정토론을 듣고 질의 응답을 벌였다. 여기서 말하는 마을미디어란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들고 직접 운영하는 미디어 활동을 통칭한다. 마을미디어는 라디오, 영상, 신문 등 다양한 미디어를 매개로 삼아 삼삼오오 모인 이웃들이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 공동체를 말한다. 1부 개회식에는 일정안내, 대표 인사말, 축사, 민진영(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좌장의 진행 안내가 있었다. 2부는 발제와 지정토론이,3부는 청중 질문과출연자의 자유토론이 있었다.수원마을미디어연합홍종희 대표는 인사말에서 "이 자리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시민들과 함께 하면서 마을미디어의 현재의 고민을 바탕으로발전의 계기를마련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우리동네 DJ 김윤지 대표는 '수원미디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그는 수원마을미디어의 인생 그래프를 제시하며 탄생기(2015~2016), 성장기(2017~2019), 정체기(2020~2022), 모색기(2023~2025) 4단계로 나누었다. 그는 마을미디어의 핵심요소로 지원을 넘는 협력, 네트워크로 인한 확장, 지역을 변화시키는 활동 세 가지를 강조했다. 또한 공동체미션을 제시하면서 청년과 남성의 참여를 호소했다. 두번째 발제자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허경 이사는 '마을미디어의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발표했다. 그는 마을공동체미디어의 가치와 역할, 그동안 활동의 경과와 정책 현황을 제시하였다. 마을공동체미디어의 과제로는 지역에서 얽히고 설키기, 지역을 구상하며 중앙을 배치하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150년 역사를 소개하면서 30년 역사의 국내 마을미디어는 긴호흡으로 다이나믹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에서임민아(커뮤니티플랫폼 이유 이사장) 토론자는 "수원문화재단 미디어센터는 지원이 아닌 협력을 해야 할 때"라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고 결정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고성준(수원미디어센터 운영위원) 토론자는 "현재의 수원미디어센터는 운영위원회 기능의 축소, 지역전문가와 관련 활동가들과의 불통이 문제점으로 들어났다"며"지역활동가들과연대하고 지역과 소통하려는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영철(수원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토론자는 "수원시 주민자치회가 전체 행정동으로 학대되어 마을공동체 미디어와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자치와 분권을 실현하는 마을공동체 미디어의 역할을 더욱강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지연(수원마을미디어연합 정책위원장) 토론자는 "마을미디어를 일부 시민의 취미활동으로 축소하거나 콘텐츠 제작과 수량에만 관심을 두어 안타깝다"며 "마을미디어는 평범한 시민을 사회의 주인으로 우뚝 서게 만든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했다. 다음은 좌장의 사회로 참가자 청중과 출연자들의 질의 응답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발제와 토론자들이 발표한 내용에 보충 질문을 하거나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마을미디어의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여러 명이 자진 발언을 통해 자신의 의견를 발표했다. 발표와 토론 열기로 토론회는 예정 종료시각을 30분을 넘어종료되었다. 이경남 마을미디어코이 대표는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수원마을미디어가 좀 정체된 느낌이었는데 오늘 토론회에 함께하면서 그 동안 걸어온 길을 회상하게 되고 마을미디어 활동가의 활동들이 의미있었고 다시 잘해보자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면서 "수원마을미디어의 재도약을 위해 마을공동체미디어 조례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는 염원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마을미디어 현황을 보면17개 시도에 300개가 넘는 마을미디어가 있다.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허가받은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은수원SoneFM(96.3MHz) 등 27곳이다. 마을공동체미디어 법적 근거가 되는 조례제정은 2016년을 시작되어 현재 25개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야생화 동호인들은 해마다 봄이 되면 일상이 매우 분주하다. 짧은 봄인데 야생화들은 다투어 피어난다. 또 개화기간이 길지 않다. 단골손님처럼 해마다 가는 곳이 정해져 있다. 그리하여 해마다 그곳을 찾아가 야생화의 안부를 묻고 사진 기록에 남긴다. 하나의 야생화를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수십 장 기록을 남긴다. 개체 수가 늘어나면 더욱 반갑고 개체 수가 줄어들면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후변화를 걱정한다. 필자는 부부산행으로 야생화를 찾아다닌다. 해마다 가는 곳은 수원의 광교산, 칠보산을 비롯하여 안양 병목안, 안산 수리봉, 남양주 천마산과 축령산 등이다. 광교산은 족도리풀, 칠보산은 칠보치마, 병목안은 천남성과 변산바람꽃, 수리봉은 괭이눈과 노루귀, 천마산은 얼레지와 현호색, 축령산은 노랑제비꽃과 얼레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 번 다녀오면 일주일 이상 야생화가 어른거린다. 수도권 봄철 산행 최고의 산행지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야생화 탐사로 멀리 가지 않아도 될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수원특례시 도심지 한 가운데 야생화 군락을 발견한 것. 이곳에 가면 괴불주머니, 애기똥풀 군락을 볼 수 있다. 노랑꽃 물결이 장관이다. 장소는 권선구 구운로(九雲路) 14번길. 정확히 말하면 구운초뒷동산. 구운동 강남아파트 뒷산으로 공식명칭은 구운공원이다. 수인산업도로, 수성로, 여기산로와 인접해 있다. 구운공원 입구는 여러 곳이다. 하나는 구운동 삼환아파트 정류장과 구운공원 삼거리에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하나는 구운초정문 50m 옆(서둔동 성일아파트 정문 앞)이다. 하나는 구운동 강남아파트 후문이다. 하나는 서호노인복지관과 서수원체육센터에서 수인산업도로 육교를 건너면 된다. 또 하나는 선경아파트 후문이다. 필자는 구운공원 삼거리 입구 계단을 올랐다. 열 계단 오르니 강남아파트 울타리와 이어진다. 산책로가 바로 나타나는데 오른쪽은 아파트 울타리고 왼쪽은 괴불주머니와 애기똥풀꽃 군락이 이어져 있다. 마치 노랑색 물결이 사열을 하듯 산책객을 맞이해 준다. 공원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도니 노랑색 물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산책객은 노랑색에 취하는 것이다. 삼환아파트 버스 정류장은 인도 바로 옆에까지 괴불주머니가 ‘나 좀 보아주세요’ 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이 야생화는 누가 일부러 심은 것이 아니라 자생하고 있는 것. 괴불주머니는 산중턱이나 길가에 자라는 두해살이풀이다. 꽃의 한쪽은 입술 모양으로 아랫입술이 더 작다. 구운공원에선 흔히 볼 수 있지만 다른 산에서는 보기 어려운 야생화다. 구운초울타리 밖 배드민턴 연습장 아래에는 애기똥풀 군락지가 있다. 왜 하필이면 애기똥풀인가? 줄기를 자르면 노란 액체가 나오는데 이것은 마치 애기똥 색깔과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애기똥풀이 된 것이다. 필자가 수원 숙지중에서 개교 당시 근무했는데 이 학교 교화가 애기똥풀이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전국 각지 마을 근처의 길가·풀밭에 자생하고 있다. 두해살이풀이다. 이밖에 구운공원에는 봄까치꽃(일명 개부랄꽃), 광대나물, 현호색, 양지꽃, 제비꽃, 꽃다지, 별꽃 등 야생화가 있다. 아카시꽃 모양인 귀룽나무꽃도 4월에 개화하고 있다. 인동초 꽃모양과 비슷한 하얀색 꽃피운 괴불나무도 있다. 산딸기나무는 여러 나무가 엉겨서 떼를 지어 흰꽃을 피우고 있다. 선경아파트 후문 인근에서는 애기똥풀과 철쭉이 어울려 자라고 있다. 구운초후문 쪽에 있는 앵두나무꽃은 이미 낙화하여 줄기에 연두색 열매를 매달고 있다. 구운공원에 가면 산책객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맞이해 주는 것이 있다. 바로 산새들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딱따구리가 부지런히 나무를 쪼아 벌레를 파먹고 있었다. 나무 이곳저곳을 부리로 두드릴 적마다 소리가 다르다. 또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물까치 일가족을 보았다. 강남아파트 인근에서는 어치 부부를 보았다. 직박구리 울음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날카롭다. 이곳에서도 까치와 참새는 흔히 볼 수 있다. 수원특례시, 참으로 행복한 도시다. 시내버스 창밖으로 야생화 괴불주머니 노란꽃 물결을 볼 수 있다. 아파트에서 걸어서 가면 5분 이내에 공원이 있다. 공원에선 체력단련 시설을 이용하여 운동을 할 수 있다. 공원 곳곳에는 각종 야생화를 볼 수 있고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서수원에 살면서 호수가 있는 일월공원이 으뜸인 줄 착각했다. 구운공원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괴불주머니와 애기똥풀의 천국이 구운공원이다.
'우리학교 등교길에는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볼 수 있어요!' 바쁜 아침 등교길에 멋진 선율로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는 학교가 있어 화제다. 바로 경기금호초(교장 이기형)다. 4일 오전 금호초에서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름다운 멜로디의 클래식 음악 연주로 ' 열린 등굣길 음악회' 가 개최되었다. 총 58명의 금호초 학생들로 구성된 수원 금호초 오케스트라단은 '어머님 은혜, 스승의 은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 5번 4학장 finale,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OST 제국의 역습 메들리' 총 4곡을 아름다운 화음과 선율로 들려주었다. 이번 행사는 가정의 달을 맞아 친구들의 등교길을 빛내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은혜를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계획되어 실시되었는데 아침 등교를 하는 학생들과 과학문화 축제의 날을 맞아 학교를 찾은 학부모 등 많은 사람들이 아침 등굣길 오케스트라 연주에 빠져들었다. 이기형 교장은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수원금호초 오케스트라가 등굣길 작은 음악회를 통해 아름다운 선율로 어린이날을 축하해 줘서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오늘 하루는 온전히 어린이들의 날"이며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게 해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2020년 창단하여 올해 4년 차를 맞은 수원 금호초 오케스트라는 매년 정기 연주와 아침 등굣길 음악회 등으로 지역사회 문화 사절로서의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금호초관계자는 "앞으로도다양하고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새롭고 행복한교육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미래는 문화를 향유하고 즐기는 사람이 성공을 할 수 있다. 아침 음악회로 즐거운 아침을 여는 금호초의 무한한 발전을 기대한다.
4월 19일부터 교육공무원에 대한 공무상질병휴직이 일반공무원과 동일하게 최대 5년까지 연장됩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장기간 간호가 필요한 가족뿐만 아니라 단순 부양이나 돌봄을 위해서도 휴직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같은 내용의 개정 「교육공무원법」이 시행됨에 따라 세부운영사항을 규정한 「교육공무원임용령(대통령령)」도 개정됐습니다. 변경된 휴직 운영사항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공무상질병휴직 가. 「교육공무원법」 개정사항 제45조(휴직기간 등) ➀휴직기간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전략) 다만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른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휴직기간은 3년 이내로 하되, 의학적 소견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2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나. 「교육공무원임용령」 신설사항(제19조) 1. 임용권자(임용제청권자)가 질병휴직 여부 결정 시 관계 전문가 등으로 질병휴직위원회를 구성해 휴직 필요성 등에 대해 자문할 수 있음. 2. 임용권자(임용제청권자)는 동일한 사유의 공무상질병휴직을 3년을 초과해 연장하려는 경우 질병휴직위원회에 자문해야 함. 3. 공무상질병휴직을 명할 수 있는 경우는 공무상 요양 승인(재요양 승인)을 받은 경우로 한정함. 4. 공무상 요양(재요양) 승인을 받은 기간을 끝난 후에는 같은 사유로 공무상질병휴직을 새로 명하거나 연장을 할 수 없음. ※ 공무상 요양 승인기간 내에서만 공무상질병휴직이 가능한 것은 지난 2021년 12월 9일 공무원임용령 개정으로 이미 교원에게도 적용됨. 2. 가족돌봄휴직 가. 「교육공무원법」 개정사항 제44조(휴직) 9. 조부모, 부모(배우자의 부모를 포함한다), 배우자, 자녀 또는 손자녀를 부양하거나 돌보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다만 조부모나 손자녀의 돌봄을 위하여 휴직할 수 있는 경우는 본인 외에 돌볼 사람이 없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경우로 한정한다. 나.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사항(제19조의4) 1. 기존 ‘가사휴직’에서 ‘가족돌봄휴직’으로 명칭 변경 2. 조부모를 돌보는 경우: 본인 외에는 조부모의 직계비속이 없는 경우. 다만 다른 직계비속이 있으나 질병·고령·장애 또는 미성년 등의 사유로 본인이 돌볼 수밖에 없는 경우를 포함. 3. 손자녀를 돌보는 경우: 본인 외에는 손자녀의 직계존속 및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 다만 다른 직계존속 또는 형제자매가 있으나 질병·고령·장애 또는 미성년 등의 사유로 본인이 돌볼 수밖에 없는 경우를 포함. 휴직 QA Q. 공무상질병휴직에 대해 복직한 뒤에 다시 공무상질병휴직을 명할 수 있나요? A. 복직은 공무를 원인으로 한 부상이나 질병에 대한 치료가 완료됐을 때 가능합니다. 공무상 요양 승인기간이 끝난 후에도 정상적인 근무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반질병휴직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때 새로운 일반질병휴직 2년(동일 질병에 대해 최대 가능 기간)이 부여되는 것은 아닙니다. 2년의 기간 중 공무상질병휴직으로 활용한 기간을 제외한 잔여기간만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Q. 가족돌봄휴직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A. 기존 가사휴직과 동일하게 가족돌봄휴직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재직기간 중 총 3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즉 한번에 1년을 초과해 휴직을 승인할 수 없고, 다시 가족돌봄휴직이 필요한 경우에는 복직 후에 새로운 휴직명령이 필요합니다. 이때 복직일과 동일한 날짜에 새로운 가족돌봄휴직일을 시작할 수 있으며, 이 휴직기간이 총 3년을 넘을 수 없습니다. Q. 가족돌봄휴직을 위한 제출서류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A.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사고나 질병의 사유만 가능해 진단서가 추가돼야 했으나 가족돌봄휴직에서는 이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육아휴직과 달리 가족돌봄휴직은 임용권자가 반드시 휴직을 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부양·돌봄의 필요 여부나 기관 내 인력 운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토록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계·연예계를 넘어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낙마사태까지. 학교폭력 관련 뉴스가 연일 화제이다. 최근에는 학교폭력과 그에 대한 복수를 담은 드라마까지 인기를 끌면서 학교폭력이 문화적 콘텐츠로 소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과 보호자 역시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아져 있음은 당연하다. 학교에서는 예전 같으면 담임교사의 생활지도 정도로 마무리할 정도의 사안들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는 일이 늘고 있다. 신고를 당한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들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일을 왜 학교폭력으로 처리하냐는 식의 민원을 넣는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학교는 갈수록 더 힘들어져 간다. 어떤 사안을 학교폭력으로 접수해야 하고, 어떤 사안을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 차원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학교에서 이를 임의로 판단해도 괜찮은 걸까? 업무담당자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번 호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접수와 관련하여 현장에서 고민해온 사례들을 살피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지, 왜 그렇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수록된 사례와 파생되는 예시 상황들이 독자들의 눈에는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 필자가 자문한 학교현장에서 발생하였던 실제 사례들을 기반으로 한 것임을 밝혀둔다. 즉 학교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례1운동경기 중 발생한 부상과 학교폭력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축구경기를 하다가 P가 상대 학생 V에게 깊은 태클을 걸어 부상이 발생하는 일이 생겼다. 즉시 V를 보건실로 옮겨 치료하고, 보호자에게 연락하였다. 그런데 V의 보호자는 태클을 걸어 온 P를 탓하며,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운동경기 중에 발생한 일일 뿐,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보이는데, 이런 사안도 학교폭력 절차로 처리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은 제13조 제2항 제3호를 통해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를 소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막상 발생된 분쟁사안이 학교폭력인지, 혹은 일상적으로 발생한 갈등인지에 관해서는 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하게 되므로 학생 또는 보호자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다면 비록 그 내용이 이치에 맞지 않거나 근거가 없어 보이더라도 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례❶’은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해서 처리해야 한다. 또한 ‘사례❶’과 같은 사안을 우발적 상황으로 여기고 학교폭력사건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이 사안을 조사하다가 다음과 같은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고 가정해 보자. ① P와 V는 좋아하는 여학생이 같아 서로 경쟁하는 사이로 학교생활 도중에도 종종 갈등이 있었다. ② P의 태클 이전에도 경기 중 계속하여 P와 V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여 다른 학생들이 말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③ V는 종아리 위쪽에 부상을 입었는데, 통상 공을 빼앗기 위한 태클이 발목을 향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부상 부위가 일반적이지 않다. 위와 같은 사실을 고려하면, P는 축구경기라는 점을 이용하여 V를 공격할 목적으로 태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심의위원회에서 이를 고려하여 학교폭력으로 인정할 가능성도 생긴다. 사례2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로 마무리 지어도 괜찮을까? 초등학교 1학년인 V의 보호자가 상담을 요청해왔다. 들어보니 같은 반의 P가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밀치는 행동을 반복하며 V를 괴롭힌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P의 행동은 엄밀히 바라보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이는데, 한편으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V의 보호자와 상담할 때 특별히 학교폭력으로 신고한다는 말은 없는데, P를 불러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훈육하는 정도로 마무리 지어도 괜찮은 걸까? 심각한 신체폭력이 발생하였다거나, 증거가 분명한 사안이라면 곧장 학교폭력사안으로 접수하겠지만, 항상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것인지가 애매한 사안들이 발생해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이렇게 애매한 사안은 학교폭력으로 접수하여 처리하든 혹은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차원에서 마무리하든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두 상황을 가정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펴보자. ● 가정 1)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하여 처리한 경우 우선 가해학생으로 신고된 P의 보호자는 “뭘 이런 아이들의 장난까지 학교폭력으로 보고 처리하느냐”며 화를 낼 것이다. 물론 가해학생 측의 입장에서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고 예상가는 범주의 일이다. 그런데 유사한 사례들을 접해보면 오히려 피해학생 측인 V의 보호자가 “나는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느냐”라고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런 일들의 내막을 살펴보면 보통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처리를 시작하자 “○○ 엄마/아빠가 별것도 아닌 일로 학교폭력 신고했대”라는 소문이 돌았다거나, 혹은 본래 친하던 학생들이나 보호자들 사이의 관계가 학교의 사안처리 때문에 서먹해졌다는 등의 사연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발생한 책임을 모두 학교에게 떠넘긴다. ● 가정 2) 학생생활지도 차원에서 마무리한 경우 이미 갈등이 발생한 학생들은 이후 다른 문제가 또다시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사례❷’에서 P에 대한 생활지도에도 P가 V를 추가로 가해했을 때, 화가 난 V의 보호자가 “과거에도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은폐했다”라고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번에는 V가 P를 폭행하고 P가 신고하자 V의 보호자가 “우리 아이가 당했던 학교폭력은 모르는 척 넘어가고, 왜 우리 아이가 가해한 부분만을 문제로 삼느냐”라고 할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이든 학교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식적인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해서 처리하든, 학생생활지도 차원에서 마무리하든 갈등과 분쟁의 위험이 있다. 그러면 학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례❷’와 같은 상황에서 학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당사자에게 선택지를 제시하고 분명하게 결정하도록 한다’라고 생각된다. 또 굳이 에둘러 말할 이유도 없다. “말씀을 들어보니 V가 힘들었겠다. 공식적인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하여 처리할 수 있지만, 교육청에서 진행되는 심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학교 내에서 P와 V에 대한 생활지도를 진행해볼 수도 있다.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알려달라”고 하여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때 보호자가 학생생활지도로 진행하기를 원한다면 학교관리자와 상의하여 생활지도방안을 마련하고 이러한 계획에 대한 내부결재를 남겨두는 것이 권장되며, 적어도 보호자가 그러한 결정을 하였음을 기록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교폭력을 은폐했다는 주장을 차단하고 학교의 입장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다. 사례3학교폭력 신고접수 후 오인신고임을 알게 된 경우 B는 ‘A가 성인에게 성범죄를 당하고 괴로워한다’며 담임교사에게 알렸다. 깜짝 놀란 학교는 학교전담경찰관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달하였고, 중한 사안임을 감안하여 사실 확인에 앞서 곧장 교육청에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접수하였다. 학교는 A의 보호자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알렸는데, 보호자 역시 처음 듣는다며 놀랐고, 성관련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보호자에게 협조를 요청하였다. 다음날 A와 보호자가 함께 학교로 방문하였는데, A의 보호자는 A가 다른 학생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러한 말을 한 것이라며 그러한 피해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한다. 학교로서는 한시름 놓긴 했지만, 이미 접수한 학교폭력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냥 신고를 철회하면 되는지 궁금하다. 우선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였을 때, 사실 확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곧장 학교폭력 접수를 진행하는 것이 상책이다. 법령으로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학교는 학교폭력을 인지한 후 48시간 이내에 교육청으로 사안을 보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긴급하거나 중대한 사안(특히 성폭력)은 유선으로 별도 보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례❸’과 같이 제3자(학교폭력 당사자가 아닌 자로 목격학생 또는 교사 등)의 신고로 학교폭력 접수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사안을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이를 종결하기 위해 마련된 별도의 과정이 있다.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2023.3.1.)은 학교 내의 전담기구 회의를 통해 학교폭력이 아님을 확인한 후, 그 회의내용을 기재하여 교육청으로 보고하는 절차를 설명한다. 접수된 신고만 철회하면 될 것 같은데, 이와 같은 별도의 절차를 두고 있는 것이 담당자로서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절차는 학교 업무담당자에 대한 안전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전담기구는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법정기구이다. ‘사례❸’의 신고가 실제로는 오인신고가 아니라 성폭력 피해사실이 알려질까 봐 학생이 부모에게도 이를 숨긴 일이고, 나중에 제3자인 B의 신고가 진실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이때 사안을 허술하게 조사하여 중대한 학교폭력 사안을 임의로 철회했다며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전담기구의 회의와 이를 통한 결정이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마련하여 문제발생의 책임을 업무담당자 개인에게 돌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상 살펴보았듯, 학교폭력 사안은 사안의 초기단계 처리가 매우 중요하고 여기부터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일단 접수가 이루어지면 담당자는 처리를 위해 관련한 많은 문서를 만들어야 하고, 학생과 보호자에 대한 상담까지 진행해야 하며,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코 학교폭력 담당자 개인이 해결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학교폭력 사안의 접수과정부터 학교관리자를 비롯한 학교 전체의 관심과 도움 그리고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 더 글로리(The Glory)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고등학교 시절, 끔찍한 괴롭힘에 시달렸던 주인공이 긴 시간이 흐른 후 가해자들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내용이다. 복수의 통쾌함보다는 가해자의 잔인한 폭력성에 대한 무반성과 피해자의 회복되지 않은 깊은 상처 등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가시지 않았다. 사이버폭력·혐오 등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되며 그 폭력성은 더욱 정교하게 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정서 문해력이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OECD는 ‘Education 2030’에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태도와 가치(Attitudes and Values)를 중요한 핵심 구성요소로 보았다. 이는 타인에 대한 존중·공정성, 개인 및 사회적 책임, 자기인식 등 민주시민교육과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서 문해력 교육이다. 정서 문해력(Emotional Literacy)이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능력, 감정을 생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인본주의 교육을 옹호하는 미국 심리치료사 클라우드 슈타이너(Claude Steiner)에 의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클라우드 슈타이너는 정서 문해력이 주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힘을 실어주며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아래의 다섯 단계를 제시하였다. ① 자신의 감정을 인지한다(Knowing your feelings). ② 공감감각을 가진다(Having a sense of empathy). ③ 감정조절하는 것을 배운다(Learning to manage our emotions). ④ 정서적 문제를 해결한다(Repairing emotional problems). ⑤ 정서적으로 상호작용한다(Putting it all together: emotional interactivity). 정서 문해력 교육의 필요성과 교사의 인식 정서 문해력 교육은 학생의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자신감, 인지발달 및 독립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자기규제를 장려하고 타인과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Education today, October 2021, 19p). 정서 문해력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이에 대한 초·중·고 교사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중 일부문항에 대한 자료분석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교사가 인식하고 있는 학생의 정서 문해력 정도에 대한 문항에서, 3년 미만의 교사들이 2.04로 학생들의 정서 문해력을 가장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그러나 배경 변인에 다른 유의미한 차이가 없이 학생들의 전반적인 정서 문해력이 낮다고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어,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서 문해력에 대한 적극적 지원 및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정서 문해력과 인지 문해력의 관련성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에서는 전체 평균 3.15로, 교사들이 전체적으로 정서 문해력과 인지 문해력의 관련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2 참조). 학교현장에서는 문해력이 낮은 학생에 대한 정서 문해력 교육도 함께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한 향상 방안을 선택하는 문항에서는 정서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 운영, 교원연수, 심리·정서 전문상담사 지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현장에서 다양한 정서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 지원과 자격연수 또는 직무연수 과정에 정서 문해력 관련 연수내용을 포함하여 교사들에게 구체적인 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문결과에 나타나듯 교사들은 이미 정서 문해력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고,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 교육적 지원과 역량 강화 연수 등에 대한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외국 사례 정서 문해력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은 국내에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다. 영국의 경우 학교에서 정신건강과 웰빙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다각적 접근방식을 취하며, 학생의 학습준비도를 도울 수 있는 ‘학교 단위의 정신건강 및 웰빙 촉진 및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초·중등교사를 대상으로 정서 및 웰빙에 대한 교육방법과 학생들의 감수성을 존중하는 심화연수로 정신건강 훈련 모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정서 문해력 지원 도우미(ELSA: Emotional Literacy Support Assistant) 프로그램 운영 지원으로 학교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를 제공하여 학생들의 공감능력 향상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학생의 회복력과 웰빙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Be You’ 정책은 정신건강을 위한 국가교육계획으로 학생·교직원·가족 모두가 긍정적이고 포용적이며 탄력적인 학습공동체를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Friendly schools 운영 등 학생의 사회·정서발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교 전체의 포괄적 접근을 통해 교육공동체가 변화에 대한 자체 역량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교사·학교·교육청 역할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서 문해력 교육은 개인을 넘어 교육공동체 모두의 관심과 교육적 지원으로 실현화될 수 있다. 학생들의 정서 문해력 함양을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 학교의 역할, 그리고 교육청의 역할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교사의 역할 - 교수·학습계획 수립 시, 학생의 인지적인 부분과 함께 정서적 부분도 함께 고려되어 개인의 종합적 학습발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교육과정 내의 개별화 교육과정(individualized curriculum)에서 교사 및 심리사(psychologist)의 관찰 및 판단을 바탕으로 개별학생의 성취목표 도달 여부와 그에 대한 교수·학습계획을 수립하듯이 학생 개개인에 대한 다각적이고 세심한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 개별화 수업교실의 교사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유형과 각양각색의 관심사를 고려해 수업을 개별화해야 한다. 또 학습내용 복잡도와 상이한 지원체계를 감안, 수업의 진행속도를 달리해서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켜야 하며,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자기 자신과 경쟁하면서 성장 발전해가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2019, 홍완기). - 정서 문해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교수·학습을 계획하기 전에 학생의 정서 공감능력 및 학습수준을 고려한 학습범위 설정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정서적 자기효능감을 이해하고 교육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하여 학생 개개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학습수준을 고려하여 어떤 학생도 학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개인에 맞는 학습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학교의 역할 - 교사가 학생의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해 전문성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학교 내에서 전문가를 활용한 교사교육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학교환경에서의 정규교육과정 안에서 정신건강교육 및 아동·청소년기의 부적응문제 등 예방의 통로로 학교기반의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적용하였으며, 학생들의 또래관계기술 향상에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심서연, 2015). - 정서 문해력 교육은 교사의 노력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부분으로, 가정의 수용적 분위기 속에서 부모·형제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가능하기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 및 자료 제공이 필요하다. - 학교운영계획에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한 단위학교의 구체적인 계획수립 및 운영이 필요하다. ● 교육청의 역할 - 학교현장에서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전문상담 프로그램 및 자료제공을 위해 행·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 - 단위학교의 정서 문해력 관련 로드맵 수립에 참고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중장기적인 교육정책 제시가 필요하다. - 설문결과에서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한 향상방안으로 교사연수 부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가치·태도 등을 판단할 수 있는 평가자료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정서 문해력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교수·학습활동에 활용하기 위한 연수제공이 절실하다. 따라서 학생들의 가치·태도와 관련된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한 다양한 연수내용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 우리의 뇌는 끝없이 진화한다’는 어느 뇌과학자의 말로 끝을 맺는다. 타인과의 공존,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며 표현하는 개인 안의 공존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 삶의 질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서 문해력 교육이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균형 잡힌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세계는 지금 Digitalization(디지털화)에서 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Digitalization이란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활성화하거나 개선 및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통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원활한 의사소통 지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 가는 것이다. Digital Transformation은 Digitalization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변환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구조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어떤 의미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3 BETT SHOW로 향했다. 코로나19가 앞당겨버린 디지털 세상 BETT(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SHOW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듀테크 박람회로 198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글로벌 행사이다. 올해는 ‘재연결(Reconnect), 재구성(Reimagine), 재탄생(Renew)’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내걸고 세계 150여 개국 6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3월 29~31일까지 열렸다. 필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바로 전인 2019년 1월에 BETT SHOW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 코로나19가 앞당겨버린 디지털 세상이 올해 BETT SHOW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사뭇 궁금했다. Keynote 현장에는 세계 유명 인사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필자가 도착했을 때는 영국의 유명 방송인인 아요 소칼레(Ayo Sokale)의 ‘Neurodiverse Minds: The key to the future and the UN SDGs(신경다양성 마인드: 미래와 UN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열쇠)’라는 주제로 열정적인 강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지구와 미래사회를 위한 핵심 키워드로 신경다양성 마인드를 제안하는 그녀의 강연은 뒤에 이어진 크리에이터이자 영화감독인 앨리슨 벨우드(Alison Bellwood)의 Making ‘sustainability’ real in schools(학교에서 ‘지속가능성’ 실천하기)의 주제와도 맞닿아있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기술 발전을 쫓아가면서도 지구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교육이 학교에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경제·사회·문화·예술·교육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필요한 통찰을 보여주는 강연은 BETT SHOW에서 놓칠 수 없는 귀한 경험이 아닌가 싶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좌석을 빽빽하게 채운 관중들, 그리고 발표자와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호응하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경건하고 다소 딱딱한 행사 문화와는 상반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AI 튜터링 서비스 Practice Sets BETT SHOW 현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AI 기반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였다. 국내 교과서 출판사의 AI 기반 디지털교과서 및 AR 활용 교육도서와 학생들의 독서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영국의 대시보드 플랫폼, 구글의 AI 튜터링 시스템인 Practice Sets 등 수업·평가, LMS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2월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에서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AI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배움 속도에 맞게 맞춤교육을 제공하여 미래사회의 디지털 인재로 키우겠다는 의지라 볼 수 있겠다. 또 구글의 AI 튜터링 시스템인 Practice Sets은 기존의 온라인 학급인 구글 Classroom에서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을 AI가 이를 자동 채점해 주고, 잘했을 때 칭찬해 주는 정적강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학교교육에서 수업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평가’이다. 순위를 내고, 성공자와 실패자를 가르기 위한 결과로서의 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과정으로서 평가는 수업을 보다 완성시켜 줄 뿐 아니라 학생의 성장에 기여한다. 이러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AI 보조교사, 즉 AI 튜터링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분석하여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 진단한 결과를 정리하여 교사에게 알려줌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의 학습자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학습자 분석결과는 교사의 손에 의해 맞춤형 수업설계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학생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습의 제일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결과로서의 평가가 아닌 학습활동 진행 중에 이루어지는 과정으로서의 평가, 성장을 돕는 평가를 위해 Practice Sets와 같은 AI 튜터링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영국에 이어 한국에도 서비스가 론칭된다고 한다. AI를 접목한 SW·AI 교육도구의 등장 다음으로 다양한 SW·AI 교육도구들을 살펴보았다. 예전의 BETT SHOW에서는 코딩교육과 피지컬 컴퓨팅의 연계가 눈에 띄었다면 올해의 BETT SHOW에서는 한 단계 진화해 AI를 접목한 코딩교육과 피지컬 컴퓨팅의 연계, 나아가 데이터 기반의 시각화 교육에 대한 연구와 도구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다. 얼굴인식 기술을 접목해 카메라에 비친 사람의 나이와 감정을 예측해 알려주는 교육체험에서부터 최근 핫한 챗GPT를 접목해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내에서 챗GPT에 연결하여 질문하고, 대답을 얻어내 그 결과를 프로그램에서 활용하게 하는 등 새로운 시도와 활동은 학습자의 학습동기를 끌어냄과 동시에 최신 정보기술을 활용한 문제해결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기계학습의 방법으로 쓰레기 종류를 학습하고, 쓰레기 종류를 분류하여 자동으로 분리수거하는 체험활동이나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 물리적인 환경상태를 시각적으로 파악한 패턴에 따라 코드를 작성함으로써 최적화된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체험활동은 학습자들의 일상생활과 연계된 학습활동으로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이 키우고자 하는 문제해결력은 글로서 배우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와 결부되었을 때 그 효과성이 배가 된다. 따라서 학생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이를 해결해보는 경험이 교육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AI·SW 등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들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Digital Competence를 지닌 인재로서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교육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기자 결국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기존 교육에서 탈피해 새로운 교육과정 방법을 가능하게 하는데 최신 정보기술이 사용되는 변화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교사 중심의 페다고지에서 학생 자기주도의 안드라고지로, 이제는 자기결정적 학습에 이르는 휴타고지로 나아가는데 디지털 대전환 사회가 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BETT SHOW 관람에 앞서 방문한 핀란드와 스페인의 초등학교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의 수업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처럼 다양한 피지컬 컴퓨팅 도구와 스크래치, 파이썬 등을 활용한 코딩교육을 하고 있었고, 각 교과시간에 크롬북 등의 디바이스를 활용해 디지털역량을 키우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한 달랐다. 수업시간 중에도 자유롭게 여러 개의 그룹으로 나눠지고, 한 교실 내에서도 여러 개로 나눠진 방에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유연하게 수업이 이루어졌다. 쉬는 시간에도 복도 곳곳에서는 프로젝트 활동으로 아이들 손에는 크롬북이 쥐어져 있었고, 하교 시 집으로 가져가 학교에서 못다 한 과제를 마무리하였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통제 하에 필요할 때만 잠시 꺼냈다 다시 충전함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이마저도 ‘관리’라는 명목 아래 필요한 때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네 수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결국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는 것, 정형화된 수업문화에서 탈피해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한 모습으로 자기결정적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넘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BETT SHOW에서 보았던 전 세계의 에듀테크 기업과 교육기관들이 추구하고 있고, 또 추구해야 할 교육의 모습이란 결국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그들에게 주도권을 넘기기 위한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인 것이다.
교사는 ‘성장의 완성’을 보는 직업이 아니다. 그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잘 자랄 수 있도록 필요한 자양분(삶의 방식, 가치관, 사회적 윤리, 지식 등)을 제공하며, 성장을 응원하는 직업이다. 개중에는 자양분을 쑥쑥 받아먹고 폭풍 성장을 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한사코 거부하며 삐뚤어 나가기도 한다. 커가는 과정에서 교사를 흐뭇하게 하는 녀석도 있고, 10여 년이 흐른 뒤 불쑥 찾아와 흐릿해진 나의 과거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주는 녀석도 있다. 물론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게 하거나, 자책하게 하는 아이들도 있다. 또다시 스승의 날이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을까? 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가장 교사다웠던 순간과 교사니까 감내해야 했던 순간은 또 언제였을까? 나의 이러한 순간이 후배교사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교사니까, 교사답게, 교사로서 … 수식어가 누르는 부담감 나는 처음부터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다 보니 교사가 되어 있었다. 다른 직업으로 살 때와는 다르게, 교사가 되고 나니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교사는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겼다. 나는 교사니까 교사답게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과 상담할 때도 ‘교육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따랐다. 원래 성격과는 다르게 행동하려고 하니 부자연스러웠고, 내적갈등이 심해졌다. 상담이 잘 될 리 만무했다. 고민이 깊어졌다. 교사답게 다가가자니 뭐랄까, 스스로 ‘꼰대’ 같아 보여 거부감이 들었고, 친근하게 다가가자니 뭐랄까,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미묘한 불편감이 생겼다. 허용적이고 친근한 관계유지와 교육자로서의 지도, 그 적절한 중간지점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아이를 상대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교사답게’라는 정의를 나름대로 찾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나를 찾아와 장난기 있는 농담을 건네며 조잘조잘 떠들어 댄다. 그러다가 ‘쌤, 상담하고 싶어요’라며 상담실로 들어가면 진지모드로 돌변한다. 상담실 안에서는 교사로, 상담실 밖에서는 친구로, 학교 밖에서는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을 이제 아이들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은 우리 교사에게도 유효하다. “상담실 안에 있는 쌤의 모습도 진짜고, 상담실 밖에서 너희들이랑 수다 떠는 쌤의 모습도 진짜고, 집에 있는 엄마처럼 잔소리하고 짜증내는 쌤의 모습도 진짜란다. 사람은 한 가지 모습으로만 살 수 없단다. 예를 들어보자. 옷장에 옷이 교복 하나밖에 없다면, 나는 수영장갈 때도, 등산갈 때도, 데이트할 때도 교복만 입어야겠지? 사람들이 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겠지? 그럼 이제 그런 곳은 가기 싫어질 거야. 그래서 나는 맨날 교복이 어울리는 학교만 다니고 싶어져. 그게 편하니까. 우리는 옷장에 다양한 옷을 마련해야 해. 그리고 상황에 맞게 옷을 갈아입어야지. 그래야 삶이 풍성해지고, 즐거워진단다. 옷을 갈아입는 것이 잘못된 행동은 아니잖아. 오히려 합리적인 거지? 사람도 마찬가지란다.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해. 그게 적응이란다.” 우리는 곧잘 ‘사람은 한결같아야 한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한결같아야 하는 것은 삶의 신념(가치관)이지, 행동(표현방법)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서 늘 예뻐만 할 수 없다. 잘못하면 엄하게 훈육하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고, 잘한 행동에 격하게 좋아하며 칭찬하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며, 알 듯 모를 듯 조용히 뒤에서 챙겨주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다. 오히려 늘 예쁘다고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언니·오빠·누나·형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친근한 교사가 되고 싶은 것과 교사답게 행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교실에서 수업하거나, 교무실에서 학생과 상담할 때,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을 지도할 때는 ‘교사니까, 교사로서, 교사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이고, 권위가 형성된다. 쉬는 시간이나 아이들과 놀 때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장난치고, 농담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보여주는 교사의 태도는 아이들에게 모델링이 되어 ‘자신의 옷장에 다양한 옷을 채워 넣는’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교사다운’ 교사로 오래 근무하려면 ‘애들 상대하는 일이 뭐가 어려워’라고 쉽게 말하지만, 어른이 아이를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른 두 명(엄마·아빠)이 한두 명의 자녀를 키우는 것도 맘대로 안 되는데, 한 명의 교사가 성격·가정환경·지적수준 등이 다른 학생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특히 돌봄기능과 기본생활습관형성기능까지 추가된 초등학교의 젊은 교사들은 아이를 키워본 경험조차 없어 교육이 담당해야 할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난감해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중·고등학생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초등학생은 ‘어리니까, 모를 수 있어’라고 위안이라도 삼는다지만, 알면서도 ‘어쩌라고’ 하며 듣는 척도 안 하는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며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애쓰다보면 ‘내가 뭐하는 짓인가’라는 회의가 들면서 힘이 빠지기 일쑤이다. 끝까지 붙잡고 있자니 에너지 소비가 너무 크고, 포기하자니 교사로서 책임감이 없는 것은 아닌지 자책하게 된다. 교사로서의 초심이 깊었던, 학생에게 진심이었던, 온 열정을 다 쏟아 부었던 후배교사일수록 학생이 잘못되면 자책이 심해지고, 오랫동안 힘들어 한다. 급기야 ‘학교는 뭐 직장이죠’라며 교사다운 교사의 길을 접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니, 더 짠하다. “아이들은 12년 학교생활을 하면서 각자 성장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교사는 그 드라마를 찍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잘 찍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렇게 하면 더 잘 찍을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실수하고 힘들어할 때 응원해주고, 만족해할 때 축하해주는 사람이지, 완성된 작품을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시사회에 초청되는 일도 드물죠. 아이들의 성장드라마는 선생님의 눈앞에서 펼쳐질 수도, 1년 뒤에 일어날 수도, 5년·10년이 흐른 뒤 어느 날 문득 일어날 수도 있어요. 선생님의 올바른 지도가 지금 당장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고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던 것도 아니에요.” 아이들은 자신이 아직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듣는 둥 마는 둥, 듣더라도 실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한 순간, 혹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 오면 그제야 변화가 시작된다. 교사는 그 순간을 위해 길고 긴 시간을 견디며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만약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른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없다. 아이들이 지금 당장 듣던 듣지 않던, 그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해주고, 방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교사는 충분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는 늘 강조하며 격려한다. “쌤, 포기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교사다웠어요. 달라지고 안 달라지고는 우리의 영역이 아니에요. 그 녀석의 선택이에요. 너무 조바심 내지 마요.” 교사는 아이들이 지금 당장 말을 새겨듣고 변화하리라는 기대를 하며 지도하는 것이 아니다. 먼 훗날, 1년 혹은 5년 혹은 10년 혹은 더 멀리 어느 날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예전에 선생님들이 해줬던 말을 기억해내면서 방법을 찾아내고, 그래서 다른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하며 지도하는 것이다. 물론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선생님이 그런 말을 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나한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내 덕분임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교사다운’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교사로서 부끄럽지 않고,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교사다운’ 행동을 한 것이니, 그것으로 족하면 된다.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교사는 그저 교사로서, 교사니까 묵묵히 제 몫을 하면 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다운 교사의 길을 오랫동안 걸어갈 수 있다. 교사라서 느끼는 벅찬 감격의 순간 곧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들려오지만, 아이들은 스승의 날이 되면 담임선생님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한다. 며칠 전부터 담임선생님 몰래 작전을 짜고, 당일 아침 새벽같이 학교에 와서 칠판 가득 감사메시지를 적고, 풍선을 붙여놓고, 케이크를 사놓고 선생님을 기다린다. 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다. 교사만이 누릴 수 있는 감격의 순간은 또 있다. 겨우겨우 학교를 졸업시킨 녀석들이 이제 좀 컸다고 선물과 커피를 사 들고 와서는 자신의 근황을 전해주는 순간이다. 아이들은 “쌤, 갑자기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요”라며 나를 무장해제시킨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이며, 감격의 마침표를 찍는다. “쌤, 이제 알았어요. 쌤이 저에게 하던 말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된 순간,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냅다 왔어요.” ● #01 _ 한 사람의 희로애락 순간에 교사가 있다. 교사는 그런 존재이다. 졸업한 지 2년 만에 연락이 온 ○○이는 늦바람이 불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별 탈 없이 학교생활을 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방황하더니 급기야 학교를 그만두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자해를 하고, 자살시도를 하자 부모님이 결국 항복했다. 의기양양하게 자퇴서를 쓰러 온 날, “아빠 이겨서 좋냐?”라는 말과 시작된 마지막 상담에서 아이는 피식 웃었다.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어찌어찌 겨우 졸업을 시켰다. 올 3월 중순쯤 갑자기 연락이 왔다.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했다며, 그때 자기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건넨다. 대학에 진학해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계획도 전한다. “○○이가 마음을 바꾼 덕이지. 그때 고집을 꺾은 용기가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던 거지. 우리 ○○이, 잘했네. 그리고 그 순간에 쌤을 생각해줘서 또 너무 기쁘네.” 한 사람의 희로애락 순간에 교사가 있다. 교사는 그런 존재이다. ● #02 _ 내 눈앞에서 펼쳐진 드라마틱한 성장드라마, 교사로서의 자부심이 생긴다 □□이는 1학년 때부터 전교에 소문이 자자했던 학생이었다. 무사히 졸업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정기상담일에 와서도 ‘상담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거침없이 험한 말을 쏟아내곤 했다. □□가 3학년이 되던 해, 우리학교에 대안교실이 생겼다. □□이에게 “쌤이 대안교실을 운영할 거야, 너도 같이 해볼래?”라고 권유했고, 마지못해 합류했다. 대안교실의 제과제빵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는지, 차츰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왜 한집에 살아야 하냐’며 극도의 반항심을 표출하던 녀석이 어느 날, 자신이 만든 빵을 아버지에게 드리겠다며 회사로 찾아갔다. 아버지는 회사동료들에게 우리 딸이 만든 빵이라고 자랑하며 함께 먹은 사진을 딸에게 전송했다. 그날 이후 이 녀석은 드라마틱한 성장드라마를 내 눈앞에 펼쳐 보이며, 제과제빵과로 진학했다. 내 눈앞에서 성과를 지켜본 케이스이다. 아이의 성장은 교사를 업그레이드시킨다. 자부심이 생기고,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스킬이 +1 된다. ‘교사의 옷장에 새로운 옷’이 생기는 순간이다. ● #03 _ 알아주면 고맙고, 몰라줘도 괜찮다 △△이는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쉬는 시간마다 위클래스를 들락거리며 넋두리했다.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면 너에게도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겠니?”라는 말에 “상담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라며 한동안 발걸음을 끊었던 녀석이었다. 멋쩍은 듯 다시 찾아온 날, 아무렇지도 않게 “어, 왔어? 오랜만이네, 잘 지냈니?”라는 말에 “쌤, 제가 어떤 점을 수정하면 좋을까요?”라며 변화를 꾀했던 기특했던 녀석이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던 3학년, 녀석은 졸업할 때까지 위클래스에 오지 않았다.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흐뭇했다. 녀석의 노력이 대견하고 기특했다. 졸업한 후 몇 년이 지났을까. 뜬금없이 찾아왔다. “쌤, 갑자기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진짜 너무 보고 싶어서.” “왜?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진짜 보고 싶었다니까요.” “뭐야, 뜬금없이. 잘 지내고 있지?” “사실은, 쌤, 이제 알았어요. 쌤이 저에게 하던 말들, 그 말이 이제야 뭔지 알았어요. 제가 틀렸더라고요. 저는 애들이 다가오기만 기다렸지, 제가 다가갈 줄은 몰랐던 거예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저도 다가갔어야 하는 건데, 제가 챙겨야 하는 건데, 저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 저를 챙겨주고,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더라고요. 그걸 깨닫는 순간,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막 달려왔어요.”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학창시절 선생님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학교에 다니는 12년 동안 만난 선생님 중 감사한 분도 있고,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걸리면 죽는다고 해서 별명이 ‘AIDS’이었던 ○○선생님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면 안줏거리로 빠지지 않는다.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파도 파도 끊이질 않고 험담을 할 수 있다. 그러다 생각한다. ‘하긴, 덕분에 나는 그런 교사가 되지 않으려고 늘 경계하며 살고 있지. 그 분이 남긴 교훈이라면 교훈인 거네’라고 말이다. 교사는 그런 존재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말이다. 스타강사와는 차원이 다른 그런 존재감 말이다.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분명 ‘직장’ 외에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 초심으로 아이들과 오랫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
[교사] 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 (장차오 지음, 하은지 번역, 미디어숲 펴냄, 256쪽, 1만7,800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한마디 말에 인간관계가 크게 변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말 센스는 배려이며 습관이다.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지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상대의 관심을 어떻게 끌 것인지, 상대의 성향이나 성향에 따라 어떤 대화법이 적합한지 등 감각 있는 말센스 기술을 알려준다. 아주 세속적인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정선 번역, 페이지2북스 펴냄, 331쪽, 1만3,500원) 400년 전 스페인 수도자가 쓴 인생에 관한 글 300편을 엮었다. 각 한 페이지 정도의 짤막한 글에 인간에 대한 정확한 통찰과 지혜가 녹아 있다.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마라’, ‘이해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당신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동료는 멀리하라’ 등 현실적 조언을 통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가꾸도록 안내한다. 과학의 반쪽사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번역, 블랙피쉬 펴냄, 536쪽, 2만1,000원) 뉴턴·갈릴레이·다윈…. 왜 유명한 과학자는 모두 유럽인일까? 정말 과학은 유럽에서만 발달한 것일까? 이 책은 그동안 역사에서 무시당한 비유럽 과학자의 이야기를 세계사 속 주요사건과 함께 엮어 들려준다. 코페르니쿠스보다 먼저 천동설의 오류를 지적한 이슬람의 천문학자, 양자역학 연구의 영감을 일으킨 인도의 물리학자, 말라리아 치료법을 발견한 아프리카 노예 출신 식물학자 등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이야기가 가득하다. 10대와 통하는 영화 이야기 (이지현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244쪽, 1만5,000원) 영화의 역사·장르·시나리오·영화감독·영화배우 등 청소년들이 관심 가질 만한 영화이야기를 쉽게 알려준다. 이제 영화는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영화감독·평론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기생충·매트릭스·동주 등 9편의 영화를 통해 인문학적인 관점에서도 영화를 살피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도 소개한다. [청소년] 101 금융 (한진수 지음, 푸른들녘 펴냄, 280쪽, 1만6,000원) 청소년들이 슬기로운 경제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101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금융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쨌든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그렇다고 인생목표가 ‘돈 많이 벌기’가 될 필요는 없다.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의 적당한 부를 위해 돈을 제대로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금융상품과 자신의 소비패턴을 살피며, 여러 나라의 역사·문화·경제를 함께 익히게 한다. 최준영의 교과서 밖 인물 연구소 (최준영 지음, EBS BOOKS 펴냄, 280쪽, 1만7,500원) 세상을 바꾼 12명의 인물에 대해 기존 위인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으로 잘못된 이론을 고수해 러시아 농업과 유전학을 후퇴시킨 트로핌 리센코, 나치 학살에 관여했으나 우크라이나 독립운동가로 평가가 갈리는 스테판 반데라, 노예로 태어나 농업 연구에 평생을 바친 땅콩맨 조지 워싱턴 카버 등 단순한 성공스토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균형 있는 시선으로 그 시대의 정치·사회·문화를 함께 알아가도록 한다. [어린이] 내 탓이 아니야 (레이프 크리스티안손 지음, 딕 스텐베리 그림, 김상열 번역, 고래이야기 펴냄, 32쪽, 9,000원) 학교에서 집단폭행사건이 발생한 후 아이들이 한 명씩 등장해 “내 탓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한다. 자책감을 가지면서도 자기합리화를 시도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뻔뻔하고 얄미운 아이들의 모습. 과연 우리의 모습은 다를까? 모두의 회피와 무관심이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가짜 뉴스 (엘리즈 그라벨 글·그림, 노지양 번역, 아울북 펴냄, 100쪽, 1만4,800원)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능력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필수 소양이다. 이 책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가짜 뉴스 구별법 10가지’를 알려준다. 유머러스한 가짜 뉴스 에피소드와 귀여운 그림으로 어린이도 쉽고 재밌게 읽도록 구성했다. 가짜 뉴스의 정의와 탄생 시기, 발생 원인을 알려 주고, 가짜 뉴스가 퍼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귀여운 젤리모양 캐릭터를 통해 알려준다.
항공기 승무원, 홍보도우미, 휴대폰 판매원, 아나운서, 콜센터 상담원. 이 직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감정노동(感情勞動)이 심한 직업이라는 점이다.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 교사 역시 교육대상인 학생은 물론 학부모로부터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상황을 참작한다면, 이제 교사라는 직업도 감정노동자 직군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감정노동이란 말투·표정·몸짓 등 드러나는 감정표현을 직무의 한 부분으로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수반하는 노동을 말한다.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이자 여성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1983년에 낸 책 통제된 마음(The Managed Heart)에 이 용어가 등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트렌드 지식사전 2013).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을 하는 사람들을 통칭해 감정노동자라고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2년에 203개 직업에 종사하는 5,6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심각도 5점 만점에 승무원(4.7점), 홍보도우미(4.6점), 휴대폰 판매원(4.5점), 아나운서·리포터(4.46점), 콜센터 상담원(4.38점), 은행 창구직원(4.34점) 순으로 나타났다. 직업군별로는 음식서비스 관련직(4.13점), 영업 및 판매 관련직(4.10점) 미용·숙박·여행·오락·스포츠 관련직(4.04점),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4.02점) 순서를 보였다. 주로 여성이, 연령별로는 30대 이하에서 감정노동에 대한 피로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학력별로는 고졸자와 전문대졸자의 비중이 컸다. 공공기관보다 민간기업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이 더 많았다. 통계에서 드러나듯 감정노동은 권력관계와 관련이 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돈과 권력인데, 이를 소유하지 못한 저학력자들이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봐도 되는 상대’가 되어 버린 것. 이번 호는 감정노동을 다룬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갑질 고객 대하는 화장품 판매원의 하루 불멸의 여자 화장품 판매사원 ‘희경(이음)’과 ‘승아(이정경)’는 불쾌한 감정, 우울한 기운은 배제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원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이들의 구호는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과 ‘사랑합니다, 고객님!’ 화기애애한 어느 날, 화장품 반품 문의전화가 걸려온다. 눈가 주름방지용 화장품을 샀는데 오히려 주름이 더 늘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 ‘정란(윤가현)’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에 매장을 찾아온 정란은 갑질을 통해 환불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웃어야 하는 판매원 희경과 승아는 정란의 끊임없는 접객 태도 지적에 지점장(안내상)의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정란은 진심을 담은 사과의 표현으로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라고 요구하는데…. 마트 개점 이래 최고의 진상손님 등장. 과연 희경과 승아는 계속되는 갑질에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자본주의의 민낯을 고발하는 한 편의 영화가 극장가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4월 5일 개봉한 불멸의 여자(최종태 감독)는 화장품 매장에서 하루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불멸의 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웃음’조차도 노동이 되어버린 현실을 고발한다. 환한 웃음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었지만, 서비스업계에서 웃음을 강요하다 보니 노동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는 것. 영화에서는 이런 점을 CCTV로 표현했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처럼 감정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해서 감시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갑질하는 정란은 카메라 앞에서 떳떳하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희경과 승아가 자신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멸의 여자는 사랑·꿈·행복·웃음·친절이라는 가치를 상품화한 시스템, 자본주의의 구조문제를 날 선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끊임없는 서비스 착취로 노동자의 삶과 자본의 폭압적 구조를 스크린에 노출하는 불멸의 여자를 보다 보면, ‘자본주의는 혁명도 돈이 되면 이용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상업화된 사회가 되면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진 순결성이 점점 희석되는 것. 감정노동의 착취문제를 다루며 화제를 모았던 연극 불멸의 여자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는 연극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긴 ‘씨네마 인 씨어터(Cinema in Theater)’를 시도하며, 값싼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2022 웨일즈국제영화제(WIFF)에서 ‘베스트 극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극한의 감정노동을 직접 겪어보는 듯한, 숨 막히는 몰입감을 느꼈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고밀도의 전개뿐 아니라, 연극무대라는 세팅을 5분 만에 잊게 만드는 예리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음악 등 풍성한 영화적 표현들 덕분에 하나의 ‘씨네마’로 남게 되는 작품 같아요”라고 극찬했다. 짜증나고 슬퍼도 웃어야만 하는 콜센터 직원들 더콜 한국에 119가 있다면, 미국에는 911이 있다. 1일 26만 8천 건, 1초당 3건의 벨소리가 울리는 911센터에서 ‘조던(할리 베리)’은 실로 유능한 요원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어느 날, 조던이 한 소녀의 응급전화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처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소녀는 목숨을 잃고 만다. 죄책감에 빠져드는 조던. 6개월이 지나고 힘들게 복귀한 그녀에게 또 한 명의 소녀가 911 전화를 건다. 이번에는 더 위급하다. 전화가 끊기는 순간, 소녀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6개월 전 한 소녀의 목숨을 앗아간 그놈 목소리! 목숨을 건 단 한 번의 통화! 이번엔 끊겨도, 끊어도, 들켜서도 안 된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그리고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들어도 웃어야만 하는 직업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콜센터 직원일 것이다. 영화 더콜(감독 브래드 앤더슨, 2013)은 그런 면에서 콜센터 직원이 처한 현실을 스릴러 형식을 차용해 긴박감 넘치는 속도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부모님이 외출한 밤, 괴한이 집에 침입하자 911센터에 전화를 건 소녀. 이 전화를 받은 조던은 늘 그랬듯이 행동지침을 설명해준다. 그러다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다급한 상황에서 조던은 다시 소녀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이 전화로 벨소리가 울리며 소녀는 결국 살해당하고 만다. 더콜이 갑질이라는 감정노동의 차원에서 한 층위 진화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성장영화’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여느 할리우드 영화처럼 더콜 역시 조던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준다. 911에는 1초당 3건의 신고전화가 접수되지만, “걸려오는 전화의 절반은 장난전화”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더콜은 생사의 여부가 촌각을 다투는 콜센터의 급박한 현장을 충실히 재현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더콜 속 조던이 일하는 911센터의 모습은 112로 대변되는 경찰의 모습과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치안 유지와 법 집행의 최일선에 선 공무원인 경찰관은 그 제복 자체로 법과 권위를 상징한다. 하지만 민원인과 범죄자, 그리고 112 허위신고로 휘둘리는 경찰관 역시 감정노동자라는 직업군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주요 직업 730개 중 ‘화나게 하거나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직업’으로 경찰관은 텔레마케터와 함께 공동 1위로 꼽혔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으로 연대하는 감정노동자를 그린 카트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고객님!” “대한민국 대표 마트인 ‘더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 고객만족 서비스를 실천한다는 미명 아래 온갖 컴플레인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더 마트’ 직원들.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는다.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 선희(염정아)를 비롯, 싱글맘 혜미(문정희), 청소원 순례(김영애), 순박한 아줌마 옥순(황정민), 88만 원 세대 미진(천우희)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회사가 잘 되면 우리도 잘 될 줄 알고 온갖 수모에도 웃음으로 일했는데….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그녀들이 용기를 내어 서로 힘을 합치고, 그렇게 그들의 뜨거운 싸움이 시작된다! 감정노동자들은 언제까지고 고객의 선함을 기대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법적 구제를 알아봐야만 하는 걸까? 여기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영화가 있다. 개봉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감정노동자를 다룬 영화로는 아직도 언급되는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 2014)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술한 대로 ‘더 마트’의 비정규직들은 한순간에 해고당한다. 진상 고객들로 인한 ‘갑질 종합세트’를 견디면서 오로지 정규직 전환을 꿈꾸며 감정노동을 견뎌냈던 그들은 ‘두 아이의 엄마’, ‘싱글맘’, ‘청소밥 20년 인생’, ‘고딩 알바생’처럼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어서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청소밥 20년 차 아줌마 역할을 맡은 고 김영애 배우는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마다 아우라를 발휘하며 영화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간다. 영화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온다. 2000년대 ‘까르푸’와 ‘홈에버’의 노조파업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감정노동이라는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수년간 성실히 일해 온 직원들을 한순간에 부당하게 해고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이 피부로 다가온다.
“신서인이여, 한계를 넘어 비상하라.” 손기서 서울신서중학교 교장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학생들이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당당하게 도전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남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해 9월 부임하자마자 ‘꿈·보람·감동’을 학교경영의 키워드로 삼았다. 학생에게는 꿈을, 교사에게는 가르치는 보람을, 학부모에게는 감동을 안겨주는 교육을 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모든 교육구성원과 수시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원팀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원팀’이 된 신서중, 활화산처럼 폭발한 학교분위기 침체됐던 학교분위기는 어느 순간 으라차차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단초는 운동부였다. 지난해 선서중은 지역 스포츠리그에서 축구와 농구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풋살은 준우승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받아본 적이 없는 학교였다. ‘꿈꾸는 신서인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이 학교 곳곳에 걸렸고 학생들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그해 가을 열린 학교축제는 신서중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공연이 시작됐지만, 웬일인지 조명이 들어오지 않았다. 암흑이 빛을 몰아낸 당혹스러운 순간, 누군가 객석에서 스마트폰 조명을 켜 무대 쪽으로 흔들었다. 이내 학생들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전교생 1천여 명이 비추는 불빛이 흰 물결을 이루며 가을밤을 수놓았다. 학생들은 극적인 반전 이벤트에 열광했다. 사실 이날 스마트폰 조명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축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조명업체가 갑자기 철수해 버린 일이 발생했다.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를 전해들은 손 교장은 일단 교사들을 안심시킨 뒤,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껏 기대하고 있는 학생들을 실망시키면 축제 분위기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코로나19로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축제였기에 어떻게든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다. 이내 축제가 시작되고 하이라이트 무대가 열리는 순간, 객석 맨 앞에 앉아있던 손 교장이 스마트폰 조명을 켜 흔들었다. 학생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조명을 없애고 스마트폰 불빛으로 대체한 것이 미리 계산된 연출이라고 여긴 학생들은 손뼉을 치며 열광했다. 축제는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며 대성공을 거뒀다. 교장실엔 지금도 당시 상황을 알리는 커다란 사진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그날을 학생들이 오래도록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학교경영은 소통이다 손 교장은 소통의 교장이다. 크고 작은 교육활동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과 SNS를 통해 수시로 소통한다. 모든 교육구성원이 학교 살림살이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을 정도다. 실제 학생들이 수련회를 떠난 지난 4월 14일. 언제 어디서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진행상황이 실시간으로 학부모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현장 인솔교사가 사진을 찍어 손 교장에게 보내면 이를 다시 학부모 단체대화방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석면이나 냉·난방 등 학교공사를 할 때면 공사 진행상황도 일일이 사진을 찍어 알려줬다. 학교 현관에 걸린 디지털액자에 들어가는 글자체 하나에도 학부모 의견을 반영한다. 손 교장은 “글자 바탕색이나 글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여섯 번이나 수정한 경우도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학부모 의견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학생들과 연관된 일이라면 사전에 알려주고 의견을 들어 실행에 옮긴다. 학교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일도 있었다. 교문 근처 느티나무가 학생들 통학로에 방해가 된다는 배움터지킴이의 건의가 있었다. 손 교장은 즉시 나무가 서 있는 위치의 사진을 찍어 학생대표에게 보냈다. 편안한 통학로 확보를 위해 옮겼으면 하는데 학생들 생각이 듣고 싶다며 의견을 구한 것이다. 지난 3월 신입생 입학식 때는 손 교장과 학생회장이 공동으로 환영사를 해 학부모들로부터도 큰 박수를 받았다. 학생이 공교육의 주체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학교 예산내역도 소상히 공개한다. 이번에 추진하려는 사업은 무엇이고 왜 하려는 것인지, 그리고 어디서 얼마를 지원했는지 등을 모두 밝힌다. 번거롭고 불편할 법하지만 ‘소통’이 학교경영의 제1덕목이라고 했다. 얼마 전 손 교장은 학교급식조리원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휴게실에 안마의자 등을 설치해 준 데 대해 고맙다는 뜻을 보내왔다. 편지에는 ‘항상 애정 어린 관심과 따뜻한 배려에 감사드린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급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손 교장은 “여교사 휴게실에 헬스케어 제품과 안마의자를 들여놓으면서 조리종사원 휴식공간에도 같이 설치하도록 했는데 맛있는 급식이 돼서 돌아왔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앞서 근무했던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인사이동으로 교육지원국장을 떠나게 되자 장학사들이 감사의 뜻을 담은 앨범을 선물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한 장학사는 “국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고 어려운 일은 앞장서 해결해 주는 덕분에 복 많은 장학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전국 최초 발달장애인 야구대회 개최 신서중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게 또 하나 있다. 플로피 건물 기둥에 걸려있는 커다란 사진들이다. 세종대왕부터 일론 머스크, 배구선수 김연경, 개그맨 유재석 등의 얼굴이 보인다.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존경하는 인물 10명을 선정하고 그들을 본받자는 취지에서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겨 사진을 걸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손 교장 사진도 있다. 그는 학생투표에서 10위를 차지했다. 교장이 유명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인기를 얻는 것은 극히 드문 일. 톱10 안에 든 비결을 묻자 “내년에는 어떨지 모르죠. 탈락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네요”라고 한다. 유재석과 김연경 씨 등 유명인의 사진을 걸 때는 곡절도 있었다. 초상권 문제 때문에 위탁했던 업체가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자 손 교장이 직접 기획사에 연락해 허락을 받았다. 6위를 차지한 황희찬 선수의 사진은 축구협회를 통해 영국 현지 구단의 승인을 받아냈다. 이처럼 손 교장은 웬만한 대소사는 직접 한다. 학교 홍보물도 사진 편집은 물론 카피까지 직접 쓴다. 언론사에 보내는 보도자료 역시 그가 전담한다. “우리 학교 슬로건이 꿈·보람·감동이잖아요. 교사들이 보람을 갖기 위해서는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래야 학부모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죠.” 손 교장은 또 웬만한 결재는 교감이나 행정실장에게 위임한다. 재량권을 갖고 소신껏 일하라는 취지에서 아예 도장까지 맡겼다. 대신 책임은 교장인 자신이 진다고 했다. 그는 “교장은 학교를 통할하는 사람이어서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가 요즘 가장 공들이는 것은 오는 6월 신서중에서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이만수배 발달장애인 티볼 야구대회이다. 프로야구선수 출신 이만수 전 SK 감독과 손잡고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체력증진과 사회적응을 위해 마련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중은행과 교회 등 각계에서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손 교장의 노력은 이뿐 아니다. 학생 통학로에 콘크리트 화단이 놓여있어 장애학생들이 불편을 겪자 과감하게 해체하고 휠체어 등이 원활하게 다닐 수 있도록 개선했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교육받을 기회는 공평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손 교장은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학교 현관 출입구에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그의 장애이해교육 열정을 높이 산 KBS는 장애인을 다룬 특집 드라마 갈채 시사회를 신서중에서 열고 학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한편 사라진 화단 근처, 통학에 불편을 주지 않는 자리에는 학생들이 꿈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꿈 소망석’이 세워졌다. 지난 3월 열린 꿈 소망석 제막식에는 이원실 강서양천교육장과 황희 국회의원, 최재란 서울시의원, 유영주 양천구의원, 황현준 학교운영위원장, 최은영 학부모회장, 김호석 학생회장 등이 참석했다. 손 교장은 우리나라 IT 활용교육의 소위 1세대 멤버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실시되면서 주목받은 미러링 학습을 교직 5년 차 교사이던 1994년부터 교실수업에 도입한 인물이다. 컴퓨터 화면을 교실 TV로 송출하면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이 기법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교육부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지난 2020년에는 미래교육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인공지능기술을 교육현장에 접목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손 교장은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성과 창의력은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학생은 꿈을 실현하고 교사는 보람을 느끼는 교육현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조치 내용을 대입에 반영한다고 하는 데 이는 처벌이라기보다 복수에 가깝다. 엄벌주의는 피해자 입장에서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행정소송 증가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국내 최고의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 그는 정부의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학교에 무한 책임만 강요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사법권이 없는 학교와 교사에게 학폭사건을 담당하게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그보다는 학교전담경찰(SPO)을 확대 배치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에 필요한 조치를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래야 교사들도 행정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 본연의 활동에 충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처럼 기숙사 등 폐쇄적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언어폭력은 신체적 폭력 이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다고 했다. 절대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절망감에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많은 범죄자를 만나보면 중학교 중퇴자가 특히 많았다면서 준법의식을 습득하고 도덕적인 판단을 체화시키는 중학교 시기의 교육 단절이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말을 더듬는 버릇이 생기는 등 아픔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때의 학폭 경험이 훗날 자신을 범죄심리학자의 길을 걷는 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순신 아들 사건이 우리 사회에 준 시사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사건의 핵심은 행정소송이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가 학부모 대 학교, 학부모 대 학부모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소송으로 징계를 지연시킨 사건이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몇 해 전 학폭사건 항소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학부모들끼리 고소와 맞고소로 부딪히면서 2년을 끌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졸업할 때가 됐는데 남은 건 변호사들끼리 치고받는 소송밖에 없더라.” 실제 인터넷을 검색하면 학폭전문 변호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법 수익성이 된다고 들었다. “학폭전문 변호사라는 것 자체가 너무 비교육적이다. 승소율이 높다고 광고하는 것을 봤는데 그게 무슨 자랑거리인가. 애들 다툼 쫓아다니면서 소송이나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 한마디로 찌질하다.” 학폭은 처리절차도 복잡해 까딱 잘못하면 교사들도 소송에 휘말리기 쉽다. “학교폭력을 행정사건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폭력은 형사사건이다.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다. 피해자가 신고하면 가해자를 대상으로 수사하고, 죄가 있으면 처벌하면 된다. 그런데 학폭은 이런 수순이 아니다. 사건을 인지하면 학교장에게 신고하고,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건 교육청이건 사법권이 없는 조직이다. 그러니 교사들이 어떻게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으며, 학교가 이를 책임질 수 있겠나. 「학교폭력예방법」을 보면 내가 가진 법률상식이 모두 깨지는 느낌이 든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게 맞는다는 말인가. “그렇다. 영미권 국가들처럼 학교전담경찰(SPO)을 배치하고,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가해학생의 핸드폰이라도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교사가 가해학생의 핸드폰을 보고 싶어도 무슨 권한으로 그러느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다. 그러니 사건조사가 제대로 안 돼 행정소송에 휘말리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어린 학생들의 한때 잘못을 형사처벌 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계는 학폭의 교육적 해법을 주문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처분한다고 해서 모두 엄벌하는 게 아니지 않나. 훈방도 있고 보호처분도 있다. 오히려 지금 징계제도가 더 징벌적이다. 학폭 조치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고 장기간 보유하고 또 대학입시에 반영해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이처럼 가혹한 징벌이 어디 있나. 한국사회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면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이것은 처벌이 아니라 복수에 가깝다. 학교를 괴롭히는 소송만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 학교에서 시행하는 9개의 처분도 따지고 보면 아이들이 갱생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출석정지처럼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훗날 부메랑이 돼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중학생들의 학업중단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 이유는. “범죄자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느낀 점인데 범죄자 중에는 중학교 중퇴자가 유독 많았다. 중학교가 아이들 성장에 있어 준법의식을 습득하고, 도덕적인 판단을 체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시기여서 이때 학업중단은 치명적이다. 특히 소년원 등을 다녀와서 재범하는 사람들을 추적해 보면 대부분 중학교 중퇴자이다.” 정부가 그동안 학폭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갈수록 연소화·흉포화 경향을 보인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학령인구가 줄어 소년범죄도 줄고 있다. 다만 사건의 질은 더 나빠진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성폭행사건이 초등학교에서도 발생한다. 심지어 그루밍사건도 많고 금품갈취와 온라인 사기도박, 다단계 같은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금은 앱만 켜면 수많은 범죄에 어린 학생들이 쉽게 노출된다. 학폭도 진화한다.” 언어폭력이 크게 늘었다. 정순신 아들 사건도 언어폭력이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만큼 충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 같으면 주먹다짐 정도는 돼야 학폭으로 여겼다. 아마 정 변호사도 처음엔 신체적 폭행도 아닌데 심한 말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일반 도심학교와 달리 폐쇄적 환경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로부터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하는 언어적·심리적인 괴롭힘은 신체적인 폭력 못지않게 굉장히 큰 트라우마로 남는다. 이 때문에 피해학생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자살시도까지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한테도 도움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의 언어폭력은 신체적 폭력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묵은 폭력’이 정신적 상해가 가장 심하다는 말도 있던데.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살에 이르는 이유는 단순히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관계에 의한 폭력,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돌이킬 수 없는 폭력, 그 관계가 절대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절망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라는 게 일단 형성이 되면 강자가 약자를 강하게 착취하는 구조가 된다. 이게 폭력의 본질이다.” 바람직한 방안이 있다면. “앞서도 말했지만, 학교전담경찰(SPO)을 확대하고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각 학교에 1명씩 SPO를 배치했으면 한다. 학폭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를 보호하는 누군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왕따를 당한 학생이 있다면 그에게 도움을 주고 호소를 들어주는 사람, 누군가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SPO이다. 경찰이 주는 오서러티(authority)가 있어 방관하던 아이들도 피해자 편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월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초등 전일제학교를 시행하면서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20시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 이후 심화된 저출산과 돌봄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전일제학교 명칭을 늘봄학교로 수정했다. 저출산과 돌봄공백 문제의 국가적 해결방안 교육부는 늘봄학교 추진을 통해 모든 초등학생이 방과후교육과 돌봄을 희망할 때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초등 1학년 조기하교와 돌봄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비롯 놀이와 체험, 체육과 예술, 코딩 등 미래형·맞춤형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밝혔다. 또 돌봄유형 다양화(아침돌봄, 20시까지 저녁돌봄 확대 등)와 내실화(돌봄교실 석·간식 지원확대, 돌봄인력 지원강화) 등도 새 정부 교육개혁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통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특별교부금 3,402억 원과 지방비 4.2조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연간 9천억에서 1조 원 정도를 순차적으로 투입하여 2025년에는 늘봄학교를 전국에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미래형·맞춤형 방과후 프로그램 제공, 돌봄유형 다양화 및 서비스 확대, 시범운영 교육청 지원예산 등이 있다. 늘봄학교 시범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상황 이와 더불어 교육부는 지난 1월 말에 늘봄학교 시범운영 시·도교육청 5개(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를 선정했고, 2월 말에 늘봄학교 시범운영 초등학교 214개를 발표했다. 3월에 시작되는 신학기 일정에 맞추어 두 달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시범운영 시·도교육청과 시범운영 초등학교를 공모하여 선정하였다. 대구교육청의 경우, 교육청 자체사업으로 늘봄학교 4개를 선정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범운영 초기, 늘봄학교는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시범운영 초등학교 공모과정에서 발생한 교직원 의견수렴 부재와 내부갈등 발생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 학부모와 교사 절반(50%) 이상이 동의해야 혁신학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혁신학교 신청요건을 강화하였다. 이는 혁신학교 지정과정에서 민주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중요시한 것이다. 하지만 늘봄학교의 경우, 시범운영 공모신청 과정에서 학교구성원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추진되는 등 비민주적인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한 교원단체가 실시한 경기도교육청 늘봄학교 시범운영 학교실태조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늘봄학교 신청과정에서 학교 내부협의가 없었다는 응답이 58.7%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교 구성원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추진된다면 늘봄학교 전국 확대 과정에서 더 많은 갈등이 생겨날 것이다. 둘째, 교육부 특별교부금 예산지원 지연에 따른 시범운영 교육청과 학교별 자체예산 편성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3월 23일 현재 교육부 늘봄학교 특별교부금 재수정 작업으로 특별교부금 예산이 시·도교육청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범운영 교육청과 단위학교들은 자체예산을 우선 편성하여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 방과후학교 다양화(아침돌봄, 20시까지 저녁돌봄 시간 확대 등) 등을 운영하게 되었다. 이러한 혼란은 두 달이라는 비교적 짧은 준비기간과 무리한 사업추진에 따른 것이다. 셋째, 돌봄유형 다양화(아침돌봄·저녁돌봄 등) 과정에서 재직교원 및 비정규직 인력 활용 문제이다. 늘봄학교 시범운영 과정에서 교사의 수업부담과 업무부담 경감을 위해 시범운영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교사 또는 비정규직 행정인력 중 하나를 택하여 계약하도록 안내한 경북교육청의 사례가 있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 경북지역(2023.03.17. 기준)은 늘봄학교 인력으로 외부강사(62명), 기간제교사(35명), 자원봉사자(35명) 등을 활용하였다. 아침돌봄과 저녁돌봄 운영을 위해 재직교원(해당 학교 교사)을 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고스란히 학교와 교사의 업무가중으로 이어졌다. 이뿐 아니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급박한 사업추진으로 담당 인력을 구하지 못해 정교사가 투입되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전언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인 3월, 교사들은 본연의 업무인 학생 관리와 수업준비를 하지 못하고 대신 돌봄 대체 인력으로 투입되어 교육활동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다른 교육청에서는 유휴공간이 없어 대부분 1학년 교실에서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한다. 공간뿐 아니라 프로그램 운영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서 학교의 방과후 강사들에게 부탁해 채용하거나 교감·교장까지 강사로 투입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로 인한 저출산 문제와 돌봄교실 부족으로 인한 초등학교 저학년 돌봄공백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안정적인 늘봄학교 시범운영을 위해서는 정규직 전담인력(돌봄전담사·초등교사·행정직원 등)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초1 담임교사 수업시수 감축, 방과후·늘봄학교 업무분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발표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에서 인건비 예산을 살펴보면 돌봄유형 다양화를 위한 돌봄인력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00명 증가하는 것에 그친다. 교육현장에서는 또 저녁돌봄을 20시까지 확대하는 것보다 내실있는 방과후·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를 늘봄학교와 연계하는 방안(시설 공유 등)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가 핵심 개혁과제로 추진하는 만큼 시범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을 맞이했다. 이제는 이 정부의 교육정책을 한번 짚고 넘어갈 때가 되지 않았을까? 지난 1월 5일 교육부는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교육개혁,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이라는 비전 아래, 부처 4대 핵심 추진과제로 학생맞춤(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개별 맞춤형 교육), 가정맞춤(출발선부터 공정하게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돌봄), 지역맞춤(규제없는 과감한 지원으로 지역을 살리는 교육), 산업·사회맞춤(사회에 필요한 인재양성에 신속히 대응하는 교육)이라는 4대 개혁분야별 과제를 제시하였다. 10대 핵심정책으로는 ① 디지털기반 교육혁신② 학교교육력 제고 ③ 교사혁신 지원체제 마련 ④ 유보통합 추진 ⑤ 늘봄학교 추진 ⑥ 과감한 규제혁신·권한이양 및 대학 구조개혁 ⑦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⑧ 학교시설 복합화 지원 ⑨ 핵심 첨단분야 인재 육성 및 인재양성 전략회의 출범 ⑩ 「러닝메이트법」·「교육자유특구법」·「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등 4대 교육개혁 입법추진 등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사실 교육부의 교육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더 나아가서는 대선공약에 기반한 것이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철이 되면 각 정당과 후보캠프에서는 각종 공약을 만들어낸다. 백년지대계인 교육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교육관련 공약에 대한 비중은 적지 않다. 때로는 포퓰리즘 교육공약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대선 공약은 공적 약속 대선 공약은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공적 약속이다. 공약은 당선 후 실행하고자 하는 정책을 보여주어 국민들의 판단과 지지를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국민들이 공약만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중요 요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후보가 당선된 후, 공약은 인수위원회와 취임 후 행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정책 결정과 집행 방향 및 내용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내용을 공약으로 채택할까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백년지대계인 교육과 관련된 공약은 더욱 그러하다. 사람은 신이 아닌 이상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다수의 집단지성을 능가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장 위험한 것이 후보 혹은 당선자가 신뢰하는 뛰어난 한두 전문가의 지나친 확신이다. 사실 공약을 만드는 작업에는 집단지성이 참여하기보다는 소수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그룹이 참여하기도 한다. 간혹 이념적으로 편향된 집단이 만든 공약이 국정과제로 채택될 경우 공공성을 지녀야 하는 교육에는 커다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꽤 오래전부터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여야 모두 ‘공약’을 만들지 말고, 국민을 위한 집단지성에 의한 교육정책을 펼치겠다는 공약 정도만 제시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기 때문에, 후보들은 좋은 ‘교육공약’을 제시하고자 하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대선과 총선에서 포퓰리즘 교육공약을 가려내고, 제대로 된 교육공약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선거철만의 단골 공약, 실현 불가능한 공약,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포퓰리즘 공약을 걸러내고, 학교현장을 중심으로 삼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공약을 내세운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문제는 단기간에 개선하거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단번에 해결하겠다는 교육공약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교육정책을 그런데 이 정부에서 이미 공약은 제시되었고, 이제는 공약에 따라 제시된 국정과제에 기반하여 제시되는 각종 교육정책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추진할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교육부가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제시한 10대 핵심정책 중 쟁점이 되거나 중요한 정책을 몇 가지 꼽는다면, 2번 정책과 연계된 고교학점제, 3번 정책과 연계된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4번 유보통합 추진, 7번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 10번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교육자유특구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지, 잘 추진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관점에 따라 판이하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을 보기 위한 관점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는 있다. 첫째는 정책의 가치성 또는 개혁성이다. 해당 정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국민의 참여와 권익을 강화하는 정책인가, 정책이 국가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담고 있는가 등이다. 둘째는 정책의 구체성이다. 이는 정책이 구체적이고 적절하고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는가, 연도별 추진계획이 적절한가, 정책의 실행에 따른 재정계획 및 재원 확보방법이 적절한가, 국민들이 동의하고 이해하며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정책인가 등이다. 셋째는, 정책의 적실성 또는 실현가능성이다. 이는 국민들의 욕구와 열망을 잘 담아내고 있는가, 국가현황 및 정책환경과 잘 부합하는가, 국민들의 관심이 많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과제인가 등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의 성과, 나아가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교육개혁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먼저 고교학점제는 이미 지난 정부부터 추진이 예고된 것이다. 정책의 가치성과 적실성 측면에서 계속 전면실시를 미루다가 이제는 정말로 추진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교육정책의 적실성과 준비도의 측면에서 정말로 적절한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3번 정책과 연계된 교육전문대학원의 도입은 이미 1990년대 말 다양한 논의를 거쳐 잠시 유보된 정책으로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역시 정책의 가치성·구체성·적실성의 측면에서 근본적인 검토 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4번 유보통합 추진과제의 경우 원칙론에 있어 이해당사자들은 대부분 동의한다. 과거 20년 동안 논의 및 추진해온 유보통합 방식은 관련된 환경 정비를 우선하고, 관리부처 일원화를 마지막 단계로 미룸으로써 결국 추진되지 못하였다. 올 1월 30일 사회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유보통합추진위원회가 발표한 ‘출생부터 국민안심 책임교육과 돌봄: 유보통합 추진방안’에 따르면 관리체계 일원화를 1차적 과제로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책의 가치성 측면에서도 타당하며, 관리체계의 일원화부터 추진한다는 점에서 지난 20년 동안의 노력과는 달리 실현가능성 역시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7번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 추진의 경우 현 정부 국정과제의 하나인 ‘이제는 지방대학시대’에 따른 것이다.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는 수도권대학의 문제와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대학을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책이 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10번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는 교육자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으므로 역시 그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지면 관계상 상세한 언급을 하지 못하지만, 중·장기 교원수급·늘봄학교·디지털교과서 등 에듀테크 교육활성화, 교육자유특구, 학교시설복합화, 교원인사제도 개편, 대입개편과 같은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할 때 위에서와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신중한 검토와 논의 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약과 국정과제에 따른 정책이라 하더라도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보다는 한 단계를 더 거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쟁점이 될 만한 중요한 정책의 경우 이제 전문위원 체제를 통하여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합의를 도출할 수 없는 정책이나 제도라면 교육부가 해당 정책을 채택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과정을 거친다면 교육정책 집행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갈등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에서도 다양한 사유에 따라 ‘교육정책에 대하여 국민의견을 수렴·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적근거도 충분하다. 정부 출범 1주년을 맞는 올해는 교육부가 올 초 업무보고에서 밝힌 업무추진 방향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춘 교육개혁의 원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 시대에 바람직한 스승상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대의 말이 되어 버렸다. 요즘 교실에서 선생님을 폭행하고, 선생님을 희롱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선생님을 고발하는 일이 뉴스에서 전해질 때마다 걱정과 안타까운 마음을 억제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찍 교직을 떠나는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마저 종종 듣는다. 과연 우리 시대에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왜 이렇게 되었고 디지털시대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없는지 고민하게 된다. 20세기 산업화시대의 교육은 정형화된 전문지식의 습득이 제일 중요했다. 전문지식을 습득하여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처럼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어 공부 잘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적이 되었고, 학부모들은 유치원부터 선행학습 등으로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다른 친구들에게 지지 않는 것을 자식교육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도 지식을 더 잘 전수받기 위한 계약관계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교육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나 지덕체(智德體)의 교육은 사라졌다. 도덕이나 가치, 팀 스포츠 등과 같은 신체발달, 미술·음악 등 예술교육보다도 지식만이 최고의 가치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으로 공교육에서 스승의 위치는 설자리를 잃고 사교육에서 지식전수만을 효율적으로 잘하는 일타강사 같은 사람들이 존경받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새로 생긴 중학교라서 다른 여러 중학교에서 선생님들을 모셔왔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영어선생님이셨는데 기독교인으로서 인품이 뛰어나신 분이었다. 영어도 잘 가르쳐 주셨지만, 아이들의 품성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 어느 날 감기로 몸이 아파 책상에 엎드려 있는 나를 보건실로 직접 데리고 가셔서 보건선생님에게 “우리 아들인데 많이 아프네요. 잘 돌봐주세요”하시며 친히 부탁하셨다.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중학교는 미션스쿨이었고 새로 생긴 학교라서 교목실이 있었다. 교장선생님 다음에 교감선생님이 아니고 교목선생님이 학교를 지도하던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처음 생긴 학교라서 말썽꾸러기도 많았다. 주말에 영화관에 가거나 담배를 길에서 피우다가 적발되면 무조건 퇴학시키거나 전학시키는 엄격한 교칙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교목선생님은 이런 방침에 크게 반발하셨다. 졸업한 다음에 들은 이야기인데 교목선생님은 퇴학시키려는 학생부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 “조금 잘못했다고 퇴학이나 전학을 시키는 것은 반대입니다. 교육이 그처럼 쉬운 것이면 누군들 교육자가 되지 못하겠습니까?” 사실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인격적 만남이 있어야 하고 선생님은 인생의 롤 모델이 되어야 하는 데 그런 관계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마 가정에서 학부모들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없어지고 지식 전달자로서만 대접하는 책임이 클 것이다. 이처럼 선생과 학생 사이에 신뢰가 깨지게 되면 어린 시절 인생의 푯대를 상실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제 지식 전달은 인터넷강의나 비디오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디지털시대에는 원격교육이나 인터넷강의가 공부하는데 더 잘 맞을 수 있다. 학교현장에서만 인성교육이나 지덕체를 골고루 갖추는 전인교육이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 그리고 선·후배들을 통해서만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현장인 것이다. 노르웨이에 가면 난센학교(Nansen School)라는 곳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가는 학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더 배운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재수학원을 떠올리겠지만, 노르웨이의 난센학교는 삶의 목적과 자신의 가치, 그리고 자신의 장단점을 알아가는 갭이어(gap year)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이다. 노르웨이의 유명한 탐험가 난센이 설립한 학교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발견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미술·철학·역사·연극·음악 등 다양한 체험을 일 년간 선생님과 함께 기숙하며, 스스로 찾아가며 배우는 학교이다. 처음에는 한두 군데에서 시작되었는데 이제는 노르웨이 고등학교 졸업생의 20%가 졸업 후 대학을 직접 가는 것이 아니라 일 년간 난센학교에 진학한다고 한다. 정부도 이런 취지에 공감해서 난센학교를 지원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보편적으로 진학하는 학교가 되었다.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유럽의 명문대학에 더 많이 진학한다고 한다. 교육은 지식만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배우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시대의 선생님은 지식전수는 디지털화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배우도록 하고, 디지털이 할 수 없는 인간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백세시대를 맞아 고등학교까지 배우는 얄팍한 지식의 공부가 평생의 삶을 좌우하지 않는다. 21세기 디지털시대에 정말 필요한 선생님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삶의 롤 모델이 되는 참 스승일 것이다.
01내 고향 김천 황악산(黃嶽山)에는 직지사(直指川)가 있다. 418년 신라 눌지왕 2년 아도(阿道)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황악산에서 발원하여 김천 시내로 흐르는 직지천, 여기서 바라보는 해발 1,111m의 황악산은 너그럽고 후덕하다. 산이 거느린 자락이 넓고 넉넉하다. 그 넉넉한 자락이 직지사를 품고 있다. 명산에 대찰 명소이었으므로 학창시절 직지사는 단골 소풍 장소이었다. “이번 소풍은 직지사로 간다!” 선생님이 발표하면 우리는 실망의 억양을 가득 실어서 “아휴! 또 직지사!” 하며 단체로 한숨을 내쉬었다. 인물이든 자연이든 제 고향에서는 알아줌을 얻기 어렵다고 했던가. 늘 가까이 있으면, 대단한 것도 만만해지고 범상해진다. 만만해진다는 것은 내 안에 자만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위험이 끼어든다. 나도 목을 빼고 먼 바깥만 향하며, 내 주변의 가까운 것을 만만히 여기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특별한 반성을 했다기보다는 시간의 섭리에 따라 그리된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란 위대하다. 어떤 완강한 것도 누그러뜨린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나의 나이 듦이 감사하다. 경솔하여 만만했던 것들을 소중한 것으로 다시 보이게 한다. 나이 듦에 대한 감사는 꼭 은퇴 무렵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2·30대는 그때대로, 40대는 또 그때대로 각기 고유한 ‘나이 듦의 감사’가 찾아오는 지점이 있다. 어쨌든 나는 이전에 가까이 있어 만만하고 상투적으로 보이던 것이, 어느 사이에 원대한 이데아처럼 승천하여, 하늘에 걸릴 수도 있음을 내 안에서 경험한다. 직지사도 그렇다. 나이 들어가는 나에게 고향의 황악산과 직지사는 서정주 시인의 구절을 빌려서야 비로소 내 앞에 바로 선다. 아니 내가 그들 앞에 바로 선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이 익숙한 시어를 고향의 황악산과 직지사로 불러오면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황악산과 직지사를 나는 본다. 그 산과 그 절이 누님처럼 돌아왔다기보다는, 그 산과 그 절을 무연(憮然)히 여기며 떠났던 내가 인제는 돌아와 그 앞에 새롭게 선다. 이렇게 말함이 맞다. 그래서 나는 ‘황악산’과 ‘직지사’라는 기호(記號)를 내 안에서 다시 일으켜 세운다. 내 인생이 터득한 의미와 정서를 담아서, 이 산과 절을 내 안에서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러면서 나이 듦이란 하늘이 베푸는 은혜의 일종임을 깨닫는다. 요즘 고향 갈 때면, 나는 틈을 만들어 직지사에 들른다. 시간이 있으면, 왕복 두 시간 운수암까지 다녀오고, 자투리 시간일 때는 그저 대웅전 마당에 잠시 머물다가 오기도 한다. 그 발길에 ‘소풍의 추억’이 따라오고, 절 입구 식당에 들면 옛정으로 어울렸던 옛 친구들을 떠올린다. 그때 소리 높여 기원을 담았던 그 건배사들은 어떤 윤회의 길을 가고 있을까. 카페의 넓은 창으로 황악산 능선과 산마루를 대하면, 마음에 고이는 위안이 깊고 담백하다. 이곳으로 왔던 수많은 소풍을 연대기처럼 가지런히 머릿속에서 챙겨보는 일은 얼마나 마음을 유정하게 이끄는지, 그것으로도 작은 수행(修行)에 드는 듯하다. 그런데 그때, 그 선생님들은 지금은 아니 계시는구나. 그걸 대웅전 마당에서 문득 깨닫는다. 02 올해 연초에 외우(畏友) 우한용 교수가 탁상달력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 우편물 부치러 자주 가는 동네 우체국에서 구한 달력이라 했다. 달력의 그림이 소박하고도 예뻤다. 우 교수는 내게도 줄 요량으로, 구하는 김에 한 부를 더 구했다 한다. 우리 두 사람은 ‘우체국 친화의 정서’가 있다. 둘이 국내외를 여행하는 동안 낯선 타관 도시의 우체국을 찾아서 함께 편지를 쓰고 부치던 일들이 많았다. 우 교수는 우리의 이런 기억을 소중하게 떠올리며 우체국 달력을 내 선물로 챙겼을지도 모르겠다. 올 한 해는 이 우체국 달력을 서로 간의 신표(信標)로 삼고 지내자는 뜻으로도 여겨졌다. 나는 우 교수의 그 마음이 고마웠다. 그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박 교수, 올해는 정든 사람들에게 편지 많이 쓰게나. 더러는 내게도 좀 쓰고….” 실제로 우리는 SNS로 소통하는 것이 대세가 되기 전까지는,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던 시절이 한참 있었다. 제법 긴 서간으로 서로의 사유와 정서를 문답처럼 나누기도 했었다. 지금도 내 서랍에는 우 교수에게서 받은, 짙은 청색 만년필로 쓴 편지 수십 통이 쌓여 있다. 달력의 그림들이 한결같이 예뻤다. 열두 분의 화가들이 열두 달마다 예쁜 우체국 그림을 채색화로 그려 넣은 달력이었다. 달력에는 전국 방방곡곡 동네 우체국들이 호젓하고 화평한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강원도 삼척 정리우체국도 있고, 경남 산청군 생초우체국도, 전남 홍도우체국도 있었다. 서울에 있는 구로1동 우체국도 들어 있었다. 4월 삼척 정리우체국은 문 앞에 늘어선 벚꽃나무가 등불처럼 환했다. 5월 산청 생초우체국은 활엽수 신록에 둘러싸여 싱그럽고 입구 화단에는 꽃들이 봄을 피우고 있다. 내게는 다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저 우체국 창가에서 누구에겐가 엽서 한 장을 쓰고 싶었다. 여기서 자랐던 사람들은 이 달력을 보면, 그런 마음이 더 하겠지. 객지로 나가 나이를 먹고 인생을 겪어내는 사이, 고향 공간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리라. 그렇게 변전하여 원숙해 가는 인생이니 말이다. 나는 문득 혹시 이 달력에 직지사 우체국 그림은 없을까 하여, 정월에서 12월까지 달력을 넘겨보았다. 그러나 거기에 직지사 우체국은 없었다. 살짝 아쉬웠다. 달력 속 우체국 건물들은 조촐하면서도 단아하다. 저 지붕 아래 저 문 안으로, 수많은 사연이 떠나고 도착하여, 보내고 받는 마음과 주고받는 까닭들이 조용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우체국은 넉넉하게 이타적(利他的)이고 위대해 보였다. 그런 기품이 우체국 달력 그림에도 잘 드러나 있는 듯했다. 나는 우 교수가 준 이 탁상달력을 내 서재 책상 컴퓨터 옆에 두고, 올 한 해의 시간을 사랑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우체국과 친해지기로 생각하였다. 03 봄날, 다시 직지사에 왔다. 만세교(萬世橋) 건너고 일주문(一柱門) 지나고, 대웅전 거쳐, 천불전(千佛殿) 마당에서 황악(黃嶽)의 이마를 본다. 황사 먼지 낀 날이지만 부드러운 연두의 봄기운이 산록에 퍼져나간다. 절 뒤편으로 올라가서 계곡에 잠시 앉아 물소리를 듣는다. 물소리에 몰입하면, 내가 물소리를 듣는지, 물소리가 나를 듣는지 모르는 데에 이른다. 그런 시간을 누리고 다시 직지사 입구로 돌아온다. 좁은 개울을 건너니 직지사 우체국이 보인다. 반갑다. 우체국에서 엽서 몇 장을 사서 우체국 창가에 앉는다. 내가 배우는 학생으로 다녔던, 내 일생의 학교들을 호명해 본다. 경산 다문초등학교, 문경 갈평 용흥초등학교, 김천 아포초등학교, 김천중·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그리고 육군보병학교, 그때 그 학교에서 나를 가르치고 훈육하며, 나를 ‘사람’으로 길러내었던 나의 스승들을 떠올려 본다. 학교가 아무리 근대 생산 시스템의 일부로 수단화되었다고 해도, 그래도 나를 ‘사람’으로 길러 준 곳의 첫 자리에 학교와 스승이 있었다. 나는 다시 내가 선생으로 다가갔던 학교들을 호명해 본다. 연서중학교, 장충여자중학교, 관악고등학교, 청주교육대학교, 경인교육대학교, 그리고 이런저런 사연으로 학생들과 인연 쌓으며 출강했던 서울대, 동국대, 한양대, 이화여대, 그때 그 학교에서 나를 선생 되게 했던 제자들, 선생의 열정을 품게 했던 제자들을 떠올려 본다. 선생이 있고 제자가 있다는 말도 맞지만, 그 말이 맞기 위해서는 ‘제자가 있고 선생이 있다’라는 말도 나란히 있어야 한다. 어디로, 누구에게로 엽서를 쓸까. 그러나 막상 이 오월에 편지를 올려야 할 나의 스승들은 이제는 계시지 않는다. 안타깝다. 나는 마침 수첩에 주소가 있는 박난경에게 엽서를 쓴다. 1975년 장충여중 제자이다. 졸업 이후 아직 그녀를 만나지 못했지만, 간간 편지로 열심히 사는 생활인의 안부를 전해오는 제자이다. 엽서를 쓰는 동안, 평일 오전 직지사 우체국은 적막이 깃든다. 그 적막에 내 육필 글씨들이 조용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월이다. 곧 스승의 날이 돌아온다. 그 옛날의 제자들 이름을 조용히 적어 본다. 직지사 우체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