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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초·중등 교육에 ‘행복’ 교과가 필요한 이유

부모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뭐 배웠니?”하고 물을 때, 아이가 “나 오늘 행복한 수업 했어요”라고 대답한다면? 대한민국의 부모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부모들이 이런 엉뚱한 대답에 익숙한 국가가 있다. 왜냐면 학교 수업에 ‘행복’이라는 과목이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가 “오늘 행복했어요”라고 대답하는 날은 ‘행복’ 수업을 한 날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생각에 빠져본다. 행복을 배운다니? 이런 학교가 있나? 그렇다면 이 수업 시간에는 도대체 무엇을 할까? 의문은 꼬리를 문다. 그렇다면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바로 독일의 ‘행복’ 교육이다.

 

언뜻 들으면 위 사례는 최근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학생 중심의 교과 선택제인 고교학점제를 떠오르게 한다. 왜냐면 특별한 교양 선택 수업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에겐 전통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독일은 이미 2007년부터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이런 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모범적인 환경교육 못지않게 인간의 행복을 교과로 직접 가르치는 강대국이자 교육 선진국이다. 우리는 이를 단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무시하거나 마냥 부러워만 할 것인가?

 

그렇다면 독일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복’ 교과 시간을 운영하는가? 개괄적으로 말해서 수업 시간에 아이는 교실 밖으로 나와 한 시간 내내 풀밭에 드러누워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과연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를 사색하거나, 혹은 커다란 강당에서 원하는 대로 뛰어다니며 행복을 찾는다. 마음껏 뛰어놀고 쉬고 행복할 것, 이것이 행복 수업의 전부다. 우리에게도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독일의 행복 수업은 과거에 학생들의 평소 바람을 고려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이 과목은 ‘인간은 왜 교육받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에서 출발했다. 15년 전인 2007년 10월, 하이델베르크 빌리헬파흐 김나지움에서 처음 시도된 행복 수업은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와 자존감을 높이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도록 돕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면서 점차 독일 전국의 학교로 유행처럼 번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독일의 행복 수업은 학교 교사의 인솔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연극배우나 심리치료사, 의사, 스포츠 교사, 생물 교사, 윤리 교사 등과 이 과정을 위해 특별 연수 과정을 거친 수많은 학교 밖 전문가들이 조화를 이룬다. 수업의 주요 내용으로는 첫 번째 과정에서는 삶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방법, 행복한 식생활과 신체적인 만족감, 건전한 활동, 신체적인 자기표현 등에 대해 연극이나 현장실습 등으로 공부한다. 두 번째 과정은 정신적 만족감과 행복의 순간, 일상생활 속에서의 모험, 사회인을 위한 문명과 문화, 자아와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실험과 체험학습, 강연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배운다.(박성숙, 『독일 교육 이야기』, 2016)

 

청소년에게 행복을 찾고 즐기는 방법과 그 행복을 스스로 유지하는 길을 알려주는 이 수업의 콘셉트(concept)는 하이델베르크대학 체육교육학과의 볼프강 크뇌르처 교수 연구팀에 의해 충분히 학문적으로 검증·평가되었다. 크뇌르처 교수는 “정서적, 심리적인 영역을 강조하는 행복 수업은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서만 한정된 현재 학교 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이상적인 프로그램”이라며 “특히 이 교육은 단순히 학교 수업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기술과 의학, 경제 분야 등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근간이 되어 함께 성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독일의 행복 수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도 초·중등학교 수업에 ‘행복’ 과목이 있다면 어떨까? 학교에 개설된 과목이 온통 상급학교 입시를 위한 국어, 영어, 수학 중심으로 돌아가고 거기에 사회, 과학, 예체능 과목이 양념 역할을 하듯 운영되는 교육에 익숙한 우리의 교육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의 학생 교과 선택, 자유학기제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거의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어떤 학부모들은 “무슨 쓸데없는 과목으로 학생들의 에너지를 낭비하느냐? 좋은 고등학교나 대학에 들어가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거 아니냐?”라며 강력하게 항의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현실에서 목격해 왔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 특수학교나 혁신학교가 설립된다고 하면 집값 하락, 학력 저하의 이유로 발 벗고 나서 취소하거나 포기할 때까지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이 우리네 부모들의 익숙한 행태이지 않은가. 이는 독일과는 정반대로 자녀들의 불행을 약속이나 한 듯이 기꺼이 경쟁하여 승자가 되려고만 혈안이 되어 있는 꼴이다. 그 결과는 어떤가? 불명예스럽게도 청소년 자살률은 매년 세계 최고권 국가에 해당하지 않는가. 청소년들은 이번 생은 망했다고 ‘이생망’을 외쳐 댄다. 여기엔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압도적인 이유다.

 

오래전부터 한국의 공교육 위기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이제는 성적에만 치중하여 줄을 세우는 교육으로 남과 싸워 이기는 전사를 길러내는 데에만 급급한 나머지 미래의 꿈을 꾸지도 못하고 청춘의 낭만을 만끽하지 못하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행복 수업은 정말로 꼭 필요한 수업이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를 학교에서 가르쳐주고 함께 연습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훨씬 더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행복도 연습하기에 달려 있다”는 말이 그저 공허한 구호가 아님을 우리는 가르치고 구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려서 행복을 경험해 본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하기 쉽다“는 말에 기성세대가 보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부디 우리에게도 교육개혁을 3대 국정 핵심 중의 하나로 추구하려는 현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행복 교과를 초·중등 교육에 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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