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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우수인력의 교직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교원확보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노무현 당선자는 정책공약에서 우수교원확보법에 대해 신중한 결정과정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교원을 일반공무원과 구별해 보수기준 등에서 우대하고 담임수당 등 실질적인 처우를 개선하겠다면서 우수교원확보법 제정은 적극 검토하겠다는 수준이었다. 그후 교육공약에서 교원의 권위와 자긍심을 회복하고 사기를 진작하고, 교직 유인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우수교원확보법을 제정하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노 당선자가 우수교원확보법 제정이 우리 교직계의 숙원이면서 역대 정부가 이루지 못한 과정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보고, 신중한 검토를 통하여 실천의지를 다진 것으로 믿고 있다. 우수교원확보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할 이유는 첫째, 이 법 제정은 우리 교육계의 20년 숙원이며, 역대 대통령 후보가 공약하고 집권여당이 교원단체와 약속한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법 제정은 1987년 한국교총이 교육개혁심의회에 제정을 건의 한 후 1990년이래 각 정당의 교육정책으로 선정되어 왔고, 제14대 대통령 선거부터는 대통령 후보마다 공약사항으로 제시한 과제이다. 그리고 집권여당은 한국교총과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추진을 여러 번 약속했다. 특히 93년 1월 한국교총과 교육부의 정기교섭에서 양측이 단일법안을 만들기로 합의한 후 실현을 못하고 있으면서 해마다 교섭과제로 제안되고 또 합의하기를 해마다 반복해왔다. 이제 우리 교원들은 이제 우수교원확보법 제정에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역대 대통령선거의 형식적 공약이고, 집권여당의 교육정책 단골 메뉴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이 법제정에 대한 교원들의 기대가 어떤 정책보다 크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의 교육정책에 대한 실망과 불신도 그 만큼 커져왔다. 둘째, 현행 법령에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우대 조항이나. 교원보수 우대 조항이 있으나 교원보수를 획기적으로 인상하여 교직유인체제를 강화하고 교원의 질을 신뢰받는 전문직 수준으로 향상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일반공무원과 구별하여 획기적 처우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확실하게 실시할 효력을 가진 특별법 수준의 법률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셋째, 이미 많은 연구결과에서 발표된 바 있듯이 현재의 교원보수 수준으로는 우수인력이 교원양성기관인 교대나 사대를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재직 교원들도 명예퇴직을 서슴치 않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직으로서 의사나 법관 양성기관인 의대나 법대 보다 교원양성기관인 사대의 지원 학생 수준은 현저한 차이가 나고 있다. 보수는 외적으로 동일한 자격·능력을 갖춘 자는 동일한 조건을 갖춘 민간부문 종사자나 내적으로 공무원내에서 또는 교직내에서 직종간 수준이 상대적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 교원과 타직종 공무원과의 근무연수경과에 따른 월평균 보수액을 비교하면, 생애평균 월소득액이 군인이 3,64만원으로 가장 높고, 경찰이 334만원으로 그 뒤이고, 교원의 월평균 소득은 328만원으로 일반직 공무원보다는 약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직 공무원을 100으로 했을 때 비교지수는 역시 군인이 121, 경찰이 113, 공안직이 121인데 비해, 교원은 109에 머물고 있다. 많은 초·중등 교원이 대학원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데도 타 전문직이나 민간부문, 그리고 공무원내에서, 같은 교직 내에서 대학교원의 보수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교육자이면서 자녀를 대학 보내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넷째, 과거 어느 때보다 교원의 자긍심과 사기가 저하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년단축, 교원소외 교육정책, 개혁대상으로 몰고 간 후유증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신뢰나 존경은커녕 대들고 항의하고 멸시하기 일쑤인 현장에서 경제적 지위도 낮아만 가는 데, 어떻게 자긍심이 생기고 사기가 향상되고 의욕이 나겠는가. 일본의 경우 70년대 이전 교직의 인기 하락으로 교직기피 현상이 심각하고 교원노동조합의 경제투쟁 노선 확립으로 대정부 투쟁이 심각하여 이른바 교육황폐화의 우려가 심각하게 논의되었다. 이 때 자민당 국회의원들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약칭 '인재확보법'을 여·야 전원일치로 제정하여 봉급체제 개선과 3차에 걸쳐 교원봉급을 3년동안 약 30% 인상하는 등 이른바 '태양형의 교원정책'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미달되었던 사대 지원자가 47개 대학에서 6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여 주었고, 기업체의 인력이 교직으로 역류하는 등 일약 매력있는 직업으로 선회하였다. 또한 일본 교원단체의 비타협 노선도 완화되는 계기가 됐다. 교원의 질 향상을 통한 국가발전 계획이 성공한 결과이다. 이러한 선례가 타산지석이 되어 우수교원확보법이 20년간이나 주장되어 왔다. 우수교원확보법안은 첫째, 교원보수의 획기적 인상 조항을 두고 그 목표를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교원보수의 특별한 우대조치를 심의·조정하는 기구로서 대통령 직속으로 국무총리를 장으로 하는 교원처우개선특별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이 위원회가 심의·조정한 교원보수의 특별우대조치가 이행되도록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반영 의무화를 규정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교원 보수체계의 독자성을 존중하여 규정을 별도 제정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이 법은 특별법으로 시행기간을 3년 정도의 한시적으로 정하여야 할 것이다. 새 정부에 대한 교원의 기대가 어느 때 보다 다르다. 어느 공약과제보다 20년 숙원인 우수교원확보법을 우선하여 제정하여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의 기초를 튼튼히 하기를 바라는 바 크다.
"고객 제일, 교육품질 제일로, 안심하고 활기차게 배울 수 있는 학교, 진로목표를 보증하는 학교를!" 이는 올해 언론의 관심 속에 개교한 동경도립 쯔바사 종합고등학교가 내건 슬로건이다. 기업경영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이 학교 교장이 다름 아닌 일본 최초의 기업인 출신 교장이기 때문이다. 동경도 교육위원회는 이 학교를 교육개혁의 표본으로 삼으려는 듯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개설 예정된 선택과목은 150여 개에 이르며, 교실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독특한 설계와 최신 냉온방·체육관 시설 등 최고를 자랑할 만하다. 연 서 너 차례의 학교설명회는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이나 학부모들로 매번 만원사례고 올해 첫 입학 경쟁률도 3대 1을 웃돌았다. 화제의 민간인 교장 임용제가 등장한 것은 1998년 중앙교육심의회의 답신이 계기가 됐다. 교장자격을 완화해 교원 자격이 없이도 교장이 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교원자격증이 없는 교장이 25개 공립학교에 임용돼 있고, 내년에는 14, 15명이 추가될 예정이다. 문부과학성의 보고에 의하면, 이들 교장의 전직은 기업체 간부 등 민간인이 22명, 교육위원회 직원출신이 2명, 학교사무직원 출신이 1명으로 분포되어 있다. 기업체 간부가 대중을 이루는데, 닛산, 히다치, 소니 등 대기업과 은행간부 출신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민간인 교장 임용 방식이 경제단체 추천보다 대부분 공모에 의한 방식으로 전환돼 기업인들로부터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령대는 50대가 대부분이고, 당사자의 학교경영 계획보고서 등을 기초로 전형위원회 면접을 거쳐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민간이 교장 전형과정에서 눈에 띠는 부분은 선발후 부임까지 반년 가까이 이른바 교장 연수를 집중적으로 실시하는데, 쯔바사 고등학교의 경우처럼 신설학교의 경우에는 개교 1년 8개월 전부터 개교준비 교장으로 임용하기도 한다. 임용후의 신분 및 처우는 일반 교장과 동일하게 취급되며 급여는 통상 당해 지방공공단체 직원의 급여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되 기업에서의 경력을 인정하고 있다. 도입단계인 민간인 교장제에 대한 반응은 아직 유보적이다. 학교경영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취지나 교장인사의 폐쇄성을 타파할 수 있다는 기대 등 긍정적인 의견이 대두되는가 하면, 민간인 교장의 교육에 대한 전문성의 결여를 우려하고 경영인으로서 교장 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는 쪽도 많다. 특히 교과가 전문화된 고교보다는 하급 학교일수록 교수활동 영역에 있어서 지도·조언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동경의 두 민간인 교장을 면담한 결과, 그들은 "일본의 학교조직과 풍토가 냄비 뚜껑형, 즉 교장, 교감의 관리직 이외에는 직위의 위계가 없는 탓에 업무수행상 기동성이 기업만큼 발휘되지 않는다"고 공히 지적했다. 그래서 그들 교장은 먼저 조직을 기업형으로 계통화·활성화시키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가동시키고 교원과의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쯔바사 고교의 야마가미(山上) 교장은 아예 교무실에서 교장업무를 보고 있고, 다까시마 고교의 경우는 교장실에 회의실 테이블을 설치하여 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한다. 이들의 역량발휘로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은 학교가 무엇인가 변하고 있고 여느 학교와는 다른 분위기를 쉽게 느낀다. 실제로 학교입학 희망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내년에 고교 통학구가 폐지되면 이들 학교의 인기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민간인 교장제는 학교운영 방식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학교장들의 못마땅한 시선에서도 느껴지듯이 이들에게 결핍된 교수·학습에 관한 장학능력은 최대의 결함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시에 이 영역에 대한 교감의 조력과 업무부담은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민간인 교장의 각종 방송 신문 인터뷰와 연 40∼50회에 이르는 강연 스케줄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벌리고 있는 학교경영의 퍼포먼스가 과연 현장 교원과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체감되고 있는 것인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도교육위원회가 이렇듯 특색 있는 학교 메뉴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학교를 선택하는 학부모의 기준이 대학진학 보장에 있는 것도 하나의 한계다. 쯔바사 고교에서 만난 어느 학부형의 말이 떠오른다. "시설은 훌륭한데 문제는 내용이군요". 기대반 우려반인 민간인 교장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새해가 밝았다. 이제 대통령직을 걸고 많은 공약들을 실천하는 일이 남았지만 정작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교육 내실화다. 이를 위해 노 당선자는 방과후 교육 활성화와 학급당 학생수 감소를 들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국민의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들이다. 특히 방과후 교육활성화에 대해 노 당선자는 유능한 강사를 학교로 초빙해 싼값에 질 높은 과외를 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과 같은 보충수업과 심야자습의 입시지옥을 계속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공교육 내실화의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다. 수능시험 폐지와 획기적인 교사처우개선이다. 아예 폐지하는 게 상책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수능시험은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지 체크하는 자격교사로 전환돼야 한다.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이 사실상 보충수업으로 변질되고 학생들이 많은 돈을 퍼들여 학원에 다니는 것은 수능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강제적·획일적 입시위주 교육으로는 국가경쟁력의 견인차가 될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아울러 강제적인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 등을 없애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뒷받침돼야 한다. 교사의 처우개선은 공교육 내실화와 관련해 동전의 양면과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돈 문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는 '공부하는 기계'를 조립·생산해내는 기능공이 결코 아니다. 교사를 학원강사보다 무능한 족집게로 보는 학생 및 학부모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공교육 내실화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교사의 법정정원 확보도 시급하다. 초등교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중·고교 역시 기간제 교사가 수두룩하다. 고령고사 1명이 나가면 2∼3명의 신규교사를 채용할 수 있다며 교원정년을 3년씩이나 단축해놓고 임용고시 대기자가 줄을 선 중등에서조차 툭하면 기간제 교사로 땜질하는 교원수급은 일종의 사기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또 있다. '이 서방' 소리를 들으며 물러났던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이 대선에서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교육분야에 중용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윤옥기)는 시흥 광주 이천 용인 안성 등 5개 지역 22개 초·중고교를 근무평점가산점을 주는 농어촌학교로 추가 지정했다. 이번에 추가 지정된 학교를 지역별로 보면 ▲시흥= 진말, 연성, 하중, 장곡초교와 장곡중·고, 연성중 ▲이천=한매, 안흥, 이천, 이천남, 설봉초교와 설봉중, 이천중, 이천송정중, 이천고, 이천실고 ▲광주=광주초교, 광주중 ▲용인=나곡중, 상갈중 ▲안성=안성여고 등이다. 이들 학교 근무교사들은 내년 1월부터 기존 농어촌지역 학교 교사보다 0.005 점이 적은 월 0.01점의 근무평점가산점을 받게된다. 도 교육청의 정홍만 교육정책과장은 "군이 시로 승격하는 등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가산점이 폐지되자 나타난 교사들의 근무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더 열악한 농어촌학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가산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도내에서 근무평점가산점을 부여받는 경우는 농어촌 학교와 공단지역학교로 월 0.015점의 가산점을 받는 농어촌학교는 474개교(초등 347), 0.01의 가산점을 받는 학교는 42개교(추가된 22개 교 포함)이다. 환경문제로 0.015의 근무평점가산점을 받는 공단지역학교(시화, 반월)는 37개교(초등 20교)이다.
교총 원격교육연수원(education.or.kr)이 지난 달 23일 9개 교원직무연수 과정 첫 수업을 시작했다. 이번 교총 원격교육 첫 직무연수에 신청한 교원 수는 1900여 명으로 참가 규모에서 볼 때 교원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원격연수 중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교총 원격교육 연수가 성공적으로 개막된 이유는 운영 프로그램이 우수하고 교원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9개 연수과정 중 PC 기초 강좌와 성교육 상담 과정에 신청자가 비교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16일부터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행정 절차상의 문제로 일주일 늦어졌다. 출석수업은 오는 25일 각 시·도별로 지정된 고사장에서 실시된다. 교육부는 지난달 18일 한국교총에 원격교육연수원 인가증을 교부했다. 교총 원격교육연수원은 1년에 6회 직무연수 실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제2기 연수생 모집은 3월 중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제1기 9개 직무연수과정은 △ICT 초보를 위한 PC 기초에서 인터넷 활용까지 △수업활용을 위한 학습자료 제작과정 △수업자료 및 웹디자인을 위한 포토샵 7.0 따라잡기 △학교에서 엑셀/ 파워포인트 활용하기 △수업활용을 위한 멀티미디어 홈페이지 제작 △즐거운 수업을 위한 ICT 활용 교육 △역동적 홈페이지 제작을 위한 플래시 기초에서 활용까지 △학생지도를 위한 성교육 상담 과정 △학생지도를 위한 인터넷중독 상담과정 등이었다. 교총 원격교육연수원 관계자는 "예상했던 대로 원격교육에 대한 교원들의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현장교육연구와 교과별 연수 프로그램 등 차별화 된 프로그램을 추가 개발하고 이미 개설한 연수과정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총의 교육정보화 사업은 크게 원격교육연수원과 학교교육지원센터 사업으로 구분돼 추진된다. 학교교육지원센터는 학교교육과 관련된 종합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총은 사제동행(education.or.kr) 사이트를 통해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에 관한 각종 정보 제공은 물론 각종 연수·수련 활동, 커뮤니티, 교과연구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교총 교육정보화 사업에는 (주)드림교육을 주간사로 해 메디오피아 테크놀로지, 다울 소프트 등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벤처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입상 대상 작품은 '해송이와 꼽추'(이인제), '조각가와 소녀상'(이상욱), '사탕 한 봉지'(최상일), '꿀밤과 찐밤'(고춘희) 등 4편이었다. 네 편중에서 우수작 한 편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수작으로 먼저 거론된 작품은 '해송이와 꼽추'였다. 바닷가 절벽 틈새에서 자라 등이 굽고 비틀어진 해송과 등이 굽은 꼽추 아이, 해송은 예술작품으로까지 칭송되는 분재가 되어 교장실로 팔려가 귀여움을 받지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소외된 꼽추는 그 귀한 분재가 보고싶어 교장실 밖에서 추운 겨울밤을 지샌다는 특이한 소재의 현실 고발적인 동화여서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두 주인공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별개의 이야기로 전개한 구성상의 허점과 절벽 틈새에서 자란 해송을 분재로 살려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점, 참신성이 떨어지는 설명적인 문장 등이 지적되어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논의된 작품이 '조각가와 소녀상'이었다. 폐교된 대밭골 학교에 남아 퇴락해 가는 소녀상과 지체 장애아의 아름다운 만남과 아쉬운 이별이 종내 조각가가 된 주인공이 폐교를 사서 조각공원으로 꾸미게 되어 감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스토리의 이 동화는 가장 동화적이기는 하지만 소재가 평범하고 문학적 감동을 이끌어내는 힘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앞에 논의된 작품에 비해 두드러진 약점이 없어 무난하고 구성이 비교적 치밀하면서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것에 두 심사위원의 의견이 합치되어 이 작품을 우수작으로 결정하는데 합의했다. 나머지 두 작품도 문장이나 구성면에서 수준이 결코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었다. 다만 두 작품이 모두 학교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생활 동화여서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약점 때문에 심사위원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밝혀 둔다. 입상자는 물론이고 모든 응모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동화 창작에 임하는 태도다. 소재의 선택, 문장 구사, 작품 구성과 인물의 성격 묘사, 스토리 전개 등 작품 창작에 있어서 지녀야 할 치열한 작가의식이 부족하다는 공통적인 불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응모작품들은 그 수준이 거의 비슷했다. 소설 쓰기의 기본을 알고 쓴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대부분 너무 소재에 집착했기 때문에, 그것을 해석하여 새로운 허구작품으로 만들어내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같다. 교사로서 교직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그 소재에 너무 애착을 가진 때문일 것이다. 문제를 고발하거나,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 대해 교육자적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데 치우쳐 인간적인 통찰에 이르지 못한 감이 없지 않았다. 작품은 교단수기가 아니라, 인간의 진실을 찾아낸 이야기의 때문이다. 작품 짜임에 대한 관심도 더 가졌으면 했다. 대부분 작품들이 사건이나 이야기를 전하는 데 그친 감이 없지 않았다. 한 작품을 이루어내는 다양한 요소들, 예를 들면, 인물 플롯 갈등 배경 등등의 잘 어울려야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당선작으로 뽑힌 '내가 그린 동물 그림'은 위에서 지적한 그러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 극복하였기에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더 얻었다. 특히 그 작품에서 호감이 가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어떤 자유스러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파격적인 면모는 소설의 매우 중요한 몫이다. 더구나 교사들의 글쓰기에서는 그러한 요소가 더욱 값날 것이다. 우리는 너무 보수적이고, 모르는 사이에 의식이나 안목이 굳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보다는 영악한 점이 있긴 해도 학생들은 그래도 순수하다. 그들의 의식과 행동에 숨어 있는 인간의 진실을 통해서 사람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면, 정말 교단 소설이 큰 문학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업은 오직 교사들만이 할 수 있다. 교직은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더구나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에 우리는 우울한 교직생활을 아름답게 만들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며, 그러한 선생님들과 생활하는 학생들도 행복할 것이다.
나는 열 셋 사내아이다. 동물 그림 그리기에 빠져 있다. 때로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것만 생각한다. 조금 전에 내가 동물 그림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정확한 말이 아니다. 에소그램이라고 해야 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동물 생태화(動物生態 )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동물 습성을 기록한 그림이니까. 하지만 나는 동물 생태화란 말을 쓰지 않는다. 영어나 어려운 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들이 쓰도록 남겨 두었다. 그래서 내가 쓰는 말은 동물 그림이다. 나는 어린아이여서 쉬운 말이 좋다. 동물 그림 그리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책상 위가 지저분한 지우개 가루로 뒤덮이곤 했었다. 그런데도 완성된 그림은 엉성했다. 들여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곤히 잠들어 있는 식구들을 깨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막은 손가락 사이로 입 바람이 새어 나갔다. 그러다 웃음이 잦아들면 눈가에 눈물 몇 방울이 맺히곤 했었다. 한다고 해보았지만 그림으로 동물의 습성을 다 그려낼 수가 없었다. 기세 형이 동물 그림 작업할 때 사진기를 이용하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 나도 사진기를 쓰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내가 만드는 동물 그림은 드러내 놓고 하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 집 안의 소리들이 모두 잠이 들면 그때서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은 신경질을 냈다. 엄마가 텔레비전 원격 조정기를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이 바쁜 아버지의 귀가는 들쭉날쭉했다. 엄마가 밤마다 텔레비전하고 놀도록 놔두시는 것은 아버지의 잘못이었다. 밤이 깊어지면 텔레비전도 지치게 된다. 텔레비전 소리가 죽고 나면 나는 발자국 소리가 안방으로 사라질 때를 기다려야 했다. 발자국 소리는 심통이 나 있을 때가 많았다. 안방으로 들어간 발자국 소리가 더 이상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그때서야 나는 책상 앞에 앉아 공책을 펼쳤다. 공책 종이 긁히는 소리가 생쥐 쏠아대는 소리처럼 들렸다. 내 귀가 긴장해 있는 까닭이다. 그림을 그린 후에 글을 써야 했다. 그러는 중에도 내 귀는 안방에 가 있었다. 안방은 거실 건너편에 있어서 웬만한 소리는 그곳까지 날아갈 수가 없었다. 더구나 글씨 쓰는 소리는 더 그랬다. 그런데도 나는 마음을 놓지 못했다. 이렇게 나는 동물 그림을 그릴 때마다 긴장했다. 그런데도 내가 왜 그 일을 그만두지 못했을까. 시험에 처한 내 혀를 지켜내고 싶다는 그 생각뿐이었을까. 나는 비밀스러운 무엇인가를 캐어내고 있다고 느꼈었다. 같은 일을 계속해서 되풀이하다보면 원래 목적한 것 외에 다른 것을 얻기도 하는 법이다. 이런 날이 석 달 열흘이었다. 내가 동물 그림을 그리는 첫째 목적은 내 몸의 살 한 점 때문이었다. 혀 말이다. 그 살점을 지키기 위해 나는 있는 힘을 다 쏟아 부었다. 그리고 일을 은밀하게 진행했었다. 운이 따랐는지 석 달 열흘 동안 나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었다. 같은 방을 쓰는 사촌 형에게 비밀로 하기는 어려웠다. 기세 형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기세 형의 혀가 조금이라도 가벼웠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아마 칼 맛을 보고 말았을 것이다. 소독 냄새나는 칼, 생각만 해도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내 작업을 엄마 아빠에게 비밀로 해두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의 동물 그림 속에 두 사람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두 분은 주인공 동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나는 우리 부모를 동물로 보고 관찰했던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짐승으로 본다면 그냥 웃어넘길 부모가 있을까. 없을 것이다. 내가 짐승이라고, 입히고 먹여서 공부시켰더니 이게 보답이냐, 네가 날 짐승 취급한다면 나도 널 짐승 취급 해주마, 이제부텀 네가 벌어서 공부하고 먹고살거라. 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아무 탈없이 동물 그림을 그려왔으니 재수가 좋은 사람이다. 그렇지 않아도 엄마가 내 서랍을 뒤지기도 했었다. 내가 하는 일에 아주 깜깜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동물 그림 공책을 책가방 속에 넣어서 학교에 갔었다. 엄마 코를 따돌려야 했으니까. 그럴 때 나는 사냥개 코를 따돌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한 마리의 여우였다. 내 공책은 그 동안에 재가 될 고비도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내 동물 그림이다. 그 공책을 공개하려 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여기에 있는 동물 그림은 공책 중의 일부이다. 그리고 어제 만든 것이니 가장 최근의 그림이다. 전량을 공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눈밝은 분들은 자료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 같아 일부만 내어놓는다. 동물 그림을 공개한다는 것은 우리 부모님 특히 엄마를 많은 사람들에게 고발하는 짓이다. 우리 엄마는 자식 사랑이 지극하다. 지극하다못해 지나치다. 이런 엄마를 세상 사람들의 입에 들이밀어야 하는 나 역시 가슴이 아프다. 우리 엄마가 짐승인지 아닌지는 이제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내 두 다리는 책상 위에 있었다. 다리가 책상 위로 올라가니까 엉덩이는 의자에 올려지고 윗몸은 등받이에 파묻히게 된다. 나는 이상하게도 다리가 책상에 올라가면 피로가 쉽게 풀린다. 하지만 어른들 중에 이런 나를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는 사람이 있었다. 엄마였다. 하이구, 잘 씻지도 않는 그 놈의 족발을 또 올려놨냐! 그런 정신 자세로 무슨 공부를 하니. 하지만 지금은 안심이다. 내 휴식을 훼방 놓을 사람은 집안에 없다. 다행이다. 노래에 맞춰 까딱까딱 발 박자를 맞췄다.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시 노래가 최고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댄스곡을 켜 놓고 머리통에 김이 나도록 춤을 춘다. 멍울이 맺힌 기분을 푸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2년 전에 이미 그런 시기를 보냈다. 지금 내 말상대는 대학 2학년 기세 형 정도다. 나는 친구들보다 최소한 십 년쯤은 앞서 가고 있는 셈이다. 사람을 보는 눈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니까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나를 멀리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일찍 철 드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지오디(god)의 '투나잇(Tonight)'은 랩 부분으로 넘어가 있다. 영어 랩이다. 수십 번도 더 들었던 부분이다. 같은 곡인데도 영어로 들으면 노래 맛이 다르다. 우리말처럼 딱딱하지도 않았고 촌스럽지도 않다. 머리까지 끄덕거린다. 따라 부른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다. 혀가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입에 익은 노랫말들인데도 혀가 부드럽게 꼬부라지지 않는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때문일까. 잉글리시 온리 존(English only jone)에서 나에게 우리말을 내뱉도록 만든 아이가 있었다. 그 일 때문에 나는 감점을 받았다. 감점이 많으면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불리해진다. 학교에서 그렇게 정해 놓았다. 그 찜찜한 기분이 혀를 뻣뻣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박자까지 놓친다. 3시 5분이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4시 26분에 학원 승합차를 타야 한다. 1 시간 21분 동안은 내 시간이다. 녹음기 볼륨을 높였다. 노래 소리가 시원하다. "너 뭘 하는 거니. 몇 번이나 불렀는지 알어?" 머리를 돌려 소리나는 쪽을 보았다. 허리에 두 손을 올리고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아줌마는 우리 엄마였다. 길다란 동물을 물커덩 밟아버린 느낌이었다. 엄마 눈은 책상 위의 내 다리에 머뭇거린다. 그 눈이 나에게로 건너온다. 독기 품은 뱀 눈이다. "넌 엄마도 눈에 안 뵈냐? 다리 못 내려!" "헤헤헤. 나는 이렇게 하면 영어가 잘 들려요." 엄마의 입술이 씰룩거린다. 기가 차다는 표정이다. 녹음기에서는 영어 랩이 끝나고 이런 노랫말이 이어졌다. '넌 왜 나한테 짐승처럼 구는 거니, 우액우액… .' 뒷머리를 긁으며 정지단추를 눌렀다. 한 번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계속 꼬인다는 걸 뭐라고 하지, 그런 날이다. "이젠 잔꾀도 부리냐? 사내답지 않게 쪼잔하기는 …." 영어 학원을 가기 전에 가져보려던 내 시간이 비실비실 도망가고 있었다. "넌 엄마 때문에 공부하는 거니, 응?" 엄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빈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다. 엄마는 내 영어 공부만은 사생결단으로 간섭하려든다. 하나에서 열까지. 그러다 내가 영어 공부를 좀 게을리 한다 싶으면 저렇게 땅이 꺼지게 한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오죽하면 내가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었을까. 엄만 나에게 영어 공부시키려고 태어났어? 나는 그렇게 극성맞은 엄마가 싫었다. 이제는 엄마의 한숨 뒤에 어떤 말이 이어질 지 훤히 꿰고 있다. 영어듣기 못하는 사람이 걸리는 병이 있다. 무엇인지 아느냐. 귀머거리다. 아주 무서운 병이다. 그리고 영어 병신이 하나 더 있다. 영어 벙어리로 살아야 할 사람들이다. 요즘은 이런 세상이다. 영어를 못하면 인간 취급을 못 받는다. 너 이 따위로 공부해서 누구처럼 그렇게 살고 싶냐. 이런 엄마의 애원과 협박을 들을 때 나는 정말 곤혹스러웠다. 이럴 때에 엄마의 잔소리를 멈추게 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엄마에게 내 영어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었다. "암, 암, 나 생각 있어요. 암, 열 세 살, 적은 나이 아니에요." 어깨를 으쓱한 연후에 두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서양인들의 몸짓이었다.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가 인터뷰할 때였다. 그가 갑자기 미국인으로 보였다. 그 까닭을 생각해보았다. 할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그는 '암'이라는 군소리를 쓰고 있었다. 나는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엄마에게 그 방법을 종종 써먹었다. 그런데 이때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말 발음하듯이 '암, 암'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혀를 잔뜩 말아서 입안에서 두어 바퀴 굴린 뒤에 내뱉는 '암'이어야 한다. 그러면 영어권에서 살다온 동양인으로 보이게 된다. 그렇게 하면 엄마의 얼굴이 좀 펴지곤 했었다. 그러니까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려면 나는 혀짜래기가 되어야 했다. 멀쩡한 정상인이 혀짜래기가 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혀를 꼬부리고 돌돌 말아서 '암, 암' 했었다. 엄마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내가 영어공부에 목을 매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나의 영어 공부에 얼마나 집착이 심한지 한 가지만 더 흉을 보겠다. 지난해 봄이었다. 엄마가 나를 지하철역으로 데리고 갔었다. 나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였다. 그곳에서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라는 것이었다. I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고. 나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쉽게 미치지 못했다. 머리를 숙인 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엄마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외쳤다. 여러분, 여기 용감한 어린이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영어 연설을 들려드리겠답니다. 자, 박수를 주세요. 그 순간부터 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붙들린 한 마리 원숭이가 되고 말았다. 내 얼굴은 원숭이 엉덩이만큼이나 시뻘갰다. 죽을 맛이었다. 엄마는 나를 노려보았다. 썩 나서지 못해! 배고픈 암사자 아가리가 떠올랐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잡아먹을 것 같은 눈이었다. 나는 엄마가 나를 그렇게 몰아세운 까닭을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우연히 엄마의 수첩을 보게 되었다. 그 속에 신문 광고 쪼가리들이 끼워져 있었다. 형광 펜으로 그어진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수치심만 털면 영어의 입이 열린다'. 그랬다. 엄마는 나에게 그 광고처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번대로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영어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처럼 엄마는 특히 신문 광고에 민감했다. 광고는 또 어찌그리 많은지, 자고 일어나면 영어관련 전면 광고였다. 무슨무슨 영어전문학습지, 영어동화학습, 영어전문학원, 연극으로 배우는 영어, 운동경기와 함께 배우는 영어회화, 벼라 별 것들이 많았다. 그에 따라 엄마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도 달라졌다. 지하철역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새로운 광고가 나오면 새로운 영어 터득 법을 나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그 방법대로 공부하라고 다그쳤다. 그 때문에 나는 새 광고가 나올 때마다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내 생각에는 내 영어 공부보다 엄마부터 이성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영어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나도 나지만 엄마가 불쌍했다. "너, 아빠가 돈을 어떻게 벌어오는지 알기나 하니?" 엄마의 말에 나는 단번에 수컷 늑대를 떠올렸다. 나는 사람 행동에서 동물의 행동을 즉각 떠올린다. 동물 그림에 빠져있는 기간이 길었던 탓이다. 사냥한 먹이를 물고 집으로 돌아오는 수컷 늑대. 먹이 경쟁이 심해서 그런지 요즘에는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집에 들른다. 점점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면서. "너 나하고 약속한 거 잊은 건 아니겠지?" 어떻게 잊는단 말인가. 대회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내 혀를 자른다는데 ….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났다. "혀가 토막 날 지 모르는 일인데 어떻게 잊어요." 내 대답은 삐딱했다. 엄마가 나를 흘겨보았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노랑 버스를 기다리다 나는 장지 하나를 펴서 하늘로 날렸다. 퍼큐(Fuckyou)였다. 그건 서양 사람들의 욕이었다. 내가 한길 가에서 펴큐를 하다니 ….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 내 모습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영어를 배우려는 자세가 좋다고 흐뭇해 하실까. 가기는 가야 할 것 같다. 학교와 집에서 기분을 망쳤다고 영어 수업을 빼 먹을 수는 없었다. 9월 29일은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 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죽었다 깨어나도 내 실력으로 일 등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한다. 멍하게 입만 벌리고 있다가 칼 맛을 볼 수는 없지 않은가. 혀를 수술해보라고 권유한 사람은 매직이었다. 그는 내가 다니는 영어 전문 학원 원장이었다. 그곳에서는 청소 아줌마부터 원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어 이름으로 불렀다. "조지 어머님, 조지가 구강 구조 때문에 영어 발음에 장애를 받고 있다는 것 모르셨지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 우랄 알타이계 인종의 혀의 특성을 고스란히 지닌 이가 있어요. 우리 학원 전문 강사들이 진단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지가 그래요.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유학을 간다해도 완벽한 발음이 어렵다는 군요." 학원에서 나는 기치가 아니라 조지였다. 엄마는 조지 엄마가 되었다. 내가 다니는 학원은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했다고 떠버렸다. 수강료는 다른 학원의 두 배였다. 엄마는 내리 이 년 동안 나를 그 학원에 다니게 했다. 그런데 내 영어 회화 실력은 거기서 거기였다. 엄마는 꾐에 빠졌는지 모른다고 의심을 품었다. 그러던 차에 쏟아져 나오는 영어 광고들이 엄마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광고 내용들은 이랬다. 솜털 보송보송한 아이가 일 년 만에 미국인처럼 말하게 되었다. 우리 학습지로 공부를 한 뒤에 해외 여행가서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더니 외국인이 깜짝 놀라더라. 지금은 영어에 자신을 얻어 유학 준비중이다. 이런 식이었다. 엄마 역시 광고들이 허풍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피 같은 돈이 공중으로 사라졌다는 것 때문에 속을 끓였다. 엄마는 학원 광고지를 움켜쥐고 학원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하지만 대형할인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아들 공부를 감독하는 주부에게 호락호락 당할 그들이 아니었다. 혀가 너무 길어서 영어 발음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사실은 조지가 다닌 기간만 공부해도 미국인처럼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조지는 r과 l을 구별해서 발음할 구강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해요. 제가 잘 아는 전문의가 있긴 한데 수술비가 만만치 않아서요." 매직은 자기가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닭 쫓던 개가되어 체념할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매직은 우리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데 매직의 말이 엄마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던 모양이다. 영어 때문에 안정된 직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이제 물 건너갔네요. 이렇게 되니 물러설 엄마가 아니었다. 며칠 간 드러누워 있던 엄마가 벌떡 일어났다. 뜻밖의 방문객을 맞은 원장은 이렇게 말하더란다. 의사가 미국에 체류중이래요. 당분간 기다리셔야 하겠어요. "엄마, 원장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냉정하고 치밀한 머리로 사태를 파악해버린 내가 엄마에게 정색을 하고 말했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의사가 귀국하는 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전, 영어 못 해도 상관없어요. 도마뱀처럼 긴 혀로 그냥 살래요. "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영어 못하면 사람 구실 못한다고 내가 몇 번을 말하든. 너 혹시 수술이 두려워서 그러니? 걱정 마. 매직 원장이 그러는데 혓바닥 아래 부분을 절개해서 혀를 살짝 구부러지게 할뿐이래. 배도 가르고 머리까지 짜개는 사람도 많은데 사내 녀석이 떨긴 뭘 떠니." 엄마의 의지는 확고부동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해마다 영어 말하기 대회를 열었다. 내가 그 대회에 참여해서 결과를 본 뒤에 결정을 하면 어떻겠냐고 졸랐다. 엄마가 말했다. "시시한 대회니까 그럼 일 등을 해라. 할 수 있겠냐?" 나는 피그르 웃고 말았다. 엄마의 말은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회에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상이라고는 구경도 못했었다. 우리 학교에는 외국에 살다 귀국한 아이들이 꽤 있었다. 내가 일 등을 하려면 그 애들을 모두 물리쳐야 했다. "상만 받으면 되는 걸루 해줘요. 네에 엄마. " 그래서 삼 등 안에 들면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 영어 말하기 대회가 이 주 앞으로 다가와 있다.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한길에 서서 세상을 향해 퍼큐를 날렸던 것이다. 이쯤에서 내가 동물 그림을 그린 이유를 좀 더 분명히 해야 하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에소그램(ethogram)은 동물을 관찰할 때 동물의 행동 양태를 상세한 그림으로 조사한 기록이다. 동물의 생김새는 물론이고 먹이 습성이나 짝짓기, 영역 다툼과 사냥 기술 그리고 무리와 개인간의 친밀도 같은 것까지 나타낸 그림이다. 그런데 그림만으로는 완전할 수가 없었다. 미진한 내용은 글로 설명을 덧붙이게 된다. 그래서 에소그램이라고 하면 그것에 덧붙이는 설명까지 포함시키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동물들의 습성을 기록할 때 쓰는 도구를 왜 인간에게 적용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것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나 역시 엄마의 젖가슴에서 체온을 물려받은 인간이다. 고민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끙끙 앓는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나와 같은 방을 쓰던 기세 형이었다. 사촌 기세 형은 집이 시골이었다. 내 방에 빌붙는 형식으로 우리 집에 들었다. 올 봄의 일이었다. 나는 내킬 리가 없었다. 그러던 내가 순식간에 달라지고 말았다. 형이 다롱이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 때문이었다. 관심을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다롱이에게 눈을 대어놓고 있었다. 돈 버는 일에만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았던 어른 남자가 애완용 개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기는 내가 형의 입주를 막고 싶어도 이미 결정되어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기세 형의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내 쪽에서 전전긍긍했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구실일지 몰랐다. 이렇게 해서 형과 나는 한 이불 속에서 지내게 되었다. 서로의 사타구니에 손을 집어넣기도 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형이 다롱이에게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전공과목 과제를 해결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한 학기 동안 동물을 관찰하면서 동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형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로 저거구나 싶었다. 어쩌면 저것으로 내 혀를 구할 수도 있겠다. 나는 동물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난 당할 내 혀의 모습을 그림과 글로 기록해서 사람들에게 하소연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엄마의 비인간적인 행동에 대한 내 나름의 방어법이었다.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그렇듯이 나는 그렇게 좀 엉뚱했다. 나의 동물 그림은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발상에서 싹이 자랐다. 그 당시 내 생각은 이러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식의 몸에 칼을 들이대는 비인간적인 어미의 행실을 세상에 고발해야 한다. 엄마는 짐승이나 다름없다. 아니 짐승보다 더 모질었으면 모질었지 덜 하지 않다. "엄마, 나 수술 잘못돼서 아이스크림 못 핥으면 어떡해?" "엄마, 나 반벙어리 되는 거 아냐?" 혀에 칼을 대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애걸복걸했건만 엄마는 내 애원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인정이라곤 손톱만큼도 없었다. 짐승이었다. 엄마의 짐승과 같은 행위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했다. 내 혀가 수술을 면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보였다. 사람들에게 알리려면 그럴듯한 자료가 필요했다. 나는 자료를 확보하려고 이를 악물고 동물 그림을 그렸다. 내 동물 그림은 엄마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폭로하는데 필요한 증거 수집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동물 그림은 하나 둘 늘어났다. 그런데 신기했다. 그것들을 가만 들여다보면 새로운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인간들은 자기 스스로 위대한 종족이라고 생각한다. 짐승들과 비교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짐승이다. 내가 사랑했던 우리 엄마를 보아라. 얼마나 잔인한 짐승인가. 엄마가 집을 비우는 날이면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동물 그림을 그렸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내 공책에는 제법 그럴듯한 그림들이 채곡채곡 쌓여갔다. 동물로서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세상 물정도 좀 알게 되었다. 혀짜래기가 존경받는 세상이었다. 나는 클래식보다 가요를 좋아한다. 그래서 가수들이 좋다. 특히 나와 같은 세대인 십대 가수들은 신 같은 존재로 보였다. 그런데 그들 중에 혀짜래기가 더러 있었다. 교포 2세들이었다. 그들은 우리말이 서툴러도 너무 서툴렀다. 그런데 그들이 방송을 타면 인기가 더 치솟았다. 이상한 일이지 않는가.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았다. 우리말이 서툴다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영어는 잘한다는 말이 된다.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영어 열등감에 젖어 있는 아이들이 우리말이 서툰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이었다. 쟤들은 영어 잘하니까 미래가 보장되어 있을 거야. 이렇게 뒤틀려진 세상도 내 동물 그림에 담고 싶었다. "형, 이거 내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거지?" 형에게 동물 그림 공책을 들킨 날 나는 그렇게 물었었다. "아니, 영국 동물학자 중에 너보다 한발 먼저 시작한 사람이 있어. 그렇다고 해도 기치 너는 대단한 놈이야. 인간이 숨겨두고 싶은 것들이 네 그림에서 언젠가는 옷을 벗을 것 같애. 넌 기질을 타고났어, 혁명가 기질. 네 작은 혁명이 성공하길 빌어." 영국 사람 중에 앞서 간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나는 은근히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동지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힘이 되었다. 나는 용기를 얻어서 동물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영어 학원 숙제 때문에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다. 12시, 졸리는 눈으로 영어 일기를 쓰고 있었다. 재미없고 어려우니까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왔다. "기치야, 아빠 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버지의 커다란 목소리였다. 집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귀가 번쩍했다. 요즘 아버지는 이삼 일에 한 번쯤 집에 들르신다. 도둑 고양이였다. 밤에 들렀다가 날이 밝기 전에 집을 나갔다. 하는 일이 무척 바쁘다고 하시면서. 언젠가 물을 마시려 주방으로 들어서다 나는 뒷걸음질을 쳐야했다. 식탁에 시커먼 등으로 앉아있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가솔들을 호령하는 수사자의 포효를 들을 것 같다. 반갑다. 비록 술에 기댄 용기라 해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남자 대 남자로서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다. 나는 부리나케 거실로 달려나갔다. 아버지의 몸에서 단내가 확 풍겼다. 내가 인사를 하는 사이에 안방에서도 문이 열렸다. "저녁은 드셨겠지요?" 굴 바깥이 궁금해서 머리를 내미는 암컷 늑대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 마디 내뱉고 굴속으로 되돌아 들어가 버렸다. 도둑고양이 정도는 얼마든지 코방귀로 잠재울 수 있다는 태도였다.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게 된 뒤부터 우리 집은 그렇게 변하고 말았다. 당당하게 소파에 앉아서 여보, 나 배고파,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를 볼 수가 없었다.나는 닫혀지는 안방 문을 바라보다 목소리를 낮춰 아버지에게 말했다. "인생 상담 좀 하고 싶은데요." 아버지의 눈이 잠시 일렁거리더니 껄껄 웃었다. "인생? 그 조오치. 네 방으로 가자." 아버지의 혀는 꼬부라져 있었다. 요즘에는 술을 입에 댔다하면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과음하셨다. 그 때문에 엄마는 아버지를 더 미워했다. 그런데도 왜 술을 드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가 내 손을 덥석 잡아끌었다. 큼지막한 손이었다. 따뜻했다. 아버지가 벽에 등을 대고 먼저 앉으셨다. 왠지 모르게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바로 앉아, 임마. 오밤중에 니 애비 제사 지낼 참이냐?" 시간은 자정이 넘어 있었다. 바로 앉으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무언인가 서늘한 것이 가슴 한복판을 쓰윽 지나갔다. "아버지는 술 마시고 영어하면 잘 하시겠네요." 약주 많이 드셨네요, 이런 뜻의 농담이었다. 내 딴에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영어? 그래. 잘해야지. 그것으로 사람의 능력을 재는 시대니까." 영어 얘기가 나오자 아버지의 말은 또렷했고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잔뜩 꼬부라졌던 혀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수술하고 우리말까지 버벅거리게 되면 어떡하지요?" 영어는 영어대로 망치고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혀짜래기가 되면 어쩌나 싶은 게 내 걱정이었다. 그것은 내 인생을 망치게 할 일이었다. 아버지는 엄마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으니까 나에게 도움을 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한 말이었다. "얘기 들었다. 그런다고 영어 발음이 잘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쩌자는 건지, 원." "그렇지요?" 이번에는 내가 아버지 앞으로 다가가 아버지 한 손을 덥석 잡았다. 원군을 만난 셈이었다. 엄마는 아버지가 내 혀 수술에 더 적극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지어낸 말이지 않는가.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 아버지는 나머지 손으로 내 등을 토닥거렸다. "도와주신다는 말이지요? 그렇죠?" "못난 애비 탓이다. 너희 엄마가 네 혀를 어쩌겠다고 한 것도…. 너희 엄마,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모진 사람 아니다. 수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간여하지 않아도." "고맙습니다. 아버지는 역시 아버지시네요. 감사 드려요." 나는 방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방문을 나서면서 물기 젖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런 게 아니라도 먹고살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게 될 텐데…." "무슨 말씀이세요?" "날 밝으면 엄마한테 물어보거라."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버릇이 되어서 그런지 영어 테이프를 켜 두지 않으니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자면서도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이 광고에 실린 적이 있었다. 엄마는 그것이야말로 효율적인 학습법이라고 하면서 매일 밤 내 머리맡에 영어 테이프를 켜놓았다. 인간의 의식에는 의식과 무의식이 있는데 그 무의식에 영어를 심어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꿈자리는 언제나 뒤숭숭했다. 밤사이에 미국까지 날아갈 때도 있었다. "영어 회화 잘 하면 디즈니랜드 데려갈 게." 엄마는 그 말을 수도 없이 했었다. 회화만 된다면 미국 여행을 하자는 것이었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졌다. 말로만 듣던 아메리카였다. 지하철역에 홈리스라 불리기도 하는 거지들이 모여 있었다. 거지인데도 그들은 영어를 잘했다. 나는 그것이 억울했다. 미국 사람들은 거지들도 영어를 잘 하는데 왜 우리는 대학까지 마쳐도 입도 뻥긋 못하지 않는가. 영어 공부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미국 거지가 되고 싶었다. 꿈속에서 나는 머리가 노랗고 곱슬곱슬했다. 나는 조지였다. 머리가 띵했다. 내가 조지로 깨어난 것인지 기치로 깨어난 것인지 헷갈렸다. 오늘도 여전하다. 거실은 혀가 꼬부라진 말들이 점령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다. 영어가 둥둥 떠 있는 아침 공기를 마시고 영어 소리가 득실거리는 방에서 잠자야 했다. 그것이 열 세 살 내 삶이었다. 나는 영어 소리 정글을 헤치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조지가 아니라 기치라는 생각에서. 간밤에 아버지에게 들은 말을 서둘러 확인하고 싶었다. "아버지 출근하셨어요?" 궁금한 걸 물어보기 위해 알면서 해보는 말이었다. "새벽에 일어나니 계시지 않더라." "엄마, 혀 수술 안 해도 되지요? 아버지가 엄마한테 물어보라던데요." "한잔 걸치고 와서 어린것한테 할 소리 안 할 다 했나 보네. 너희 아버지 영어 귀머거리에다 벙어리여서 회사에서 밀려났다는 말은 안 하디?" "네에?" 엄마가 씁쓸한 웃음을 웃었다. 혀 꼬부라진 말들이 우리 거실을 점령한 아침이었다. 처음 동물 그림을 시작할 무렵에는 나는 교육부 대신이나 황제를 떠올렸었다. 영어 때문에 생기는 문제니까 그들에게 내 동물 그림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임명받은 뒤 한 해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대신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황제는 영어를 공용어로 정했으면 하고 생각을 비쳤던 적이 있었다. 그들에게 내 귀중한 동물 그림을 보낼 수 없었다. 그래봐야 내 그림을 쓰레기로 취급할 테니까. 그렇다면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대학생들에게 보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기세 형은 반미 시위에도 참여한다. 하지만 기세 형도 영어 얘기로 접어들면 꼬리를 내리고 만다. 토익인지 토플인지 점수를 따야 한다고. 점수를 따지 못하면 대학 졸업도 못하게 해놨다고. 동물 그림을 내어놓을 곳이 없어졌다. 그렇지만 나는 동물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었다. 동물 그림을 통해서 나는 새로운 것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엉뚱한 생각에서 시작된 그 일이 엉뚱한 결과를 낳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인가 하면 인간을 동물로 생각하고 관찰해 보니까 한동안 가려져 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존엄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서로 많이 먹으려고 싸우고, 먹이를 먹었으니 똥 싸고, 위협을 느끼면 꽥꽥 소리 지르고, 새끼를 낳아 튼튼하게 길러내는 짐승의 모습, 그것이었다. 어린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려 했다. 그래서 우리는 동물의 울타리 바깥으로 뛰쳐나와 있었다. 내 동물 그림은 인간을 그 울타리 안으로 다시 밀어 넣는 작업이었다. 내가 처음 동물 그림을 그린 목적은 이루기 어려웠지만 나는 인간의 비밀스러운 뒷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동물 그림 작업을 그만두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변화 중의 변화는 내가 엄마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내 영어 공부에 목숨을 거는 듯한 행동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내 혀에 칼을 대려는 엄마는 분명히 비인간적인 모습이었다. 비인간이니까 동물이었다는 말이다. 아버지의 실직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엄마의 몸부림은 어미로서 새끼를 사랑하는 동물적인 모성 그것이었다.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내 혀에 소독한 칼날이 들어오고 말 것 같다. 나는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그 눈물이 내 살 속으로 파고 들어와 살이 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어금니를 깨물려 한다. 동물 그림들이 당당한 수컷으로 수술대 위에 누울 수 있도록 나에게 용기를 준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두려움이 앞선다. 나는 아직 열 세 살 짜리 어린 수컷인가 보다.
길게는 10년 가까이, 짧아도 2∼3년은 대학 입시와 관련해 말못할 고통을 겪어야하는 것이 우리 학생들이고, 뿐만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학부모나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마음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2003학년도 대학 입시가 진행 중인 요 며칠 사이에도 어김없이 생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교육자로서 우리들의 마음은 비통하기 그지없다. 이런 와중에도 검증 안 된 학습법이나 통계로 불안한 수험생을 현혹하거나, 이를 부추길 수 있는 일부 매스컴의 보도 행태는 우리를 분노케 한다. 이제 학교교육을 책임진 우리들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을 나누어지려는 더욱 다부진 각오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우리 학교교육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각급 고교 진학지도부장이나 진로상담부장을 비롯한 학급담임선생님들은 오랜 현장 지도를 통해 축적한 전문적 지식과 식견을 십분 활용해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이나 학교 인근에 사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상담까지도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진학을 준비중인 고3 학생이든 재수생이든 모든 수험생들의 가장 절실한 현안은 적절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기 위한 진학 상담이다. 이들의 이러한 심정을 악용하여 상담이랍시고 부실한 자료로 유료 상담을 하는 기관이 많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덜어 보고자 본교에서는 3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합숙 토론을 해가며 실정에 걸맞은 진학상담 자료를 준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학생과 졸업생은 물론 인근 주민의 상담까지도 실시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다른 고교와 연계해 자료를 만들고 이를 공유해 활용한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는 공교육을 책임진 우리 현장 교사들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11월 6일 수능시험이 끝난 후의 면학 지도에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사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참으로 열심히 수능 이후 면학지도를 위해 땀흘리고 있다. 예를 들면, 각 대학의 전문적인 교수를 초빙해 과학 특강, 사회특강을 개최함으로써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하고, 시의 적절한 경제교육,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 교양 함양에 힘쓰기도 하며, 민속박물관, 전쟁기념관 견학에다 연극과 영화를 단체 관람하기도하고 지망대학을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TOEIC이나 TEPS 모의시험을 치르기도 하고, 논술이나 구술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팀을 짜서 강의를 하고 모의 논술 시험을 본 후에 이를 여러 선생님들이 나누어 첨삭 지도를 하기도 한다. 그룹별로 토론과 심층면접 지도를 모든 담임이 분담해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열성적인 지도는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얻고 우리 학교 교육의 든든한 바탕을 이루는 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일부 매스컴에서도 올해 드러난 것처럼 참으로 어처구니없이 입시와 관련된 오보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 문제인 양 선정적 보도를 하기보다는 학교 현장에서 담임선생님과 학부모가 학생과 더불어 학생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고려한 장래 설계를 충분히 하도록 참고 지켜봐 줄 것을 제안한다. 좀더 나아가서 교육 방송을 활용해 고교 현장의 유능한 선생님들이 그야말로 전문적인 진학 지도를 하도록 제도화하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과외산업에 현장 교육이 오염되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지켜 주어야 한다. 이런 일을 우리 손으로 하나씩 이루어 나갈 때 학교교육은 반듯하게 더욱 제자리에 서서 그 소명을 다할 것으로 확신한다. 최근 어느 신문에서 한 학부모가 '남편 월급의 대부분을 사교육비에 쓰기 때문에 화장품은 샘플을 얻어 쓸 정도'라며 등골 휘는 과외비 현실을 비판하는 글이 게재된 것을 보았다. 그렇다. 이렇게 간절한 모성 본능마저 자극하는 과외 산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교육의 밝은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우리 학교교육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들도 이제 공교육을 믿고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과감히 줄일 때가 됐다고 본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수준별 수업과 창의적 재량활동이다. 특히 창의적 재량활동은 후기 산업 사회인 지식 기반 사회에서 필수적인 활동이다. 그런데 창의적 재량활동은 국가가 교육과정과 교과서, 교사 지도서를 연구 개발해 학교에 보급하지 않고 단위 학교와 교사가 활동할 경험을 구성해 지도하도록 돼 있다. 한마디로 재량권을 보장해 준 것이다. 그런데 재량권을 충분히 살리려면 모둠 학습 교실, 종합교과 교실, 특별교실, 다목적 교실 등 학생의 선택을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우선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외에도 창의적 재량활동을 가로막는 조건들이 교육현장에 산재해 있다. 첫째, 창의적 재량활동을 지도할 전문적인 교사가 없다. 창의적 재량활동은 범 교과나 자기주도적 학습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사를 요구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수업 시수가 적은 교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책무성이 떨어지고 학생들은 진정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성을 지닌 교사의 확보가 매우 시급하다. 둘째, 담당 교사의 지도력 신장을 위한 다양한 연수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도입된 창의적 재량활동은 운영에 있어 생소한 부분이 많아 교사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점에서 집단적이고 단편적인 전달 연수에서 벗어나 교사들이 다양한 실천사례를 접하고 개선방안을 고민해보는 실질적인 연수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창의적 재량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 정보 자료가 개발·보급되지 않아 교사 개인이 학습 영역에 따라 자료를 선정하거나 제작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그런 정보나 자료가 창의적 활동자료로써 적합성과 타당성을 갖췄는지도 검증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교육청 단위에서 적합성과 타당성을 지닌 교재를 개발하고 지도 자료를 제작·보급하여야 한다. 사실 학습자료 없이 창의적 재량활동을 운영한다는 것은 창의적 재량활동의 어느 영역이든 간에 형식적인 운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시범, 연구학교를 통해 연구된 결과나 실천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구체적인 자료 보급으로 운영의 일반화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학습자료공모전이나 교육방송 또는 에듀넷 등에서 그런 교육자료를 제작·보급해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하겠다. 넷째는 교사 수급 상 학생들의 희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실제로 창의적 재량활동을 운영하는 43개 중·고교를 최근에 설문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범 교과 학습 영역의 선정에서 2∼5개 정도의 영역을 선택한 학교가 중학교는 73%, 고교는 90%로 나타났다. 이는 학생 각자의 학습 능력과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다양한 창의적 재량활동이 지도 교사의 수급 부족이나 제반 여건상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섯째는 창의적 재량활동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 부족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 자료, 여건을 구비했다 하더라도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가 부족하고, 실행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인식만 팽배해 있다면 효율적인 운영은 어려워 질 것이다. 창의적 재량활동을 끌고 나갈 주체는 결국 교사다. 교사의 실천 의지에 따라 운영의 효과와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육과정을 상호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연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창의적 재량활동의 운영이 활성화될 것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연기 파동 올 여름 학교현장은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구축에 몸살을 앓았다. 전국 초·중등학교와 교육행정기관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교무·학사, 인사, 재정, 회계, 물품, 시설 등 교육행정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새로 구축되면서 기존 학교종합정보시스템은 완전히 폐기 처분됐고 수 백억 원의 예산이 낭비됐다. 게다가 새 시스템이 서버에 접속하기도 힘들고 에러에 대한 대처도 제대로 되지 못한 상황에서 10월 전면 시행까지 발표돼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입력되는 정보의 개인인권 침해 논란도 거셌다. 결국 교육부는 교무-학사부분을 수정·보완해 내년 3월부터 본격 운영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지난 6월 경기도 양주군 도로변에서 발생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이 11월 22일 미군 측의 일방적인 무죄 평결로 종료되면서 △가해 미군 처벌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와 추모행사가 국내외서 잇따랐다. 한국교총, 전교조 등 교원단체도 소파개정 촉구 성명을 내고 학교 현장은 계기교육에 나섰다. 서울시청 앞 광장을 메카로 전국 곳곳서 열린 촛불시위에는 수 만명의 초중고생들이 동참했고 심지어 대구의 한 초등교 여학생들이 '재판 무효와 SOFA 개정'을 촉구하는 혈서를 써 충격을 줬다. 반미로까지 치닫는 국민정서에 부시 대통령이 거듭 애도의 뜻을 전하고 한미양국은 소파 개선 협의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첫 초3평가 반발 속 강행 전국 초등 3학년생 70만 명을 대상으로 한 '기초학력 진단평가'가 반발과 논란 속에 10월 15일 치러졌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측정해 기준 미달자에 대한 보충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교원단체와 학운위협의회, 교육NGO들은 전집형 평가로 인한 △학생 간 점수 경쟁 △학교 간 서열화 △사교육 조장을 우려하며 표집형 평가를 주장했다. 실제로 초3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 학생들은 학원 과외나 예상문제집 풀이에 매달렸고 심지어 몇 몇 학교에서는 쪽지 시험을 보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교육부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시험은 치르되 채점, 결과분석 및 결과 활용은 시·도교육청에 맡기고 교육부는 무작위 추출한 10%만 통계 분석한다는 보완책을 내놓고 시험을 강행했다. ▲평준화 논란 재연 '차라리 일제시대 교육이 좋았다'며 고교평준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진념 경제부총리의 연초 발언과 2월 14일 KDI가 고교 선택권 보장과 자립형 사학 확대를 골자로 제시한 '2011 비전과 과제'가 도화선이 됐다. 이어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간에도 평준화 유지냐 개선이냐를 놓고 찬반논란이 가열됐고 대선 후보들도 인식 차를 드러내면서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평준화 폐지 헌법소원이 제기되고 지자체의 특목고 유치 경쟁이 가열되는가 하면 울산에서는 평준화 도입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그 와중에 전주 상산고만이 유일하게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되는 진통을 겪었다. 한편 올 초 발생한 경기 신도시 평준화고교 배정오류사태도 기피학교 문제가 불거지면서 평준화 제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공계 기피 이슈화 200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합격자 등록 마감 결과 서울대 공대, 자연대, 약대 등 이공계 등록률이 지난해 보다 11∼23% 하락하면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국가적 현안으로 이슈화됐다. 4급 이상 공무원의 11%만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보고와 과학자를 홀대하는 기업들이 속속 보도되면서 급기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 교수는 초등생으로부터 위문편지까지 받아야 했다. 이에 따라 계열별 교차지원을 상당수준 제한하는 2003학년도 대입안이 발표되고 8월 서울 중소기업종합전시장에서는 '청소년 이공계 전공 및 진로엑스포'가 열렸다. 또 11월 정부는 매년 이공계 대학 및 대학원의 우수 신입생과 재학생에게 309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공계 '기 살리기'에 부심하고 있다. ▲2월 학기 폐지로 달라진 방학 서울, 경기, 대전, 충남 등 전국대부분 지역의 초중고교가 내년 2월 학기와 봄방학을 폐지키로 하면서 방학 풍속도에 일대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많은 학교가 12월 말∼1월 초에 겨울방학을 시작해 2월말께 개학하고 교육청도 교원 인사시기를 현행 2월말보다 다소 앞당기기로 했다. 그러나 대구 등 일부 시·도와 올 들어 황사-수해-아폴로 눈병으로 유난히 휴업일수가 많았던 초등교, 일부 중·고교가 2월 학기를 유지키로 해 같은 지역 내 학교 간에도 방학 일정이 들쭉날쭉한 현상이 초래됐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연수, 계절제 대학원 수강에 차질을 빚고, '담임 없는 학급'까지 생겨났다. ▲잇따른 교육복지정책 중학 무상교육을 전국으로 확대한 원년으로 기억될만한 한해였다. 그간 도서, 읍·면 지역 중학생만을 대상으로 했던 무상 의무교육이 올 중학 1학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50여 만 명에 달하는 전체 중학 1학년에게 수업료, 입학금, 교과서 대금 등 연간 약 52만원이 지원됐다. 중학교 무상 의무교육은 내년에 중2까지, 2004년에 중3까지 적용돼 전면적으로 이뤄진다. 이밖에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복지 정책도 잇따랐다. 올 3월부터 농어촌 저소득 가정에만 지원되던 만5세 무상교육비가 법정 저소득층과 도시지역 기타 저소득층 자녀에까지 확대 지원됐다. 또 12월 12일에는 서울, 부산시내 저소득층 밀집지역 14곳을 선정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 지원사업'이 발표됐다. 교육부는 이들 지역 44개 초·중학교를 중심으로 2005년까지 377억 원을 투입해 학생기초학력 향상 및 정서발달 프로그램, 유아교육·보육 내실화 프로그램 등 교육복지서비스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日 역사·국사·대안교과서 논란 올 4월 9일 군대위안부 동원사실을 삭제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2003학년도 고교용 '최신 일본사'가 검정 통과되면서 역사왜곡 파동이 재연됐다. 정치권, 지자체, 시민단체의 규탄과 항의집회가 거세가 일어났다. 그럼에도 일본 에히메(愛媛)현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파문을 일으킨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측의 중학 역사교과서를 내년부터 현립 중학교 3곳에서 사용키로 해 분노를 더했다. 7월에는 국사교과서도 된서리를 맞았다. 내년부터 사용될 고교 2, 3학년용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4종이 前·現 정부에 대한 편향적 기술로 논란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검정위원 전원이 사퇴하고 김성동 교육과정평가원장이 문건 유출에 휘말려 사퇴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현직 교사들이 제작한 이른바 '대안교과서'로 불리는 '우리말 우리글',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가 부교재 시비를 겪었다. 교육부는 교과서 외에 단행본을 교사가 이용해 학생들의 구입을 유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국사편찬위원회는 '살아있는 한국사'가 편중된 민중사관으로 얼룩져 교재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희망 없는 초등교원 부족사태 그간 중초임용, 특별편입, 기간제 충원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초등교단은 여전히 교원 기근에 시달려야 했다. 올해만도 3000여명의 교사가 부족해 교담교사의 담임 전환이 대폭 이뤄지면서 교담 확보율이 43%로 뚝 떨어졌고 기존 교사들의 주당수업시수가 30시간을 훌쩍 뛰었다. 농어촌 초등교는 기간제 교사 모시기에 발을 동동 굴렀다. 기간제 교사 초빙에 관사·철원 오대쌀·관광 제공 조건까지 내걸었지만 교사를 못 구해 출산휴가를 연기하는 교사도 잇따랐다. 이와 관련 2000명 규모의 경인교대(인천교대) 경기캠퍼스를 2005년 설립하는 방안이 확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1월말 치러진 초등 임용시험 결과 800여명이 미달하는 등 교원 부족현상이 가중돼 내년도 교담 확보율은 30%로 떨어지고 특히 7·20 학급당 학생수 감축 사업의 여파로 전체 부족 교원이 7000명에 육박하는 사상 최악의 사태를 빚을 전망이다. ▲교총, 정치활동 신기원 연초 '교원과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을 천명한 한국교총은 6·13 지방선거, 7·11 교육위원선거, 12·19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눈부신 정치활동을 펼쳤다.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교총은 교육계가 요구하는 공약과제를 개발해 각 정당과 출마자들에게 전달하고 교육 현안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과 성향을 분석·보도함으로써 교원의 정치참여와 공약 반영 효과를 높였다. 특히 10, 11월에는 대선 후보를 연달아 초청해 교육정책토론회를 열었고, 이어 전국교육자대회에 각 당 후보를 불러 40만 교육자의 염원을 각인시켰다. 또 대선 교육공약진단 토론회를 개최해 교원 정년, 수석교사제, 교원 정치활동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을 명쾌히 비교해 票心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교육위원 선거 때는 시·도교총 별 교육위원 후보 초청토론회를 열고 선거구별 후보를 추천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벌여 전국적으로 76명의 교총인사가 교육위원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초중등 교원의 정치활동 기본권 신장을 위한 노력은 진전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21세기를 이끌어갈 16대 대통령에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승리의 영예를 안은 노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노 후보의 영광은 그것이 개인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조국의 새천년을 여는 국가 지도자란 점에서도 광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역할은 당선된 그 순간부터 민족과 역사앞에 영광보다는 책무가,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더할 것이다. 거듭 노 당선자의 당선을 축하하며 아울러 앞으로의 5년이 참으로 소중한 국운 상승의 계기가 되길 빌어마지 않는다. 교육계의 노 당선자에 대한 기대는 막중하다. 노 당선자가 밝힌 교육분야 대선공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고교 평준화의 경우 현행 정책기조를 유지하되 자립형 사립고 확대는 학벌사회를 부추길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평준화 보완책으로 특성화고나 특목고는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방과후 교육활동의 활성화, 학급당 학생수 감소, 저소득 자녀 학비감면의 확대, 장애인·중도탈락자·여성 등에 대한 교육지원 확대를 강조했다. 대입시 역시 선발방식이나 시기, 정원책정 등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다. 특히 교원정책의 경우 초·중등 교원의 처우나 사회적 처우의 비교 척도를 대기업이나 일반 공무원에 두지않고 대학교수에 맞추겠다고 했다. '우수교원확보법'을 제정해 우수 인력의 교직유인을 강화하고 현재의 승진체계을 개선해 학교장임용제를 외부초빙제나 보직제 등 다양하게 운영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를 법제화하고 '사립학교법'개정과 '사학진흥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노 당성자가 제시한 이 같은 공약은 상당 부분 타당하기도 하지만 문제와 쟁정의 여지도 많다. 따라서 일선교육계는 기대와 우려가 섞인 가운데 노 당선자의 교육개혁 드라이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15대 국회에서 국회교육위 소속으로 교육문제를 직접 겪어봤다. 그 당시 노 당선자는 비교적 합리적으로 사안을 이해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교육계는 l기억하고 있다. 아무쪼록 노 대통령의 재임 5년이 한국교육의 중흥기가 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내년 2월말 실시될 교원 시·도간 전보를 앞두고 교육부와 교육청이 전보규모 늘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근 전보희망자 접수를 끝낸 16개 시·도교육청들은 1대1 전보 뿐 아니라 일방전출 등 시·도간 전보의 TO 틈새를 가능한 넓히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교육부는 시·도전보를 늘이기 위한 '시·도 다자간교류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재 학술정보원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연세대 남연광 교수가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1대1 교류를 한단계 발전시킨 방식. 즉 교류지역을 3∼4개 시·도로 확대해 컴퓨터로 조정하면 전보 가능인원이 현재의 희망자 대비 성사비율 10%선에서 20%선 이상으로 배증된다는 것. 교육부는 다자간교류 프로그램의 시범 운영이 끝나면 내년 2월말 전보작업에 직접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시·도교육청 인사업무담당자들도 적지 않다. 부산시교육청 인사담당자는 "현재에도 3자 교류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나 성과가 크지 않다. 문제는 대도시나 수도권을 선호하는 전보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교육부가 밝힌 내년도 시·도간 일방전출 규모가 지난해의 500여명 보다 줄어든 350여명에 불과하고, 초등교원 부족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보가능 규모가 예년보다 크지 않으리란 예측이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다자간 교류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작동되면 교류실적이 예년보다 갑절로 늘어날 수 있다"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참고로 최근 3년간 시·도간 교류실적을 살펴보면, 2000년 3월에 1만2326명이 신청해 1186명이 교류해 9.6%의 교류실적을 보였다. 9월에는 5879명 신청 518명 성사(8.8%), 2001년 3월 1만99명 신청 1331명 성사(13.2%), 2001년 9월 6118명 신청 585명 성사(9.6%), 2002 3월 1만1374명 신청 1445명 성사(12.7%)된 바 있다. 특히 별거 부부교사의 교류실적은 이 보다 다소 높아 평균 20%선의 성사율을 보이고 있다.
#참석자=▲김세령 서울 장충초 교사 ▲신상조 서울 고척고 교장 ▲서정화 홍익대 교수 ▲공은배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연구소장 --------------------------------------------------------------------------- 향후 5년간 국정을 책임질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교원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우리 교육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지난 5년간의 교육정책을 되짚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정부 교육정책평가' 기획의 마지막 순서로 4명의 전문가를 통해 국민의 정부 평가와 함께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 - 국민의 정부 교육정책 추진 전반에 대해 평가한다면 점수를 어느 정도 주시겠습니까. ◇김세령=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의 낙제점이라 생각합니다. 교육현장에 정보화기기를 적극 보급한 점, 학운위를 설치해 '교육공동체'라는 사고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준 점은 훌륭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사교육 팽창을 방관해 공교육을 무력화시킨 점, 급격한 정년단축으로 교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교원부족 사태를 초래한 점, 급진적인 학급당 인원 감축으로 교원부족을 심화시킨 점, 7차 교육과정을 무리하게 강행해 교원과 학부모에게 과중한 부담을 준 점은 과실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교육의 주체인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간 결과, 초반의 심각한 후유증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신상조= 교육정보화, 교육환경 개선,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의 의미있는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으로부터 낙제점의 평가를 받고 있는데 대해 국민의 정부는 억울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교원의 사기가 저하되고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나 기초학력은 바닥을 치고 있으며 사교육비로 학부모의 허리가 휠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 정부든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겠지만 모든 정책이 의욕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 합의를 도출하고 여건을 조성하는 등 단계적 추진전략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개혁이란 이름 아래 추진된 초기의 밀어붙이기식 정책들은 교육현장의 냉소적 비판의식만 키워놓고 말았습니다. ◇서정화= 국민의 정부는 95년 5월 31일 발표된 교육개혁방안을 기조로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그동안 교육여건 개선, 교육정보화를 비롯한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 수립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미흡했고 교육제도 운영의 획일성을 개선하는 노력도 취약했다고 봅니다. 특히 교원의 직무의욕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나 정책 추진의 일관성, 교육관련 이해집단간의 갈등조정 노력 등이 부족했다고 생각됩니다. ◇공은배= 국민의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입각해 교육정책도 교육논리보다는 경제논리에 근간을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첫번째 작품이 고임의 고령교원을 퇴출시키고 다수의 신규교원을 충원하겠다는 소위 정년단축 발상이었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5만여명의 교원이 교직을 떠났고 교원부족난의 여파가 아직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됐으나 부족한 교원과 시설여건을 고려할 때 난항이 예견될 수밖에 없었지요. 이 과정에서 교직종합발전방안, 7·20 교육여건 개선, 공교육내실화방안 등 굵직한 정책이 추진됐습니다. 단일 정책의 면모만 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나 이들은 7차 교육과정 대비 차원에서 미리 추진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학교교육 이외에 평생교육의 진흥도 매우 중요한데 이 부문에 관한 정부의 투자의지를 볼 때 아직까지는 구호로만 끝나는 느낌입니다. - 국민의 정부에서는 총 7명의 교육부장관이 교체됐고 특히 교육부와 학교 현장간의 갈등이 매우 심각했습니다. 차기 정부의 교육부장관으로는 어떤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고 보시는지, 또 잦은 장관 교체로 인한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지 말씀해주십시오. ◇김세령= 교육부 장관은 현장감각과 교육적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책 마인드와 행정감각도 있어야겠지요. 그런 면에서 교육 관련기관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쌓은, 엄격한 검증을 거친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잦은 교육부장관 교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우선 최소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차후에는 충분한 합의과정을 거친 교육정책이라면 장관의 교체여부에 관계없이 추진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상조= 적어도 교육부 장관은 교육에 대한 기본철학이 정립돼 있고 교육발전을 위한 비전이 준비돼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교육문제를 놓고 고민해본 교육전문가로서 교육을 왜곡시키는 외풍을 차단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현정부의 정책혼선은 교육부의 조직과 기능에 연유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기획과 지원, 장학 및 평가 이외의 행정기능은 하급기관으로 대폭 이양해 교육행정의 분권화를 이뤄야 합니다. 정책의 안정성·일관성을 위해 교총이 제안하고 있는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운영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서정화= 장관의 잦은 교체는 정치·사회적 상황 변화와 교육계 내외 갈등의 산물로 보입니다. 그동안 전문적 식견이나 경험이 미흡한 분들이 교육수장의 위치에서 여러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부작용도 없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정치·행정적 능력을 갖춘 교육전문가를 발탁해 교육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최소한 2년 정도의 임기가 보장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향후 교육부는 장학기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효과적 평가제도 정착, 효율적인 교육개혁 추진체계의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공은배= 정부와 교원, 학생, 학부모 사이에 불신의 골이 상당히 깊다고 봅니다. 차기 정부의 교육부 수장은 무엇보다도 이를 해소해나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저변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책을 개발한다 해도 그 성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교육부장관이 소신을 갖고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수명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고 봅니다. - 차기정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교육정책은 무엇이며, 특히 교원의 사기 진작, 전문성 제고 등을 위한 개혁과제는 무엇이겠습니까. ◇김세령=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할 가장 중요한 정책은 학교단위 및 교사의 자율성 확대입니다. 현재와 같이 자율성은 미미하고 책무성만 과다하게 늘어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교원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는 교원을 사회적·정신적·물질적 차원에서 최고수준으로 대우해주고 전문직으로 우대함으로써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는 것입니다. 교사가 경력에 따라 단계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전문적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실시돼야 합니다. ◇신상조= 21세기 국가경쟁력은 교육으로부터 나옵니다. 현재의 획일적인 교육구조로는 사회와 학생의 다양한 요구에 대처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교육선택권 확대를 위한 교육체제의 다양화와 평준화제도 보완, 대입정책의 개선 등은 매우 시급한 과제입니다. 차기정부는 '학교살리기'를 해야 합니다. 활기찬 학교교육을 위해서는 교원의 사기가 충만하고 전문성이 신장돼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단위학교 자율경영체제가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서정화= 차기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은 무엇보다 교육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동시에 교육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릴 장치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또한 교원의 자질 향상 및 전문적 교직풍토 조성에도 주력해야 합니다. 교원평가, 교원보수제도 개편, 유능한 경영자 확보 및 능력개발방안 마련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부와 교원단체간 신뢰를 증진시키는 노력과 함께 단체교섭창구 일원화를 위한 법제정비 노력도 절실하다고 봅니다. ◇공은배= 무엇보다도 신명나는 교직사회, 활력있는 학교를 가꿔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교직사회가 침체돼 교원은 교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생활한다면 우리 교육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의 사기를 제고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합니다. 경제적 처우 개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교원들이 존경받고 대접받는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교육재정을 GDP 대비 6%로 올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교육재정은 어느 정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어느 부분에 집중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세령= 지식기반사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개발입니다. 약간의 무리가 따르더라도 교육재정은 6∼7%대가 적합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교육재정은 교육의 공공성과 기회균등의 차원에서 저소득층,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의 교육수준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쓰여야 합니다. 또한 초등 교담교사, 정보화 담당교사, 상담교사 등 전문분야 교사를 양성하고 평생교육을 통해 교사, 행정직원, 장학사 등 교육관련 인적자원의 전문성 신장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신상조= GDP 6%로 교육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설정해놓고 단계적으로 교육재정을 늘려나간다면 부실한 교육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시설의 현대화, 교원 처우개선, 학급규모 감축, 과학기술교육 강화 등에 집중 투자, 학교를 살리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서정화= 정부에서 교육재정을 계속 늘려 왔지만 아직도 GNP 5%에 못미치고 있습니다. 차기정부가 약속한 교육재정이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국가재정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를 확충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재정투자는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집중돼야 하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여건개선, 교원의 전문성 향상, 대학의 경쟁력 강화 등에 주력해야 합니다. ◇공은배= 교육재정의 규모는 내년 예산기준으로 GDP 대비 5%에 근접(4.97%)하고 있습니다. 문민정부부터 내걸었던 GDP 5%의 교육재정 확보가 가까스로 달성되려는 셈이지요. 차기정부는 6%수준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것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확충된 재원은 부족교원 확보, 학교·학급규모의 적정화, 교육복지의 구현 등에 우선 투자돼야할 것입니다. - 차기 대통령에게 특별히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김세령=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 교원정책의 개선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특히 현재의 교원승진체계를 다원화하거나 관리직과 교수직을 분리함으로써 교수직 상위직급에서 선발된 교사들이 교대나 사대, 교육청 등에 소속돼 현장과 연계된 연수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교수진으로 활동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상조= 교육정책이 교육에 혼란을 줘서는 안됩니다. 학생은 꿈을 키우고, 교사는 보람을 느끼고, 학부모는 믿음을 갖는 교육이 되도록 정책을 펴주십시오. 특히 교육의 실천주체인 교원을 교육의 중심에 놓아 교원의 자긍심을 고취하는데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정화= 앞으로는 정권을 떠나 일관성 있는 교육개혁에 노력해야 합니다.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면밀한 연구를 토대로 정부는 물론 학부모, 산업체, 언론 등 국민적인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힘써야 한다고 봅니다. ◇공은배= 우리나라가 지식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교육입국'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합니다. 이제는 진정한 교육대통령의 출현을 기대해 봅니다. 교육입국은 미래를 위한 현명한 디딤돌을 놓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유정복 현 회장(익산대 교수)이 18일 전북교총회장으로 재선됐다. 도대의원과 시·군회장, 학교분회장이 9일부터 18일까지 우편으로 투표한 결과에 의하면 유 회장은 투표자 772명(선거인 842명의 91.7%)중 363표(유효표 640의 56.7%)를 얻어 277표를 얻은 오재영 교감(전주중앙중)을 86표 차이로 제쳤다. 유 회장은 "교권이 살아야 학교가 바로 선다"며 "교원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신임회장은 "전북의 우수한 중학생들이 다른 시·도로 많이 전학가는 것은 문제"라며 수월성 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비 초등교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수교사들이 전북지역을 선호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환경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소수점 이하가 반올림된 정수의 수능 성적을 제공해 점수가 높은 학생과 낮은 수험생의 당락이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 있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대학에 CD로 제공한 성적자료는 영역별 점수가 정수로 돼 있어 소수점 이하 점수 합계가 큰 학생의 총점이 적은 학생보다 낮은 점수로 표시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원점수를 성적에 반영하는 서울대를 포함한 25개 대학에서 당락이 뒤바뀌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영역별로 가중치를 두는 대학의 경우 오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범홍 대학수학능력시험연구실장은 "미묘한 점수 차이를 능력 차이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하에 "작은 점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능등급제 도입과 같은 취지"라며 2000년 제도 도입을 결정할 때 이미 고려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2005학년도 입시부터는 변환표준점수가 사용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올해의 경우 현실적인 대책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도의회와 교육위원회 간에 중복 감사와 의결권 문제를 두고 잇따라 마찰이 일면서 부작용이 심화되자 시급히 지방교육자치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기관간의 고질적인 마찰은 교육행정기관에 대한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의 중복 감사, 예산의결권 행사를 두고 발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역할에 대한 교통 정리가 절실하다"며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충청남도초등교장협의회등 충남 지역 11개 교원직능단체회장단들은 17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도의회가 도교육청이 요청한 예산 722억 중 가장 낙후된 유아교육예산 등 33억원을 삭감한 것은 일부 도의원의 문제 발언 이후 행해진 명백한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회장단들은 "교육자치를 부정하는 도의원의 무모한 발언에 대해 관련 의원은 즉각 사과하고 도의회는 교육예산의 감정적 처리를 중단하고 삭감된 예산을 원상회복 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갈등은 지난달 27일 도의회의 교육청에 대한 사무감사에서 부교육감이 "전례가 없다"며 증인선서를 거부해 감사가 취소되고, 교육청직장협의회가 사무감사 폐지를 주장함으로써 촉발됐다. 이어서 지난 2일 도의회에서 명귀진 의원이 "교육청을 도 산하기관으로 통합, 교육감직을 폐지하는 대신 교육부지사를 두고 시·군교육장은 학교운영위원이 선출하도록 건의할 용의가 없냐"고 질의하자 충남교총과 강복환 교육감은 "교육자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기도의회의 문교위원회도 지난 4일 도교육위 심의를 거쳐 제출된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14개 항목의 사업예산 53억 978만원을 삭감, 예비비로 돌리면서 '보복성 예산심의'라는 지적을 받았다. 전례가 드문 이 사건에 대해 교육청관계자들은 "도교육위원회가 제기한 중복 행정감사(도교위와 도의회에 의한) 시정 주장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문교위가 삭감 제안한 예산안은 도교육위의 소년체전 참가여비와 업무용 차량 유지비가 포함돼있고, 반면 도교위가 감액했던 학교운영위원회 편람 제작비와 교직원 해외연수비는 부활시키는 내용이어서 보복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다. 그러나 문교위에서 삭감된 예산안은 예결산특위와 본회의를 거치면서 대부분 부활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감사권을 두고도 시교육위원회와 시의회 문화위원회간에도 마찰이 있었다. 지난달 27일 열린 서울교육포럼에서 박명기 교육위원이 "시의회가 매년 교육청 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명백히 중복감사"라며 반발했다. 여기에 대해 김기성 문화교육위원장은 "교육청이 서울시의 예산을 받는 만큼 시의회의 감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두 기관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명균 선임연구원(교총)은 "교육위원회가 감사권과 의결권을 가치는 독립형 의결기구로 전환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허종렬 교수(서울교대)는 "교육 조례등에 관한 최종 의결권을 교육위원회에 부여하되, 지방의회에게 동의권과 승인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허 교수의 안은 "주민의 세금으로 편성되는 예산안에 대해서는 시·도의회가 수정할 권리를 가지는 동의권을 그 밖의 예산안은 승인권(수정권이 없는)을 행사하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 나라 학생들이 우리 고유의 사물놀이를 연주하자 일본 학생들이 되받아 일본 전통음악을 연주한다. 양국 학생들의 이웃한 나라의 전통음악이 신기하기만 하다. 대구 시지중과 일본 나가노중은 16일 음악교과에 대한 디지털 원격교류 화상수업을 통해 양국의 음악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날 수업에서 두 나라 학생들은 양국의 음악 문화유산을 비교하고 서로 토론해 그동안 해보지 못한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게 됐다. 특히 우리 나라 학생들이 '고향'이란 노래를 일본어로 부르자 일본 학생들이 '가을의 편지'를 우리말로 부르고 각각의 노래가 끝난 뒤에 양국 학생들이 합동으로 합창하기도 했다. 이들 두 학교는 그동안 이번 원격교류 화상수업을 위해 트랜스메일을 활용, 학생 및 교사간에 메일을 교환해 왔으며 기술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수차례 모의 시험을 거치기도 했다.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지리적인 제한없는 수업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한 나혜랑 교사는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통해 교과에 대한 동기유발을 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며 "내년에도 나가노중과 다양한 수업을 계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명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감기 걸린 날=그림일기 형식으로 어린이다운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창작 그림책. 엄마는 아이에게 오리털이 든 점퍼를 사주고 아이는 그날 밤 꿈 속에서 털이 뽑힌 오리들을 만난다. 털이 없어 춥다는 오리들에게 아이는 깃털을 꺼내 하나씩 심어주고 언덕에서 신나게 논다. 생명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어린이 특유의 시각적 연상을 통해 천진하게 표현돼 있다. 김동수. 보림 사춘기 성에 대한 백과사전 ◇마법의 性=성에 대한 작은 백과사전.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경험하게 되는 월경, 몽정 등 여러 가지 신체적인 변화를 알기 쉽게 들려주고 '처녀막은 무엇일까' '정력에 대한 오해' 등 청소년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두루 이야기하고 있다. 또 고대사회의 성 개념, 성을 죄악시했던 중세 시대와 육체를 찬미한 르네상스 시대의 흥미로운 성 풍속사도 담아내고 있다. 최달수. 김영사 제자백가 사상 만화로 구성 ◇만화 공자 外=중국 역사에 빛나는 제자백가의 생애와 사상을 만화로 구성한 시리즈물. 중국을 만든 사상적 힘의 원천을 깨닫게 하고 위대한 인물들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인간 존재의 참 의미와 삶의 지혜를 일깨워 준다. 한자의 원 뜻에 충실하면서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해석했다. 한자 원문을 읽을 수 있도록 독음을 달았고 부속 장의 출처도 같이 밝혀 놓았다. 황중업. 리틀미다스 체벌없이 생활습과 바꾸기 ◇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아이를 변화시키는 비결=40년 이상 가정과 아동 문제를 연구하며 전문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의 육아철학을 담은 책.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을 상처주지 않고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전해준다. 기술적인 면만 다루지 않고 아동의 발달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아이를 키우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들도 담고 있다. 제리 위코프·바바라 우넬. 명진출판 자기발견 여행 그린 철학 동화 ◇나를 찾아 떠나는 모험=어린이를 위한 철학 동화. 저자는 11가지 동물들의 자기 발견 여행을 통해 우리 안에 있는 결점과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꿈을 향해 줄기차게 노력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지 발견하게 해준다. 테드 휴즈. 푸른숲
##크리스마스 상식& etc...## 매년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똑같은 레퍼토리가 포장만 슬쩍 바뀐 채 되풀이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 올해도 TV는 '나 홀로 집에'를 방영할까. 10여 년 넘도록 변함없이 7살에 머물러 있는 맥컬리 컬킨도 이젠 좀 자라게 해주면 안되려나. '다이하드'는? 런닝셔츠 바람으로 환기통을 기어다니고 맨주먹 붉은 피로 수십 명의 악당을 무찌르는 브루스 윌리스여, 부디 올 크리스마스엔 편히 쉬시기를. 지루한 도돌이표일지라도 존 그리샴처럼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를 할 수도 없으니 불평은 접어두자. 교실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지 않은가.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상식과 해프닝을 모았다. #O, HOLY NIGHT 크리스마스에는 왜 양말을 걸어두는 것일까? 주머니도 있고 가방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좁디좁은 양말인가 말이다. 양말의 기원은 4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터키의 니콜라스 주교. 사람 좋은 이 주교는 어느 날, 가난한 귀족의 세 딸이 구혼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사정을 듣고는, 그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몰래 도와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그가 생각해 낸 방법은 굴뚝으로 묵직한 금 주머니를 떨어뜨리는 것. 굴뚝 아래로 떨어진 금 주머니는 공교롭게도 그 근처에 걸린 양말 속으로 들어갔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 크리스마스 양말의 시초가 되었다고. 그렇다면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은? 쌔터날리아로 불렸던 고대 로마의 명절에서 비롯되었다.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 계속되던 이 명절에는 집안을 푸른 담장넝쿨과 촛불로 장식을 하고 어린이들과 노예,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었다고 한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양말을 내밀며 가족과 친지에게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선물대신, 이 양말이 넘치도록 사랑을 채워 달라"고. #BELIEVE IT OR NOT 산타의 실존을 증명하기 위한 시도는 900년 전부터 계속되었다고 한다. 스콜라 철학자 Sation Anselm of Canterbury의 'Prologium'에 실린 증명을 보면, '존재는 비존재보다 더 좋다. 그러므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부득이 존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가장 좋은 것이 될 수 없다. 산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것이다. 따라서 산타는 필연적으로 존재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산타가 과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인가 하는 문제로 이 증명은 많은 철학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다른 논리적 증명은 없을까. 산타의 존재를 밝히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17세기 파스칼에 의해 제안된 'Pascal's wager'는 결국 산타의 존재를 증명한다. "만약 내가 산타의 존재를 믿는 데 산타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파스칼은 묻는다. "내가 잃는 것은 무엇인가?" "Nothing." "반면에 내가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데, 산타가 실재하는 것으로 판명하면 내가 잃는 것은?" "Everything."이라고 파스칼은 답한다. 산타를 믿기로 결정한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라 것이 파스칼의 결론이다!?! #WHO'S WHO? 예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에 처녀들은 미래 남편의 이름, 또는 적어도 이니셜이라도 알아내기 위해 점을 쳐보는 관습이 있었다. 납을 녹여 납이 열쇠 구멍 사이로 흘러내리게 하고는 납을 찬물 속에 받아 금속이 성형되는 다양한 모양을 보고서 처녀들은 미래 남편의 이니셜이라든가 직업, 성격, 혹은 얼굴까지도 알아내려고 시도하곤 했다. 물을 대야에 채워 창문가에 놓고 얼리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얼음 속에 형성된 주름과 아라베스크 무늬를 살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남자를 알아내었다고. 또 사과 껍질을 끊기지 않게 깎아 이 껍질이 다시 사과의 원래 모양이 될 수 있도록 감아놓았다가 이 껍질을 자기 머리 뒤로 던져 도마 위에 떨어지도록 했다. 도마 바닥에 사과 껍질이 그리는 모양에 따라서, 장래 배우자의 이니셜을 점치기도 했다. 물론 자기 짝이 궁금한 싱글 우먼들을 위한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 같은 얘기다. #SANTA'S COMING! 크리스마스에 얽힌 재미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윈터웹 원더랜드(http://www.usacitylink.com/citylink/xmas) 찾아가 보라. 이 사이트에서는 크리스마스의 기원을 비롯한 크리스마스 관련 상식은 물론, 아리따운 산타클로스 걸과 인터뷰를 할 수도 있다. 각국의 성탄 음식 만들기와 트리 꾸미기, 귀에 익은 크리스마스 캐럴 40곡이 리얼오디오 파일로 실려있는 '뮤직박스'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흥미진진한 것은 '산타의 워크숍'. 전 세계 산타들의 우편함이 있는 이 사이트에서는 아이들의 고충을 상담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슬쩍 찾아가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갖고 싶은 것을 끄적거려 보자. 혹시 모르지 않는가. 당신이 울지 않는 착한 아이라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 지도…. #JESUS CRISIS 크리스마스에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은? '상상을 초월하는 엉뚱한 선물' '즐겁자고 저지른 악몽 같은 해프닝' 정도가 아닐까. 산타로 분장한 아빠가 여동생을 기절시킨 사건, 크리스마스 저녁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슈퍼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사오정 웨이터가 '수프와 샐러드'를 같은 그릇에 담아 가지고 온 일, 스위스에서 스키타고 스페인에서 썬텐하러 큰 맘 먹고 유럽 여행을 떠났는데 스위스엔 눈이 안 오고 스페인에선 해가 안 나왔다는 비극 등 재미있는 사연이 끝없이 이어진다. 크리스마스의 밤이 너무 길다면, 기상천외한 '논픽션 네버엔딩 스토리'를 읽어보자. 해피 크리스마스(www.happychristmas.com)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