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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문집 도구(하이러닝 클래스보드, 패들렛) 30년 가까이 국어공책 대신 학생 개인 문집을 만들어 수업하고 있는데, 코로나 시기부터 온라인 문집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2025년까지는 구글 클래스룸에 국어 전용 교실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자기 반 온라인 문집 링크(패들렛)를 통해 들어가는 방법을 사용했다. 교실 태블릿을 가져다 본인 반 문집으로 들어가 글쓰기 활동을 하는 게 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었다.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하이러닝에 있는 클래스보드를 활용해 반별 온라인 문집 보드를 운영하고 있다. 클래스보드는 패들렛과 거의 같은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 문집은 교과 단원별 적용 활동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활동 방법은 종이 문집과 거의 비슷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만 가능한 확장된 표현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교사로서 글쓰기 교육에 집중하면서 갖게 된 바람은 학생들이 단순히 과제 수행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의무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말로 표현하고 이를 깊이 내면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온라인 문집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부분이 이러한 내면화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 문집의 다양성을 도와주는 도구 ● 그리기 앱을 활용한 삽화 그리기 국어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쓴 글에 직접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글과 더불어 그림은 자기 생각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매우 좋은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박하지만 자신의 글쓰기 의도나 생각을 직접 표현한 그림을 통해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삽화를 완성하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글로 전달하기에 애매한 생각을 직접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학생들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시간이 아니기에 멋진 그림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실에 비치된 태블릿의 기종에 따라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노트나 그리기 앱들이 있고, 따로 설치해야만 하는 앱들이 있으나 사용 방법은 비슷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적응하는 편이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 학생들은 태블릿 전용 펜으로 그리기 앱에 그림을 그려 이미지 파일로 저장해 본인이 쓴 문집 글에 추가하면 된다. [PART VIEW] 이때 글의 종류에 따라 검색을 허용하기도 하고, 금지하기도 한다.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쓴 이야기나 시·수필 등의 삽화는 검색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조금 힘들어도 어디까지나 본인의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생각과 의도를 조금 더 순수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설명하는 글이나 주장하는 글, 자료 조사 계획서 등에는 검색을 통해 참고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검색 엔진은 글쓰기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이미지 파일이나 PDF 파일의 차이와 다운로드나 업로드 방법 등에 대해 알고 있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의 경우 이런 온라인 문집 활동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과제 수행에 대해서도 익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학생 대부분이 학기 말에는 다양한 과제 수행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 애니메이션 제작 앱을 활용한 동영상 만들기 글을 읽으면 간접 체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쓰면 그 체험은 더 직접적으로 인식된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을 모둠으로 나눠서 가상의 ‘무인도 체험기’와 ‘고전소설 속 탐험기’ 등의 협동 글쓰기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둠과 함께 체험했던 그때의 글쓰기 속 생활을 꽤 오래 기억하면서 추억하기도 한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 없이 친구들과 무인도에서 놀던 한때와 고전소설 속 영웅을 구하기 위해 함께 위험을 무릅썼던 때의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한다. 거의 어린 시절 직접 겪었던 일, 즉 경험을 나누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글쓰기 활동을 통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체험의 폭도 넓힐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활동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 창조한 소설 속 인물이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어떨까? 또는 내가 읽은 소설 속 주인공을 내가 살아 움직이게 한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활동이 애니메이션 앱을 활용한 동영상 제작이다. 활동 이름을 붙이자면 ‘움직이는 삽화 그리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앱이 있지만 중간에 광고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수업시간에 간단하게 활용하기에 적합한 것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영상 제작을 하느라 수업에 부담이 안 가도록, 즉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간단하게 활동하고 짧은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티드 드로잉스(Animated Drawings)’가 위의 조건에 맞는 적절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계속 사용하고 있다. 검색을 통해 쉽게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고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다. 참고로 한글로 번역할 경우 가끔 오류가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영문 화면으로 그냥 진행하는 게 좋다. 어린이들도 쓸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영문 상태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제작 과정도 매우 간단한데, 다음과 같다. ① 그리기 앱에 그리고 싶은 인물의 모습을 팔다리 벌린 상태로 그려 저장한다. ② Animated Drawings에서 파일을 불러와 절차에 따라 영역, 관절 위치 등을 정한다. ③ 다양한 동작 중에 적절한 것을 골라 영상으로 저장한다. 본인의 온라인 문집에 영상을 첨가하는 방법은 삽화를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이루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그림이나 영상의 완성도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다. 소설 속 인물에 대한 학생들의 해석에 Animated Drawing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입체적 비평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다. 학생의 제작 의도를 간단한 글로 표현하게 할 때 완성도가 더 올라간다. 글과 그림은 생각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삽화 제작하기 누구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듣거나 꼼꼼하게 분석·정리된 내용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학생들도 자신들이 창작한 소설에 대한 인공지능의 수준 높은 평가와 정리를 읽으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기 때문이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본인의 소설을 인공지능 창에 복사해 붙여 넣고 인물·사건·배경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다.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해당 소설에 대한 인물 모습을 그려달라고 한다. 학생들은 주로 귀여운 형태의 모습을 원한다. 다만 인공지능 종류에 따라 만 14세 미만의 학생들은 로그인을 위해 부모님의 인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물론 글로 된 자료 검색이나 대화에는 바로 사용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미지의 생성에는 대부분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로그인을 요구한다. 구글 클래스룸이 아닌 하이러닝을 많이 사용하면서 만 14세 미만 신입생의 경우 구글 주소가 없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그럴 경우에는 가정에서 메일 주소를 생성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런 면이 불편하지만, 인공지능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도구인 것은 확실하다. 여기서도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적절한 활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칫 모든 단원에서 인공지능만 사용하면 디지털 수업을 잘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학습의 기본은 분명히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성을 발휘해서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학생이 주도적으로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진지하게 잘 이루어질 경우, 인공지능도 학생이 그린 그림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모습을 그려준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도가 잘 반영된 그림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온라인 문집 활용 노하우 ● 실명 사용의 당당함(나 뽐내기) 누구나 자신을 뽐내고 싶어 하는 다양한 SNS 시대지만, 한편으로는 익명성의 평화를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도 존재한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마스크를 쓰면서 생활한 몇 년 동안 어린 학생들은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조차 힘들어할 때가 많았다. 간신히 등교 수업이 가능해진 이후의 학생들도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는 매우 소극적이었고, 자꾸 마스크 뒤에 숨으려고만 했다. 처음부터 자신을 당당히 밝히라고 강요하기가 힘들어 학생들의 마음 상태를 가면으로 표현해 써보도록 권유했다. 가면 안쪽에 간단하게 제작 의도를 쓴 후,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발표하게 했다. 조금씩 마음을 열고 수줍게 발표하다가 이왕 만든 김에 모둠별로 기념 촬영을 하자고 할 때는 즐거워하기까지 했다. 이젠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재미있는 학기 말 수업이 되었다. 온라인 문집은 기본적으로 반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반 학생들끼리는 서로의 글을 읽을 수 있다. 학생들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과 창작의 자유로움을 보장해 주기 위한 방법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글의 종류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다. 온라인 문집에 주장하는 글이나 설명하는 글을 쓸 때는 학번과 이름을 밝히고 글을 쓰게 한다. 요약하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모둠별로 팀을 짜서 토론할 때와 토의 내용을 정리할 때도 실명을 밝히도록 한다. ● 익명의 자유로움(닉네임이라는 마음가면 활용) 학생들의 창작 시나 소설 등의 글은 닉네임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7명 정도씩 묶인 섹션이지만, 닉네임 사용은 학생들의 창의성에 자유로운 날개를 달아줄 때가 많다. 말하자면 닉네임은 또 다른 형태의 마음가면인 셈이다. 이야기 창작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TRPG(Tabletop Role Play Game) 활용 소설 창작은 닉네임이 돋보일 수 있는 매우 적절한 활동이다. 우연히 뽑은 카드들을 연결해 이야기를 창작해야 하는 부담을 닉네임이라는 마음가면이 줄여주고 있다고 본다. 또 완성된 소설에 대한 학급 친구들의 긍정 댓글도 닉네임으로 달도록 하고 있다. 소설 창작이 친구들의 칭찬과 익명의 자유로움을 통한 창의적 글쓰기의 즐거움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물론 학생들의 활동 관찰을 위해 교사는 어떤 작품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야 한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밝히지 않겠다고 학생들과 약속한 후에 명렬표 학번 옆에 닉네임을 따로 적어 놓는다. 어떻게 보면 번거로울 수 있는 방식이지만 실제 활동에서는 생각보다 매우 순조롭다. 글을 마치며 꼼꼼한 준비와 연구로 편하고 즐거운 수업을 하고 싶다. 물론 아직도 많이 힘들고 즐겁지 않은 수업을 할 때가 있지만, 문득문득 즐겁다는 생각이 드는 수업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때가 있다. 교사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언제 그런 경험을 했는지 잘 생각해 보면 수업 연구를 꼼꼼히 했을 때, 하고 싶은 활동을 했을 때, 상상하던 부분을 현실화시켰을 때라고 할 수 있다. 다 비슷한 개념이긴 하다. 또한 내가 하는 수업활동이 교육적 가치와 의의를 지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이벤트나 시간 때우기의 일회성 활동이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거의 30년 가까이 국어 문집을 해온 부분은 나의 교사 생활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젠 온라인 문집으로 확장된 다양한 표현 활동이 교육적인 가치와 의의 위에서 지금처럼 계속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보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학교문화 3년 전, 경북 경산시 경산고등학교에 처음 부임하며 마주한 풍경은 대입이라는 목표 아래 쉼 없이 달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 10시 30분까지 학교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정작 학교는 삶의 여백을 채워줄 ‘보고 이야기할 만한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도서관을 통해 우리 학생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우선 도서관 자료를 전면 정비하고 RFID 시스템(자가대출반납시스템)을 구축하여 누구나 편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학기 초에는 폐기 도서를 활용한 나눔 행사를 열었고,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대학 전공 서적까지 상호대차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일요일 저녁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가정 연계 행복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건전한 주말 여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문계 고교라는 입시 위주의 환경 속에서도 결실을 보았습니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독서행사가 자리를 잡으며 도서관은 학교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도서관으로 달려오는 학생들의 진지한 발걸음이 참으로 기특하였습니다. 작가가 아닌 역자를 초청한 이유 도서관 프로그램 중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은 고전작품 역자(譯者)와의 만남 행사인 ‘인문·자연과학 고전 뽀개기’였습니다. 처음 이 행사를 기획한 목적은 장르물이나 흥미를 자극하는 일본문학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고전이 선사하는 ‘인간다움의 가치’와 ‘사유의 깊이’를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인문계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입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독서이력(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만들어줌으로써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했습니다. [PART VIEW] 고민을 거듭하던 중 출판사에서 보내준 팸플릿과 독서 간행물을 통해 인문고전에 대한 귀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필자의 전공인 고전문학과 경산과학고 사서교사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자연과학 고전까지 그 범위를 넓혀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시공간을 초월한 작품들과 작가들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하며,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안내해야 할까?’,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 대신 누구를 초청해야 할까?’, ‘학생들이 고전을 너무 어렵게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결국 원작가의 목소리를 가장 깊이 있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관련분야 전공자이면서 ‘역자(譯者)’가 그 해답이 되었습니다. 고전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저는 학창시절 제가 읽은 고전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너무 어려운 텍스트로 강연회를 열면 학생들이 지루함을 느끼진 않을까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유치한 내용뿐 아니라 고급 정보와 텍스트도 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했습니다. 설령 내용이 어렵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해서 상상할 것이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하였습니다. 가능한 한 교훈 중심의 고전을 배제하고, 즐겁게 읽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국어·사회·과학·수학교과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선생님들과의 협의에서 학생들의 지적 발달 정도와 텍스트의 난이도를 고려하였고, 주요 대학에서 신입생들에게 권장하는 고전목록을 분석하였으며, 진학 계열 적합성에도 신중을 기했습니다. 그 결과 2023학년도 2학기 첫 에피소드는 성장소설과 인문고전의 장점을 모두 가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2024학년도 1학기 두 번째 에피소드는 자연과학 고전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기본 텍스트로 정했습니다. 자연과학고전은 전공자가 역자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감수자를 통해 텍스트 번역의 신뢰성을 검증받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하였습니다. 인문·자연과학 고전 역자 초청 강연 목록 디지털 시대의 공백을 채우는 학생들의 ‘Hip’한 질문들 강연회는 역자 선생님 소개와 주제 강연, 독서퀴즈, 학생들과의 대화, 사진촬영, 사인회 순으로 계획하였습니다. 저는 작가 초청 행사에 항상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합니다. 하나는 참여하는 학생 모두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책을 선물 받은 학생들은 책을 읽고 질문지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작가와 작품에 관한 질문, 역자를 통해 알고 싶은 내용들로 구성된 질문지 작성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학생들의 높은 관심 속에 온라인 플랫폼에는 수준 높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 질문❶ _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에 ‘라틴어 학교’가 등장하는데, 유럽에서 ‘라틴어’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 질문❷_ 침묵의 봄에서는 대부분 살충제의 부정적인 부분과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의 에프킬라와 같은 살충제들은 DDT와 같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합니다. • 질문❸ _ 열하일기는 그때 당시의 글들과는 다르게 어떠한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박지원이 이런 형식으로 글을 썼는지 그 계기와 박지원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질문❹ _ 비글호 항해기에서 곤충이나 식물을 연구할 때 내가 발견한 현상이 특정 식물과 소수의 몇몇 곤충 사이에서만 성립하는 현상인지, 또는 그 특정 식물과 그 과의 모든 곤충 사이에서 성립하는 현상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 질문❺ _ 자본론에서 노동이 모든 가치의 근원이라고 하셨는데, 기계와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체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도 이 명제가 유효하다고 보시나요? • 질문❻ _ 자본론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단순한 경제 이론서인지, 사회 비판서로 볼지 방향을 제시해 주세요. 주제 강연은 고전작가와 작품에 대한 재미난 이야깃거리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 역자의 전공과 학생들의 진로 등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였습니다. 데미안은 역자의 전공이었던 독일철학과 문학에 대해, 침묵의 봄은 화학 전문가인 감수자에게 ‘레이첼 카슨’의 대한 내용과 그 당시 인기 도서였던 팩트풀니스에서 침묵의 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함께 다루며 학생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별도로 부탁드렸습니다. 역자와의 만남, 배움의 깊이를 더하다 2025년 5월,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자연과학 전공자들에게 익숙한 찰스 다윈의 남아메리카 탐험 기록인 비글호 항해기를 다뤘습니다. 이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는 이공계 진로 희망자가 많은 남학교 특성을 고려하였고,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텍스트인데,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남아메리카의 지형·지질 및 여러 표본과 사람들의 생활양식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이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강사로는 해당 분야 전문가이면서 책을 번역한 남극 전문가인 장순근 박사님을 초청하였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박사님께서는 학생들에게 남극 세종기지 초대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생생한 극지 체험과 찰스 다윈이 실제 발견한 실물 화석을 보여주시면서, 작품을 이해하고 진화론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여러 가지 힌트들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사회과학 고전인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주제로 사회철학을 전공하신 경북대학교 윤리교육과 손철성 교수님을 역자로 초청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중세 봉건제 이후 등장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통해 현대사회와 비교·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경제·경영 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고전작품의 역자들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다음 고전이 무엇일지, 어떤 역자가 올지 설레며 기다리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학생 희망 조사를 통해 고전을 선정하거나, 인문고전교육으로 유명한 세인트존스 대학의 세미나 방식을 도입해 더 능동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역자의 안내로 작가의 생애와 고전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잔잔하지만, 강렬한 지적 희열을 선사했습니다. 동서양의 시공간적 장벽을 뛰어넘어 작가와 학생들이 함께 호흡한 역자 초청 강연회는 독서가 즐거움을 넘어 놀라움과 나눔의 가치임을 모두가 확인하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를 쓴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선생님들께는 먼 이야기 같겠지만, 살아보니 30여 년의 교직생활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정년 10년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기 위함이었습니다. 10년은 3652일입니다. 조금 지나니 2천 단위로, 다시 1천 단위로 줄어들더니 금세 손안의 모래처럼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긴 100년도 겨우 3만6525일에 불과하니 우리의 생 자체가 그리 긴 시간은 아닙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와 퇴직 직후에 썼던 짧은 글을 통해 어제를 돌아보며 교육계 선후배들과 함께 내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소회 스승의날을 맞아 세상의 모든 선생님께 축하를 전합니다. 2024년 5월, 제자들이 들고 온 카네이션 향기가 연구실 가득했던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을 기억합니다. 은사님들께도 작은 축하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나와 연을 맺어 함께 했던 수많은 제자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습니다. 부족한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훌륭한 스승 밑에서 훨씬 아름답게 꽃피웠을 제자들도 많습니다. 수업 중에 종종 미안함을 담아 이러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의 운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을 만나는 제자들은 더 큰 행운을 누리도록 여러분은 더 위대한 스승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인도의 성자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은 “스승은 지혜를 주는 자가 아니라 제자 스스로 깨닫게 인도하는 자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수업 첫 시간이면 “박남기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박남기를 밟고 넘어가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늘 깨어 있는 자세로 제 가르침을 분석·비판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도록 이끌고자 했습니다. 제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자문해봅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교수로 살아온 고마움을 퇴임 후에도 간직하며, 마지막까지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것도 아닌데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현직 마지막 스승의날 연구실에 앉아 행복했던 순간들을 반추하며 다가올 시간을 계획해봅니다. 길면 10년에서 15년 정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생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집필 중인 책과 계획 중인 책 목록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져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나만이 아니라 주위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열정은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열정의 샘이 마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뇌과학에 따르면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기를 관장하는 배외측 전전두엽(dl-PFC)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를 활성화하는 방법 중에서 최고는 운동이라고 합니다. 운동을 하면 동기 센터가 있는 뇌 부위가 두꺼워진다고 하네요.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무등산 지봉인 군왕봉 꼭대기까지 걷고 달리며 오릅니다. 거기에 가면 밤새 나 모르게 빠져나와 배회하던 내 ‘젊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를 허리춤에 꿰차고 내려오면 하루를 다시 왕성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산 정상에서는 많은 사람의 젊음이 자신의 주인을 기다리다가 아쉬워하며 사라져가곤 합니다. 열정을 가진 우리의 젊음은 산꼭대기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근처의 공원과 강변에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이 들면 잠을 자는 사이에도 근육이 녹아내린다고 합니다. 몸의 근육만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출근해서 컴퓨터를 켰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늘어납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소진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그 출발점은 늘 운동이었습니다. 팔굽혀 펴기를 하고, 연구실에 있는 두어 가지 운동기구를 활용해서 심장박동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운동을 해왔습니다. 운동은 숯불이 이글거리도록 풀무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내 젊음의 화로에 새로운 숯을 하나 올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하면 조금씩 의욕이 되살아나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내 가슴이 불타올라야 생나무 가지 같은 학생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음을 오랜 경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의욕만 넘쳐 참견하는 것은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려면 열정만이 아니라 지혜도 계속 키워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폐기물이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존재감이 돋보이는 골동품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지혜, 과감히 떠날 수 있는 용기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임 명예교수의 각오 신임 교수로서의 각오를 다졌던 순간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데, 이제 ‘신임 명예교수’ 가 되어 삶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전임 강사로 발령받았던 시절 저를 소개할 때 신임 전임 강사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명예교수라고 소개해야 합니다. 더이상 현직 교수가 아니라 퇴직한 교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신임’이라는 단어를 덧붙이기로 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 대상 명예교사제도도 도입·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는 정년이 있지만, 명예교수는 대부분 정년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종신직입니다. 따로 의무는 없지만, 대학의 전산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서 역량만 되면 연구 수주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대학과 함께 할 수는 있는 ‘영원히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자리입니다. 이름만 교수인 존재가 아니라, 명예교수라는 호칭에 걸맞은 명예로운 존재가 되어야 주위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 그러한 의무감으로 저를 몰아치지 않아도 아직까지는 읽고 싶은 책, 쓰고 싶은 글, 그리고 세상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AI를 비롯한 교육계의 급류에 올라타 래프팅하듯이 즐기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축복의 시간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까지는 감사하며 세상과 나누고자 합니다. 직업 세계별로 고유의 농담이 있습니다. 교수들 사이에는 “교수가 강의만 없으면 참 좋은 직업”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교직 종사자는 누구나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농담 같습니다. 가르치는 것을 힘들어하고 수업을 최소한으로만 맡으려고 하던 교수 중에 퇴직 후에야 강의 욕심을 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대학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을 때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열정을 쏟는 것이 현명한 삶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 자신이 만든 인간을 바라보면서도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것이 많다. 그중 하나는 걸을 수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고 가까운 주차 장소를 찾아 빙빙 돌던 사람이 걸을 수 없게 되면 한 발짝이라도 더 걷겠다고 애를 쓰더라”라는 신부님 세계의 농담이 떠오릅니다. 그리 행동하게 만든 것도 신이라고 핑계를 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다행히 신은 우리 스스로가 가진 그러한 한계를 깨달을 수 있게, 나아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을 이해하며,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오월을 맞이하는 미래의 나에게 제자들에게 늘 했던 이야기로 제 다짐을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공부하는 것을 즐길 때까지만 스승일 수 있습니다. 제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며 그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스승의 모습은 영원한 학생입니다.” 아름다운 오월 스승의날을 맞아 종신직 명예교수로서 영원한 학생이 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87세의 나이에도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Ancora Imparo)”라는 말을 남기며 예술을 향한 끝없는 정진을 보여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용맹정진하다가 깊은 산사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추는 고승처럼, 동이 트면 소리 없이 스러지는 새벽 별처럼 어느 날 그렇게 조용히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방선거의 계절과 교육의 실종 지방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교육계도 들썩인다. 거리마다 화려한 현수막이 걸리고, 저마다 ‘교육혁신’의 적임자라 자처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학생’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가 사실상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자 부속물로 전락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교육자로서의 철학보다는 특정 진영의 전사(戰士)에 가까운 이들이 태반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을 뜻하는 영어 단어 ‘edu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에듀케레(educere)’다. 이는 ‘밖으로(e)’+‘이끌어내다(ducere)’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교육의 핵심은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을 억지로 집어넣는 ‘주입(input)’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고유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밖으로 끌어내는 ‘인출(output)’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떤가. 통계청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 4,000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 교육이 여전히 아이들을 거대한 입시 기계의 부품으로 취급하며, 누가 더 빨리 정답을 외워 넣느냐를 두고 잔혹한 경주를 시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영 논리에 포로가 된 ‘혁신’의 민낯 교육감 후보들이 외치는 ‘혁신’의 진정성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난제들이 워낙 산적해 있으니, 누군가는 그 척박한 땅을 갈아엎겠다는 열정을 가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열정의 방향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특정 정당이나 이념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등판한 이들이 과연 교육의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와 함께 치러지다 보니, 독자적인 교육철학을 가진 후보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당선이 지상 과제가 된 후보들은 학생이나 학부모보다 자신들을 밀어줄 ‘핵심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놓기에 바쁘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했다. 정권이 바뀌고 진영이 갈릴 때마다 교육정책이 춤을 춰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의 선거판은 진영 논리의 대리전으로 전락해 교육의 본질은 간데없고, 오로지 ‘내 편’의 목소리만 드높다. 그래도 교육감 아닌가. 누군가의 일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수많은 스승을 이끄는 수장이다. 그런 자리를 탐내는 이들이라면 최소한 정치적 셈법보다는 교육의 숭고함을 먼저 앞세워야 한다. 진영을 뛰어넘어 오로지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후보, 우리는 그런 교육자를 갈망한다. ‘4세 고시’와 ‘삭막한 교실’의 비극 이런 척박한 정치적 토양 위에서 우리 아이들은 병들고 있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위해 서너 살부터 과외를 받는 ‘4세 고시’는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을 선행 학습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친구는 함께 성장하는 동료가 아니라 딛고 올라서야 할 경쟁 상대일 뿐이다. 교실은 더 이상 배움의 전당이 아니라 살벌한 전쟁터다. 교육부의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1.9%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심각한 것은 갈등 해결의 방식이다. 교사가 교육적으로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달려들어 법리 다툼을 벌이고 합의금을 따지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로펌이 학교폭력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 삭막한 교실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지능지수(IQ)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임에도, 선거판에서 인성교육을 핵심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는 찾기 힘들다.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AI 시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시대는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이제 단순히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은 상실된 가치에 가깝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꼽았다. 정답은 이미 기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낸다. 앞으로의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가 던져주는 답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이다. 좋은 질문은 풍부한 상상력과 깊은 사유, 그리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호기심에서 나온다. 이제 교육감은 기계적인 문제 풀이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고, ‘질문이 살아있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가치인 창의성과 도덕성이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 AI는 산업을 발전시키게 되고, 그로 인해 결국 사회가 변화한다. 그 사회변혁을 주도하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 이미 AI는 우리 생활에 친밀하고 깊숙이 스며들어왔다. 현실에서는 AI 교육을 외치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AI 디지털 교재를 사용함으로써 차별 없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할 책무 역시 새로운 시대의 교육감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새로운 교육감이 열어갈 희망의 서사 우리는 교육의 힘을 믿는다. 새롭게 선출될 교육감들이 정치를 넘어 교육의 본질로 돌아간다면, 우리 교육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미래의 교육감들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맞춤형 개별화 교육’의 실현이다. AI 디지털교과서와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되, 이를 단순한 학습도구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강점을 발견하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 모든 아이가 같은 정답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다양성 교육’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둘째, ‘공동체 회복을 위한 감성교육’이다. 학교폭력의 해법을 법정이 아닌 교실 안에서 찾아야 한다. 관계 회복 중심의 생활지도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아이들이 타인과 협력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따뜻한 공동체’로서의 학교를 복원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교육생태계’ 구축이다. 학교의 담장을 낮추고 지역의 문화·예술·산업 자원을 교육과정에 통합해야 한다. 아이들이 마을 전체를 배움터로 삼아 실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행정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교육은 아이들의 등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는 바람과 같아야 한다. 교육감은 아이들을 앞세워 자신의 깃발을 꽂으려는 정복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일생에 깊은 영향을 주고, 한 세대의 정신적 토대를 닦는 자리가 바로 교육감이다. 부디 이번 선거만큼은 진영의 옷을 벗어 던지고, 오로지 학생들의 등 뒤를 든든히 지켜줄 진짜 교육자들이 나타나 주길 간절히 바란다. 당장의 성적표 한 줄보다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그런 교육자가 이끄는 새로운 교육의 봄을 우리는 보고 싶다.
AI 시대의 역설 _ 왜 다시 ‘읽기’와 ‘쓰기’인가? AI가 시를 쓰고 코딩하며, 단 0.1초 만에 최적의 정답을 내놓는 첨단시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교육부는 ‘2026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핵심 과제로 ‘학교 기반 독서·토론·글쓰기 교육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해력 저하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지금, 공교육이 독서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의지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모든 것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시대에 왜 우리는 다시 고전적인 ‘읽기’와 ‘쓰기’에 매달려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답은 그 ‘첨단’ 속에 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AI는 대답에 능숙하지만, 질문은 오직 인간의 몫이다. 정답을 찾는 일에 12년을 바치는 교육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알고리즘이 이끄는 영상에 매몰되어 비판적 사고 없이, 순응하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악의 평범성’을 보여준 아이히만처럼, 사유하지 않는 인간은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기 쉽다. 지금의 독서교육은 단순한 성적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인간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공부’로서의 독서는 필패한다 _ 세 학생의 사례가 주는 교훈 입시·사교육·부동산이라는 대한민국의 3대 난제 중, 사교육 문제를 과연 독서로 풀 수 있을까? 필자는 39년의 교육 현장 경험을 통해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독서를 ‘평가’와 ‘스펙’을 위한 ‘공부’로 접근하는 순간, 그 정책은 필패한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지켜본 세 유형의 학생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원에서 내신에만 올인하며, 독서를 멀리한 A 학생은 상급 학년으로 갈수록 문해력의 한계에 부딪혀 성적이 하락한다. 부모의 철저한 계획하에 학원에서 ‘모범답안’ 쓰는 법을 익힌 B 학생은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에 수려한 글을 쓰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 반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탐독한 C 학생은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결국 탁월한 자기주도학습 능력으로 역전하며 자기만의 독창적인 글을 써낸다. ‘날것의 맛’이 살아있는 글이다. 이는 사교육으로 훈련된 기술이 아니라, 독서의 사유에서 우러난 통찰의 산물이다. 독서가 문해력을 높여 성적이 오르는 것은 본질에 충실했을 때, 따라오는 ‘덤’일 뿐이다. 독서를 다시 ‘점수’나 ‘생활기록부’로 박제한다면, 아이들은 책의 즐거움 대신 형식적 읽기의 피로를 먼저 배우게 될 것이다. 독서 조기교육의 본질 _ ‘의도’를 숨긴 ‘놀이’ 많은 이들이 조기교육을 경계하지만, 독서만큼은 조기교육이 필요하며, 효과적이다. 다만 방법이 문제다. ‘4세 고시반’, ‘초등 의대반’ 같은 문제풀이식 교육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이 부르는 ‘조기 학대’다. 진정한 독서의 조기교육은 부모의 ‘교육적 의도’가 철저히 숨겨져야 한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공부가 아니라 ‘사랑의 교감’이자 ‘놀이’여야 한다. 글자를 짚으며 읽어가는 부모와의 놀이로 아이는 자연스럽게 통글자를 인식하게 된다. 아이가 글자를 깨치는 과정은 과자 봉지의 글자와 책 속의 글자가 일치함을 발견하는 ‘유레카’의 순간이어야지, 강요된 낱글자 학습으로 아이를 질리게 해서는 안 된다.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3세에 그리스어를 시작으로 철학과 논리학 등, 그의 혹독한 천재 교육 뒤에는 ‘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한’ 독서를 통한 아버지의 질문법이 있었다. 비록 지나친 지성 위주의 교육으로 정신적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그 파도를 넘게 해준 든든한 닻 역시, 시(詩)와 소설이라는 문학적 독서였다. 독서의 힘은 인생의 좌절을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의 근원이 된 것이다. 관점의 전환 _ 아이를 바꾸려면 어른이 먼저여야 한다 우리는 흔히 교육의 대상을 ‘학생’으로만 한정 짓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거실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부모, 행정업무에 치여 책 한 권 손에 들지 못하는 교사와 교장의 모습은 모순적이다. 독서교육이 성공하려면 ‘문화’가 먼저다. 교장이 인문학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교사들이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먼저 독서의 즐거움을 나눌 때, 그 철학은 수업과 학급 운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때 학생들은 비로소 독서의 가치를 삶으로 체득하게 된다. 사교육은 공부 기술을 가르치지만, 공교육은 독서를 통해 ‘삶의 지혜’와 알고리즘에 쉽게 종속되지 않는 ‘사유의 근육’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현장의 사례 _ 정답을 넘어, 나만의 색깔을 찾는 ‘사유의 공동체’ 독서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려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같은 리듬으로 움직여야 한다. 가정마다 독서 슬로건을 만들고, 학급마다 개성 있는 독서급훈을 정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4월 과학의 달이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과학도서를 읽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후활동을 즐긴다. 학생 자치로 ‘스마트 프리(Smart-Free)’ 학교를 선언하며, 아침 10분 독서를 정착시킨다. 중앙현관에는 아이들이 읽은 책의 자취를 남기는 ‘사유의 나무’가 자라고, 복도는 아이들의 시(詩)와 작품들로 채워진 인문학 거리가 된다. 이 모든 활동의 밑바탕에는 ‘학교교육의 뿌리는 독서’라는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있다. 특히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는 더욱 필요하다. 다음은 각 교육구성원이 만든 슬로건 사례다. ● 가정 - 거실이 서재가 될 때, 아이의 미래는 숲이 된다. - 질문하는 아이 뒤에는 함께 읽는 부모가 있다. ● 학급 - 아침 10분, 책장과 함께 성장하는 시간! - 스마트폰 사탕보다 달콤한 독서 뿌리를 키우는 교실! ● 학교 - 정답은 AI가 찾지만, 질문은 우리가! - AI가 답하지 못하는 가치, 우리의 책 속에 있다. ● 마을 - 독서, AI를 이기는 가장 인간다운 저항 -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을 자신 삶의 주체로 만든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각종 행사와 시험 주간 슬로건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점심시간에는 스마트폰 대신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독서토론을 즐긴다. 특히 고사 3주 전부터 운영되는 ‘멘토-멘티 스터디 주간’은 압권이다. 혼자 외우는 공부를 넘어,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토론하는 스터디그룹은 ‘앎과 삶’이 일치하는 공동체 학습을 실천한다. 이는 106세 현자, 김형석 교수의 가르침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독서라고 단언하며, AI에게 답을 얻는 행위를 ‘사탕 하나를 얻어먹는 것’에 비유했다. 잠시는 달콤할지 모르나, 내 몸을 키우는 근육은 되지 못한다. 학원이 요약해 준 지식을 암기하고 모범답안을 써내는 ‘사탕 독서’로는 AI 시대의 파도를 넘어갈 수 없다. 스스로 고통스럽게 읽고 사유하며 얻은 답만이 진짜 지식이 되어 영혼을 키운다. 만약 성장이 멈추는 것이 노화라면, 스스로 읽기를 멈춘 아이는 이미 정신적 노화의 길에 접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책 읽는 전철, 사유하는 시민, 품격 있는 ‘K-독서국가’를 꿈꾸며 필자에게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이 있다.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모두가 스마트폰에 시선이 박제된 모습 대신, 각자의 손에 책을 들고, 깊은 사유에 잠긴 풍경을 보는 것이다. 시민의 신체 건강을 위해 ‘손목닥터 9988’이 걷기를 장려하듯, 시민의 정신건강과 사유의 근육을 위해 일명 ‘K-독서닥터’를 운영하며 국가 차원에서 읽기를 장려하면 어떨까? 이는 단순히 책을 권하는 것을 넘어, 성숙한 민주시민의 품격을 국가적 자산으로 키워나가는 인문학적 투자이자 장치가 될 것이다. 유치원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별 독서 체계가 구축된 ‘K-독서국가’야말로 스마트폰의 파편을 넘어 인문학의 깊이로 연결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는 겸손과 타인의 맥락을 이해하는 ‘공감의 기술’을 가르치며, 우리 사회의 증오와 혐오를 치유하는 해독제가 된다. 독서라는 요술봉이 단번에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힘’을 돌려주고, 어른들에게 ‘공존의 지혜’를 일깨워준다면, 우리 사회는 사교육의 굴레를 넘어 집단지성이 살아 숨 쉬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손에 문제집 대신 책을 쥐여주는 용기,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책을 펼치는 어른들의 뒷모습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본다. 사유하는 아이는 결코 길을 잃지 않으며, 읽는 학교는 아이들의 가장 밝은 등대가 된다!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다. 가해학생을 대입은 물론 고입까지 반영해 탈락시키는 일이 벌어지지만, 피해학생은 늘어나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지난해 학교폭력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5.1%가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2.4%, 1.0%로 나타나 학교폭력의 저연령화가 뚜렷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제7기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부 학폭대책위에 참여한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배경으로 SNS 확산에 따른 폭력의 일상화와 처벌 중심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이 아닌 관계 회복과 예방 중심의 교육적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가장 달라지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처벌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기록과 징계 같은 결과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관계 회복에 방점을 둡니다. ‘관계 회복 숙려제’처럼 갈등을 교육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교사의 역할 변화입니다. ‘전담조사관제’를 통해 교사를 조사 업무에서 분리하고, 피해학생에게는 전담 지원을 연결하는 등 사안 처리보다 맞춤형 지원체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여러 차례 강력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았지만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통계적으로 줄지 않는 이유는 과거보다 은폐가 줄고, 사안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처벌 중심 접근의 한계가 커요. 처벌이 강화될수록 폭력이 사라지기보다 더 교묘해지는 경향 때문이죠. 여기에 SNS 환경의 영향으로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진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들이 민원과 신고 부담으로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하기 어려워지면서 초기 갈등을 제때 조정하지 못하는 구조도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결국 단순한 처벌보다 공감 능력과 관계 회복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정서나 행동 양식에서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무결점에 대한 강박, 실패를 삭제하고 싶은 완벽주의적 불안이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청소년기가 성장통을 겪으며 단단해지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인생의 오점이 되는 박제와 낙인의 시대입니다. 예전처럼 엎어지고 깨지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삶보다 어릴 때부터 잘 관리해서 한 점 결점 없이 깨끗하게 살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SNS를 통해 타인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입시와 디지털 기록이 결합되면서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라는 극단적 이분법에 빠집니다. 마찬가지로 사과를 성찰이 아닌 자신의 무결함이 깨지는 패배로 인식하거나, 갈등을 유연하게 풀기보다 끝까지 부인해 새로운 관계 맺기를 포기하는 방어적 무기력으로 이어집니다.” SNS 영향을 지적하셨는데.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알고리즘이 만든 윤리적 마비 현상도 나타납니다. 자극적인 디지털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타인의 고통을 현실이 아닌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숏폼과 알고리즘은 공감 영역을 무디게 만들고, 탈감작 현상이 나타납니다. 일탈 행동이 조회수를 얻기 위한 챌린지로 둔갑하고, 죄책감 대신 ‘좋아요’라는 보상 기제가 작동합니다. 보편적 윤리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만든 비뚤어진 기준을 도덕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과 고통에 무감각한 디지털 환경 사이에서 정서적 길을 잃었습니다. 결국 정서적 유연성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절실합니다.” 최근에는 AI와 상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장단점이 있죠. 장점을 꼽으라면 생성형 AI는 공감을 잘해 줍니다. 부모님한테 말하자니 혼날 것 같고 친구한테 털어놓자니 뒷담화로 들릴 수 있고, 또 밤늦은 시간이라면 AI가 최적화된 상담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달리해서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거나 싸우고 싶은 경우라면 AI가 말리기보다 싸우는 법을 알려줄 수도 있는 거죠. 질문 내용에 맞춰 답해주는 AI의 높은 충성도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입니다.” 자살하는 학생이 지난 1~2월 두 달 동안 2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살 예방 정책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존 정책은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로 연계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물론 성과도 있었지만, 낙인감 때문에 도움을 회피하는 문제가 여전했고 고위험군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특정 학생을 선별하는 단계를 넘어, 모든 학생의 정서적 대응 역량을 높이는 ‘생태계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사회정서교육(SEL)을 일상화해 아이들이 갈등을 스스로 다스리는 힘을 키워주고, 교사가 전문가팀과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자살예방은 위험군을 찾는 활동뿐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거죠.”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미국은 정신건강권 보장과 보편적 교육을 중심으로 Mental Health Days를 제도화해 심리적 휴식을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CASEL 기반 사회정서학습을 교육 전반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SOS 발신 교육’을 통해 도움 요청을 능력으로 가르치고, 정신과 전문의가 학교에 직접 개입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영국은 Mental Health Lead를 중심으로 학교와 의료체계를 연결하고, 호주는 Headspace를 통해 학교 밖에서도 통합 지원을 제공합니다. 공통적으로 낙인 제거, 연속적 케어, 보편적 교육이 핵심입니다.”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자칫 교사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독박 현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교육적 지도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민원과 신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사들의 적극적 개입이 어려워지고, 초기 대응 실패로 이어집니다. 또한 책임이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교사는 고립되고 정신건강에 위협을 받습니다. 이는 결국 학생 보호 기능 약화로 이어집니다. 교육청 등 기관 중심의 공동 책임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최근 촉법연령 하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어떤 입장인가요. “강력 범죄의 저연령화로 인한 국민적 불안과 피해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이에 따른 엄중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전문의로서 볼 때 청소년기는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뇌 발달이 아직 미성숙한 시기입니다. 단순히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범죄 억제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조기 낙인이 아이들을 범죄 생태계에 고착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연령 하향이라는 제도적 처방보다,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치료적 사법’ 시스템의 구축입니다. 아이들을 교도소로 더 빨리 보내는 것보다, 더 나은 시민으로 회복시켜 사회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우리 공동체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죽신’은 ‘얼어 죽어도 신축’의 줄임말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주택 선택에서 신축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새 아파트를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특정 시기의 유행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선택 기준에 가깝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새것에 끌린다. 새 차를 좋아하고, 새 가전을 선호하며, 새 옷에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집에서도 유사한 심리가 작동한다.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는 보편적이며, 신축이 주는 만족감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가치이다. 결국 ‘얼죽신’이라는 표현은 새롭게 등장한 유행어일 뿐, 그 이면의 현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새 아파트가 주는 심리적 만족감과 생활의 편의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요소이며, 이러한 경향이 반복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얼죽신’, 얼어 죽어도 신축에 살고 싶은 이유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기대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치와 면적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과 생활의 편리함까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재택근무 확산과 여가시간 증가, 생활 반경의 변화 등은 주거 공간의 역할을 더욱 확장시켰고,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환경에 대한 요구를 자연스럽게 키웠다. 주거는 더 이상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신축 아파트는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키는 직접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넓은 수납공간과 효율적인 평면구조, 충분한 주차공간, 화려한 조경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등은 구축 아파트에서 쉽게 갖추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건축과 조경 기술의 발달로 상품성의 차이는 점점 뚜렷해지고, 이는 실제 거주 만족도 차이로 이어지면서 신축 선호를 강화한다. 자산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슷한 입지라면 신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 흐름에서 더 빠르게 움직이고, 상승 폭도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흐름을 시장 참여자들이 학습하면서, ‘신축이 살기도 편하고, 자산 가치 상승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여기에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부족 흐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공사비 상승은 신규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정비사업 규제 역시 신축을 더욱 희소해지게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공급이 줄고 있으니, 선택 가능한 새 아파트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높은 분양가에도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더 높은 가격을 내더라도 신축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서울 수도권 주요 입지 분양가는 인근 단지의 준신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도 완판되는 모습을 보인다. 신축만 고집했을 때 빠질 수 있는 함정 신축 선호가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흔한 오류는 입지보다 상품성을 우선하는 판단이다. 새 아파트라는 이유로 생활 인프라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지역이나 수요 기반이 약한 지역, 주요 일자리로의 출퇴근이 어려운 지역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는 결국 사람이 모이는 위치에서 결정된다. 즉 땅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아파트는 토지와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의 가치는 감가상각으로 감소하고 결국 남는 것은 땅의 가치다. 아무리 새 아파트라 하더라도 입지 경쟁력이 부족하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적인 매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지 위계를 간과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다. 가격 측면에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신축 아파트는 이미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향후 상승 가능성까지 현재 가격에 미리 반영되어 있다면, 실제 상승 여력은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시장의 흐름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으며, 같은 자금으로 더 나은 입지를 선택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입지 좋은 구축과 입지가 덜 좋은 신축 사이에서 현명하고 균형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게다가 신축 프리미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입주 초기에는 희소성과 새것이라는 장점이 부각되지만, 주변에 신규 공급이 이어지면 경쟁력이 점차 희석된다. 그러면 오히려 입지 좋은 구축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결국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장기적 가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신축 여부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입지와 수요, 가격 수준 등 기본적인 기준 위에서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얼죽신’ 시대의 새로운 투자 공식 ‘얼죽신’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판단 기준이 단순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축 선호가 강해질수록 어떤 신축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축보다 구축을 고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단순히 신축 여부를 넘어, 입지와 상품성, 가격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신축 여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요가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 첫 번째 공식 _ 상품성보다 입지의 지속성을 고려하라 연식은 상품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신축 아파트는 분명 우수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준신축이 되고 구축이 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품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는 특성을 가진다. 반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 교통·학군·생활 인프라는 물론 일자리 접근성까지 잘 갖춰진 지역은 시간이 지나도 더 많은 수요가 유입되거나,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상품성보다 앞으로도 수요가 유지·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주거 선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위치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일자리 중심지와의 접근성이 우수하거나 교통 편의성이 높은 지역, 생활 편의시설이 밀집된 지역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희소성이 강화된다. 즉 입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뜻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입지가 우수한 구축 아파트가 입지가 상대적으로 열위인 신축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단순히 새 아파트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기보다, 장기적인 수요 기반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얼죽신’의 흐름 속에서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요소는 신축 여부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계속 찾게 될 위치’인가 하는 점이다. ● 두 번째 공식 _ 신축과 구축 사이, ‘준신축’ 구간의 전략적 가치 ‘준신축’이란 일반적으로 입주 후 약 5~10년 사이의 아파트를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 15년 차까지 포함하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신축의 쾌적함이 크게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시장에서 한 차례 가격 평가를 거친 시기를 준신축으로 본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주차·평면구조·커뮤니티 시설 등 기본적인 상품성이 현재의 주거 기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며, 생활 불편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얼죽신’ 흐름이 강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준신축’의 가치가 부각되기도 한다. 신축에 많은 수요가 집중되면서 신축 가격에는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다. 반면 준신축은 이미 실수요를 통해 가격이 형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도한 기대가 덜 반영된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신축과 준신축 사이에 가격 괴리가 발생하고, 그 틈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얼죽신’ 선호가 강해질수록 신축 가격이 상승할 때 준신축 역시 빠른 속도로 가격 격차를 좁히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신축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 동일 생활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준신축으로 수요가 이동하는데, 이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대했던 가격 메리트가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줄어드는 것이다. 즉 준신축이 항상 ‘저렴한 대안’으로 남아 있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선택의 순간에는 빠르게 판단하는 순발력 또한 중요하다. ● 세 번째 공식 _ 그냥 ‘구축’이 아니라 ‘신축이 될 구축’을 선택하라 신축 가격이 상승하면 그다음 움직이는 것은 준신축,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구축으로 수요가 옮겨간다. 시장은 항상 상대적인 선택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축은 신축이나 준신축에 비해 가격 상승 폭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상품성 차이로 인해 동일한 상승 흐름 속에서도 선호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구축이라는 이유로 접근하기보다, 향후 상품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구축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현재는 구축이지만 장기적으로 신축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산을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도심 내 정비사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노후 주거지를 새로운 주거 환경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입지와 상품성이 동시에 개선될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특히 정비사업 대상지는 과거 도심 형성 시기에 개발된 경우가 많아, 교통과 생활 인프라, 업무지구 접근성 측면에서 이미 검증된 입지를 갖춘 경우가 많다. 반면 최근 공급되는 신규 택지는 외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입지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일 수 있다. 결국 정비사업 대상지는 건물은 낡았지만, 입지는 이미 검증된 상태라는 특징을 가진다. 여기에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신축 주거환경이 더해질 경우, 입지와 상품성이 결합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는 수요와 선호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비사업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하나의 사업에 가깝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사업 속도, 정책 변화, 조합 이슈 등에 따라 일정이 지연되거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략은 기대감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충분한 정보 확인과 신중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신축이 될 구축’을 선택하는 전략일수록, 더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 네 번째 공식 _ 공급 사이클을 고려하는 접근 정비사업과 함께 반드시 살펴볼 요소는 ‘공급의 흐름’이다. 신축의 가치는 단순히 새 아파트라는 점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희소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동일 생활권 내에서 향후 얼마나 많은 신축이 추가 공급될 수 있는지는 가격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신규 공급이 꾸준히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특정 단지의 신축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택지 개발이나 대규모 주거지 조성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일정 기간 새 아파트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신축이 갖는 희소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도심의 주요 입지처럼 신규 공급이 제한적인 지역에서는 신축의 희소성이 장기간 유지되기도 한다. 이미 개발이 상당 부분 이루어진 지역일수록 추가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방식이 아니면 대규모 신축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신축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서울이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얼죽신’ 시대일수록 단순히 신축 여부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앞으로 주변에 얼마나 많은 신축이 추가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같은 신축이라도 추가 공급이 이어지는 지역과 공급이 제한적인 지역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가격 흐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축 선호가 강한 시장일수록 공급의 차이는 곧 희소성의 차이로 이어진다. 아파트 연식이 아니라 아파트의 본질을 보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혼에는 절대 신축에서 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첫 주거 선택이 이후 주거 이동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처음부터 편의성이 높은 새 아파트에 익숙해지면, 이후 더 나은 입지로 이동하기 위해 주거 수준을 조정하는 선택이 심리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가 주는 쾌적함과 편의성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치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꾸준히 선택하는 ‘입지’에서 만들어진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가 만들어내는 결과이며, 이러한 수요는 직주근접, 교통 편의성, 교육 인프라와 같은 입지 요소로 만들어지고, 이는 장기적인 가격 흐름을 결정짓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파트의 연식이 아니라, 그 자산이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이다. ‘얼죽신’의 시대일수록, 그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시각이 필요하다.
학교에게도 스승이 필요하다 (최성조 지음, 깊은나무 펴냄, 272쪽, 2만 원) 고전 논어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묻는 성찰의 기록이다. 과거로 회귀가 아닌, 고전을 통해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다. 책은 ‘교사’, ‘학생’, ‘교육행정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교육공동체 전체를 조망한다. 생성형 AI가 학교생활기록부 문장을 대신 써주는 현실 앞에서도 ‘아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결코 대체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완벽한 교육은 없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교육을 다시 숨 쉬게 한다는 것이 중심 메시지다. 이향인 (라미 카민스키 지음, 최지숙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64쪽, 1만 6,900원) 사람의 성격을 내향인과 외향인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이향인(Otrovert)’이라는 새로운 인간 유형을 제시한다. 이향인은 사람을 싫어하지도, 사회성이 부족하지도 않다. 사고의 출발점이 ‘우리’가 아니라 ‘나’인 사람이다. 모두가 옳다고 할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왜 옳은지 묻는 사람, 타인의 박수보다 자기 기준을 더 신뢰하는 사람을 말한다. 집단주의에 지친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나답게 살아도 된다’는 위로와 함께, 당당히 삶을 꾸려가는 법을 안내한다. 읽는 교실 (조병영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644쪽, 3만 3,000원) 생성형 AI의 등장과 디지털 기기 의존 심화로 위기에 처한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를 다룬다. 문해력의 가치부터 읽기 발달 과정, 구체적인 교실 활동 및 평가 방안까지를 총 5부에 걸쳐 상세히 안내한다. 특히 어휘력 논란과 독서율 저하 등 현장 고충을 반영해, 유창한 읽기, 어휘 학습, 독해 전략, 다문서 읽기, 교과 읽기, 쓰기 활동 등 실질적 수업전략을 풍부하게 담았다. 성향 기반 중학 진로 로드맵 (진승호 지음, 초록비책공방 펴냄, 264쪽, 1만 9,000원) 대입 개편과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마주한 중학생의 진로설계를 돕는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성적만으로 대학을 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하며, 진로설계의 출발점을 아이의 ‘성향’ 파악에 둘 것을 강조한다. 흥미나 유행하는 직업을 쫓는 대신, 학생의 사고방식과 몰입 대상을 분석해 적절한 전공과 입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향 분석부터 진로탐색, 몰입 경험 설계, 구체적 전략 수립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101 에코과학 (정종우 지음, 들녘 펴냄, 336쪽, 1만 9,000원) 통합과학 개편에 발맞춰, 생태학적 관점에서 과학적 원리와 인문학적 소양을 연결한 교양서. 수능 비문학 지문이나 대입 논술 면접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는 생태 분야의 맥락을 꿰뚫는 힘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명과 생물다양성, 진화와 계통 등 기초 원리부터 기후 위기와 인수공통감염병 등 최신 이슈까지 101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기술이 바꾼 일상의 역사 (연유진 지음, 날 펴냄, 264쪽, 1만 7,500원) 수렵채집 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기술 혁신이 인류의 먹고사는 문제와 일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추적한다. 농경·화폐·항해술·인쇄술 등 인류 역사의 변곡점이 된 핵심 기술의 파급력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기술이 선사한 풍요를 단순히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면의 그림자를 함께 드러내 균형 있는 이해를 돕는다. 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 (김연희 지음, 이경석 그림, 지구별아이 펴냄, 148쪽, 1만 6,800원) 아이들에게 ‘말을 고르는 힘’을 길러주는 성장 동화다. 교실에서 사라진 ‘다정한 진심’을 찾는 과정을 통해, 무심코 내뱉은 거친 말이 친구 관계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어그러뜨리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사회정서학습(SEL)을 바탕으로 구성된 열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과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법을 안내한다. 각 이야기 뒤에 실린 부록 ‘체포하라! 예쁜 말 도둑’은 나를 지키고 상대를 살리는 구체적인 말 연습을 돕는다. 미야옹 마음 분식점 2: 바다거북 구출 대작전 (주미 지음, 안병현 그림, 지구별아이 펴냄, 112쪽, 1만 4,800원) 친구의 배신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바닷가 마을로 이사 온 주인공 해수가 신비한 분식점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의 모험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자기 인식과 자기관리 방법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구성했다. 나아가 바다 쓰레기의 심각성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문제와 같은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도록 안내한다.
최근 학교에서는 과거에는 경험하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장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노력한다. 그러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의지할 멘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선배 학교장들도 지금과 같은 문제는 처음 경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학교장들은 해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게 답을 얻지 못한다. 결국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이 학교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이처럼 오늘날 학교장 자리는 난제를 혼자 끌어안은 채 끙끙 앓아야 하는 힘겨운 자리로 변해가고 있다. 물론 시중에는 성공한 CEO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담은 경영서가 많다. AI 시대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인들에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참고서적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장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참고할 만한 책이 부재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것은 학교장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함을 의미하기에 학교장에게 독서는 더욱 필요하다. 진정한 독서는 감성을 자극하고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잠들어 있던 사유를 일깨우는 강력한 경험이다. 카프카는 책이란 내 안에 있는 얼음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내 안의 얼음 바다를 깨뜨릴 용기를 준다. 진정한 독서는 학교장에게 지식뿐만이 아니라 굳어진 사고와 감성을 깨뜨릴 생각의 전환이라는 선물도 선사한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최근 학교는 소위 ‘듣보잡’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지만, 과거 경험의 유용성과 효용성이 한계를 보인다.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얼어붙은 사고방식과 낡은 관습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처럼 혼돈의 환경에 처한 학교경영을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기법이 절실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독서’와 ‘경영’을 접목한 ‘독서 경영’이다. 독서 경영의 정의와 의의 조영탁 휴넷 대표는 독서 경영을 ‘창조성의 기본이 되는 개인의 독서학습이 조직으로 확산·공유되어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경영 기법의 하나’로 정의한다. 독서 경영은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세계적인 리더들에게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아 왔다. 독서 경영은 조직 구성원의 독서활동을 단순한 개인의 취미나 복지 프로그램 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경영목표와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설계·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책을 읽게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구성원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높이고, 조직의 소통방식과 일하는 문화를 개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독서 경영과 달리 변화의 주체와 대상을 경영자에게 한정하고자 한다. 경영자 스스로 독서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이를 배움과 성찰의 도구로 실천한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와 차별성을 지닌다. 독서 경영의 사례 ● 워런 버핏의 사례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의 성공 비결이 끊임없는 학습과 독서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혹자는 그를 평생에 걸친 학습기계(learning machine)로 평가한다. 버핏은 일과 시간의 80%를 독서에 투자한다고 알려진 소문난 독서가다. 자신이 하루에 500페이지씩 책을 읽을 때도 있다고 말할 만큼, 독서는 그의 삶에 중요한 축을 이루었다. 버핏은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과 함께 집필한 함께 일하는 방법에서 ‘내 직업은 본질적으로 더 많은 사실과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에 불과하며 간혹 이들이 행동으로 연결되는지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여러 분야의 지식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다학문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독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거 한 연설에서는 “산발적인 정보만으로는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지식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폭넓은 분야에서 얻어야 하며, 그래야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했다. ● 우리나라 사례 #01 _ 경영인의 독서 사례 초격차의 저자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끊임없는 독서라고 했듯이 독서는 경영자에게 든든한 길잡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경영자 상당수는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권오현 고문은 연평균 100권가량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다독가로 잘 알려진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은 출판사 ‘반니’를 세울 정도로 책에 관한 애정이 깊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저서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에서 자신의 독서법을 소개할 정도로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02_ 행정에서의 독서 경영 성공 사례 우리나라의 독서 경영 성공 사례로 전라남도 장성군을 들 수 있다. 2004년 전에는 장성군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라남도의 작고 평범한 외진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자치나 학습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성’을 떠올린다. 이는 독서를 바탕으로 한 경영을 도입하고 ‘장성아카데미’를 통해 공무원과 군민 모두가 큰 변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10년에 걸친 지속적인 학습과 교육은 공무원 사회에 경영 마인드를 스며들게 했다. 홍길동 캐릭터 제작과 생가 복원 작업을 통한 군 이미지 브랜드화, 문화 자원을 활용한 선진적인 관광사업, 미래를 내다본 환경 농업의 체질화는 다른 어느 지자체보다 앞선 장성군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한 경영 마인드 도입은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2004년에만 장성군에 29개의 공장이 들어왔다. 실질적인 부가가치가 공무원에 의해 창출된 것이다. 규율과 원칙의 틀에 갇혀 있던 공무원들이 이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지식근로자’로 거듭난 것이다. 장성군의 변화 과정은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일 뿐 아니라, 성공적인 지방자치의 모습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학교 조직의 특성과 독서 경영 ● 교사의 마음을 이해하는 학교경영 학교는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여러 특성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특징은 교사를 통해서만 학생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학교장이 학교경영을 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따라서 학교장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교사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학교경영의 핵심은 교사의 마음을 얻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도 과학과 동양의 지혜는 다르게 해석한다. 과학이 그것을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한다면, 동양의 지혜는 ‘때가 되어 떨어졌다’는 자연의 섭리로 읽어낸다. 이러한 해석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학교장 역시 겉으로 드러난 교사의 욕구를 넘어 마음속 깊은 열망과 가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인문학적 사고가 학교경영에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이러한 인문학적 통찰을 기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독서다. ● 인간에 대한 이해 최근 학교에서는 헌팅톤(Samuel P. Huntington)이 언급한 문명의 충돌과 유사한 문화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후세대와 MZ세대 간의 문화충돌로 나타난다. 전후세대의 수직적 문화와 MZ세대의 수평적 문화, 전후세대의 집단 우선의 문화와 MZ세대의 개인 우선의 문화, 전후세대의 양적·질적 중심의 성실 문화와 MZ세대의 효율성 중심의 열심히 문화, 전후세대의 미래 추구형 승진 문화와 MZ세대의 현재 추구형 워라밸 문화 등이 학교 조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충돌하고 있다.3 특히 공정성에 대한 MZ세대의 높은 민감성은 전후세대에게 큰 거부감을 주고 있다. 학교경영의 핵심은 인간 욕망 간의 거친 충돌과 세대 간 가치관의 부딪침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이다. 즉 인간에 대한 이해다. 교육행정학에서는 전통적으로 학교 조직 속의 인간을 이분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종교적 영향 아래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으로 구분하는 것과 유사하다. 교육행정학에서도 이러한 인간 유형을 바탕으로 X 이론과 Y 이론이 발전해 왔다. 이 이론은 인간을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학교경영에 적용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교장이 나를 ‘선한 인간’으로 보지 않으면, 나는 당연히 ‘악한 인간’이 되고, ‘성실한 인간’으로 보지 않으면, 곧 ‘게으른 인간’이 되고 만다. 이처럼 이분법적 인간관은 학교경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학교경영에서는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이 요구된다.이는 독서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 패러독스 경영과 독서 경영 _ 질문을 통한 설득의 힘 현재의 학교는 패러독스 경영을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수업을 적게 하려는 교사와 양질의 수업을 기대하는 학부모, 모든 학생을 공평하게 대하려는 교사와 내 자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원하는 학부모, 1시간도 수업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교사와 최대한 수업을 공개하라는 학부모의 기대가 첨예하게 맞선다. 이처럼 학교는 상반된 요구들이 공존하며 긴장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교장은 매일 겪는 패러독스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질문은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이며, 창의적인 학교경영 또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학교장에게는 독창적이고 다양한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뉴턴은 수많은 사람이 무심히 지나쳤던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며 ‘왜 떨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결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정립했다. 또한 생명의 위협이 상존하던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 유대인들은 ‘현금 소지의 불안을 없앨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은행과 수표를 창안했다. 질문이 인류문명과 생활방식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하는 힘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질문하는 능력은 이해를 넘어서는 충실한 독서와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길러진다. 최근 다수의 경영인이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 등을 경영에 적용하는 독서 경영을 도입하고 다수의 성공 사례를 다룬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학교장의 독서도 불확실성의 시대, AI 시대를 헤쳐 나갈 경영 해법을 제시하고 학교의 생존과 성장을 돕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생각을 함께하며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장 혼자만의 독서만으로는 충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장에게 뜻이 있더라도 함께 실행할 교직원들이 같은 방향과 생각을 갖지 않는다면, 학교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오히려 끌려가는 형국에 놓일 수 있다. 이제 학교도 책을 매개로 생각을 나누고 비전을 함께 세워 가는 ‘독서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다. 최근 학교장들이 힘들어 명퇴를 많이 한다는 보도를 보면서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 듀프레인이 한 대사가 떠올랐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어쩌면 제일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그렇다. ‘독서 경영’은 경영에 지친 학교장에게 절대 사라지지 않는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서울구룡초가 경쟁을 넘어 공감과 치유의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로 주목받고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교육 현장 속에서 학업 성취와 경쟁에 지친 학생과 교사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구룡초는 ‘힐링이 있는 학교, 즐거운 학교’를 비전으로 내걸고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김유진 교장이 있다. 그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도전의 공간이어야 하며, 그 안에서의 작은 경험들이 결국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관계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 배움은 성장으로 완성된다” 김 교장은 학교 운영의 방향을 분명히 한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경험을 하는 것이 어떤 성적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구룡초는 성취 중심의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감·배려·관계 맺기를 교육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그는 “경쟁이 아닌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고, 그 안정감이 배움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구룡초의 대표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형아우 프로젝트’다. 입학 후 1주일간 6학년 학생들은 1학년 신입생의 등교를 맞이하며 손을 잡고 교실까지 안내한다. 급식 도우미, 학교 탐방 스탬프 투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선배와 후배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다. 이 과정은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을 느끼던 1학년 학생들은 선배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고, 선배들 역시 동생을 돌보며 배려와 책임의 가치를 몸으로 익히게 된다. 김 교장은 “배려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아우 프로젝트 … 배려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 이러한 관계 중심 교육은 교실 밖 활동에 머물지 않는다. 구룡초에서는 ‘관계 속에서 형성된 안정감’이 배움의 깊이로 이어지는 수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따뜻한 북소리 시간’이다. 김 교장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급별로 학생들과 둘러앉아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수업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책을 읽어주는 그의 모습은 학생들에게는 든든한 멘토로, 교사들에게는 새로운 교육적 영감을 준다. 김 교장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키워가는 과정”이라며, “아이들이 편안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배움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수평적이고 따뜻한 독서 문화는 학교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공감 능력과 표현력을 키워가고, 교사들은 그 과정에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 체감한다. 한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아이들과 호흡하며 함께하시는 모습을 보며 큰 위로와 힘을 얻는다”며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을 함께 보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전했다. 결국 구룡초의 독서교육은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관계 속에서 생각을 키워가는 교육공동체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음의 월급이 두둑한 학교 … 교사가 행복해야 교육이 살아난다” 구룡초에서 말하는 ‘동행’은 학생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교사 역시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의 중요한 축이다. 김 교장은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며 “교사의 마음이 지치지 않아야 교실에서 진짜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구룡초 교사들은 이곳을 ‘출근하고 싶은 학교’로 꼽는다. 그 비결은 거창한 제도보다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에 있다. 신규교사 부임 100일이 되면 선배교사들은 조촐한 축하 자리를 마련해 진심 어린 격려를 전한다. 낯설고 벅찬 교직생활 초기에 동료의 따뜻한 한마디는 큰 힘이 된다. 김 교장은 “교사는 혼자 성장하는 직업이 아니라 함께 버텨내고 성장하는 존재”라며 “서로를 지지하는 문화가 학교의 지속가능성을 만든다”고 말했다. 스승의날 역시 단순한 표창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전 교직원이 함께 모여 동료의 헌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구룡초 교사들의 따뜻한 문화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진다.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교사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을 어려운 환경의 축구부 학생들을 위해 사용한다. 이러한 나눔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교사의 마음이 학생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이다. 김 교장은 “교사의 마음이 따뜻해야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교육도 따뜻해진다”며 “교직원 간의 신뢰와 연대가 결국 학생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로를 응원하는 문화 속에서 교사들은 말한다. “이곳은 마음의 월급이 두둑한 학교입니다.” “학교의 문턱은 낮추고, 소통은 깊게” 구룡초의 변화는 교문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는 학부모를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교육의 동반자로 바라보며 소통 방식을 바꾸어가고 있다. 김 교장은 “학교의 문턱은 낮출수록 신뢰는 높아진다”며 “학부모와의 진솔한 소통이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룡초의 소통은 아이들의 첫 등교 날, 입학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김 교장은 신입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직접 연수를 진행하며, 학교의 교육철학을 진솔하게 전달한다. “학부모의 불안을 덜어드리는 것이 아이의 학교 적응을 돕는 첫걸음입니다”라며 이러한 진정성 있는 첫 만남은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를 단단히 이어주는 출발점이 된다고 했다. 이후에도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학부모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교육활동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구룡초의 ‘교육과정 설명회’다. 기존의 일방적인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담당교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교사들의 생생한 경험과 고민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면서 학부모들은 학교교육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공감하게 된다. 이처럼 진정성 있는 소통은 높은 교육 만족도로 이어지며, 학교와 가정이 함께 아이의 성장을 돕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김 교장은 “학교와 학부모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아이는 가장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동행을 만드는 것이 학교의 역할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구룡초가 던지는 화두 …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다” 구룡초의 사례는 우리 교육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학교의 변화는 복잡한 프로그램이나 첨단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선후배가 서로를 돌보고, 교사는 보람을 되찾으며, 학부모와 신뢰 속에 소통하는 학교. 그 속에서 학생은 즐겁게 배우고 교사는 가르치는 기쁨을 회복한다. 김유진 교장은 말했다. “교육은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관계가 회복될 때 배움도 함께 살아납니다.” 구룡초가 선택한 길은 거창하지 않지만 분명하다. ‘힐링’과 ‘즐거움’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도 구룡초 교문 안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따뜻한 움직임이 공교육 현장에 어떤 희망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성(性)적인 언행은 사람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여 인류 보편적 유머 코드로 쓰이기도 한다. 특히 성적인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은 음담패설을 소위 ‘섹드립’으로 많이 소비하기도 한다. 교사는 수업 중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며, 재미있는 예시를 사용하거나, 혹은 신체적 접촉 등으로 학생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이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성적인 함의가 담긴 유머나 행동이 사용되는 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업이라는 것은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에 그 중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생길 수 있고, 농담으로 했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면 교사의 발언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으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수업 중 성희롱이 문제 된 사례들을 살펴보자. 성희롱은 어떤 범죄가 되나 흔히 성범죄라 하면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같은 신체적 접촉을 동반한 심각한 수준의 범죄를 떠올리거나 혹은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이나 최근 자주 발생하는 딥페이크를 통한 사진 합성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실제 성희롱은 형법상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수업 중 성희롱은 미성년자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므로,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라는 범죄가 성립된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라고 하여 이를 금지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기 때문이다(「아동복지법」 제17조, 제71조). 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역시도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정의에 위 「아동복지법」 위반을 넣어두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특히 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이므로 교사가 행한 아동학대범죄는 그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된다는 문제도 생긴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결국 교원의 수업 중 성희롱은 범죄가 되며,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 관련된 사례들을 찾아보면 본격적으로 ‘스쿨미투’가 전개된 2018년과 2019년 발생한 일들이 다수 확인된다. 수업 중 성적인 농담이나 발언, 수업자료의 선정 관련 사례 1 2018년 중학교 국어 및 한문 과목을 담당하던 교사가 ① 수업 중 상형문자를 설명하면서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니까 허리가 건강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 ② 수업 중 한 학생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칠판에 남성의 성기 모습을 그리며 ‘야한 생각을 해봐라. 남성의 성기 구조는 발기하면 오줌이 잘 안 나온다’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 ③ 수업 중 가슴과 엉덩이의 윤곽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치는 내용의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한 부분이 성희롱 등 성적 학대라는 것으로 기소되었다. 해당 교사는 허리 건강의 중요성이나 남성의 신체에 대한 해부학적 설명을 한 것이고, 자전거 안전사고 예방교육 과정에서 영상이 사용된 것으로 발언의 경위나 취지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제1심법원은 피해자인 학생이 중학교 2학년으로 만 13세에 불과하여 성에 민감한 시기로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나이라는 점, 교사의 언행이 상당한 성적불쾌감과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며 유죄로 인정하고 6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교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게 되었다. 제2심법원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 및 피해아동의 의사·성별·연령과 피해아동의 성적 가치관, 판단 능력, 서로의 관계, 경위, 행위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교사의 발언 당시 학생들의 분위기와 해당 또래 학생들의 성적인 지식, 문제 된 영상의 수위와 전체 학생들의 반응 등을 고려해서 성적 학대로 보기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했다. 이렇게 무죄로 판결하면서도 법원은 해당 교사의 발언과 사용된 영상이 학생들의 성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수차 언급하였고, 결과적으로 본 사안과 관련된 징계를 피할 수는 없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견책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발언 경위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고, 그 발언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고 보이며,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흥미 유발이라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점에 따르면 통상적인 교육과정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무죄가 선고되어 다행한 일이겠지만, 제1심과 제2심의 판결이 엇갈렸고, 수사나 재판과 같은 과정에서 오랜 시간 고생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활지도와 학생들과의 농담 과정이 문제 된 사례 2 2019년 고등학교 2학년의 담임이자 정치와 법 과목 담당교사가 ① ‘내가 이전 고등학교에 있을 때 어떤 여자애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생리 때문에 빠진 적이 있어서 너희도 그럴까 봐 못 믿겠다. 너희들도 생리로 조퇴하려면 보건실에 가서 확인증을 받아와라’라고 남학생들이 듣고 있는 상황에서 말한 부분, ② 한 학생의 이름에 성(姓)을 바꿔 부르며 ‘내가 성을 바꿔 불렀으니 내가 너 성희롱한 거네. 성폭행했다’라고 말한 부분, ③ 윤리와 사상 과목을 언급하며 ‘윤리와 사상. 아 윤락과 사상. 사상과 윤락 들어라’라고 말했던 부분이 성희롱 등 성적 학대라는 것으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생리’는 여성의 월경을 의미하는 용어로써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라는 점, 생리통으로 인한 조퇴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점, ‘성희롱·성폭력’이라는 단어는 성범죄의 유형을 표현하는 단어로 그 단어를 사용하였다고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농담의 취지에서 이루어진 발언이라는 점, ‘윤락’은 일반적으로 성매매의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인데 그와 같은 단어가 만 16세 또는 만 17세 학생들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교사의 발언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요구되는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솔하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는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담임교사와 소속 학생 사이의 관계가 좋다 보면 서로 간 농담을 할 수도 있고, 선을 넘는 발언 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교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마찬가지로 상당한 시간 고생했을 교사를 생각하면 성적인 내용의 농담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신체접촉, 외모에 대한 평가 관련 사례 3 2019년 고등학교에서 3학년 역사 과목을 담당하던 교사가 ① 동아시아사 수업 중 설명을 위한 재연을 하면서 학생에게 ‘후궁 이리와요’라고 하며 손으로 학생의 왼쪽 팔 부위를 잡고 주물렀다는 부분, ② 수업 중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학생에게 ‘자네는 생각이 어때요’라고 말하며 손으로 왼쪽 팔 부위를 잡고 주무른 부분, ③ 수업 중 학생에게 ‘너는 윗입술을 까뒤집어야겠다’라고 한 부분, ④ ‘귀걸이가 예쁘다. 나는 이런 거를 보면 뜯고 싶은 욕구가 듭니다’라고 한 부분, ⑤ ‘졸업생들이 결혼 주례를 부탁하러 오는데 그때 여자애들이 삐쩍 말라서 온다’라고 하며 학생을 가리키며 ‘이런 애들이 삐쩍 말라서 오기도 하고, 삐쩍 마른 애들이 이렇게 되어서 오기도 한다’라고 한 부분이 문제 되었다. 조금 구체적으로 보면 신체적 접촉 관련 부분은 성적 학대로, 나머지 발언 부분은 정서적 학대로 기소된 것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은 ②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교사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②가 무죄 선고된 이유는 해당 부분 신체접촉 대상이 된 피해학생이 만 18세가 넘은 나이였기에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사건 유죄의 주요 근거는 교사의 과거 발언들이었다. 기소된 발언 이외에도 학생들은 해당 교사가 ‘나는 남성우월주의자이므로, 남학생과 여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더라도 이해하라’, ‘남자는 목욕탕에 들어가게 되면 발기가 되는데, 여자들은 어디가 흥분되냐?’, ‘청바지 광고를 보면 모델이 왜 서양 사람인 줄 아냐. 동양 사람들은 바닥에서 자서 엉덩이가 눌려있고, 서양 애들은 침대에서 누워서 자기 때문에 굴곡이 있다’라는 등의 성적 비하나 성차별적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고 하였다. 신체적 접촉에 대하여 교사는 수업 중 ‘전쟁이 났는데 어떤 왕은 여자부터 챙기더라’라고 예시를 들며 발언과 신체적 접촉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이외에도 여러 번의 신체접촉이 있었고, 굳이 민감하지 않은 부위를 두드리는 방식이 아닌 팔뚝을 감싸 쥐어 끌어당기고, 학생이 순순히 응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학생에게 후궁 배역을 맡기면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있었던 행위의 경위 등에 비추어 유죄로 판단했다.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문제가 되었다는 부분에서 앞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과 차이가 있다. 또한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에서 교사들의 발언이 대부분 학급 학생 다수에 대해 한 발언이었던 것에 비하여 이 사건에서는 특정 학생을 지목하여 외모를 평가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교원 보수 규정에서 호봉재획정과 호봉정정은 모두 호봉을 다시 계산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사유와 소급 적용 여부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호봉재획정은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거나 적용되는 호봉획정 방법이 변경되는 경우이며, 호봉재획정일 이후부터 새로운 호봉에 따라 급여를 지급합니다. 반면 호봉정정은 호봉의 획정이나 승급이 잘못된 경우, 잘못된 호봉발령일로 소급해 정정하고 그에 따른 급여도 소급 정산하는 절차입니다. 호봉재획정과 호봉정정의 주요 차이 호봉재획정 1. 근거: 「공무원보수규정」 제9조 2. 사유 1) 새로운 경력 합산: 자격이나 학력, 직명의 변동이 있는 경우 포함 2) 초임호봉 획정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경력 입증 자료를 나중에 제출한 경우 3) 휴직·정직·직위해제 중인 자가 복직하는 경우 4) 승급제한기간을 승급기간에 산입하는 경우 5) 해당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호봉획정 방법이 변경된 경우: 법령‧지침 개정, 전직일 3. 시기: 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 4. 처리 절차 1) 호봉재획적 요구 접수(호봉재획정 요구서, 경력합산 신청서, 전력조회 및 증빙자료) 2) NEIS 승급처리 기안 및 결과 시행 3) 승급 발령 통보 및 본인 확인 호봉정정 1. 근거: 공무원보수규정 제18조 2. 대상: 호봉 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자 3. 시기: 호봉 획정 또는 승급의 잘못이 발견된 때 4. 절차 및 방법 1) 당초의 잘못된 호봉 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정 2) 호봉정정에 따른 급여 정산도 호봉 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산 3) 호봉정정 후 다음 승급기간에 산입하는 잔여기간을 계산 4) 호봉정정에 따른 보수는 보수지급일 현재의 소속기관에서 정산 QA Q. 국내연수 휴직 후 복직해 호봉재획정을 할 경우 휴직기간을 호봉 승급기간에 산입할 수 있나요? A.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제11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연수휴직기간은 5할을 경력평정기간으로 인정합니다. 또 「공무원보수규정」 제15조에 따라 연수휴직기간은 승급제한기간에 해당합니다. 다만 연수휴직기간 중 상위 학위를 취득했다면 복직 후 ‘학력 경력’에 의한 호봉재획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위취득에 따른 인사기록 등재 신청과 호봉재획정 신청은 별개입니다. 호봉재획정은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다음 달 1일 자로 반영되므로 복직 후 지체 없이 신청해야 불이익이 없습니다. Q. 징계에 따른 승급제한기간 중에 휴직을 한 경우에는 승급제한기간이 어떻게 되나요? A. 징계에 따른 승급제한기간은 실제 근무한 기간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승급제한기간 중 휴직을 하게 되면 해당 기간은 산입되지 않고 중단됩니다. 이후 복직해 근무를 재개하는 시점부터 남은 승급제한기간이 다시 진행됩니다. Q. 2월에 정교사 1급 자격증을 받았고 3월 1일 자로 호봉재획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3월 중순에야 서류를 제출해 4월 1일 자로 호봉재획정이 됐습니다. 3월 1일 자로 정정할 수 있나요? A. 3월 1일 자로 소급하여 정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공무원보수규정,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에 따르면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는 경우 경력합산을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에 호봉이 재획정된다고 규정돼 있을 뿐 소속기관이 이를 안내할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법령 미숙지나 학교의 안내 미흡을 사유로 경력 합산 신청 시점을 소급하거나 호봉을 정정할 수는 없습니다. Q. 4월 1일 자 정기승급 대상자를 사무 착오로 7월 1일 자로 발령했을 경우 어떻게 되나요? A. ‘호봉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때에는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해 호봉을 정정합니다. 따라서 4월 1일자로 소급해 호봉을 정정하고 4월부터 6월까지 과소 지급된 봉급 및 각종 수당의 차액을 계산하여 소급 지급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달의 우수성과(Best Practice) 직원’을 시상한다. 이번 시상은 지난 2월 ‘특별성과 포상제도’의 우수사례 선정 과정에서 실무자의 작은 혁신인 ‘소확신(소소하지만 확실한 업무혁신)’ 성과에 대한 격려 필요성 제기로 마련됐다. 교육부는 매월 1~2명의 우수 성과자를 선정해 각 30만 원의 격려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현장에서 묵묵히 업무 개선을 위해 노력한 실무 직원의 ‘소확신’ 성과를 보상해 근무 의욕을 높인다는 취지다. 4월의 ‘이달의 우수성과 직원’으로는 대입정책과 오명준(사진)사무관이 선정됐다. 오 사무관은 대입의 ‘농어촌 학생 특별전형’ 자격요건과 관련해 그간 반복되던 불합리한 사례에서 학생의 권리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교육부는 ‘이달의 우수성과 직원’ 선정 제도와 ‘특별성과 포상제도’의 동반 운영을 통해 국민의 불편 사항을 속도감 있게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홍순 정책기획관은 “현장의 작은 불편함에 귀 기울여 제도를 바꿔 나가는 실무 직원들이야말로 조직 변화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현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소확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열심히 일한 직원이 합당한 보상을 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교육부 장관에게 현장 체험학습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대통령은 학교에서 소풍과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이 줄어든 현실에 대해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미 있는 언급이다. 또한 대통령이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내각에 지시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학교 현장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장관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말이 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장관 답변은 학교 현장의 답답함을 해소하기에 미흡했다. 문제의 원인과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핵심을 보고하고 관련 부처에 협조도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학생 기회 빼앗는 제도 그 이유는 첫째, 소풍 등 체험학습은 학생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학교장의 재량 사항이다. 학교의 여건상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갈 수도 있고,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안 갈 수도 있다. 만약 더 많은 학교와 학생이 현장 체험학습을 하도록 하려면 국가가 여건을 조성하고 법적·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학교와 학생의 소풍 기회를 빼앗은(?) 것은 교육부와 행안부,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국가다. 둘째, 대통령의 구더기와 장독 이야기는 지극히 옳다. 다만 구더기와 장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장관들이 제대로 파악하고 대통령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구더기’는 현장 체험학습 중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전적으로 묻는 국가 사법 시스템과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감의 소극적인 대응이다. ‘장독’은 학생의 안전과 학습을 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들이 있는 학교 현장이다. 즉, 대통령이 지적한 구더기는 잡히면 죽을 수도 있는 ‘무서운 호랑이’이고, 장독은 안전한 학습을 제공해야 하는 ‘학교와 교원’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호랑이로부터 교원을 지켜야 하며, 그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차에서 내린 후 해당 버스 운전기사의 부주의로 인해 후진 중에 학생 1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법원은 인솔 교사에게 주의의무 소홀을 이유로 금고형의 유죄를 판결했다. 교사의 직을 박탈하는 중한 처벌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잘 따라오라고 한 후 20여 미터를 이동하는 동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다. 도대체 몇 미터 이동할 때마다 뒤를 한 번씩 보아야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 되는가. 부모는 관광지에서 자녀들 2~3명 데리고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교사에게 20여 명의 학생을 인솔하라고 하고 안전사고 시 고의나 중과실도 아닌데 유죄라고 판결하는 국가 시스템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장독’ 보호 시스템 구축 기회 셋째, 학교에 비용을 지원하고 안전요원을 추가 채용하는 것은 체험학습 운영에 도움이 되지만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강원도 하급심 판결에서 학생 대열의 후미에 있던 보조교사에게는 안전관리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가 인정됐다. 법적 책임이 없는 안전요원을 늘린다고 교사 책임이 완화되지 않는다. 정규 교사를 늘려서 체험학습이나 교육 활동 침해로 휴가 사용 시, 장애학생 통합교육 실시 등 학교의 교육활동에 교사를 추가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와 행안부 등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오히려 교원 수를 줄이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인구 감소에 비례하여 공무원 수, 공공기관 직원 수 등도 줄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가가 교사 홀로 위험을 감수한 채 수십 명을 인솔해 의무사항도 아닌 소풍을 가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일이다. 대통령은 내각에 아이들을 위해 장독을 보호하라고 지시했다. 내각은 맹호 같은 국가 시스템을 개편하고 교원과 학교가 민·형사상 안전을 체감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정규 교원 확보를 포함한 행·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한 소풍 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교사가 안전해야 학생도 안전하다. 대통령도 교권과 학생인권은 제로섬이 아니라고 언급하고 실질적 교권 강화 방안을 주문했다. 교육 당국은 이번 기회를 잘 살리기 바란다.
대구남부교육지원청은 6일 대구인공지능교육센터 합동강의실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학급경영 전문가와 함께하는 수업 대화’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학생 성장 지원을 위한 ‘남부 초등 팝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학급경영 역량 강화와 교실 수업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해 연 2회 개최된다. 이날 강연에는 ‘슬기로운 열두 달 초등 교실’의 저자인 창원한들초 양경윤 수석교사가 참여해 ‘감사와 관계로 풀어내는 학급운영 실전 전략’을 주제로 현장 사례와 경험을 공유했다. 강연에서는 실제 학급경영 사례를 바탕으로 한 운영 방법과 학생 관계 형성 전략, 학부모 상담 기법 등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실무 중심 내용이 다뤄졌다. 특히 신규·저경력 교사들의 참여 비율이 높아 학급 운영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경험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됐다. 참가 교사들은 감사와 존중을 기반으로 학생 참여와 성장을 지원하는 학급 운영 방향도 함께 모색됐다. 류호 교육장은 “학급경영은 학생 성장을 이끄는 교육의 중요한 토대”라며 “교사들이 경험을 공유하며 전문성을 높이고 존중하는 교실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대 박물관이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참여형 수업으로 역사와 공간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전북대 박물관은 5월 8일부터 7월 8일까지 초등학생 대상 인문학 창의체험 프로그램 ‘풍남문을 열고 전주성으로!’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며, 지역사회 협력 기반의 미래 인재 육성을 목표로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박물관 소장 유물인 ‘전주부지도’를 중심으로 전주의 역사와 공간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참여 학생들은 전주성 주요 공간과 풍남문의 역사적 의미를 배우고, 지도 읽기와 공간 이해 활동을 통해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다. 또한 전시 관람뿐 아니라 동영상 학습과 박물관 체험을 결합한 참여형 수업으로 진행돼 학습 효과와 흥미를 높일 예정이다. 박용진 관장은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해 미래 세대가 지역의 역사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인문학 경험을 제공하고 창의적 사고를 갖춘 미래 인재 양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인문사회 기반의 인공지능(AI)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 간 협력체계가 구축됐다. 수도권과 지역 대학이 참여하는 연합 컨소시엄도 출범했다. 서울시립대는 지난달 27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HUSS)’ 추진을 위해 경북대, 인하대, 중앙대, 한남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대학 간 공유·협력을 기반으로 인문사회 중심의 융합교육 체제를 구축하고, 미래 사회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5개 대학은 연합 컨소시엄을 구성해 ▲융합 교육과정 공동 개발·운영 ▲학사제도 개편 및 공유 체계 구축 ▲교수 및 교육 자원의 공동 활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인문사회 전공 기반의 AI 융합 교과목을 공동 개발해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과 수업 운영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인문사회적 통찰과 디지털 이해를 함께 갖춘 융합 인재 양성은 대학의 중요한 책무”라며 “대학 간 경계를 허문 협력을 통해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주관 대학 사업단장을 맡은 전인한 교수는 대학 간 학사제도 공유와 개방을 통해 학생들이 소속 대학을 넘어 다양한 융합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협약은 수도권과 지역 대학 간 협력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융합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고 교육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감 증상에도 출근을 이어가다 숨진 경기 부천의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직무상 재해 인정 여부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보류됐다. 급여심의회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재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6일 유족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은 최근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 급여심의회’를 열고 20대 유치원 교사 A씨의 직무상 유족급여 지급 여부를 심의했으나 결정을 보류했다. 심의위원 표결 결과 직무상 재해 인정 여부를 두고 찬성과 반대가 동수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연금공단은 오는 8일 같은 위원들로 구성된 급여심의회를 다시 열고 해당 안건을 재심의할 방침이다. 직무상 재해로 인정될 경우 유족보상금과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A씨는 지난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사흘간 근무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증상이 급격히 악화해 같은 달 30일 조퇴했고, 중환자실 치료를 받던 중 2월 14일 숨졌다. 유족 측은 A씨가 집단감염 위험이 큰 유치원 환경에서 근무하다 독감에 감염됐고, 병가 사용이 어려운 근무 여건으로 인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이 공단에 제출한 자료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해당 유치원 원아 120명 가운데 43명과 교사 2명 등 총 45명이 독감에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동료 교사들의 진술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도 함께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특히 소규모 사립유치원 특성상 대체 인력 확보가 어려워 교사들이 병가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구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A씨 역시 고열 증상 속에서도 정상 근무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 개인 질병 문제가 아닌 학교 현장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치원과 소규모 학교의 경우 교사가 자리를 비울 경우 즉시 대체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아파도 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교총과 경기교총은 3월20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사가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학교 현장의 단면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유치원은 규모가 작아 교사 공백을 메울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교육청, 교육지원청 차원의 보결교사 인력풀 상시 운영과 보결 전담교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대학의 재정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방대학 기부 활성화를 위한 세액공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지방대학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 대학 재정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7일 지방대학 기부금 세액공제 신설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고향사랑기부금이나 정치자금 기부금 등에 대해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으나, 지방대학 기부에 대한 별도 세제 지원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지방대학이 재정난을 겪고 있음에도 대학 기부금은 서울 등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2024년 대학알리미 공시 기준 교비회계 기부금 상위 15개 대학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소재 대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한 지방대학에 기부할 경우 세액공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기부금 10만 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는 100%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10만 원 초과 1천만 원 이하 금액은 15%, 1천만 원 초과 금액은 30% 공제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다만 지원 대상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평가 또는 인증 결과가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대학으로 한정해 부실대학은 제외하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방대학 기부 참여가 확대되고, 대학 재정 기반 확충과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도권 대학에 집중된 대학 기부금 흐름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도 예상된다. 김문수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으로 지방대학이 어려운 가운데 기부금마저 서울 소재 대학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며 “이번 법안을 통해 지방대학의 재정 기반을 강화하고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교사에게 집중된 책임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단순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 차원의 구조적 한계가 교육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안전하고 교육적인 현장체험학습 운영·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은 교육과정의 필수 활동임에도 불구하고사고 발생 시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로 인해 운영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행 제도를 ‘사실상 무한 책임 구조’로 분석한다. 고의나 중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결과 책임이 교사에게 전가되는 경향이 지속되면서교사들은 교육적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책임 구조가 행정 부담과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계약 체결, 보험 가입, 차량 및 시설 안전 점검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까지 교사가 직접 수행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교육활동 외 업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하기 어려운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는 제도 공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된다. 현행 법령은 현장체험학습의 개념과 운영 기준, 교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면책 기준 역시 구체성이 부족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면책 관련 규정이 도입됐지만 적용 기준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사의 직무를 교육과정 기획과 학생 생활지도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행정과 안전 관리는 국가와 전문기관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고, 사고 발생 시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법적 보호 장치를 강화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는 교육활동 위축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교육지원청 단위 통합지원센터 설치, 안전 보조인력 배치, 민간 체험기관 인증제 도입, 데이터 기반 위험도 평가 시스템 구축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를 통해 현장체험학습을 교사 개인 책임이 아닌 공적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체험학습 자체가 아니라 책임 구조 재설계에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집중된 책임을 분산하고, 국가와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현장체험학습은 학생 성장에 필수적인 교육활동이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안정적 운영이 어렵다”며 “책임 분산과 공적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