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밤, 숨 막히는 정적을 깨고 짧지만 강력한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쨍쨍하게 얼어붙은 밤하늘을 날카롭게 가르며 번득이는 칼날을 움켜쥔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던 사내는 오랜 세월을 준비한 듯, 철저하게 계산된 움직임으로 왕의 이름을 외치며 근정전을 향해 날아오른다. 무슨 일인가? 도대체 저 사내는 누구이기에, 문무대신이 조회를 하는 근정전 앞에서 감히 왕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질주하는가? 의문이 해소되기도 전에 호위무관들과 궁녀들이 왕을 에워싸며 보호한다. 하지만 복수심으로 단련된 사내는 한 마리 매처럼 허공을 가로질러 정확하게 목표 지점에 내려앉는다. 그 순간 멀리서 날아온 화살 하나가 사내의 발목에 꽂힌다. 날렵했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자신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직감한 사내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진다. 안타까운 눈길로 사내를 지켜보던 왕의 눈동자에 회한의 고통이 아로새겨진다. 사건은 그렇게 시작됐다. 훗날 ‘성군(聖君)’으로 추앙받을 조선 왕조의 세종대왕 ‘이도(한석규 분)’가 훈민정음을 반포하기 전 7일 동안 벌어진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역사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이정명 원작, 김영현 · 박상연 극본, 장
배꼽 빠지게 웃다가 문득 서글퍼지면서 몇 방울의 눈물이 맺히려 한다. 극단적으로 희화화된 극적 상황을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하는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마냥 편하게 웃을 수 없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조울증 증상이 아니라, 한 편의 ‘상황 희극’이라는 의미의 ‘시트콤(Situation Comedy)’ 때문이다. 그저 편하게 즐기면 될 줄 알았는데,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의 처절한 생존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역시 별로 다를 바 없다는 씁쓸한 인식을 유도하면서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노랫말이 절로 생각나게 만드는 시트콤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설은 그렇게 ‘돈’에 미친 대한민국의 2011년 가을 속으로 들어왔다.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은 김병욱 PD가 거침없이 하이킥(2007)과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 이어 ‘하이킥 시리즈’의 일환으로 연출한 시트콤이다. 그가 구축한 ‘한국형 가족 시트콤’에 신자유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결합시킨 거침없이 하이킥(2007)과 지붕 뚫고 하이킥(2009)으로 ‘웃음을 통한 인생 성찰’이라는 코미디의 본질 구현에 성
무엇을 말하고 싶어 그 오래된 과거를 현재로 소환한 것일까?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 오래된 미래”라는 ‘역사’의 본질을 보여주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일까? 현재의 삶이 유난히 고달프고, 그래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전망이 쉽지 않을수록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이 지점에서 역사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역사드라마는 오래된 과거 속의 인물과 사건들을 지금 이곳으로 불러내어 대화의 장을 만드는 가장 대중적인 방식이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되, 기록의 행간 속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거나 재현한 역사드라마는 언제나 당대의 사회 현실과 맞물려 의미를 획득하면서 지나간 과거를 현재화시키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한국의 역사인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기 위해 기획 ·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던 주몽, 대조영, 태왕사신기 등이 그렇다. 특히 고조선 멸망 시기부터 고구려 건국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한 주몽(2006. 5 ~ 2007. 3), 단군신화의 ‘단군’과 고구려 강서고분벽화의 사신도에 그려진 사신(四神)이라는 환상적 요소를 현실화시켜 광활한 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