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식을 받았다. 일단 기쁨보다 부끄러움이 앞섰다. 그 무언지 모를 이유로 나는 며칠 동안 이 소식을 입안에 물고 우물거렸다. 학교에 당선 공문이 도착했다. 당선소감을 써 달라는 것인데, 무엇을 써야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시 한편 쓰는 것보다 소감을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닐 때가 있었다. 내면에 우울한 무기력이 창궐하여 시간을 생매장시키던 때가 있었다. 나는 반생을 그렇게 살았다. 산 자의 몸에서 나는 腐臭가 사라진 자의 소멸보다 지독하다고 느꼈을 때, 나는 썩어도 거름이 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 때 바싹 마른 나뭇잎 하나가 내 가슴을 건드리며 날아갔고, 나는 살고 싶었다. 火口의 재처럼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간절히 詩를 찾았고 시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몸속의 죽은 꿈들에 새살이 돋기 시작하자 나의 별에도 따스한 봄이 몰려왔다. 생은 지독하게 허무했고 지독하게 아름다웠다. 내일이 나를 담보해 주지 않을지언정, 오늘 나는 살아 눈 뜬 자가 되고 싶다. 한국교육신문사에 고마움을 전한다.
기억될만한 풍경이 스쳐 지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풍경은 이미 창백하게 숨져 있다 갓 피어난 저 꽃도 지금 스쳐 지나가는 저 사람도 좀 전의 그 꽃이 아니다 좀 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어느 공원에 가더라도 풍경의 목을 치는 자들이 있다 찰칵, 찰칵, 살아 숨쉬는 풍경의 숨통을 끊고 있다 아름다운 꽃과 단풍든 가을산, 화사한 웨딩드레스의 행복한 웃음의 육질이 예리한 시선의 렌즈에 떠져 액자에 걸리고 있다 사람들은 풍경을 도려내어 기억에 끼우고 풍경은 사물의 표정을 쉴새없이 베어 추억에 걸어둔다 이것이 시간이라 불리는 슬픈 통념임을 아는 자들은 풍경의 살해에 함부로 동참하지 않는다 시시각각 풍경은 새로 태어나 이미 죽은 꽃잎과 사랑을 속삭이며 시선의 칼날이 닿지 않는 먼 미래에 광속도로 이관된다 한때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쉼 없이 타오르던 풍경들아, 창백한 시간이 날(刀)이 너의 마지막 웃음을 베고 조용히 지나갈 때까지 아름다운 꽃잎 앞에 섣불리 무릎을 꿇지 마라 너는 다시는, 지금 스쳐 지나는 이 풍경을 보지 못한다
그 날 아버지께서는 깻단을 지고 마당에 들어서셨으며 어머니는 그것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들깨 향기가 배어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글짓기에서 상을 받은 초등학교 3학년 어느 저녁의 풍경입니다. 학교 가는 길은 멀었지만 아이들은 개미굴보다 더 많은 샛길을 만들어내었고, 모롱이 모롱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달아두었습니다. 청보리밭 둑을 지나면서는 풀피리를 불었고, 아무 곳에서나 신발을 벗어 던지기만 하면 바로 뛰어들 수 있는 개울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소나무가 많은 숲길 그늘엔 보물인양 공깃돌을 파묻어 두었으며 홍시가 하늘을 메울 만큼 가득한 동네도 지나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샛길들이 모여드는 끝에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학교에 들어서면 운동장 한켠에서 넉넉한 품으로 우리를 맞아주던 아름드리 노란 은행나무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엄마였고 이야기가 모여드는 우체통이었습니다. 묻어두기엔 아까워 하나 둘씩 끄집어낸 유년의 그림들이 어쭙잖게 시의 모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름다운 유년의 뜰을 마련해 주신 부모님, 나의 글을 읽고 함께 즐거워해 준 가족, 동심의 세계로 길을 내어주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 늘 힘이 되어주시는 동
내게 이런 우체통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시골에서 올라온 보따리에 딸려온 달팽이 한 마리 누군가 가지고 놀다 날개 부서진 잠자리 한 마리 냇가에서 잡아 와 잊어버린 다슬기들 그 우체통에만 넣으면 다시 제 곳으로 갈 수 있는 내게 그런 우체통 하나만 있었으면 참 좋겠다. 만약에 우표값 만큼만 데려갈 수 있다면 나는 얼마만큼의 기도를 올리면 될까?
MBC대하드라마 ‘선덕여왕’이 12월 22일 62부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덕여왕’은 평균 시청률로는 2위를 차지했지만, 방송평론가 · 연출가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올해 최고의 드라마였다. 4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가히 국민드라마로 군림했다 해도 시비할 사람이 없을 듯하다. 실제로 지난 10월 마지막 일요일 ‘선덕여왕’ 세트장이 있는 경주신라밀레니엄파크를 갔을 때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세트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귀가하려고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드는 데만 1시간도 더 기다려야 할 만큼 ‘고통’을 안겨준 ‘선덕여왕’이었던 것이다. 5월 25일 첫 방송부터 끝까지 한 번도 빼지 않고 드라마를 지켜본 나로서는 먼저 그 이전의 대하사극들을 떠올리게 된다. ‘선덕여왕’은 ‘자명고’ · ‘천추태후’ · ‘바람의 나라’ 등 최근 1년 사이 전파를 탔던 대하사극에 비해 진일보한 드라마라 할만하다. 그들 대하사극이 부진했던 것은 새로운 트렌드 개발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잠자던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운 ‘주몽’(2006)이나 ‘대조영’(2007)과 ‘태왕사신기’(2007)
다음은 주변에서 많이 보는 문장이다. ○ 휴지를 버리지 말아라. ○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라. ○ 그렇게 불안해하지 말아라. ○ 자동차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부자라고 생각하지는 말아라. ○ 컴맹이 되지 말아라. 인터넷에 도사들이 되어라. 그러나 섬기지는 말아라. 위 각 문장에서 마지막에 사용한 ‘말아라’는 보조동사 ‘말다’의 활용형이다. 이는 동사 뒤에서 ‘-지 말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는 모두 표준어가 아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결론부터 말하면, ‘말아라’는 ‘마라’가 맞는 말이다. ‘말다’라는 기본형의 어간 ‘말-’에 명령형 어미 ‘-아(라)’가 합쳐지는 경우 ‘말아라’가 아니라 ‘마라’가 된다. 어간 끝 받침 ‘ㄹ’은 ‘ㄷ, ㅈ, 아’ 앞에서 줄지 않는 게 원칙인데, 관용상 ‘ㄹ’이 줄어진 형태가 굳어져 쓰이는 것은 준대로 적는다(한글 맞춤법 제18항) 즉 ‘빌다’의 명령형 ‘빌어라’나 ‘놀다’의 명령형 ‘놀아라’는 ‘ㄹ’이 사라지지 않지만, ‘말다’의 경우는 ‘ㄹ’을 생략하고 ‘마라’로 써야 한다. ‘말아라’는 ‘마라’라고 하는 것처럼, ‘말아’도 ‘마’가 바른 표현이다. 이에 대한 이해는 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23(수)에 또 한번의 뜻깊은 송별연이 수도회관 2층에서 열렸다. 지난 9월 현종성 선생님의 정년퇴임에 이어 이번에는 본교 심현욱 행정실장님의 명예퇴임식이 열린 것이다.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시는 심실장님을 위해 우리 중·고등학교 교직원들이 마련한 조촐한 송별연에는 평소 선생님을 아끼고 사랑했던 가족과 지인 및 친지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퇴임사를 하시던 심현욱 실장님께서는 목이 메이는지 잠시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도 수 십 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는 일이니 그 아쉬움은 아마도 말로 형언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자리를 함께 한 선생님들께서도 서로 석별의 술잔을 주고받으며 평소에 하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떠나시는 선생님을 위로했다. 부디 아름다운 추억만을 가슴에 간직하고 떠나시길 빌어본다.
어제 동료 교장의 전화를 받고수원미술전시관(수원시 송죽동 소재)를 찾았다. 뭔지도 모르고 동료 교장의 문화에의 초대가 고마워 방문하니 공식 타이틀이 '제27회 수원일요화가회 회원전'이다. 맹기호 교장이 화가로서 활동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모임의 회장인 줄은 몰랐다. 20여 명의 회원 50여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수원교육장님을 비롯해 교직에 있는 분들은 낯이 익는다. 행정실에 근무하는 초교 여자 동기도 만났다. 정년퇴직하신 분들도 보인다. "올해가 27회니 이런 짓(?)을 27년간이나 했습니다." 회장이 한 인사말이다. 농담 속에 뼈가 있다. 비하하는 말로 들리지 않고 27년이라는 역사에 초점이 맞춰진다. 1983년에 창립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아마추어들이 모여 역량을 쌓아 드디어 전문가들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맹 회장(영덕중 교장)은 말한다. "작업을 통해 독자적인 개성을 발견하고 표출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우리들의 창작 활동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한 노력이지만 그 결과로 주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문화적 확산을 도모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필자도 예술을 좋아한다. 음악회는 일부러
현장체험학습이 학급단위는 물론 개인에게까지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도 체험학습을 떠난 학생들이 있다. 중1,2학년 학력평가가 실시된 날의 이야기이다. 1주일동안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가족들과 외국에 나간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 학생은 무단결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2-3일간 연속으로 체험학습을 낸 학생도 있었지만 역시 무단결석이라고 한다. 학력평가가 실시되는 날에는 어떤 형태의 체험학습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체험학습을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었다. 아침일찍 경찰서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일제고사 반대 1인시위를 교문앞에서 할 것이라는 정보가 입수되었다는 것이다. 잠시전에 교문앞에 들렀지만 시위자가 없었다고 한다. 다시한번 살펴봐 달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등교하는 시간에 교문앞으로 나가봤다. 중년의 남자가 혼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일제고사보다 더 좋은것'이라는 문구를 몸의 앞 뒤에 걸치고 있다. 일제고사보다 더 좋은 체험학습을 가야 한다는 문구를 본 것 같다. 그런데 그의 행동에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권고하는 글이 적힌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컴퓨터용 싸인펜을 한
2010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서울 주요 대학이 23일 마감한 결과, 연세대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의 경쟁률은 작년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대의 경쟁률은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수험생 자체가 8만명 이상 늘어난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되면서 상위권 수험생층이 두터워져 원서접수 마감 직전까지 '눈치작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 사립대 인기 더 높아져 = 각 대학과 입시기관에 따르면 고려대의 경쟁률은 올해 4.11대 1로 작년의 3.99대 1보다 소폭 상승했다. 연세대도 전년(4.17대 1)보다 조금 오른 4.24대 1을 기록했고 서강대(5.06대 1→5.1대 1), 이화여대(3.5대 1→3.53대1) 등도 상황이 비슷했다. 반면 서울대는 2008학년도 4.82대 1에서 2009학년도 4.63대 1, 2010학년도 4.53대 1로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상위권 학생들의 서울대 하향 안정지원 경향이 강해지면서 경쟁률이 작년보다 더 줄었다"며 "가군 고려대·연세대에서는 서울대 지원을 포기한 상위권 학생들이 소신 지원을 하면서 소폭 상승효과가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