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잠깐 소강상태에 들어간 칠월 첫날, 호수처럼 잔잔한 강진만 하늘의 검은 구름장 사이로 노을이 짙어온다. 마침 물때는 밀물이라 창선을 사이에 둔 지족해협의 죽방 해안길은 금세 물이 차오를 것 같다. 손 내밀면 잡힐 것 같은 농가섬과 장고섬은 흐르는 금물결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졸음에 빠져들고 있다. 아! 누가 이 광경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까? 강진만을 낀 죽방 해안길의 비경도 시간을 잘 맞추어야 그 참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간혹 남해를 방문하는 지인들은 남해가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스쳐가며 보는 풍경을 보고 그저 던지는 감탄사가 아닌가 한다. 정말 남해의 참 아름다움을 알려면 강진만을 끼는 해안길을 조망해야 한다. 남해는 섬이지만 지도를 보면 강진만, 앵강만, 동대만의 큰 만이 있다. 만의 사전적 의미는 바다나 호수가 육지에 의해 둘러싸여 있거나 경계 지워지며 형성된 해역 또는 호역(湖域)이라 한다. 하지만, 남해에 터를 내리고 사는 사람에게 만은 삶의 터전으로 생각되었지 아름다움을 관망하는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생활에 묻혀 있다 갑갑하면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상상을 한다. 바다가 보이는
율전중이 혁신 예비학교 지정 6개월을 거쳐 드디어 혁신학교로 지정되었다. 9월 1일부터 4년간 지정 운영되니 아직은 혁신학교가 아니다. 지난 금요일 방학식을 마치고 연수를 떠나기 바쁘다. 교장으로선 방학식에 방송 훈화도 해야 한다. 안전, 건강, 목표, 실천을 강조하였다. 11:00 출발이다. 연수 유인물을 살펴본다. 주제가 '개학 후 혁신학교 학생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이다. 혁신학교는 교사의 변신도 중요하지만 그 지도를 받는 학생들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학생교육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이다.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세미나실에 모인다. 교무혁신부장이 '2012학년도 본교가 걸어온 길' PPT를 설명한다. 제목이 '유쾌한 교육혁신을 꿈꾸며'이다. 예비지정 6개월간 교직원이 하나가 되어 이룩한 성과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자화자찬하건대 그 동안 감동적인 일 많이 했다. 이어 혁신담당자의 '1학기 교육활동 평가 및 계획'. 숨김 없는 진솔한 이야기를 그대로 수렴하였다. 교장과 교감에 대한 건의사항도 있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도 제시한다. 이게 바로 실질적인 반성과 평가이다. 서류 결재용에 그치지 않고 공유한다는 것에 의미가 깊다. 부서별
교육과학기술부는 24일자로 새 교육복지국장에 김영윤 장학관(58·사진)을 임명했다. 김 신임 국장은 교육연구사·연구관·장학관을 두루 거쳤으며 2004년~2006년 교육부 학교정책과장, 초중등교육정책과장을 지냈다. 교육부 근무경력만 만14년의 전문 행정가다. 이후 서울 자양중·수락고(자율형공립고)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학교폭력예방교육,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등 한발 앞선 정책을 이끌어왔다. 특히 교직생애 내내 위기학생 교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기울여온만큼 ‘다문화교육 선진화 방안’과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맞춤형 교육지원’을 마무리할 교육복지국장 적임자라는 평가다. 김 국장은 “소외된 학생들의 정신건강 측면도 세심히 살필 것”이라며 “공감대 형성을 통해 업무에 빈틈이 없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7월 17일, 뜻 깊은 제64주년 제헌절 기념식이 국회에서 열렸다.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헌법의 제정을 온 국민이 경축하는 날인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돼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이번 제헌절은 서울 교육에 있어서도 의미를 갖는 날이었다. 지난 4월 17일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 매수혐의로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2심에서 당선무효 형에 해당하는 징역1년을 선고받은 지 3개월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법을안 지켜서야 현행 공직선거법 제270조에는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곽 교육감 사건의 대법 판결은 7월 17일 이전에 이뤄져야 했으나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법원으로 법을 앞장서 지켜야 할 대법원이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물론 7월 10일에 사건을 심리할 4명의 대법관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대법관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돼 어쩔 수 없이 대법판결이 늦춰질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곽 교
공부 1등은 한 사람이지만 마음 1등은 모두가 될 수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NHN,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공동으로 23일부터 한 달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성교육 대국민 설문조사와 인성교육 중요성 공감 캠페인’을 실시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진행되는 설문과 캠페인은 ‘공부 1등은 한 사람이지만 마음 1등은 모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6문항의 질문이 제시된다. 선택형 질문은 ①올바른 인성을 갖추는 것이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더 중요해 질 것인지 ②더불어 사는 능력(나눔, 배려, 봉사 등) ③긍정적인 태도 ④정직성 등에 대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재 인성 수준 인식 ⑤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을 때의 대응 행동 등이다. 1개의 완성형 질문은 5자 완성형으로 ‘인성은 □다’라는 질문을 통해 인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완성형 아이디어 공모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과부는 이번 설문조사 응답내용을 8월 말까지 분석하는 한편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초·중·고 500개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설문조사 결과와 종합해 인성교육 정책연구에 반영, 9월에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 버지니아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낙서 실력을 자랑했다는 보도다. 그는 자신이 중요 국제회의에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적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2007년 상원의원 시절 자신의 낙서 그림을 환자 치료비용 마련을 위한 자선 경매에 출품한 적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 이전에 낙서를 잘한 대통령으로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꼽힌다. 레이건 대통령이 그린 낙서 그림은 옆에 앉아 있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수십 년 동안 간직했다가 자신의 다른 기록문서와 함께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경우는 낙서의 주인공이 공개되었지만, 낙서는 역시 누가 했는지 알 수 없다. 즉 낙서는 대개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혹은 노출된 공간이라도 낙서는 익명성 보장이 필수다. 그러다보니 낙서의 공간은 화장실이 으뜸이다. 화장실은 비밀 공간으로 익명성이 보장된다. 내용도 자극적이고 직설적이며 상스러운 이야기도 많이 기록된다. 특히 성(性)과 관련된 것이 많은데, 글과 그림이 뒤엉켜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이 표출된다. 그렇다고 화장실의 낙서가 전부 그
얼마전 까지만 하여도 가뭄이 계속되어 농작물이 말라 타더니, 이제 비도 충분히 내려 들녁 농부들도 생기를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 사회는 여러 측면에서 피곤하다. 특히, 아이들은 교육이라는 목적 아래 아스팔트 길만 따라 걷거나 차 안에 갖히어 등하교를 하기에 자연을 볼 기회가 없다. 지나가는 태풍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피곤한 상태에 놓여 있지는 않은 것인지? 소위 말하는 피로사회가 학생들의 세계가 아닌가 자문하면서 농작물의 단비에 해당하는 것을 아이들은 기대할 수 없는가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요즘 청소년들의 약 50%가 부모님께 묻고 싶은 질문은 “부모님 아직도 저를 사랑하세요?” 라는 것이라니 조금은 의외로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너무나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네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잊지 말아라” “엄마와 아빠는 네가 있어서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너를 사랑한단다.” 라는 말을 하는데 매우 인색한 편이다. 오직 하는 말이 공부만 잘 하라니 소통이 어려운 시대인 것 같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다보니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지 못하고 성장해 간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일상전인 언어를 통하
"항미정이 뭐예요?" "여러분 바로 뒤에 있는 정자이름입니다." "서호저수지 제방이 축만제입니다. 그럼 저 다리 이름은 무엇일까요?" "축만교요!" "예, 정답입니다." 지난 21일 오전 서호 저수지를찾은 오산원일초 5학년 26명의 학생과 필자가 주고받은 대화이다. 오산원일초(교장 갈원익, 지도교사 정진남)에서는 해마다 한 번씩 서호와 농촌진흥청을 찾아 농업과학의 도시 수원에 대해 배운다. 서호를 현장 탐방하여환경보전활동을 하면서관련된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것이다. 09:00 농촌진흥청 정문에 도착한 일행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항미정. 이곳에서 항미정의 유래, 서호의 축조연대, 인공저수지를 만든 이유, 수원팔경중 서호낙조, 우장춘 박사의 묘소가 있는 여기산 등을 공부한다. 축만제의 뜻을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09:40 제방둑 소나무. 여기서는 서호에만 살았던 지구의 단 한 종 서호납줄갱이에 대해 배운다. 그런데 그 물고기는 현재 없다. 어떻게 되었을까? 수질오염으로 멸종된 것이다. 소나무의 나이도 계산한다. 올해(2012년)에서 축조된 해(1799년)를 빼니 답이 나온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수원의 역사를 남기는 분들이 10시 정각 수
보통 방학을 할때 쯤이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전체 교직원 연수를 실시할 것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방학전에 실시하는 학교도 있을 수 있지만 교직원 연수는 학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고 있다. 1박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서울시내 학교들은1박을 하는 학교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학교도 이번에 1박을 하기로 했다. 준비하는 부서는 분주하다. 방학전에 마무리해야 할 업무도 있고, 새학기에 추진할 업무나 사업도 점검이 필요하다. 그 틈에 해당 부서에서는 교직원연수까지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교직원들이 참가하도록 했다. 학교교육활동의 연장이고, 방학은 휴업을 할뿐 휴무는 아니라는 것이 그 기본 배경이다. 그러나 교직원들은 기본배경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방학식 이후의 연수이기 때문에 본인의 결정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참가에 대해서는 본인의 결정에 따라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방학중에 이루어지는 교직원연수이기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 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
커텐을 열었다. 컴컴한 암흑이었다. 가로등 불빛만 환하다. 가로등 불빛을 의지해서 차량 한 대가 지나간다. 창문도 거울이 된다. 창문을 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원한 찬바람은 온 몸을 적신다. 가로등은 밤을 모른다. 자기 자리를 떠날 줄도 모른다. 부산하지도 않지만 부지런하다. 요란스럽지도 않지만 열정을 다한다. 차량 한 대라도 사고 없이 무사히 잘 지나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우리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가로등과 같다. 밤을 모른다. 부산하지도 않고 부지런하기만 하다. 요란스럽지 않지만 열정은 불같이 타오른다. 한 학생이라도 바른 길 가게 잘 인도한다. 그게 나의 사명이라 믿고 밤잠을 설친다. 누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선생님의 행동은 은밀하고 진실하다. 고마운 분이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언제나 유익을 준다. 언제나 준비된 마음이다. 준비된 자세다. 학생들이 받아들이려고 노력만 하면 준비한 것 다 나누어준다. 아끼지 않는다. 없어질 때까지 다 나누어준다. 없어지면 다시 채운다. 다시 밤잠을 설쳐서라도 다시 준비한다. 선생님의 모습이 이러하다. 선생님은 언제나 어두운 이들에게 거울이 된다. 한밤중 창문이 불빛에 의지해서 작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