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6층 회의실에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간 신임 서남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취임사에는 앞으로의 정책 로드맵이 모두 담겨 있었다. 본인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A4 한 장 반 분량의 글을 통해 서 장관은 교원들이 수업과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시도교육감과 소통‧협력하며 현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2일 시도교육감협의회 임원진을 장관실로 초청, 의지도 보여줬다. 이날 고영진 시도교육감협의회장 등은 21, 22일 광주에서 열리는 교육감협의회에 서 장관을 초청하는 등 지난 정부와는 사뭇 다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사진) 서 장관은 “중앙정부는 정책의 기본 틀을 마련하고 교육청은 현장에서 정책을 시행하는 역할분담을 통해 상호 협력함으로써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취임과 동시에 불거진 학교폭력에 의한 학생 자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그는 취임사에서도 “가정과 사회의 역할 약화로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교육전문가로서 기대에 부응함을 통해 당당하게 존중받자”고 제안하
교사는 책임이 막중한 지도자이다. 그러나 교사의 수가 많아 희소성이 없어서인지 교사 자신이 스스로 지도자라는 인식이 약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학기초가 되면 담임을 맡고 부장이 되고 여러 가지 업무를 맡는다. 그러나 크나큰 혁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환경이다보니 변화에 대한 감각이 무딘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수시로 변화를 거듭하기에 지도자로서 성공하려면 자신의 방법을 항상 변화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과거 60, 70년대 우리는 너무 가난했기에 잘 먹고, 잘 사는 일, 성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지식, 지위를 갖는 것이 중요했다. 잠을 줄여가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4시간 이상 잠을 자면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불가능 한 일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우리 마을에서도 논밭을 팔아서라도 자식 공부만은 시키고 싶어 했다. 자식이 공부 잘하는 것, 유명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부모들의 한결같은 소원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유일한 성공의 길처럼 보였다. 성공을 외치면서 장소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다. 베트남 전쟁터에서, 사막의 중동에서, 알래스카에서 목숨을 걸고 일을 했다. 잘 먹고
부산의 한 사립 전문대학에서 신입생 예절 지침 문건을 돌렸다. ‘디지털영상디자인과 신입생 예절’이란 제목의 이 문건에는 신입생이 선배에게 지켜야 할 행동 지침 5가지가 담겨있다. 이 중에 신입생이 선배와 있을 때 담배를 피려면 먼저 선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항목은 애교로 봐 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내용은 지성인의 모임인 대학생 문화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있다. 일부는 인권 침해 요소도 있다. 선배는 후배에게 대화법까지 지시하고 있는데, 군대 문화와 비슷하다. 신입생은 선배들에게 늘 먼저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안녕히 가십시오. 선배님!”하며 인사를 해야 한다. 선배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도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OO학번 OOO입니다.”라고 대답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선배에게 전화를 할 때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통화 가능하십니까?”라고 말을 건네야 한다. 어말어미를 ‘다’와 ‘까’로 끝내는 말투는 군대에서 사병끼리 사용하는 말투다. 이 말투는 군에서 선임자와 후임자 사이의 엄격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사용하는 말투다. 그런데 이런 말을 대학생 신입생에게 강요하는 것은 선후배 관계를 군대처럼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물론 이것이 군대
충남 서산 서령고(교장 김동민)가 올해부터 그린마일리지(상·벌점제)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그린마일리지 제도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상점과 벌점을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 하에 제정한 규정에 따라 해당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상·벌점제도이다. 예를 들면 언론 매체에 선·효행 학생으로 보도된 경우 5점의 상점이 부여되며 학교폭력과 관련된 신고를 할 경우 4점의 상점이 부여된다. 1년간 상점이 10점 이상 누적되면 학교장 표창 및 외부기관에 장학생 및 모범학생으로 추천된다. 반대로 벌점이 40점 이상 누적되면 사회봉사 3일의 징계에 처해지며 50점 이상일 경우 강제 전학 및 퇴학처분이 내려진다. 벌점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은 음주 흡연으로 50점, 환각제 사용이 50점, 학교폭력 관련이 40점 등이다. 상점은 1년 단위로 부과되어 소멸되지만, 벌점은 졸업할 때까지 계속 누적되어 보다 엄중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3월 4일부터 8일까지 학생계도 기간을 거쳐 3월 11일(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김상현 학생부장은 "이 제도가 잘만 정착되면 교권 및 학생 인권이 크게 신장될 것은 물론, 쾌적한 면학분위기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교단 수기공모에 입상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미술 수업 중에 우연히 보게 된 문자 한 통. 얼핏 본 문자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가라앉히기 힘든 기쁨의 감정을 애써 누르고 자세히 살펴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금상’이었다. 열심히 미술 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나도 모르게 “얘들아, 선생님 금상 받았어!”하니 아이들은 일제히 “와!~”하며 일어서서 박수를 쳐줬다. 교단수기 공모에 응모하면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5학년 9반 꿈쟁이들’ 이야기를 글로 써서 공모전에 제출했는데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미리 얘기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금상’의 의미를 금방 알았다. 아이들을 모두 보내고 혼자 남은 교실에서 내가 쓴 수기를 다시 한 번 읽어봤다. 부족한 글이지만 진정성을 인정해주신 교단수기 심사위원분들께 감사했다. 그리고 이 상이 특별한 목적 없이 출퇴근을 반복하던 10년의 월급쟁이 같은 생활을 마감하고 아이들을 향한 나만의 꿈으로 진짜 교사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던 최근 2년 동안의 노력에 대한 가장 큰 보상으로 여겨졌다. 어떤 교사가 훌륭한 교사일까? 수업을 잘하는 교사? 학급경영을 시스템화해 능숙하게 운영하는 교사?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
월급쟁이 같은 생활 마감 “연금 받으려면 학교에 얼마나 더 다녀야 하지? 어유~ 아직도 많이 남았네.”, “방학이나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학교를 그만두면 뭘 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 동안 난 ‘교사’가 아닌 그냥 그런 월급쟁이였을 뿐이다. 그런 나에게 ‘교사’라는 직업이 갖는 정체성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2010년 겨울 길목에 들어선 11월 어느 날, 퇴근길 라디오 89.1MHz에서 평소 듣던 진행자가 아닌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귀를 기울였다. 김연아 선수의 슬럼프 이야기를 잠깐 하면서 ‘꿈 너머 꿈’을 꾸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이상하리만큼 몰입이 됐다. 우리 아이들이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의 명사형의 꿈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형용사로 말하는 꿈을 꿔야 한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교사가 되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삶은 아름답다고 알려주는 작가가 되겠다’, ‘저소득층의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영자가 되겠다,’ 다소 포괄적이고 모호할 수 있어 보이지만 ‘꿈 너머 꿈’, ‘형용사로 말하는 꿈’은 내게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죄 없는 아이들의 고통은 ‘세상의 업’이라고 한다. 교육 현장에서 위기 가정의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어린아이 시절 입은 영혼의 상처는 세상 뭇 어미인 나의 가슴에 슬픔으로 각인되곤 했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의 비뚤어진 행동을 질책하고,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바뀌지 않는 그들에게 속상해 했겠지만 그들 역시 가정과 사회의 피해자라는 생각에 인내하며 기다려주게 됐다. 전문상담교사로서 나의 작은 소양을 그들을 위해서 쓸 수 있음에 감사한다. 영은이는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언니의 학대를 못 이겨 가출했던 아이였다. 아이를 찾았을 때 마른버짐이 핀 얼굴과 벌에 쏘인 것처럼 온몸에 생채기 투성이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잘살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하지만 온정의 손길도 많다. 당시 처녀티가 나던 아이를 잘 보살펴 주었던 시장의 국수집 할머니, 번갈아가며 아이를 보살펴주던 우리 반 학부모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현재 전국에 가출이 아동 10만 명, 학업 중도 포기 청소년 20만 명, 학교 부적응학생 178만 명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예비 사회부적응인’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아이들을 사랑으로 골고루 감싸주는 진정한 교육자가 되겠노라 다부진 마음으로 디딘 교직생활 30여 년. 그동안 나와 인연 맺어졌던 수많은 학생들을 나는 과연 사랑으로만 감싸줬을까? 돌이켜 생각하면 시행착오로 얼굴 붉어질 일이 더 많았다. 항상 아이들을 공경으로 섬기자는 마음 끝에 나풀거리는 단발머리 하나가 걸어 나온다. 3월은 새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설렘의 달이다. 생활기록부를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학부모 란에 사선이 그어져 있는 쪽에 눈이 머물렀다. 보호자는 외조모, 5학년 2학기에 전학 왔으며 교과학습 발달사항에 양, 가가 키 재기를 하고 있었다. 행동이 느리고 실천력이 부족하며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우울한 편이라는 아이, 영은이와 첫 만남이었다. 영은이의 부모는 생존해있었다. 생모는 영은이가 여섯 살 되던 해 남편과 헤어진 후 영은이는 친정에 보내고 언니만 데리고 재혼했다가 외할머니가 작고하자 할 수 없이 데려왔다고 했다. 단정치 못한 용모에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전학 온 후 줄곧 따돌림을 받아왔던 아이는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져 있었고 매사에 신경질적이며 공격적이었다. 한 학기에 걸쳐 반 아이들과 나는 영은이를 공경으로 대했다. 기초 실력을
새내기 교사로 교직에 들어왔을 때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그리 보람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교사는 성직자 못지않게 소중한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정이의 담임을 하면서 1학년인 수정이가 혹시 잘못되지는 않을까 조바심과 걱정이 앞섰다. 수정이가 보통 아이들과 함께 건강하게 성장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아이들은 교사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아이들은 교사의 관심만큼 성장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수기를 쓰면서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교사에게 있어 담임은 정말 매력적인 보직이다. 담임을 맡아 소속감을 느끼고 아이들과 함께해야만 교사의 진정한 생명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어 교사는 행복한 것이다. 비록 높은 보수와 지위는 없지만 교사는 세상 어느 누구도 누릴 수 없는 보람이 있어 행복하다. 한국교육신문 교단수기 공모 입상소식은 그동안 바쁜 교직 생활로 나를 잊고 살았던 차에 다시 한 번 삶의 활력소를 넘치게 해준 행복한 사건이었다. 더불어 앞으로 더욱 열심히 교직에 정진하라는 메시지로 이 상을 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
몇 해 전일이다. 우리 반에 여학생이 전학을 왔다. 얼굴이 까무잡잡한 수정이는 키가 보통 아이들보다는 조금 컸다. 아이는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 자리가 어디예요?”라고 묻고는 겸연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왠지 어딘가에 그늘이 있어 보였고 자꾸 눈동자를 마주치지 못했다. 수정이 아버지도 무슨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함께 온 여동생과 수정이를 잠시 나가 놀게 하고 아버님께 의자에 앉을 것을 권했다. 아버지는 묻지도 않았는데 “저 아이가 지난번 학교에서 좀 문제가 있었어요. 친구들 돈도 훔치고 거짓말을 해서 많이 힘들었답니다. 선생님께서 각별히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정도야 뭐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문제지’하는 생각에 안심하며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지도하겠습니다”하고 자신만만하게 대답을 했다. 쌀가게 털이 사건 수정이가 전학 온 지 며칠이 흘렀지만 염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드디어 대형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어느 날 방과 후 교실 정리를 하고 있는데 웬 젊은 남자가 수정이를 질질 끌다시피 하며 교실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여기 사물함에 있니? 빨리 말 해봐!”하며 몹시 흥분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