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사서오경 중의 한 책인 ‘예기(禮記)’의 ‘학기편(學記篇)’을 보면 학문을 가르치는 스승의 자세와 학문을 배우는 제자의 태도에 관해 깊이 있는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상적인 대목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하(夏)’와 ‘초(楚)’라는 두 가지 회초리를 학생들 앞에 두어야 한다는 규정이다(夏楚二物 收其威也). ‘하’는 싸리나무 회초리이고 ‘초’는 가시나무 회초리이다. 회초리를 두는 것은 스승으로서의 위엄을 세우기 위함이라고 했다. 스승과 제자 간에 질서를 세우기 위함이라고 해도 좋겠다. 스승으로서의 위엄과 사제 간의 질서가 무너진다면 교육이 처음부터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언론과 방송 매체들은 교권이 무너진 학교 상황들을 주로 다루었다. 학부모에게 멱살이 잡히는 교사, 반항하는 학생에게 모욕적인 욕을 듣는 교사들의 모습이 방영되었다. 그만큼 교권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선현들은 교실에 회초리를 두어 스승의 위엄을 세우라고 했는데 회초리가 사라짐으로써 스승의 위엄도 무너지고 말았다. 회초리가 사라진 것은 물론 체벌금지 규정 때문이다. 지금도 교실에서 학생들을 몇 대 때리는 교사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체벌금
아주 옛날 인류는 흙으로 빚은 판이나 무두질해서 만든 값비싼 양피지에 기록을 했다. 이때는 지식을 소유하는 것이 곧 부의 상징이었다. 곧이어 이집트에는 파피루스가 중국에서는 채륜을 통해 종이가 등장했고 혁신적인 매체의 전환이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책은 비쌌다. 일일이 공수를 들여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목판 인쇄술이 나오면서 조금 완화됐지만 목재의 특성상 틀어짐도 많고 내용 정정을 위해 전체 판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긴 학습시간, 짧은 수업 준비 종이의 발명 이후 매체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난 것은 바로 금속활자가 발명되면서부터다. 구텐베르크의 성경이 아닌 직지(直指). 최초의 금속활자는 우리나라에서 시작 되었다. 금속활자의 등장은 부유함의 상징인 책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식자층을 두텁게 만들었다. 매체 역사의 한 흐름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가 그 역사의 흐름에 이어 교육현장에서 새로운 매체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21세기의 한 교실로 함께 가보자. 학생들은 종이 교과서 대신 ‘e-교과서’의 ‘내 서재’에 담겨져 있는 교과서 버튼을 클릭한다. 수업시간마다 의례 반복되던 “이번시간 몇 페이
2012년 1월 17일 개정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학교와 교원은 가정폭력을 알게 된 경우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할 또 하나의 생소한 의무를 짊어지게 됐다. 이에 다음 사례를 통해 가정폭력에 학교가 효율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 농촌지역인 A중 영민이는 이혼한 어머니, 외조모, 외조부와 사는 아이인데, 외조부가 각목으로 때리는 일이 잦고, 어머니와 외조모도 상습적으로 때려서 아이가 이를 피해 외박을 하기도 하고, 이모 집, 이혼한 아버지 집 등을 전전하는 상황이었다. 상담과정에서 가정폭력 사실을 발견한 학교는 원칙대로 경찰서에 신고했으나 해당 지역 경찰관에게서는 ‘가정문제니까 가정에서 해결하라’는 구시대적 답변이 돌아왔다. 게다가 외조부모는 번갈아가며 담당 교사들에게는 물론, 교감·교장에게까지 거칠게 항의했고, 교사들은 ‘멘붕’ 상태에 빠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 B중 민준이도 상담 중 가정폭력 사실을 털어놨다. 터울이 많은 형이 한발을 든 채로 엎드려뻗쳐를 30분씩 시키고, 테니스 라켓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민준이를 구타하고 얼차려를 줘 집에 가는 것이 싫고, 집에 오랫동안 머물러야 하는 주말이 괴
23일 전북교육청이 “교원능력개발평가 추진계획을 취소하고 교원능력평가 추진계획에 대한 직무이행명령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교육수준을 전국적으로 향상시킬 책무가 있는 교육부의 교원능력개발평가 사무는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실시가 필요한 업무로 그 경비와 책임 역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인정된다”며 “이런 내용 및 성격 등을 비춰보면 이 업무는 국가사무로 각 시·도교육감에게 위임된 기관위임사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북교육청은 교장·교감 등을 평가대상에서 제외하고, 또 교육부가 계량적 평가와 서술식 평가방식을 병행토록 했는데도 각 학교가 평가방법을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평가결과가 나쁜 교사들에게 장단기 직무연수를 실시해야 함에도 연수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자체평가 계획에 따라 시행해 왔다. 독자적 방식을 고집하며 사실상 교원평가제 무력화를 시도해온 전북교육청에 중앙정부의 위임사무에 대한 권한과 책무를 분명한 것이다. 사실 이런 갈등은 교원평가제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는 평가를 통한 자극이 교원들의 전문성 신장을 독려하고
21일 경북 현일고(교장 장창용) 소강당에서는 1학년 학생 및 교사, 학부모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열렸다.(사진) 이 학교 이상규 고문변호사는 최근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한 ‘따돌림’ 실제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도왔다. 그는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후 가해학생 2명이 구속된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더 이상 사회는 학교폭력에 관대하지 않다”며 “따돌림이나 심리적 폭력을 당하고 있다 느낄 때 반드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6일 강원 평원초(곽수범)에서도 5~6학년 학생 350여 명을 대상으로 안선희 고문변호사의 학교폭력예방 특강이 개최됐다. 교총은 10일 서울 대방중에서 대한변협 교육인권소위원회 위원장 탁경국 변호사를 초청해 학교폭력 릴레이 특강을 이어간다.
한국교총과 교육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공동으로 주회한 ‘제2회 대한민국 스승상 시상식’이 29일 서울 The-K 서울호텔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안양옥 교총회장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 김정기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심사위원을 비롯해 수상자 및 수상자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서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중학교 때 한문선생님께서 고사성어와 속담 등을 공책에 20번씩 써오는 숙제를 주셨는데 훗날 공직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며 “도 아이들에게 늘 참된 교육적 감화를 주고계신 선생님들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대상을 수상한 김은정 강원명진학교 교사는 “수년 간 믿고 따라와 준 학생, 학부모들에게 감사한다”며 “마음대로 말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이는 세상으로 인도하는 무지개 같은 교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요즘 초·중등 진로교육에서는 직업을 직접 보고, 듣고, 실제 체험하게 하는 진로체험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체험’과 ‘실천’을 위한 진로체험은 학교라는 공간 내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진로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학교와 지역사회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 여러 단체, 기관, 대학, 연구소, 기업 더 나아가 다양한 직업인의 교육기부, 재능기부를 통한 인적·물적 진로교육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기부기관 인증마크 등 인센티브 활용 이런 진로교육의 흐름에 발맞춰 경남도교육청에서는 교육기부 운영지원센터 ‘E-나누미’를 운영하고 있다. E-나누미는 기업, 연구소 등의 교육기부를 통해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장의 첨단 장비나 시설 등을 초·중등 학생들에게 교육의 장으로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E-나누미를 통한 개인 재능기부도 가능하다. 교육기부 참여기관에 대해서는 교육기부 사실을 공표해주는 ‘DE마크’ 부여 등 인센티브를 줘 지속적인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이 매칭 시스템을 통해 2011년에는 16개 대학에서 93개 진로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고, 2012년에는 참여기관이 408개로 늘어 8만
연간 80~100시간…토론․논술 자동 대비 Pass/ Fail 방식 ‘인성교육 인증서’ 부여 ‘우리나라 경제 여건상 경제 성장이 복지(분배)보다 우선이다.’ 인천 송도고(교장 오성삼) 1학년 학생들의 이번 주 인성교육수업 토론 주제다. 얼핏 보면 인성과는 별 상관없는 것 같지만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협동정신’의 가치를 체득한다. 송도고는 매주 화~금요일 5교시에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수업은 일주일 단위로 실시한다. 화요일에는 학교에서 준비한 동영상을 보고 수‧목요일에는 깨달은 점이나 실천 방안 등에 대해 토론한다. 금요일은 배운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말에는 결심한 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본 후 다시 월요일에 교사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사이클이 돌아간다. 한 회당 일주일에 네 시간 씩 총 25회로 구성된 프로그램에는 ‘금연’, ‘준법정신’, ‘학교폭력 예방’, ‘생명존중’ 등 다양한 주제들이 포함돼 있다. 표 참조 평가는 출석점수, 누가기록장 작성 등을 종합해 Pass/Fail로 이뤄진다. Pass 판정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인성교육 인증서가 주어진다. 초․중학교도 아닌 고교에서, 그것도 정규 수업시간에 매일같
“갑자기 수능을 대체하면 학습 부담이 집중되고 사교육 우려가 높아진다. 학교가 대응할 수 있는 단계가 되기까지 입시와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달 10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학부모와 교사가 모인 한 간담회에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의 수능대체와 관련, 이 같은 의견을 밝혀 현장에서는 ‘사실상 백지화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지난해 말 교육부는 “차기 정권이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바통을 넘겼고 1월에는 올 하반기에 결정하겠다고 다시 미뤘다. 추진 5년 4개월만의 일이다. 당초대로라면 2016학년도부터 수능 영어시험을 전면 대체할 예정이었으나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계획 없이 방치되고 있다. 올해 대입 수시전형에 NEAT를 반영하기로 한 대학은 지난해 7개교에서 올해 36개교로, 6월 2일 실시될 1차 응시 인원도 1279명(작년 713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대학과 학생들의 높아진 관심에 비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강 건너 불 보듯 손 놓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반응이다. NEAT 교사연구회에 참여했던 대구의 K 교사는 “지난해 11월 시험문항을 출제해 제출했고 교육부가 심사 후 인증여부를 알려주기로 했었는
“경기지역 1200여 개 초등학교의 모든 교장선생님들이 재미있고 보람된 학교 운영을 하실 수 있도록 내실 있고 힘 있는 경기초등교장협의회를 만들겠습니다.” 21일 임원회의를 교총회관에서 개최하기 위해 내방한 김기연 경기초등교장협의회장(60․부천상인초 교장)을 만났다. 2003년부터 11년째 홍보위원장,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하다 지난 2월 처음 치러진 직선제에서 제33대 회장에 당선된 김 회장은 실무에 가장 오랫동안 관여해온 협의회의 ‘산증인’이다. 김 회장은 “경기협의회는 타 지역에 비해 각 시․도에서 몰려온 교장이 많아 ‘다민족 국가’, ‘무지개 군단’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다”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협의회는 민주적이고 항상 아이디어가 샘솟는 활발한 조직”이라고 밝혔다. 2년여 임기 동안 추진하고 싶은 역점 사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올해부터 학생, 학부모, 교장․교사가 모두 참여하는 ‘경기초등교장협의회 신문’을 월간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기교육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가족적 신문을 만들고 공유함으로써 회원들의 소통과 연대의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이날 대의원회에서 신문 제작을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