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구입한 차종 중 하나로 ‘산타페’가 있다. 그래서 ‘산타페’가 주도인 미국 뉴멕시코주로 떠나는 여행은 출발 전부터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졌다. 뉴멕시코주는 면적 31만 5천㎢로 남한의 세 배가 넘는 광대한 땅으로, 고원과 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지역이다. 주 대부분에 건조기후가 분포하여, 기후가 만들어낸 지형은 황량함과 쓸쓸함, 그리고 적막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 땅을 더욱 새롭고 매력적으로 만든다. 뉴멕시코주는 드넓은 면적만큼이나 깊은 역사의 무대이기도 하다. ‘거룩한 믿음(Holy Faith)’이라는 뜻을 지닌 산타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도이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가 남아있는 도시다. 나바호족을 비롯한 원주민 자치지역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이곳은, 동시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사랑했던 땅이자, 맨해튼 계획의 핵심 거점이었던 로스앨러모스가 자리한 장소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열기구 축제가 열리는 앨버커키와 UFO·외계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로스웰 역시 뉴멕시코의 다층적인 역사를 이루는 중요한 공간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앵글로아메리카의 경계가 되는 리오그란데강이 흐르는 이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정답이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그 과정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교육은 본래 전인적 성장과 개별화 교육을 통해 학습자의 사고 과정과 이해의 맥락을 존중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지만, 치열한 입시 위주의 교육현장에서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되어버렸다. 생성형 AI가 흔드는 교육의 본질 이와 같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오랫동안 우리 교육의 숙제로 남아있었고, 그 해결을 위한 실마리로써 교육과 기술의 접목을 뜻하는 에듀테크를 공격적으로 우리 교실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교수자·학습자·학부모들이 경험했듯이, 현재까지의 에듀테크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적 교육을 실현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에듀테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데 기여했지만, 학습자의 특성이나 학습 수준을 이해하고 차별화된 학습 경로를 만들어 주는 데에는 구조적 제한이 존재했다. 다시 말해 학습의 편의성은 향상되었지만, 개별 학습자의 학습 효과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 에듀테크는 학습자의 차이에 기반한 다양한 질문에 유연하게 반응할
교권 약화와 저경력 교사의 교직 이탈이 교육현장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수석교사’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업·생활지도·학부모 대응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가장 가까운 조력자이자 ‘사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가 바로 수석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석교사는 「초·중등교육법」에 직위는 규정돼 있지만, 시행령에 별도 정원이 배정되지 않아 교사 정원을 잠식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는가 하면, 시도교육청에 선발·운영권이 넘겨지면서 좀처럼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현장에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교육당국의 무관심 속에 고군분투하는 수석교사들. 양미정 서울수석교사회 회장(서울 전동초)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정원 미확보 등 제도적 한계 때문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수석교사는 학교에서 어떤 존재인가. “수석교사는 교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자리다. 교장·교감 등 관리자는 구조상 심리적 거리감이 있고, 동료교사들은 각자 학급과 행정업무로 바쁘다. 반면 수석교사는 교사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한 발 더 다가가 밀착 지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동시에 학생도 가르
최근 역량 중심 면접이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는 2025년부터 역량 중심 면접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경기 2025 면접의 복기 문항과 예시 답안을 중심으로 연재해 보고자 한다. Ⅰ. 본질적 역량 평가 _ 인성·리더십·창의성 등 1. 시험 실시 방법 및 운영 시스템(본질 면접) •평가 당일에는 관리 체계가 매우 엄격합니다. 따라서 조 편성, 이동 동선, 시간 운영 방식을 미리 이해해 두면 수험생의 긴장과 불안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조 편성 및 이동 : 응시자는 조별로 편성되어 이동하며, A조는 유형❶(면접)부터, B조는 유형❷(토의)부터 시작한 뒤, 일정에 따라 A·B조가 교차하여 응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시간 운영 : 중앙 방송으로 전체 일정이 통제됩니다. 응시자 정면 모니터에는 대형 타이머가 제시되어 남은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답변하게 됩니다. •평가실 환경 : 유형❶은 2인 1조로 입실하여 평가위원 5명 앞에서 하브루타식 심층면접을 진행합니다. 유형❷는 6명이 한 팀이 되어 V자 형태로 배치된 책상에서 집단 토의를 수행합니다. •준비물 및 주의사항 : 시험지와 구상지(백지)가 제공되며, 시험지에
1. Free: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기 전통적인 교사의 역할은 국가가 제시한 교육과정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치고 전달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교육과정에 대한 학교의 자율성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교사의 역할은 더 이상 국가교육과정의 실행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교육과정의 의사결정자로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각 학교가 처한 상황과 학생들의 수준 및 흥미가 다르기 때문에, 교육내용과 방법을 결정하고 이를 어떻게 실천할지, 나아가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은 누구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다. 이는 교사가 단독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업설계 단계부터 학생들의 필요를 반영하고 그들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교육 경험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둘째, ‘교사와 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다. 이는 둘 이상의 교사가 교육내용을 공동으로 설계하
우리 산업 시계는 자정(Midnight)을 향해 가고 있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강의 기적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와 선진국의 견제 사이에서 우리 산업은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다. 산업의 구조는 AI와 로봇, 디지털 전환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지만, 정작 이 산업을 지탱할 ‘사람’을 길러내는 직업교육훈련(VET)은 여전히 1970년대 산업화시대의 공장형 교육과 21세기의 관료적 형식주의 사이에 갇혀 길을 잃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간 독일의 도제제도, 영국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스위스의 도제학교 등 좋다는 제도는 모조리 수입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처참하다. 제도의 간판은 화려하게 걸렸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현장과는 동떨어진 서류 더미와 보여주기식 행정만이 앙상하게 남아있다. 왜 우리는 무엇을 도입하든 결국 ‘형식’만 남게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그 어떤 개혁안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우리 형식주의의 기원 _ 명분과 속도의 그림자 우리 사회, 특히 교육현장에 깊이 뿌리내린 형식주의(Formalism)를 이해하려면 우리의
선생님, 저 신고할 거예요 (신서희·김유미 지음, 카시오페아 펴냄, 292쪽, 1만 8,000원) ‘신고’가 일상이 된 학교 현장의 현실을 교육전문가와 변호사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사소한 다툼조차 학교폭력으로 비화하고, 교육활동이 법적 분쟁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법의 언어와 교육의 언어 사이 균형점을 모색한다. 특히 ‘법률 중심 해결’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조목조목 짚는다. 저자들은 처벌과 퇴출이 아닌 책임과 회복을 강조하며, 교실이 다시 배움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을 제안한다. 질문하는 방법, 어떻게 가르칠까? (김현주 등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188쪽, 1만 9,000원) 정답 찾는 방법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스스로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수업 가이드. 5명의 교사가 학생들의 호기심을 질문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탐구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질문 수업 과정을 ‘질문 생성(Spark)’, ‘질문 확장(Grow)’, ‘질문 정교화(Focus)’의 3단계로 설계하고, 각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질문 도구를 제시한다. 교실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생생한 사례를 통해 질문이 넘치는 교실을 만드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사회적 갈등과 가치 판단이 첨예해지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일 자체가 조심스러워진 시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회 문제와 쟁점을 객관적으로 다루고, 건설적인 토론을 경험할 수 있는 수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시민교육, 자기주도적 문제해결역량 함양,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정보평가·탐색 능력은 지금 사회가 학교교육에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다. 이러한 역량은 다양한 자료를 탐색하고 비교하며 토론하는 과정에서 길러질 수 있으며, 학교도서관은 이를 학교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교육공간이다. 이러한 취지로 윤리교사와 함께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사회문제탐구 과목의 교과협력수업을 2년간 운영해 왔다. 해당 수업사례를 통해 학교도서관이 민주시민교육 공간으로 기능한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업 의도 학생들이 자신만의 관점을 충분히 형성하기도 전에 각종 매체를 통해 이분법적인 사고와 혐오 표현에 노출되는 현실을 마주하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인 ‘정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수업을 설계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교사는 학생을 교육하게 되므로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그러나 교사 역시 사람이기에 실수나 의도치 않은 일들로 수사의 대상이 되는 일들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공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교사라는 신분으로 인해 처벌 외에도 징계라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가가 익숙한 대다수 교원은 이때 매우 혼란을 느끼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이번 호를 통해서 교원의 범죄와 처벌, 그리고 징계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자. 형사처벌과 징계는 이중처벌인가? 「헌법」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3조). 그런데, 교원의 경우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외에 법에서 별도로 징계에 관한 규정을 정하고 있고, 징계에 따른 다양한 불이익이 있기에 사실상 두 번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러나 「헌법」에서 말하는 ‘처벌’은 신체를 구속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의미하는 것인데, 징계란 공무원과 같은 특정한 신분을 가지는 자의 의무위반 행위에 대하여 부과하는 행정상 제재에 해당하므로 이를 ‘처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애초에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자리한 서울양천초등학교는 올해로 개교 126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학교다. 1900년 문을 연 이 학교는 한 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지역의 삶과 함께 호흡해 왔다.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할아버지까지 이 학교 졸업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인근 상가 곳곳에서도 양천초 졸업생을 쉽게 만날 수 있을 만큼 학교는 지역의 역사 그 자체다. 이 오랜 전통의 학교가 최근 ‘밝고 안정된 학교’, ‘학부모 신뢰가 두터운 학교’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심에는 2024년 9월 부임한 배현정 교장이 있다. 교장실 벽면의 모니터, 253명의 얼굴 양천초 교장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책상 옆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다. 화면에는 전교생 253명의 얼굴과 이름이 슬라이드처럼 끊임없이 떠오른다. 배 교장은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다 보니 학생의 얼굴과 이름을 자주 익혀야 한다”면서 “휴대전화에도 PPT로 저장해 틈나는 대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아침 등교 맞이 때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꼭 불러주고 싶어 열심히 외우고 익힌다는 것이다. 등교 맞이 때면 그는 매일 다른 문구가 적힌 이름표를 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