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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챗봇에 교육을 묻다

“교육혁신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세계가 급변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미래의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교육혁신을 통해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챗봇의 의견입니다. 교육혁신에 대한 2,000자 칼럼을 써달라고 부탁하자마자 챗봇이 불과 3~4초 만에 뚝딱 써낸 글의 서두입니다. 놀랍도록 논리적이지만 다음 문장이 한층 더 놀랍습니다. 

 

“교육혁신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교육혁신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혁신을 위한 노력은 정부·학교·학부모·학생들이 함께해야 합니다.” 

 

챗봇은 혁신의 가장 어려운 심리적인 부분마저 예측합니다. 서둘지 말라, 그리고 서로 탓하지 말고 협업하며, 각자 해야 할 부분을 책임 있게 하라고 애정 어린 조언마저 곁들였습니다. 힘든 만큼 좋은 결과도 있을 테니 견디어 내라고 격려까지 합니다. 


이 답변에 감탄하면서도 섬뜩하고 초라해지는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생각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꿰뚫어 보는 것 같고, 우리를 마치 달래야 하는 어린애로 취급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챗봇이 더 오만해지기 전에 제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듭니다.


놀라움과 두려움과 수치심은 뒤로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따졌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에는 주판을, 중학생 때에는 T자 모양의 계산자를, 고등학생 때에 처음으로 휴대용 계산기를 사용했습니다.

 

비록 덧셈·뺄셈·곱셈·나눗셈 기능만 있는 계산기였지만, 그 당시에는 신기한 혁신제품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휴대용 계산기가 학생의 기본 수학실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우리는 결국 계산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챗봇은 수학만이 아니라 모든 교과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초혁신 제품입니다. 지금은  규제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 역시 교실에 전격 허용될 것입니다. 정답을 추구하는 전통 교육의 종말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챗봇에게 또 물어봤습니다. 그럼 앞으로 교사의 역할이 무엇이냐고요. 답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챗봇이 더 정교해짐에 따라, 그들은 현재 선생님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더 많은 일을 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는 커리큘럼 설계, 학생 학습평가, 개인화된 지원 제공과 같은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측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그나마 존댓말로 답을 해줘서 망정이지 내용은 상당히 매몰찹니다. 챗봇이 점점 교사를 대처할 것이라고 하네요. 교사가 설계와 지원하는 일 위주로 맡게 될 거라는 말은 뒤집어 보면 교실현장에서 퇴출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챗봇이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누가 허락하고 말고를 정한단 말인가요. 누가 누구의 상전인지 헷갈립니다.


아, 제 심사가 많이 뒤틀려 있나 봅니다. 챗봇이 교사를 돕는다는 뜻으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을 텐데,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 제 심정이 불안해진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리 놀라지 않아도 될 법합니다. 챗봇이 뱉어낸 답은 결국 사람들이 여태껏 해온 말과 글의 요약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다 제기한 문제이며 제시한 해결책들입니다.

 

창의력 교수법, 교육경험 디자인 기술, 개인화된 지원에 필요한 감정코칭 기술과 회복탄력성 기술 확보 등 일부 선도적인 교육자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는 방향이며 시도하고 있는 방안들입니다. 이제는 일부가 아니라 대다수가 실천해야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10년 후에 다시 챗봇에게 물어볼 계획입니다. 한국 교육혁신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 아래는 제가 예측하고 기대하는 챗봇의 답입니다. 

 

“한국은 교육혁신을 위해서 정부·학교·학부모·학생들이 함께 노력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성공하여 세계적인 모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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