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AI에 익숙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지만, 정작 디지털 자원을 생산하거나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유튜브 시청 등 단순 ‘소비’에는 능숙하지만, 데이터를 가공해 가치를 만드는 ‘생산’ 교육은 공백 상태라는 지적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가 최근 발간한 ‘2025년 학생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측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은 영역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디지털 자원을 검색하고 선택하는 ‘활용’ 영역에 비해, 이를 재구성해 콘텐츠를 만드는 ‘저작 및 생산’ 영역의 성취도는 약 15~20%p 낮게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국가 수준의 디지털 역량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유층 무선 표집 방식으로 설계됐다. 조사 대상은 전국 17개 시·도별 지역 규모와 학급당 학생 수 비율에 맞춰 선정됐으며 초등학교 266개교(1만718명)와 중학교 255개교(2만687명) 등 총 4만405명이 참여했다.
측정 방식은 단순히 정답을 고르는 설문을 넘어 실제 컴퓨터 환경에서 특정 과업을 수행하는 ‘수행형 검사(Performance-based Assessment)’가 도입됐다. 연구진은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발생한 클릭 횟수, 체류 시간, 수정 이력 등 모든 로그 데이터(Log Data)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문항별 정답률뿐 아니라 학생들이 어떤 경로로 오답에 도달하는지, 특정 인터페이스에서 얼마나 지체되는지 등 문제 해결 과정을 수치화해 분석했다.
수행형 검사 과정에서 수집된 로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질적인 기술 숙련도 격차가 확인됐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학생 중 약 25%는 문제의 개념적 의도는 파악했으나, ‘파일 업로드’나 ‘드래그 앤 드롭’ 등 기초적인 도구 조작을 최종적으로 완수하지 못해 오답 처리됐다. 이는 디지털 기기 보급률과 별개로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도구 활용 교육이 실질적인 숙련도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과업을 끝까지 수행하는 ‘디지털 인내심’의 한계도 드러났다. 로그 분석 결과 검사 후반부 문항으로 갈수록 무응답이나 문항 건너뛰기 비율이 초반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상위 집단이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하위 집단보다 평균 3.5회 더 많은 시도를 하며 대안을 탐색한 것과 달리 대다수 학생은 복합적인 디지털 과업 수행 과정에서 조기에 시도를 중단하는 양상을 보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 과정의 보완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의 정보 검색 중심 교육을 넘어 디지털 자원을 직접 설계·생산하고 알고리즘적 사고를 적용하는 ‘문제 해결 중심 학습’이 체계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로그 데이터를 활용해 학생들이 특정 조작 단계에서 겪는 병목 현상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기초 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피드백을 제공하는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연구진은 “학생들이 디지털 세상을 단순히 소비하는 주체에 머물지 않으려면 기술적 숙련도와 논리적 사고력이 결합된 리터러시 역량이 필수적”이라며 “상위 집단의 효과적인 학습 경험을 표준화해 전체 학생의 역량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는 정교한 교육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