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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전일제학교, ‘교육’이 빠졌다

초등 전일제학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는 초등 돌봄시간을 저녁 8시까지 늘리고 방과후과정을 확대하는 전일제학교 계획을 밝혔다. 전면시행 시점은 오는 2025년이다. 10월 중 계획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그러나 전일제학교 계획이 발표되자 교육계를 중심으로 반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교원단체들이 일제히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정책처럼 모든 교원단체가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유는 교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초등 돌봄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방과후과정이 확대되는 것도 오롯이 학교와 교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밤늦게 퇴근하는 학부모를 위해, 사교육비를 걱정하고 균등한 교육서비스를 원하는 학부모들을 위한 정책이지만, 학교가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한국교총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교육청이나 별도 공공기관을 전담기관으로 둔다 해도 학교와 교사는 운영 주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책임과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학생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더 이상 보육인 돌봄, 사교육인 방과후학교를 학교와 교사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초등 전일제학교가 아닌 방과후센터로 명명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호는 초등 전일제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구상은 무엇인지, 논란의 핵심이 되는 쟁점과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다룬다. 이어 전일제학교의 모델인 독일의 사례를 현지 소식을 통해 살펴본다. 아울러 전일제학교가 도입되었을 경우 예상되는 문제는 무엇인지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교육부는 지난 8월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교육의 국가 책임을 확대하기 위한 방향으로 초등 전일제학교 전면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방과후과정과 돌봄시간을 늘리는 것을 주요 골자로 내년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가 2025년 초등학교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10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방과후과정 프로그램을 오후 5시까지 다양하게 운영하고, 이후 돌봄시간을 올해는 7시, 내년부터는 오후 8시까지로 늘리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하지만 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계는 사실상 철회된 만 5세 입학정책에 이어 다시금 혼란에 빠진 모양새이다.

 

이번에 발표된 전일제학교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으로 지난 7월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주관한 초등 전일제학교 지원 법안 제정 정책토론회에서도 이견이 많아 지금의 혼란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현재도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운영과정에서 교원과 교육공무직 당사자 간의 첨예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갈등이 내포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성급한 로드맵을 가지고 확대 운영한다는 것은 자칫 또 우리 교육현장에 큰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일제학교에 대한 논의

전일제학교에 대한 논의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8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교육·가족·사회적 관점에서 독일 전일제학교 실태분석 연구결과가 보고되었고, 2020년 7월에도 국민의힘 성일종·김미애 의원 주관으로 전일제교육 도입 방안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실시되었다.

 

여기에 크게 참고가 된 것이 독일의 전일제학교 모델이다. 독일의 경우 우리와 같은 기존의 반일제학교에서 돌봄 공백 및 부모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동일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 전일제학교가 시작되었다. 즉 사회적 돌봄체계 안에서 양질의 교육에 대한 공정한 기회제공이 근본적인 목적이다. 2025년까지 전체 학생의 80%가 전일제학교에 편입될 예정으로, 제도 시행 이후 독일 출산율이 증가하는 등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볼 것은 독일의 학교들이 전일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과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실질적인 결정은 각 학교 및 지역사회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즉 각 학교의 운영주체인 교장·교사·학부모·학생들이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서 주 정부에 일정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어 신청하면, 주 정부는 신청서를 심사하여 허가와 더불어 지원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적 토론과 합의의 원리가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독일의 전일제학교들은 정부가 제시한 큰 가이드라인 아래서 각 지역과 학교 사정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형태를 보이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혼란과 지체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학교운영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허용함으로써 최대한 지역사회와 가족, 그리고 학교상황에 맞는 전일제학교로의 전환이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등 전일제학교에 대한 현장의 우려와 바람

이러한 외국의 사례와 함께 지금까지 교육자로, 정책입안자로, 학교경영자로, 초등교육에 종사하고 노력해온 한 사람으로서 초등 전일제학교에 대한 현장의 우려와 바람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생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자녀를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 여성 경력단절의 주요 이유가 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크지만, 학교에서 최대 11시간을 머물게 되는 학생들의 심리적인 부담도 크게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한 저녁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어린 자녀를 위한 노동시간 유연제 도입 등 우리 사회의 준비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 학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책의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교육이 진행된다. 규모도 다양하여 군 단위 행정구역 내 모든 초등학교의 전체 학생이 대도시 대규모 1개 학교의 학생수보다 적은 경우도 있다. 여기에 지역별로 지리적·문화적 환경은 얼마나 다양하겠는가? 이러한 다양성은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양상을 보일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지역의 인근 학교들도 서로 다른 환경에 학교문화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같은 학교에서조차 학년과 학급만의 독특한 문화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서울시교육청의 ‘백만 개의 교실’이라는 용어는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초등학교 전일제 시행도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학교별로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허용함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셋째, 현재 학교현장에서 기존에 발생하고 있는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초등학교는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 많은 변화를 수용하였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고, 그 결과 교사보다 많은 다양한 직종의 교직원들이 근무한다. 그러다 보니 각자 이해관계도 달라 갈등 또한 커지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임금교섭 합의 불발로 파업이 진행되고 노동조합법상 대체근로가 허용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학교급식과 돌봄교실 운영이 중단되어 학생·학부모에 큰 혼란을 주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교총·학부모단체 등에서는 대체근로가 가능하도록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렇듯 확대에 앞서 기존에 발생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충분한 법적·제도적인 보완을 마련한 후 신중한 시행이 필요하다.

 

넷째, 초등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초등학교는 다양한 특수성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교실의 다양한 활용이 있다. 중·고등학교와 달리 교실에서 대부분의 수업이 담임교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교실은 단순한 강의실이 아니라, 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육 결과물이 전시되고, 학생의 개인 물건이 보관되는 곳이고, 담임교사에게는 방과 후에도 학생들의 평가결과를 정리하는 곳이다. 또 다음 날 수업연구(초등의 경우는 모든 교과의 수업)를 준비하는 곳, 학생과 학부모의 상담실, 최근에는 기초학력 부족을 예방하기 위해 방과후 보충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즉 수업이 종료하였다고 빈 공간이 되는 곳이 아니다. 정책입안자들이 이러한 초등교육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오후에 학생들이 하교한 뒤의 교실 수만 세고 있다면 초등교육에는 대혼란이 올 수밖에 없고, 이는 ‘돌봄’이 ‘교육’을 침해하여 본말이 전도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 초등학교는 학부모의 애타는 심정에 공감하며 돌봄절벽을 막기 위해, 특별실 등을 줄여 돌봄교실을 최대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돌봄교실 대기자가 많은 학교는 이미 과밀학급으로 새로운 공간 마련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초등학교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정책을 입안하여야 한다.

 

다섯째, 여러 교원단체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에서 전일제학교를 운영한다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교사의 책임과 부담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방안 중, 그 어떤 경우도 학교에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한 단순히 학교라는 공간만 빌려 돌봄이 실시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업무과중을 덜기 위한 대안 중 하나인 ‘방과후학교장’이나 추가 인력배치가 논의되지만, 그 어떤 안도 기존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교원의 추가적인 노력과 지원 없이는 제대로 운영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교사의 책임과 부담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을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이 초등 전일제학교 시행에 전제되어야 할 것들을 제안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속도보다는 방향’이라 요약할 수 있다. 외국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할 때, 높아진 출생률 등 보고 싶은 좋은 결과만 봐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정부는 가이드라인과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실질적인 결정은 각 학교 및 지역사회의 자율에 맡기는 귀중한 중간과정이 있었다.

 

현재의 학교구성원 간 첨예한 입장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겠지만, 그 어느 경우도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가지고 시행하지 않으면, 현재까지 누적된 갈등이 더욱 분출되어 ‘교육’도 ‘보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2025년 전면실시라는 무리한 일정을 고집할 것이 아니다. 긴 호흡을 가지고 교육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모두 함께 최선의 대안을 찾는 사회적 합의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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