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에는 좋은 대학,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특목고 반이니 무슨 반이니 뽑아서 가르치는 학원과 각종 학습지가 수없이 많다. 엄마들의 지극한 모성애와 맞물려 아이들의 동심은 멍들고 사고력과 이해력, 창의력마저 깡그리 무시된 채 숫자놀음에만 연연하다 정작 중요한 그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단순한 계산 문제는 잘푸는 아이들이 조금만 틀어놓은 응용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고 또 문제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애들이 태반이다. 그리고 계산과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답을 쓰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2학년 수학 익힘책에 있는 문제를 보자. '영호는 영수와 함께 도토리를 주웠습니다. 영수는 130개를 주웠고 영호는 영수보다 27개를 더 주웠습니다. 두 사람이 주운 도토리는 모두 몇 개입니까?'라는 문제에서 '빨리빨리'와 계산에만 길들여진 아이들은 130+27을 하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물론 계산은 일사천리다. 그리고는 더 이상 들여다볼 생각을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서 생긴다. 첫째는 문제를 자세히 읽지를 않고 둘째는 그 문제의 의미를 생각해 보지 않는다. 이 문제를 맞춘 아이가 겨우 반밖에 안됐다. 이러한 일은 허다하다. 또 어떤 문제는 설명을 해도 듣지 않는다. 답을 알 수 있으니까 계산과정도 안중에 없다.
수학 교과서는 기본 원리를 다루고 수학 익힘책은 이것의 숙달과 심화과정인데 이 정도의 사고력으로 어떻게 초등 수학에서 강조하는 실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문제해결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을까.
수학의 묘미란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하나씩 풀어나가는 사과 과정에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알고서야 계산이 돼야 하는데 이것을 무시하고 오로지 계산과 답에만 치중하니 이런 것이 계속돼서는 앞으로의 아이들이 걱정스럽다.
수학에서 계산력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계산을 할 수 있도록 선행돼야 할 사고력은 더 중요하다. 요즘 나오는 학습지는 방문교사가 시간까지 재면서 속도를 체크한다는데 빨리빨리 계산하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엄마들은 알고 있을까. 그래서 아이들의 사고력과 이해력은 멈추고 더 이상 개발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물론 많은 문제를 풀어서 시험 볼 때 공부한 문제가 나온다면 잘할 수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적다. 확률을 높이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경제원칙에 부합되는 것일까. 넓은 세상에 할 일은 많은데 하나를 알면 열을 깨치지는 못할망정 열을 알아서 하나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다양한 창의력과 사고력을 요구하는 21세기 사회에서, 또 갈수록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초등교육의 현주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