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권이라 함은 본질적으로는 개인과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 발생하게 되는 권리와 의무에 관한 개념이지만, 18세기 후반 이후 근대적 개념의 의미는 국가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포함하여 국가에 대한 청구권과 참정권 등을 모두 포괄하는 범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대적 의미에서의 시민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인 선거권, 국가를 개인이 직접 운영하기 위해 선거에 후보자로 나갈 수 있는 피선거권, 그리고 국가를 운영하는 관료들 또는 정책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그의 수정 및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 등을 들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적용되는 시민권 개념도 기본적으로 이와 다르지 않다. 단, 공동체의 법적 체계가 허용하는 시기까지 그들의 시민권 중 일부분은 잠정적으로 유보되는 것뿐이다. 이런 차원에서 대부분의 국가는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의 연령을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의 특수성에 기반해 상이하게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청소년들의 경우 과도한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과 이로 인한 무한 경쟁의 결과, 기성세대뿐 아니라 청소년들 스스로도 그들의 시민 권리에 대해 무관심한 행태를 보이는 심각한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청소년들의 선거권 연령을 만 19세로 하향 조정하고자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와 책임에 대해서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정치적 영역에 대해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다고 말하며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되면 무조건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며 따라서 정치적 영역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많은 청소년들은 대통령 후보로 인기 연예인이 나온다면 그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들의 부족한 자질을 솔직히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보다 올바른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학교교육을 통해서 시민권 교육을 명확하고 비중 있게 교과과정에서 다루도록 해야할 것이다. 권리와 책임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일찍이 체험하게 함으로써 시민권에 대한 발전적 태도를 갖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의 선거권 연령을 만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문제는 대학입시에 전념해야 하는 청소년들의 부정적 환경, 권리와 책임에 대한 저조한 인지 상태, 시민권교육의 미약함 등을 고려할 때 다시 한 번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결정이 아닌 진정 청소년과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객관적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피선거권 연령 또한 당분간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되 조기 시민권 교육을 실시하여 현재의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되는 약 10여년간 경과를 두고본 후 당시 사회적 성숙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발적 참여와 관계된 선진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학교 교칙의 제·개정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조항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유명무실하게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생회 활동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개선,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넷째, 청소년 의견이 국가 정책의 구성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청소년의회와 같은 대표기구를 활용한 국회 및 관계부처 장관 토론회를 정례화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청소년의 의견수렴과 권리증진을 위한 국무총리 직속 전담 기구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에서 담당하는 시민권 교육 이수과정을 개설해 이 과정을 마친 청소년들에게는 국가가 공인하는 성인증을 발급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내면적 성숙을 강조했던 과거 전통사회에서의 관례(성인의식)와는 달리 외형적 발달과 결과만을 강조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내면적인 책임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