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의 어원인 무제이온(Mouseion)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문화 담당 여신(女神)들의 제례 공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박물관은 축제 공연의 공간이었다. 일반인들도 출입할 수 있도록 근대적으로 변형된 이러한 Museum을 일본 근대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인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 현 일본 1만 엔 지폐의 인물. 우리 역사 중 갑신정변과 관련이 있는 인물)가 ‘박물관’이라고 번역해 사용한 이래 일반화됐고 이 번역어가 우리에게도 적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박물관’ 하면 고리타분하고 칙칙한 분위기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옛날이야기이다. 우리의 박물관 문화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올해 박물관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새로운 교과 과정에 의해 ‘창의 · 인성체험’ 현장으로서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인성개발은 역사 · 문화 · 예술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역사 · 문화를 알고 이를 깊이 인식할 때 우리의 인성에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이 점에서 국립극장 안에 있는 공연예술박물관을 찾는 여정은 그야말로 인성개발과 창의성 교육을 찾는 바로 그것이다.
창의 · 인성교육이 가능한 공연예술박물관
공연예술박물관이 축제 · 공연의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또 주목할 만한 것으로 공연예술박물관이 국립극장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기관 가운데에서도 그 안에 박물관을 설립 · 운영하는 경우는 국립극장이 유일한데 국립극장 안에 박물관을 설립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공연예술은 일회성이라는 속성 때문에 ‘챙기지 않으면’ 사라지기 일쑤다. 국립극장이 바로 없어지기 쉬운 공연예술문화를 보존 · 유지 · 계승하기 위한 공연예술박물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연예술계에서의 국립극장의 역할과 중요도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에서 볼만한 것들
최근 들어 박물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새로운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기관으로 ‘교육기관으로서 박물관’이 우뚝 서게 되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게 우선 적용되고 2013년에는 전 학년에 적용, 운영되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정규 수업 과정에 포함되어 그야말로 ‘새 교육’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평가는 고교와 대학입시에서 전형자료로 활용된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위해 배당된 수업시간은 3년 동안 중학교는 306시간, 고등학교는 408시간이다. 초등학교는 학년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연간 1 · 2학년 272시간, 3 · 4학년 204시간, 5 · 6학년 204시간이다. 이를 위해 하루 종일 활동도 가능해졌다. 이제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관심에 따라 창의체험활동을 하게 된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에서는 이미 지난해 11월에 초등학교 교사와 중학교 교사 22명으로 구성된 ‘박물관교육운영위원회’를 발족해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겨울방학 동안에는 국립극장의 대표적인 창의체험교육 프로그램인 ‘국립극장 고고고’와 연결해 박물관 견학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7세 이상,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요일과 금요일에 ‘나만의 공연예술박물관 만들기’라는 창의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회당 15명에서 20명의 예약으로 1인당 5000원을 내면 참가자들 스스로가 놀이북을 꾸미고 만들어 가지고 갈 수 있다.
지금 우리 교육의 안과 밖은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 변화의 키워드는 학교교육의 창의력 신장이다. 이 변화에 국립극장과 공연예술박물관은 적극 대응해 왔고 올해에는 ‘창의 · 인성교육’이라는 새로운 교육과정에 부합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공연예술문화는 우리 삶의 여러 모습이 예술로 표현된 산물이다. 공연예술가가 되어 보는 기획전시실
박물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전시(Exhibition)’일 것이다. 그만큼 전시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을 표상(表象, Represent)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전시는 진열(Display)과는 다르다. 단순히 물건 또는 상품을 나열하는 것처럼 한다면 별 흥미를 끌지는 못할 것이다. 유물들을 표상하는 전시는 그 안에 ‘흥미롭고 재미있는’ 설명과 해석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전시를 보고 느끼면서 전시 속 해석을 접하고 우리 나름대로 또 다른 해석과 창의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박물관이 비공식적인 교육기관 가운데 하나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연예술박물관에 오면 학교의 교과서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물질적이고 유형적인 공연예술문화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느낄 수 있다. 2011년 6월, 박물관 기획 전시로 ‘무대 위 새로운 공간을 찾아서’(가제)가 상설 전시된다. 공연예술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무대디자인 자료들과 관련 의상과 소품뿐만 아니라 작품으로서 영상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획 전시와 관련된 교육프로그램도 있어 참여할 수 있다.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연예술디지털아카이브’
2월부터는 온라인을 통해서 4만여 점의 공연예술자료를 검색해 볼 수 있다. 바로 ‘공연예술디지털아카이브’ 서비스로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와 공연예술박물관 홈페이지(museum.ntok.go.kr)를 통해 손쉽게 접속이 가능하며, 영상 음향자료와 사진 자료, 공연포스터, 프로그램 등 흥미로운 공연예술자료들을 인터넷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공연예술디지털아카이브만 있으면 찾고자 하는 공연 자료를 이제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만약 1980년 공연된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찾고 싶다면, ‘공연예술 디지털아카이브’ 첫 화면에서 통합검색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입력만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에 관련한 모든 자료가 유형별로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 그중에서 1980년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찾아 자료를 열람하면 된다.
공연이름을 모르거나 공연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메뉴별 검색을 이용할 수 있다. 상단 메뉴에서 ‘공연장르’를 누르면 연극, 창극, 판소리, 무용 등 각각의 공연 장르가 나타난다. 그중 관심 있는 장르를 선택하면 최근 공연된 순서대로 공연 자료들이 펼쳐진다.
자료의 유형별로도 검색이 가능한데 홈페이지 상단 메뉴에서 자료유형으로 선택하면 영상, 음향, 사진, 포스터 등 자료의 매체유형별로 구분되어 있다. 역시 관심 있는 자료를 선택해서 검색해 보면 된다.
그밖에 공연단체별로 어떤 공연 자료들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공연단체’ 메뉴가 있고, 모든 메뉴를 한꺼번에 펼쳐 놓고 검색이 가능한 ‘디렉터리 검색’ 메뉴 등이 있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공연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복잡한 가입절차나 이용요금 없이 자유롭게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공연예술디지털아카이브’의 커다란 매력 중 하나이다. 앞으로도 공연예술박물관은 ‘공연예술 디지털아카이브’를 통해 보다 많은 공연 자료를 서비스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갈 것이다.
공연예술자료 보물창고, 아카이브실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에는 지식 전달의 첨병 역할을 하는 ‘아카이브실’도 있다. 이곳에는 1979년부터 현재까지 국립극장에서 이루어졌던 공연 및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해외 초청 공연자료 등의 영상(6054점)과 음향(4705점) 자료를 디지털 구축해 감상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공연예술을 연구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국립극장 자료 이외의 다양한 공연예술 자료를 연구할 수 있도록 국회도서관과 전자정보교류 협정을 맺어 원문 DB 검색을 할 수 있으며, 공연예술 학술지와 공연예술 관련 잡지도 아카이브실에 마련된 전용 공간에서 인터넷을 통해 읽어볼 수 있다.
아카이브실 내 다인감상실에서는 공연영상 감상 및 세미나를 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와 스크린을 설치해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다인감상실은 특히 공연예술관련 대학 및 대학원생들의 공연예술 토론 장소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공연예술 보물창고 중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연예술 자료실에서는 공연예술과 관련한 방대한 도서(5878권)를 보유하고 있다. 공연예술을 공부하는 많은 일반인 및 대학생과 전문가들이 도서뿐만 아니라 공연 대본과 프로그램도 확인할 수 있어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방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