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가 처음 도입된 이래 6년이 지났다. 여가 · 취미 시간의 증가로 인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직장 중심 음주문화에서 가족 중심 여가문화로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2004년 처음 도입돼 이제 사회 전반에 안착됐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학교 현장에는 반토막 주5일 수업이 실시되고 있다.
“선생님 내일은 노는 토요일이에요? 아니면 학교에 나와요?” 금요일이 되면 이렇게 묻는 어린이가 꼭 한두 명이 있다. 노는 토요일은 2주에 한 번씩 있는 게 아니라 한 달이 5주일 때에는 1주를 건너뛰기 때문에 헷갈리는 것 때문이다. 꼭 2, 4주에만 놀토로 못 박아 놓았기 때문에 필자도 가끔 헷갈려서 달력을 보고 헤아려 볼 때가 있긴 하다.
요즘 우리 학교에는 2박 3일의 현장체험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 부모들의 직장이 쉬는 주말,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데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하니 궁여지책으로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는 것이다. 이젠 아예 놀토가 아니더라도 부모의 휴가가 가능하면 가까운 아시아 인근으로 현장체험을 떠나는 어린이도 부쩍 늘어났다.
연말, 학교교육과정을 다시 작성해야 할 때면 연구부장들은 캘린더를 놓고 머리싸움을 벌인다. 추석이나 설 명절에 끼어 있는 토요일이 주 5일 수업이 아닌 날 학생들을 부모님과 같이 쉬게 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일수 산정표를 잘 짜야 학부모님들의 원성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학교 현장에서는 반 토막 주 5일 수업이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주5일 근무제가 처음 도입된 이래 어느덧 주5일 수업 도입도 6년이 되었다. 주5일 근무제가 처음 시작될 때는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학부모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만 집에 남겨지는 경우가 있었다. 정부도 주5일 수업인프라 구축 등의 준비가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집에 홀로 있는 학생들의 숫자를 파악해 학교에 나오도록 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이제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직장이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어 학부모는 쉬고 학생만 학교에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7월부터 20명 미만 사업장에도 주5일 근무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모든 사업장에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어서 ‘나홀로 학생’ 보호 차원에서 학교의 주5일 근무제는 전면 실시가 어렵다는 주장을 내세워 왔지만 이젠 그마저도 고용노동부와 엇박자가 난다.
교육청도 토요일에는 쉬기 때문에 공문이나 민원을 처리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교사만 나와서 수업을 하는 것을 불합리하다. 정부가 염려하는 ‘나홀로 학생’에 대한 대책과 프로그램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때이다. 주5일 수업전면실시를 위해 우리 학생들의 보호 대책과 사회적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프로그램을 구축해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환호할 수 있어야 한다.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하자는 것을 단순히 교사들이 쉬기 위해서 또는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 때문이라고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교육적 경험을 가정에서 배울 수 있고, 더 넓은 곳에서 자유롭게 현장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비교과활동으로서의 교육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아동 · 학생들은 가정과 학교 및 지역사회를 생활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근래의 사회변화에 따라 그들이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기능이 발휘되고 있지 않다. 교육환경이나 교육에 대한 사고방식의 변화에 따라 가정이나 지역사회의 놀이 · 자연체험 · 사회체험 · 생활체험 등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며, 학교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다. 학생의 교육은 학교에만 의존하다시피 행해져왔다. 예절 교육에서부터 지식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학교 교육에서 이루고자 하는 사고방식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주 5일 수업 전면 도입은 필요하다. 이를 계기로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의 교육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사회전반적인 주 5일 근무 추세에 따라 학교도 전면 주5일 수업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 학교도 다른 직장과 발맞춰서 주5일 수업을 실시한다면 학교의 지식교육과 지역사회와의 연계교육으로 바람직한 인간을 길러 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