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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을 주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

미국 대학과목 선이수제도의 대중화에 대한 상반되는 의견과 더불어, 소외계층의 학업 성취를 돕기 위해 도입된 금전 보상 프로그램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교육이라는 성역(聖域)에 어떻게 돈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는 등의 명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과연 이러한 금전 보상프로그램이 아이들의 학업성취 향상에 도움을 주느냐 등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 호에 소개한 대로 뉴욕시에서 도입되어 31개의 학교에서 시행 중인 REACH(Rewarding Achievement) 프로그램은 뉴욕을 위시해서 미국 전역에서 도입 •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이들 금전 보상프로그램이 과연 아이들의 AP과목 이수율 및 AP성적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였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돼 논란 중이다. 과연 금전 보상프로그램은 어떤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은 것일까?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REACH를 중심으로 금전 보상 프로그램의 시행방법에 대해서 알아본 후 이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을 짚어보기로 한다.

‘성적 우수’로 시험 통과 시 1000불 지급
REACH는 프로그램의 이름이 반영하듯이 주된 전략으로 ‘보상’을 도입했으며 이는 현금 지급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2007년 처음 REACH프로그램이 도입됐을 때는 프로그램의 교육적 적합성 및 효과에 대한 논의가 분분했다. 성공적으로 과정을 이수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시험을 통과한 학생에게는 최대 1000불을 수여하는 등의 파격성, 그리고 프로그램 시행을 위해 동원된 엄청난 양의 재원을 둘러싼 논의들이 뭇사람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
에드워드 로드리귀즈 REACH 이사장에 의하면 REACH의 주된 목표는 소외계층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률 및 고등교육 취학 준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인종, 민족적 배경에 따른 대학진학률의 간극을 좁히고 흑인 및 라틴계를 비롯해 소외된 유색 인종들에게 보다 나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REACH에서는 뉴욕시내 31개 공립 및 가톨릭 사립학교를 선정해 이들 학교 학생들이 AP과정을 보다 많이 경험하도록 한다. 그것을 통해 대학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고등학교와는 확연히 다른 대학수준의 학업형태를 미리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소외계층, 유색인종 비율 고려해 시행
때문에 REACH에서는 소외계층 및 유색인종의 비율을 고려해 시행학교를 선정한다. 첫째, 저소득층의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저소득층들에게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의 학교급식을 제공하는데 이러한 급식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는 학생들의 비율이 50%가 넘는지 여부가 소외계층 비율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둘째, 적어도 AP시험 응시 횟수가 15회를 넘어야 한다. 원칙상 한 학생이 여러 과목에 응시할 수 있기는 하지만, 학생 수에 관계없이 AP시험 응시횟수만을 감안한다. 셋째, AP시험 통과 비율이 최소 10%를 넘어야 한다. 넷째, 흑인 및 라틴계 학생들이 AP시험 통과 학생의 40%를 넘어야 한다. 단 외국어 시험은 제외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외국어 시험 응시자들이 이중언어권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상의 기준을 통해 뉴욕시내 31개 고등학교가 REACH 프로그램 대상으로 선정되었고, 이들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그들의 인종, 민족 및 경제적 배경과는 상관없이 REACH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의 AP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AP과정의 이수 및 통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현금을 보상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급되는 보상 금액은 과연 어떠한 기준을 따라 정해진 것일까? REACH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금액의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적합한 금액’은 무엇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일까? 흥미로운 것은 이 금액이 학생들이 과외 아르바이트 해서 벌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즉, AP 수업을 이수하거나 AP시험을 준비하는 대신 AP를 이수 • 통과해 수여받게 되는 돈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게 되는 돈에 버금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미국 내 모든 보상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오하이오주 코쇼크톤에서는 상품권을, 닥터 프라이어 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에게 휴대전화 무료통화 시간을 제공하는 등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의 방법이 다양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금전 보상 프로그램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몇몇 관련담당자들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굶주려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렇듯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아울러 금전 보상 프로그램의 도입 • 시행이후 학업성취도 변화도 각 지역 및 학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 분분
먼저 REACH 프로그램을 도입한 뉴욕시의 공립학교 26개 곳과 가톨릭 학교 5곳의 경우, AP시험을 통과한 학생의 수는 1161명에서 1240명로 늘었고 해당 학교에서 AP시험을 치른 학생의 수는 800여 명, 시험을 통과한 학생의 수는 302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REACH 제도 시행 학교 중 플러싱 고등학교는 AP수업을 이수한 학생이 69명 늘었고 시험을 통과한 학생도 44명이나 늘었다고 보고된 반면, 퀸즈 지역에 있는 미술비지니스 고등학교의 경우는 2008년 AP시험 통과자의 수가 2007년에 비해 10명 줄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몇몇 성과를 보여주는 학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램 시행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AP과목 이수 및 시험 통과 비율이 줄어든 학교가 있는 등 프로그램의 시행 효과를 강력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것이다. 이는 프로그램 시행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가 여전히 더 필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경제 위기 등 학교 안팎의 변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볼 때 추가적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또한 프로그램의 개선을 위해 교사 연수에 대한 투자 등이 도입되기는 했지만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교육적 요소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우선 학생들의 학업 동기 및 학업에 기울인 노력을 ‘시험 통과’라는 하나의 잣대로 평가해 보상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것부터, 학생들의 성취를 현금이라는 외재적 동기로 유발하려는 것이 오히려 내재적인 학업욕구 및 성취동기를 박탈하게 될 소지가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소외계층 학생에 대한 지원책으로서 이들에게 필요한 금전적 지원과 학업에 대한 보상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러한 재정의 집중으로 인해, 학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재정지원에 대한 관심 및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아울러 보상의 수혜 자격의 각 학교의 모든 학생으로 개방해 금전 보상과 무관하게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이는 중상위 계층의 우수학생들이 이 보상을 독식하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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