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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저 친구를 물어줘


지겹던 오랜 장마 끝에 맞는 청명한 가을하늘. 오전 수업을 마친 전교생들의 안전 귀가를 지도한 후에 계획대로 70여명의 전 직원이 산행을 나섰다. 모처럼의 전직원 산행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르는 분위기는 소풍가던 그 옛날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어느 사당 앞마당에 잠시 쉬어가려던 순간이다. 그곳을 지키는 누르스름한 큰 개 한 마리가 별안간 일행 중 한사람인 ㄷ선생님을 금방이라도 물 듯이 으르렁대는 것이었다.

ㄷ선생님 옆에는 때마침 교대 동기동창인 선생님이 함께 있었다. ㄷ선생님은 놀란 표정이면서도 웃음을 띤 채 "얘야! 제발 나를 물지 말고 이 친구를 좀 물어라" 하면서 친구인 ㄱ선생님을 안전하게 자기 뒤에 끌어당겨 세웠다고 한다.

사연인즉 본교 기간제 교사인 ㄷ선생님은 며칠 있으면 근무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란다. 옆에 있는 친구 ㄱ선생님이 물리면 치료기간 동안 ㄷ선생님이 ㄱ선생님반 임시 담임으로 이 학교에 더 근무할 수 있고 친구인 ㄱ선생님은 덕분(?)에 치료차 당분간 쉴 수도 있으니 서로 좋지 않으냐는 것이다.

두 선생님이 남달리 친하기에 지나가는 우스갯소리로 한 것인데 그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개는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가 앉더라는 것이다. ㄷ선생님과 ㄱ선생님 그리고 옆에 계시던 몇몇 선생님들 모두가 한동안 이런 광경에 박장대소를 했다고 한다.

ㄷ선생님은 교대를 졸업하고 얼마간 교직에 몸담았다가 사표를 낸 뒤에 다시 얼마간이라도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ㄱ선생님의 소개로 기간제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다.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애정 어린 가르침을 하다보니 자연히 그들과 정이 들었고 그러기에 이런 상황도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는 우리 교직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정겨움이요 보람이 아니겠는가. 두 분 선생님의 두터운 우정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두텁게 쌓여가길 마음속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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