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저 친구를 물어줘
지겹던 오랜 장마 끝에 맞는 청명한 가을하늘. 오전 수업을 마친 전교생들의 안전 귀가를 지도한 후에 계획대로 70여명의 전 직원이 산행을 나섰다. 모처럼의 전직원 산행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르는 분위기는 소풍가던 그 옛날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어느 사당 앞마당에 잠시 쉬어가려던 순간이다. 그곳을 지키는 누르스름한 큰 개 한 마리가 별안간 일행 중 한사람인 ㄷ선생님을 금방이라도 물 듯이 으르렁대는 것이었다. ㄷ선생님 옆에는 때마침 교대 동기동창인 선생님이 함께 있었다. ㄷ선생님은 놀란 표정이면서도 웃음을 띤 채 "얘야! 제발 나를 물지 말고 이 친구를 좀 물어라" 하면서 친구인 ㄱ선생님을 안전하게 자기 뒤에 끌어당겨 세웠다고 한다. 사연인즉 본교 기간제 교사인 ㄷ선생님은 며칠 있으면 근무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란다. 옆에 있는 친구 ㄱ선생님이 물리면 치료기간 동안 ㄷ선생님이 ㄱ선생님반 임시 담임으로 이 학교에 더 근무할 수 있고 친구인 ㄱ선생님은 덕분(?)에 치료차 당분간 쉴 수도 있으니 서로 좋지 않으냐는 것이다. 두 선생님이 남달리 친하기에 지나가는 우스갯소리로 한 것인데 그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개는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제자
- 윤태진 경북 경산동부초 교감
- 2003-10-16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