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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원문학상 당선작> 시

꽃 사과나무 아래서


초록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길길이 뛰는 아이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고정되어 있다
악동들이 땀흘리며 정직하게
붙좇는 것은 가죽 공뿐이다
풀더미를 차던 유년의 기억은
돼지오줌통 만큼이나 먼 데
고울 문을 벗어난 공들이
쥐똥나무 울타리에서 우연히
꽃 사과와 만나고 있다
이루지 못한 꿈의 알갱이들이
지친 호흡으로 매달려 있을 무렵,
홍수처럼 눈병이 나돌았다
그들 마음의 창에 시나브로
빨간 등불이 켜졌을 때, 교실에선
민망한 자괴감이 분출하고 있었다
우슬초로 말갛게 씻은 눈 가지고
단아한 가을 하늘 보게 하려고
지혜로운 계절이 저들에게
고통의 축제를 예비해 두었나보다
충혈된 아이들의 눈가에서
물고기의 은 비늘이 떨어진다
마지막 차임벨이 울리며
소란스런 침묵이 끝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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