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김없이 5월이 오고, 교사들은 괴로워진다. 신문이나 방송사 등의 언론사에서는 ‘교사 촌지수수’에 관한 과장된 보도를 하고 있어, 일부 소수의 부적격 교사문제가 교사집단 전체로 매도되고 있다. 이에 교사들은 사기가 위축되고 자긍심이 훼손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일부 교육청에서 감사 당당직원이 학부모를 가장해 촌지수수 함정단속인 ‘촌지 파라치’를 벌이고, 교사에게 촌지 거부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심지어는 교사 개인의 사물함과 소지품을 검사하여 교사에 대한 못미더운 시선을 더했다.
이렇게 스승의 날이 스승 폄하의 날로 변질되는 것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에서는 4월 10일 “2006년 교육계획서 수립 시 스승의 날을 학교휴무일로 반영해 줄”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국의 학교장에게 보냈다. 교총은 “스승의 날 휴무 추진 배경에는 스승의 날을 교원의 촌지수수 등 부조리문제와 연결시켜 교권을 모독하는 일부 언론학부모단체에게 빌미를 주지 않는 동시에 스승의 날 제정의 참의미를 되찾아야 한다는 교직사회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고 그 추진 배경을 밝혔다.
이러한 협조요청에 올해 스승의 날은 전국 초중고교 10곳 중 7곳이 휴업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일부 교사의 촌지 수수로 교사집단 전체가 매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 스스로 그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교사의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며 많은 교사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휴업으로 인해 스승의 날을 ‘촌지의 날’로 자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스승의 날 휴업에 대해 진주교대 학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래와 같이 나타났다.
스승의 날 휴업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가 스승의 날 존폐에 대해 진주교대 학우들의 의견을 알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스승의 날 휴업에 대해서는 찬성이 91.9%, 반대가 9.1%로 나타나 대다수의 학우들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스승의 날 존폐에 대해서는 5/15일 스승의 날 원래대로 시행하자는 의견이 20.9%, 스승의 날을 2/15일로 옮기자는 의견이 29.7%,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47.3%, 잘모르겠다는 의견이 2.2%로 나타났다. 학우들의 의견이 스승의 날 폐지와 시행에 양분된 결과가 나타났다.
우리 예비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보통의 사람들보다 좀 더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혹시 스승의 날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혹시 스승의 날이 교사집단의 높은 목소리로 만들어진 날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스승의 날은 1958년 5월 8일 청소년 적십자 단원(JRC, 지금의 RCY)들이 세계적십자의 날을 맞아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들을 위문하기 시작하면서 스승의 날을 제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된 뒤 1963년 10월 서울과, 1964년 4월 전주에서 청소년 적십자단의 각도 대표가 모여 회의를 열고, 불우한 퇴직교사 또는 질병에 걸린 교사를 위로하자는 차원에서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였다. 그 후 73년 군사정권이 스승의 날을 불법화 하면서 함께 잊혀졌지만, 지난 82년 스승의 날은 부활하여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스승의 날은 이렇듯 다른 누구의 목소리가 아닌 학생들의 목소리로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좋은 뜻에서 생겨난 스승의 날이 세계제일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학부모의 잘못된 자식사랑의 일환인 치맛바람과 학생을 자식처럼 아끼며 바른길로 인도하기보다 자신의 주머니 속을 채우는 용돈거리로 바라보는 자격미달의 교사의 교직관과 맞물리면서 스승의 날 본래의 의미를 상실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부조리에 대해 끊임없는 외부의 질타와 함께 교직사회내부에서의 자정작용으로 많이 순화되었고, 스승의 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오기도 하였는데, 2월로 옮겨 우리 전통 풍습인 책거리로 생각하게 하자는 의견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학교는 제 2의 가정이며, 교사는 제2의 어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5월 8일 어버이날을 자녀가 자신의 부모가 못미덥다고 부모가 돌아가실 즈음에야 돌이켜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겠다고 어버이날을 부모가 돌아가실 즈음으로 옮기자는 사람이 있다면 사회에 지탄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제2의 어버이가 스승이라 말하면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학생이 자신의 스승이 못미덥다고 학년을 마감하는 2월로 스승의 날을 옮겨 교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할지를 생각해 보자는 의견을 내는 사람에게 좋은 방안이라며 박수를 보낸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스승의 날을 휴업을 하더라도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유지해 본래의 의미를 되살려야 하지 않을까. 올해 스승의 날처럼 휴업은 교육부조리에 대한 임시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온전하게 교육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스승의 날을 현재의 스승에 대한 감사의 날이 아닌, 옛 스승에 대해 감사하며, 은사를 찾아뵙는 날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이렇게 된다면 스승의 날의 참의미를 이어가면서 현재의 스승에 대한 촌지 문제 등의 교육부조리는 서서히 청산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화창한 5월 과거를 더듬으며 감사의 마음으로 은사를 찾아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니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