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발표한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의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은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화’다. 학교현장에서 내실 있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수준의 ‘어울림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교육과정에 반영해 2017년까지 모든 학교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어울림프로그램은 학생, 교사, 학부모 등 학교구성원의 공감 및 소통능력을 향상시키고 단위학교에 학교폭력 예방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학교기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이다. 현재 단위학교에서 학교별 특성과 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감, 의사소통, 갈등해결, 자기존중감, 감정조절, 학교폭력 인식 및 대처 등의 모듈별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으며 2015년까지 체계적으로 개발·보급될 예정이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100m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다. 특히, 학생의 심리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안전한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울림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화 정책이 학교현장에 실효성 있게 안착되려면 일회적인 관심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화에 대한 대책이 발표되자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현재 포화상태인 교육과정에 반영이 가능한가?’, ‘이렇게 되면 어울림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교사업무만 과중되는 것이 아닌가?’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학교폭력 예방 대책이 실효성 있게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운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2006년부터 개발돼 현재 핀란드 학교의 90%에서 운영되고 있는 핀란드의 ‘KiVa’ 프로그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장기간의 프로그램 개발과 지속적인 현장적용을 통해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이는 한편 프로그램 개발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운영과 연수에 필요한 모든 행·재정적인 지원을 무상으로 지원할 만큼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근본적인 학교폭력 대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어울림프로그램의 경우에도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내용, 시간,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대한 지침 마련과 운영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우선, 어울림프로그램을 학교교육과정에서 운영하도록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고시’에 반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핀란드나 미국의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범교과 형태로 학교 수업시간에 운영되고 있다. 즉, 국어나 수학교과처럼 학교폭력 예방수업이 교과형태로 운영되도록 제도화돼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교육과정에 반영돼 실효성 있게 운영되려면 각계각층의 전문가는 물론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현장의견을 수렴한 정책연구를 바탕으로 학교현장, 특히 학생과 교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최선의 방안으로 교육과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 학교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어울림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와 지원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간의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단위학교 내에 어울림프로그램 운영 전담부서와 팀이 조직화될 필요가 있다. 핀란드의 경우 KiVa팀 구성과 활동 등 학교단위 KiVa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구체적인 학교폭력 사례에 대한 개입 및 인식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학교 실정에 맞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학교에서 어울림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 학교구성원들의 역할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단위학교의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어울림프로그램을 적용하고 학교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특히 학교장의 리더십과 교사들의 의지와 책무성이 요구된다. 이들의 노력과 책무성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점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정부도 학교폭력 예방 및 어울림프로그램에 대한 실질적인 교원연수를 통해 교원들의 역량강화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교원양성과정에서부터 학교폭력 예방 및 어울림프로그램에 대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추는 등 학교장과 교사가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자율적인 책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실질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시작하는 출발점에 서서 학교구성원간의 공감과 소통이 이뤄져 학교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