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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아이들 전선으로 내모는 중고생 시국선언

가족까지 죽이고 나온 백제 5천 결사대를 허물어 버린 건 신라 틴에이저 화랑들이었다. 아버지, 삼촌의 ‘너는 반드시 뜬다’ 꼬드김에 넘어간 화랑들은 죽음의 공포를 잊고 적진으로 돌진했다. 자식을 죽이고 나온 계백이나 죽으라고 자식을 내 보낸 김유신이나 정말이지 막상막하로 무서운 인물들이다. 전쟁이 어른들에게 중요한 문제인 것은 알겠는데 아비 손에 죽은 계백의 자식이나 희생타로 나간 화랑들은 대체 무슨 죄일까.

학생들 앞세우는 투쟁전술 실천

지난 6일 서울 광장에서는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이란 단체의 주최로 ‘청소년 시국선언 운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앞에 내 건 플래카드에 보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 몸 바칠 각오로 나섰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멋지다 우리 청소년들. 우리나라 민주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라는 단체를 살펴보니 이사장이 이수호 前전교조 위원장이다. 이수호 씨는 2007년 민노당 홈페이지에 “친북, 좌파 세력의 조직이 전교조요 민주노총”이라는 칼럼을 올려 일찌감치 커밍아웃을 실천하신 분이다. 갑자기 그림이 좀 어둡고 불길하게 느껴진다. 에이 설마.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도 괜히 생긴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시계를 좀 돌려보자.

1988년 민중교육 2권이 나왔다. 3년 전 출간됐던 1권이 다소 선언의 형식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투쟁 방식이 제시된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고교생학생운동 시론’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요점은 이렇다. ‘고교생과 교사는 교육민주화투쟁의 두 핵심 세력이며 나아가 고교생은 전체 변혁운동의 대열에 앞장설 수 있는 존재이다. 교사들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것은 고교생 운동을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고교생 활동가의 발굴과 양성 및 고교생 조직화의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 계획이 현실이 된 것이 2004년 인천외고 사건이다. 당시 인천외고는 두 명의 전교조 소속 교사를 파면했다.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했고 손가락을 물어 기꺼이 혈서를 쓰는 과격파가 등장했다. 무책임하게 어른 싸움에 아이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당시 전교조 위원장이었던 원영만 씨는 학생들을 ‘학생 동지’라고 호칭했다.

단체는 얼마 전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민주주의 수호 청소년 시국회의’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처음 이름으로 가자니 이수호라는 꼬리표가 걸렸을 것이다. 현실이 개떡 같은 건 우리가 더 잘 안다. 코 박고 죽어야 할 것은 어른들이다. 고등학생이 현실 정치로 걱정하는 것도 정상이 아니지만 그걸 ‘어른’들이 부추겼다면 정말이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벌써부터 인터넷에는 ‘박근혜 부정선거, 고교생들이 목숨을 버릴 각오를 했습니다.’, 따위의 글이 돌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우리 다시 한 번 만나요.’ 라는 노래가 배경으로 깔린 동영상이 떠다닌다.

인간이라면 지켜야할 도리 아닌가

2007년 촛불난동을 재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건 알겠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백 번을 양보해서 아이들이 제 발로 나왔다는 그 말 같지도 않는 말을 믿어주겠다. 그러니 아이들은 제발 집으로 돌려보내라. 방패, 인질, 불쏘시개 같은 위험한 역할에서 아이들을 풀어줘라. 교육자의 양심 같은 건 기대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기본만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이렇게 물고보고 싶다. 좋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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