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재정은 대학발전의 핵심 관건이다. 따라서 많은 국가들이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 분야 예산 중 고등교육 예산 비중은 2008년 12%(4.4조원)에서 2013년 14.7%(7.2조원)로 증가했다. 2008년 35.9조원이던 교육예산은 2013년 49조원으로 36.5% 증가한 데 비해, 고등교육예산은 63.6% 증가한 것이다. 2013년에는 1조250억원의 국가장학금 증액으로 고등교육 예산 비중은 더욱 늘어났다.
민간의존 심각한 고등교육재정
하지만, 개별대학의 예산은 초라하다. 4년제 대학과 산업대학, 전문대학 등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 전체의 재정규모는 2005년 20조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했지만, 고등교육기관 당 평균 5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대학재정의 민간의존적 구조에 근본 원인이 있다. 고등교육재정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전체 대학재정의 20.7%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 78.1%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대학재정의 21.9%만을 민간이 부담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77.4%를 민간이 부담한다. GDP 대비 고등교육 투자 비율은 2.4%로 OECD 평균 1.5%에 비해 높지만, 정부 투자 비율은 0.6%로 OECD 평균 1.0%에 미달한다.
우리나라 중등교육비는 OECD 평균의 92%에 이르는 반면, 고등교육비는 OECD 평균의 63%에 그친다. 1인당 GDP 대비 학생 당 고등교육비 비율 역시 37%로 OECD 평균인 43%에 미달한다. 한국의 학생 당 교육비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함을 말해준다.
충분한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채 2011년 본격적으로 불거진 반값등록금 문제는 대학재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국가장학금의 대폭 증액으로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액은 증가했으나, 대학재정 총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액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장학금이 다른 대학재정지원액을 잠식한 결과다.
대학재정의 핵심 과제는 민간의존적 분담구조, 즉 높은 사학의존도, 과중한 등록금 부담, 정부의 최소 투자를 해결하는 것이다. 대학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학재정 구조에서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 사업비를 감축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질 저하로 직결된다. 실제로 수업시수와 강좌 당 학생 수 등 대학의 교육여건은 악화되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은 교원의 증가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국제화를 포함한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대학들은 2009년부터 4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 혹은 인하했고, 2012년에는 국공립대학 평균 5.4%, 사립대학평균 3.9%의 등록금 인하를 단행해 이제는 대학재정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으로 지난해 대비 5000억 원 증액한 2조2500억 원을 편성했다. 국회는 여기에 5250억 원을 추가로 증액했다. 학생에 대한 직접지원액의 증가는 대학재정의 확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학생의 등록금 부담만 경감시킨다. 반면, 학생에 대한 직접지원액의 증가에 따른 대학재정 직접지원액의 축소는 결국 연속적인 등록금 동결로 힘들어 하고 있는 대학재정의 어려움을 가중시켜왔다.
학생지원 증가로 대학재정 지원 축소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의 근본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다. 이런 점에서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등록금 지원과 대학재정 지원 대폭 확대라는 공약을 내걸고 출범한 새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매우 크다. 박 대통령은 대학에 대한 정부재정 지원 규모를 GDP 대비 1%(OECD 평균 수준)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다른 재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유지한 채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획기적 재정지원 확대 이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 물론 대학재정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학 스스로에 있음을 고려할 때 대학의 자체적인 재원확보 방안과 노력이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
대학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의 확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냐는 선택만 남아 있다. 대학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새 정부의 공약실천 의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