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7일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18개 단체가 참여해 교육개혁의 공동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대한민국 교육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서로 갈등하는 것으로만 비춰졌던 교육계의 보수와 진보진영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교육계가 개인과 집단의 소신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를 위해 해야 하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실천해갈 수 있는 분위기와 토대가 마련된 것 같다.
이런 바탕 위에 2013년에 우리 교육자들이 특히 힘을 모아 시작했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믿고 따를만한 스승이 돼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의 스승이 되기 위해 교육계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하나는 사회 지도자와 지성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사는 지역사회의 지도자로 인식됐고 교수는 어떤 억압에도 불구하고 바른 소리를 하는 지성인으로 존경받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런 믿음과 존경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더라도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자가 어느 정치 집단에 속하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 한다. 믿음과 존경을 잃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일부 교육자들이 아예 어느 한 편에 서서 정책의 옳고 그름 혹은 타당성 여부를 떠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것처럼 일반인들의 눈에 비쳐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교육자가 불편부당한 입장에 서서 미래를 바르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리고 교육자가 옳은 목소리를 내고 우리 아이들을 옳은 길로 이끌도록 보장하기 위해 교사와 교수들의 정년을 보장해줬다. 이러한 사회적 특권에도 불구하고 만일 교육자마저도 자기가 속한 집단이 어디인가에 따라 그 집단의 목소리만 낸다면 세상은 더 이상 믿고 따를 사람을 찾기 어려워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교육계가 외부의 존경과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허비한 시간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믿고 따를 스승 없이 살아가는 개인과 사회는 별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사람처럼 불행하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안철수와 법륜스님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열광했던 이유는 그들이 사회적 지도자로 인식됐기 때문일 것이다. 힘들고 외로운 길이겠지만 이젠 교육자들이 시대를 밝혀갈 스승으로서의 소명의식을 새롭게 깨닫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갈 것을 소망해본다.
다음으로 교육자는 설령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하고 행동으로 옮기고자 할 때조차도 타인의 오류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오류가능성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상대방의 주장이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자신의 치명적 한계를 놓치게 된다면 세상은 그를 불신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믿음과 주장에 부합하지 않는 단 하나의 예라도 발견되거든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오류 가능성을 줄여갈 때 비로소 세상은 교육자를 사회의 지도자로 교육학자를 시대의 지성인으로 존경하게 될 것이다. 교육자가 이런 자기반성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때 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교육자가 아닌 경제학자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사태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교육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원단체들이 사사건건이 부딪히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래 세대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인가? 교육을 위해 서로 양보하며 뜻을 모으고 공감대를 넓혀가는 노력은 교육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더욱 높여주게 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해 교육계는 앞서 이룬 사회적 협약의 경험을 토대로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대를 넓혀가기 위한 다양한 채널을 만들고 대화의 기회를 늘려가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다는 주장만을 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앞장서서 이를 직접 실천하길 기대한다. 재능기부 활성화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 일부 교사들이 앞장서서 교육기부를 실천하고 있고, 이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 아주 좋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교육자들이 사회가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는 스승으로 거듭나 혼란 중에 있는 우리 사회에 희망의 빛이 돼주기를 계사년 새해 아침에 간절하게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