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실업계고교 학생을 위한 직업계열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실업계고교가 느끼고 있는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직업계열의 도입은 끝없이 위축된 실업계 고교에 회생 가능성을 부여하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직업계열 도입이 가뜩이나 좁은 실업계 졸업생의 활로를 보다 넓게 하여, 다시 말하여 실업계고교가 더 넓은 교육 성과의 배출 창구를 확보하여 중등 직업교육에의 유인가를 높이리라는 점에서 기대를 걸게 한다.
그 동안 대입시험제도가 실업계 학생에게 형평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되어 왔다. 실업계 학생을 위한 직업계열이 없기 때문이었다. 인문·자연·예체능 계열의 대입 수능시험에서는 실업계 학생들에게 계열선택의 기회가 없어 이들 계열에 응시하기 위해 파행적 교육이나 학습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기회 제공의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서도 직업계열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업계 고교의 육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기대대로라면 직업계열을 도입하면 실업계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유지하면서 실업계고교 학생들의 대학 진학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대학 진학 열망에 부풀어 실업계고교에의 진학을 꺼리는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실업계고 교 기피 정서를 반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입시험제도의 도입은 중등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의 변질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또 실업계 고교의 독특한 위상에 대하여도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직업계열의 도입이 기능인력 양성을 표방해 온 실업계고교 교육 정상화에 일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 제도의 도입은 어디까지나 실업계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 정서의 특성상 고교 교육과정의 운영은 결코 대입제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만큼 대학입시는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에 강력한 변수가 된다. 그 동안 실업계고교 학생들은 대학진학을 위해 교육과정의 약 50∼60% 이상을 차지하는 전문교과를 소홀히 한 채 입시공부를 위한 보통교과의 학습에 매달려 왔다 한다. 이유야 당연히 현재의 대입시험이 실업계고교가 추구하는 직업교육과정 내용을 감안한 학습능력을 재기보다는 일반계고교 교과과목 점수를 판정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입제도에서의 직업계열 도입과 함께 적극 검토 되어야 할 것은 직업기초능력 배양이라는 중등단계 직업교육 목표를 더욱 발전시키는 세밀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직업계열의 도입은 중등 직업교육이 지니는 본래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어야 한다. 실업계고교 교육에서는 사실적 지식보다는 방법적 지식, 즉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 등을 중시한다. 이러한 지식은 체험학습과 노작교육을 통하여 전인적 발달을 기하는 목적을 달성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믿어진다. 직업계열에서는 이러한 특성들이 반영되어 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이 왜곡된 중등직업교육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며, 실업계 고교의 본령을 되찾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이 제도의 도입 결과로 나타날 대학 진학 기회의 확대는 지식정보사회의 도래에 따른 국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는 직업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발전시키는 실질적인 장치나 활동에 연결되는 것이어야 한다. 앞으로 산업 현장에는 기초기능을 갖춘 현장 전문기술자의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 따라서 직업계열의 도입이 대학 교육 수학 적격자를 선발하는 장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현장 전문기술자를 배출해내는 교육적 장치의 시작이어야 할 것이다. 바램이라면 직업계열의 도입이 현재 노동시장 에서는 학력이 높아질수록 증가되고 있는 청소년 인력의 유휴화 정도를 낮추는 방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직업계열의 도입이 또 다른 이류인생이나 특별집단을 양성하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식사회에서는 영원한 패자도 승자도 없다고 한다. 자신이 필요에 따라 능력을 개작하고 향상시키며 노력하는 가운데 승자도 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기회의 제공이 라 할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취약했던 실업계 학생에게도 공평한 고등교육기회가 제공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