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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영호 교장 선생님께,

- 선생님, 그 신성한 이름

우암산 단풍이 깊어 가고 있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께 글월 올립니다. 3년 전 고교진학을 놓고 딸아이와 이야기를 할 때였습니다.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인문계로 가서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달리 아이는 용꼬리가 아닌 닭 머리가 되겠다고 호언까지 하면서 자기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였습니다. 여러 날을 두고 회유를 해보았지만 아이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고 아이는 전문계학교를 택하였습니다. 내심 속으로는 이제 공부는 더 멀리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알아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아직은 쌀쌀한 봄날, 시외의 한적한 마을 입구에 있는 학교 입학식에 참석하였지요.

새로운 학교생활에 긴장과 호기심이 가득 담긴 딸애의 얼굴 표정과는 다르게 아쉬운 마음으로 뒤편에 서서 식의 진행을 지켜보고 있을 때, 여러 의례가 지나가고 교장 선생님의 신입생 축사가 있었는데 “지식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 교육을 하겠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 순간 고교 진로상담을 하시던 아이의 중학교 때 선생님께서 “학생 생활지도가 잘 되어 있는 학교입니다.”라고 하시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학교 환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고, 우선 스쿨버스가 있어서 여학생을 둔 어미로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교사(校舍) 주변 산등성이에는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과 나무, 숲들의 변화하는 풍경은 여느 학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것으로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의 정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처음 우려했던 것보다 딸아이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여 갔고 창의적 체험활동도 열심히 하고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며 삼년 동안 자격증도 몇 개 취득하였습니다. 담임선생님과 학과 담당 선생님들께서 보여주신 따뜻한 인간적인 배려와 퇴근시간도 늦추어 가고 일요일도 반납 하면서까지 가르치고자 하는 열성은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제자 사랑 이었습니다. 덕분에 아이의 성적이 많이 올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등학생 엄마도 되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고등학교 과정 마지막 학기 며칠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글월을 올리게 된 것은 그동안 사람됨의 가르침에 열정을 다해 주신 선생님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요즈음 주변에서는 공교육이 땅에 떨어졌다고 하기도 하고 교권이 무너졌다고도 하며 저희 세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일부 학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핵가족시대에 하나 아니면 둘 밖에 없는 자식이라 더욱 소중하게 생각 되어 마냥 감싸고 보호하는 것만이 부모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깨워 주어서, 노력하도록 다독여 주시는 가르침이 한 인간의 인격 형성에 자양분이 되어 일생을 살아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세기를 넘어 읽혀지는 성서의 한 구절보다도 마음속에 그리운 선생님의 사랑이 자리 잡은 사람이야말로 거센 세파에 시달려도 중심을 잃지 않고 튼실한 이 나라의 동량이 될 것이고, 아이들의 가슴속에 마르지 않는 생명수가 되어 혼탁한 세상 곳곳을 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작은 상수리들 속에 있던 작은 나무가 큰 참나무가 되기 위하여 걸음을 옮기어 놓으려 합니다. 그동안 바다를 항해할 수 있게 노 젓는 법과, 한 배를 탄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조화롭게 목적지까지 갈수 있도록 지혜를 가르쳐 주신 교장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께 진정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경수의 모교만이 아닌 어미인 저도 사랑하는「현도정보고등학교」영원하길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현도정보고등학교 3학년 1반 조경수 엄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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