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회 학교폭력 실태조사, 상담교사 확충, 학교 경찰병력 투입…. 학교폭력 문제가 새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육당국에서 내놓은 대책들이다. 지난 1월 5일에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학교폭력근절자문대책위원회’가 출범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른들이 가장 놓치고 있는 부분은 학교폭력문제 해결의 주체에 학생이 빠졌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이고 학생들 사이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논리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들어야 할 학생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필자는 이런 현실을 비판하고자 지난해 12월 말부터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를 계기로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학생들이 바라보는 학교폭력의 현실과 교육당국의 모순을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아쉽게도 어른들의 따가운 눈초리였다. 왜 학생신분으로 그런 활동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시각을 가진 어른들이 내놓는 대책으로는 똑같은 일만 되풀이 될 뿐이다.
이런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시민단체인 ‘대한민국청소년총연합회에서’는 ‘SC OUT’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SC’란 ‘쎈 척한다’에서 '쎈 척'의 머리글자를 딴 영문 약자로, 학교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는 데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묵인, 사회의 구조적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청소년들의 잘못된 의식구조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된 캠페인이다.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의 주요원인으로 꼽는 것 역시 ‘같은 학생간의 계급화’이다. 노스페이스 점퍼는 ‘쎈 척’의 대표적인 예이다. 또래 청소년들보다 강해 보이고 우월해 보이고자 하는 욕망이 청소년들에게 다른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하면서까지 패딩 점퍼를 뺏게 만들고 ‘SC’를 만들고 ‘학교폭력’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청소년들의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SC OUT’ 캠페인은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청소년이 나서서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겠다는 시도이다.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가장 빠른 길은 청소년들 내부적으로 그 문제를 푸는 것이다. 청소년들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문화를 퍼뜨리는 것이 우선과제이다.
잇달아 터지는 학교폭력 문제는 분명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그동안 숨겨만 왔던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정부, 학교, 학생 모두가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상호간 대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보여주기 위한 대책’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실질적인 대책’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경찰이 익명성을 강화한 학교폭력 피해접수 창구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새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학교폭력 문제는 지속적인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줄 일’ 쯤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당국의 모습은 안일하다. 학교폭력을 제대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 간다. 이런 교육당국에 많은 학생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조영우 대한민국청소년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