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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통신> 명문대 진학위해 ‘인종세탁’하는 아시안

몇 주 전 허핑턴 포스트지에 대학진학을 앞둔 동양계 학생들이 동양인이라는 것을 숨겨야 대학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이 보도됐다. 현재 미국 인구의 5.6%밖에 되지 않는 동양인이 미국 명문대 학생의 20~50%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은 더 많은 동양계 학생들이 대학 입학심사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지원자들의 실력으로 합격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많은 학교에서 비공개적인 쿼터(quota)를 두고 신입생 수를 결정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쿼터 시스템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캘리포니아 공대에서는 오랫동안 동양인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1996년 캘리포니아 대학입학제도와 관련한 제안 209호(Proposition 209)의 통과로 소수인종을 직접적으로 우대하는 방식이 금지된 이후 오히려 많은 동양인 학생들이 이득을 보았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대학들은 입학 심사과정에서 학생의 인종이나 민족배경을 고려하지 않는 'Race-blind policy'를 시행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된 이후부터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대학들에는 동양인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제안 209호가 통과되기 전 20% 미만이었던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동양인 학생 비율이 이제는 평균 40%를 넘어 대부분 UC계열 대학에서는 백인을 제치고 동양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UC계열뿐만 아닌 MIT(27%)와 존스홉킨스(23%)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아이비리그 학교들은 지속적으로 백인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기부금이 주로 백인 상류층에서 나오는 마당에 소수계 학생 숫자를 더 이상 늘리는 것은 모험적인 시도라는 의견도 있다.

프린스턴 대학 에스펜셰이드 교수와 래드포드 박사의 연구(No Longer Separate, Not Yet Equal)에 따르면 동양계 학생들은 SAT 평균점수가 가장 높기 때문에 똑같은 내신성적, 가족배경, 리더십, 운동실력을 갖고 있다면 다른 인종 지원자들 보다 몇 백 점 더 높은 SAT 점수를 확보해 놓아야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보로 인해 대학 입시학원이나 대학입시 지도교수도 동양계 학생들에게 그들의 인종 배경을 밝히지 말라고 조원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부모가 모두 동양인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머니만 동양인인 학생도 포함된다. 성(姓)만 봐도 금방 동양인이라는 것이 드러나지만, 미국 이름과 성을 조합하면 동양인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다고 한다.

대만계 어머니와 노르웨이계 아버지를 둔 하버드대 신입생 레니아 옴스테드는 "나의 절반은 대만인이고 절반은 노르웨이인(half Taiwanese, half Norwegian)이라고 여겼지만 어머니로부터 동양인 차별이 심하다는 말을 전해들은 후 하버드대학에 신청할 때 인종을 '백인'으로 표시했다"고 한다. 예일대 신입생인 아멜리아 할리키아스도(중국계 미국인 어머니, 그리스계 아버지)도 마찬가지 사정을 털어놓았다.

한편 한국에서 태어나3살 때 미국으로 왔다는 하버드 신입생 조디 벨프(한국인 어머니, 미국인 아버지)는 한국인이라는 배경이 자신의 발달과정에 큰 역할을 했기에 숨기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으로 선생님과 친구들 반대에 불구하고 '아시안' 박스를 체크했다고 한다. 그는 "나의 반쪽을 숨긴다는 것이 몹시 불편했어요. 내 영혼을 팔아가면서까지 하버드에 입학허가를 얻어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예일대 재학 중인 수잔나 코터(한국인 어머니, 미국인 아버지) 또한 아시안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노골적으로 백인 취급을 받지만 분명한 혼혈인(mixed-race)임을 꼭 밝혀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동양계 학생들이 대학 입학 심사과정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실만으로 좋은 학교에 떨어졌다고 불평할 수는 없다. 좋은 내신 성적과 시험점수만으로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할 점은 미국 대학 입학허가 정책이 학교마다 어떻게 인식·실행되고 있으며 그들의 결정이 인종차별과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또 소수계 학생들이 명문대 입학 후 자신의 민족성을 부인하고 뿌리를 잃어버리기 보다는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주류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방침을 세우는 것이 더없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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