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학생들의 성적 처리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됐다. 각 반의 평균과 전교생의 평균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돼 나왔다. 컴퓨터는 정말로 우리 생활에 다가와 있었고 엄청난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어느 분야에서나 컴퓨터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게 됐고 너도나도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고 외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시점에서 과연 국민 모두가 컴퓨터에 매달리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에 대해서 한 번쯤 고민해야 한다. 미래에는 정보가 아니라 인성과 사고력과 창의력이 더욱 중요한 덕목이 되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단언하건 데, 초·중학교 시절에 길러야 할 것은 올바른 인성과 사고력 그리고 창의력이지 정보 습득 능력이 아니다. 컴퓨터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류에게 행복을 주는 면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만, 초·중·고 학생들에게까지 중요한 도구, 꼭 필요한 도구는 분명 아니다.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능력을 기르는 시간에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여러 가지 생각도 많이 하며 새로운 경험들 많이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컴퓨터의 장점만 보지 말고 단점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고 컴퓨터 통신으로 잘못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만을 단점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줄 안다. 그러나 그 두 가지는 아주 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컴퓨터가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시간을 빼앗아 간다는 데에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인성을 길러야 할 시간에, 책을 읽어 사고력을 키워야 할 시간에, 체험과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창의력을 키워야 할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다.
컴퓨터는 인류가 만든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문명의 이기(利器)이다. 그리고 그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줄 모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손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초·중·고생에게는 아니다. 정보가 중요한 시대이고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지만 학생에게 정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올바른 인성을 기르고 사고력과 추리력,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미래가 정보의 시대일 수는 있어도 정보 습득 능력의 시대는 아닐 것이다. 미래가 컴퓨터 시대임이 분명하지만 그것은 기초일 뿐이고 발전의 성패를 좌우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는 컴퓨터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창의력과 사고력의 차이에서 발전과 후퇴가 결판날 것이다. 학생들이 그 소중한 시간에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인성과 사고력과 창의력을 잃어 가는 일이 없도록 학교와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