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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날지 못하던 공

교정의 살구나무가 막 꽃망울을 터뜨린 봄날 오후. 3학년 체육시간에 나는 배구장에서 서브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배구 수업이 세 번째 시간이라 학생들이 서브를 넣은 공은 파란 하늘을 높이 날아 네트를 가볍게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한 아이의 공은 매번 네트 근처에도 못 가고 힘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민영이는 전혀 힘을 가하지 못하고 공에다 겨우 손만 갖다 대고 있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높였다. "더 힘껏 쳐야지. 이렇게 해봐. 왜 안돼" 나는 그렇게 쉬운 동작도 못하는 것이 이상하기만 했다.

그러자 민영이는 "공까지 손이 가질 않아요. 저…선생님, 저는 오른팔과 손을 쓰지 못해요…"라며 겸연쩍게 말했다. 그리고는 힘없이 늘어진 오른팔을 몸의 반동으로 흔들어 겨우 손을 공에 갖다대는 동작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오늘까지 세 시간 동안 그렇게 애쓰며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당황했지만 애써 진정하며 말했다. "미리 얘기를 했어야지…" 세 시간 동안 아이가 어떤 생각으로 수업을 받았을 지 가슴이 메었다. 못하겠다는 말도 없이 장애를 배려해주지 못한 나를 원망하기보다 내 수업방식에 맞춰 불편한 자신의 손을 적응시키려 노력하다니…. 대답 대신 민영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민영이의 오른손 대신 공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민영이가 쓸 수 있는 왼손으로 공을 치도록 했다. 그런대로 괜찮은 방법이었지만 호흡을 맞추기가 어렵고 동작도 어색했다. 그래서 이번엔 혼자 왼손으로 공중에 볼을 띄워 놓고 내려오는 볼을 왼손으로 치도록 연습을 해봤다.

성공이었다. 민영이가 힘을 다해 왼손으로 정확하게 공의 중심을 맞추자 하얀 배구공은 파란 하늘을 날아 네트를 가볍게 넘어가는 것이었다. "됐다, 됐어!" 고맙다고 말하는 민영이를 보며 기쁜 나머지 눈물이 고였다. 그 아이의 끈질긴 투지와 진지한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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