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용린 교육부장관은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교사들이 깜짝 놀랄만한 발언을 했다. 과외를 줄이기 위해 교원보수를 현실화하는 방안으로 2004년까지 매년 5만원씩 올리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 5만원은 호봉승급과 민간수준의 임금 인상분을 뺀 별도의 액수인데, 그럴 경우 본봉 기준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가계지원비 등 각종 수당도 인상돼 매년 1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더 받게 된다.
이런 신문보도에 전국의 많은 교사들은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의아해 했을 것이다. 문 장관이 말부터 앞서는 `가벼운'처신으로 언론에서 여러 번 얻어터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얼마전의 `사교육비 지원방침' 발언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중앙일보(5월10일자 29면)는 문 장관의 교원봉급 매년 5만원 인상이 관계부처와 예산을 협의하지 않은 `나홀로 발표'임을 보도하고 있다.
교육부 스스로 확정안이 아니라고 해명서까지 낸 것을 보면 `없었던 일로 해주세요'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거니와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진 교사들을 교육부장관이 위무·격려해주진 못할 망정 이렇게 우롱해도 되는 건지 묻고싶다.
그러나 십분 이해하여 그것이 위무·격려차원에서 한 장관의 충정이라 해도 문제는 남는다. 과외허용 판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급한 불부터 끄려는 생각에서 교사우대책을 내놨다고 해도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우대의 본질은 돈이 아닌 제도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1년에 100만 원쯤 봉급을 올려 준다고 학생들의 당연한 요구사항을 교육부나 교육청 지시라며 묵살할 수밖에 없는 교단 현실에서 교권이 바로 설 수는 없다. 요컨대 학생들의 타당한 요구를 접수하여 교감·교장 등 관리자에게 전달하고 그것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교사(담임)로서의 권위가 설텐데, 아직도 학교는 교장의 일방적 지시만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교육부가 내려보낸 소정의 지침대로 움직여야 하는 교사는 TV토론회에 출연했던 어느 학생의 말처럼 불쌍한, 지식 따위나 주입시키는 기술자일 뿐이다. 학생에게 보이는 교사의 처지가 이럴진대 그깟 돈 얼마로 교권이 살아날까.
진정으로 교육부가 교사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교권이 서게 할 의자가 있다면 우선 일방적 지시관행 등 본질적인 병폐부터 과감히 뜯어 고쳐야 한다. 또 교육부총리제 신설을 앞두고 초·중등 업무를 교육청에 대폭 이양하는 등 학교의 자율성 강화를 밝히고 있는데 이때도 명심할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