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8일자 동아일보 제1면에 실린 파스퇴르유업 광고란에서 '민족사관고등학교' 최명재 교장 겸 설립자는 `고액과외의 원인이 학교 교사가 과외 교사나 학원강사보다 질적 수준이 낮은데서 비롯됐으며 고액과외를 없애려면 자유경쟁의 원리 하에 교사, 특히 사립학교 교사의 질적 수준을 과외교사나 학원강사의 수준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학교 교사가 과외 교사보다 질이 낮기 때문에 과외가 생긴다는 발상은 현실과 거리가 먼 논리다. 학교에는 교사가 되어 다년간의 입시지도 경험이 있는 실력 있는 교사가 많이 있다. 고액 과외교사와 차이가 있다면 현직 교사는 과외지도를 하는 것이 불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는 것뿐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할 수만 있다면 실력 있는 현직 교사의 과외를 가장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결과이다.
오히려 과외를 하는 사람 중에는 교원자격증이 없거나 학력이나 경력을 허위로 광고하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고액과외는 고액을 투자하는 만큼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고액과외는 일부 부유층의 불안심리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잘못된 사고방식, 그것을 이용해 쉽게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과외꾼' '쪽집게 교사'들의 속셈이 맞아 떨어져 생겨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고액과외는 전통적인 가치, 사회적인 사고방식, 고위층 및 부유층의 잘못된 이기심, 물질만능 풍조, 열악한 학교교육 현장 등 복합적인 원인이 결합된 결과다. 그런데도 그 원인을 오로지 교사들의 낮은 수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교사를 깔보는 행위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또 교육적인 문제를 시장 경제 원리, 단순히 경쟁의 논리로 접근하려는 것은 결코 교육적인 성공을 기대할 수도 없다.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이 이러한 원리만을 강조해 끝내 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교권 추락과 함께 교육현장을 피폐하게 만든 전례를 잊어선 안 된다.
"우리 나라의 학교 교육은 경쟁의 사각지대이며 교사들이 안일무사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라는 주장은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현직교사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다. 학교 교사가 어디 수업만 하는가. 각종 공문서 처리 및 잡무, 생활지도, 상담, 담임 업무, 특기 적성지도, 심지어 잡부금 수납 업무까지 해야 한다. 40∼50명이 넘는 학급에서 효율적인 수업과 개별지도를 위해 애쓰는 교사의 모습이 안쓰럽다.
사정이 이러하다. 그런데도 현직 교사가 학원강사나 과외교사보다 질적 수준이 떨어진다며 책임을 돌린다는 것은 과외문제에 대한 본말을 흐리게 하고 오히려 '과외꾼'들을 선전하는 꼴이다. 파스퇴르는 이 같은 실언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