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1 (목)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특별기고> 교육부 장관님께!

우선 장관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중책을 맡아 업무 파악에 여념이 없으실 줄 알면서도 이런 글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 교육이 많은 문제 때문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기에 교사 양성 대학의 총장으로서 몇 가지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점 널리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의 교육은 `교사'에게서 비롯되고 `교실'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아무리 좋은 명분과 목표를 가진 교육 발전 계획이라 해도 교사의 능력이 부족하고 교실 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면 그 성과는 결코 어떤 요구와 기대도 충족시켜 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매우 단순하고도 당연한 논리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까지의 우리 현실은 이 단순하고도 당연한 논리를 외면해 왔습니다. 우리 교육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교육의 제일선 주체인 교사들은 교사 양성 대학을 거쳐 학교 현장에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교사 양성 대학의 주된 목표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유능한 교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대학을 비롯한 교사 양성 대학의 교육 여건은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교실 당 학생이 40명을 넘고 교수 당 학생 수가 30명을 넘습니다. 공간은 협소하고 시설은 요구에 턱없이 못 미칩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현장과 연계된 효율적 교육 활동을 전개하고자 몸부림쳐도 여기에는 많은 원천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진대 교사 양성 대학을 거쳐 나간 현장 교사들의 능력이 근본적으로 충분치 못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일선 학교 교실은 또 어떻습니까. 비좁은 공간에 학생 수는 40명을 넘는 것이 보통이고 교사들의 수업 시간 부담은 엄청납니다. 더욱이 교사들의 많은 학교 시간이 교육 외적 잡무 처리에 바쳐지기도 합니다. 결국 교실에서의 실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노릇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든 교육 발전 프로그램들은 이 엄연한 사실들을 무시하고 `겉모양 내기'로만 추진되어 왔습니다. 그리하여 원대한 꿈의 제7차 교육과정이 개발되고 21세기의 요구인 열린교육, 창의성 교육, 수준별 학습, 수행 평가 등이 촉구되어 왔지만 그 현장 수용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능력에도 한계가 있고 교실의 조건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현실 속으로 이상에 치우친 강한 요구들이 무작정 쏟아져 몰려오니 자연 교사들의 고통받는 불만의 목소리만 높아갈 뿐이었습니다. 여기에다 정책 혼선으로 교원들의 마지막 자긍심까지 박살내고 말았으니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교실 교육이 어떨지는 알고도 남음이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늦게나마 이러한 교육 현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교육부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킨다는 대통령의 구상도 제시된 바 있고 2003년까지 교실의 학생 수를 OECD 국가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도 나오고 있어 고무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처방이 또다시 임기응변의 부분적 손질이나 시늉내기만으로 끝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교사들의 능력 향상과 교실 교육의 기본 여건 변화를 위한 종합적 현실 진단, 보완적 실천 의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기업 회생을 위해 공적 자금을 쏟아 부었듯 교육 회생을 위해서도 이러한
특단의 조치가 강구되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는 하지만 실제로 그 담론은 언제나 성급한 경제 논리에 억눌려 슬그머니 들었던 머리를 감추곤 했던 것이 이제까지의 실상입니다.

이러한 정책 추진의 오류가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하기에 교육의 위기를 몸으로 읽고 있는 교사 양성 대학의 총장으로서 조금씩이나마 교육 발전의 시운(時運)이 움트고 있는 이 때에 보다 확고한 문제 해결의 추진력이 발휘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습니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습니다. 교실이 살지 않으면 교육이 살 수 없습니다. 부디 말씀대로 `교육 인프라'를 재구축 하여 `신명 나는 교육 개혁'이 추진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교원들의 사랑과 헌신이 진실로 회복되어 우리의 학교 교실이 진정한 `국민 교육'의 살아 있는 요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모든 것의 실현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낮은 곳'을 살피는 장관님의 혜안(慧眼)이 더욱 빛나기를 간곡히 기원합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