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교실에 앉아 있다고 해서 같은 출발선에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주배경 학생에게는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이들에게 한국어 교육과정은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에 참여하고 학습권 실현을 돕는 공교육의 기초다.
이주배경 학생 크게 증가
초·중등 교육에서 이주배경(다문화)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이 처음 고시된 것은 2012년이었다. 이후 현장의 적용 사례들을 검토 보완해 2017년에 교육과정이 개정·고시됐다. 고시 후 10년이 지난 지금, 교육과정 적용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교육부 교육통계서비스(KESS)의 자료에 의하면,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은 2017년 대비 2025년 약 85% 증가했다. 전체 학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9%에서 4.0%로 2배 이상 높아졌다. 학생 수의 증가와 더불어 출신 국가, 입국 시기, 가정의 언어 환경과 이전의 학교 경험에 따라 교육적 요구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편, 일반 교과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다. 학생 변화와 교과 교육의 변화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한국어 교육과정은 학생의 다양한 출발점을 고려하면서 교과 학습으로 이어지는 길을 더욱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일상적인 대화에 능숙한 학생도 교과서의 개념을 이해하거나 학습 내용을 글로 설명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생활 한국어와 학습 한국어의 관계를 체계화해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일반 교과와의 관계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어 교육이 일반 교과 교육과정의 목표, 내용 체계, 성취 기준 및 평가와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 또한 궁극적으로 일반 교과의 교육과정을 공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주배경 학생이 학교에서 마주하는 인간관계 문화도 한국어 교육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야 한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소통 방식과 예절을 가르치고, 이성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도록 해야 한다. 관계의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상대의 의도를 오해하거나 자신의 마음을 적절히 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한국어 수업에서는 실제 학교생활의 상황을 바탕으로 관계의 언어를 익히고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문화교육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음식 문화와 식사 예절, 주거 문화와 생활 방식은 학생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중요한 학습 내용이다. 명절과 세시풍속, 전통 예술과 문화유산도 한국 사회의 역사와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 만들기, 생활 모습 비교하기, 문화유산 탐방하기 등 체험과 탐구로 이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배우면서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 비교하고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의 발달 수준과 한국어 능력을 고려한 단계별 학습 내용과 성취기준을 마련하고 교수·학습과 평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바뀐 현장 실태 파악부터
이는 교육 현장의 실태와 요구를 확인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생과 교사, 학교와 교육행정 담당자의 경험을 폭넓게 살펴 교육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서의 구조와 용어를 명료하게 정비하고, 교육과정의 설계 원리와 적용 방법을 교사가 이해하기 쉽게 제시해야 한다. 교원 양성 과정의 교육을 강화하고 담당 교사와 장학사를 위한 지속적인 연수와 지원 체계도 마련하자.
국가 수준의 한국어 교육과정은 이주배경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보장하는 공교육의 기본이다. 오늘의 교실에 맞게 새롭게 다듬어, 이주배경 학생들이 언어와 문화의 문턱을 넘어 배우고 관계 맺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