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완전 국가책임제’는 가능한 것인가? 이는 출생 및 영유아 돌봄 단계부터 시작해 초·중·고 공교육은 물론, 고등교육(대학)과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의 교육 권리와 재정적·행정적 부담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공교육 체계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최근 ‘유보통합’의 정책 설계에서 보는 것처럼 영유아 교육·돌봄의 완전 공적 책임이 필수다.
끊어야 할 학벌 세습과 사교육비
실제로 전면 무상교육의 대표 격인 북유럽 국가와 일부 유럽 국가인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는 유보통합에서부터 국공립대학 등록금까지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체코 역시 국공립대학 정규과정까지 자국민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한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 산마리노 등은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등록금 면제는 물론 매월 생활비, 장학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남미 국가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역시 명문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이 무료다. 이들은 ‘교육은 공공재이자 기본 권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유·초·중·고 및 국공립대학의 등록금까지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국가가 교육의 완전 책임제를 실행하는 제도로 진전을 거듭해야 한다. 특히 시급한 것은 대학 등록금 지원 확대 및 대학 간 네트워크화를 통해 계층 간 학벌 세습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국가가 구조적으로 끊어내는 것이다.
‘완전 국가책임제’가 실행된다면 다음과 같은 획기적인 장점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출발선의 완벽한 평등과 계층 이동 사다리의 복원이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거주 지역에 따라 아이의 언어·인지·정서 발달 격차가 벌어지는 ‘교육 세습’을 초기 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다. 국가가 표준화된 최상의 교육 환경을 100% 보장함으로써, 출생 신분과 상관없이 누구나 잠재력을 피워낼 수 있는 진정한 교육 사다리가 복원될 것이다.
둘째, 초저출생 위기 극복 및 가정 경제의 실질적 회복이다. 오늘날 청년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며 나아가 ‘N포 세대’로 발전한 가장 큰 원인은 ‘양육과 사교육비에 대한 공포’다. 국가가 돌봄과 교육비 부담을 완벽히 흡수함으로써 가계 소득의 실질적 여유를 확보하고, 저출생의 사슬을 끊는 것은 국가 소멸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비중 있게 작용할 것이다.
셋째, 교사의 본연적 사명 회복이다. 보육, 늘봄, 행정 잡무, 방과후 관리 등 교육 외적 부담을 국가 및 지자체 전담 기구로 완전히 이관함으로써, 교사가 오롯이 수업 연구와 인성(생활) 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교육 본연의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헌법적 가치 회복의 열쇠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완전 국가책임제’로 나아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명확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교육을 완전 국가책임제로 과감하게 실행하지 못하고 난항을 겪어온 데에는 깊은 구조적 난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과 행정적 이기주의(지배구조의 파편화) 때문이다. 가장 극명한 예가 오랜 시간 헛돌았던 ‘유보통합’이다. 각 부처의 예산권, 관할권, 그리고 교사와 보육교사 간의 자격·처우 격차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격렬한 대립을 국가적 결단으로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다. 돌봄과 교육이 지자체, 교육청, 중앙정부로 파편화되어 있다 보니 ‘누가 주도권을 쥐고 예산을 짤 것인가’를 두고 책임 공방만 반복되어 온 것이다.
둘째, ‘소비자주의 사교육 시장’의 거대한 기득권과 학벌주의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의대 쏠림’과 전통적인 ‘입시 위주 경쟁 체제’는 공교육이 조금만 과감한 국가책임 모델을 시도하려 해도 사교육 시장으로 탈출하려는 강한 역동성을 만들어낸다. “남들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극도로 자극하는 사교육 이익 집단과 대학 서열화라는 단단한 학벌 기득권이 존재하는 한, 국가가 아무리 공적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려 해도 민간 자본의 침투를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
셋째, 국가 재정 투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및 정치적 결단의 부재 때문이다. 완전 국가책임제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국가 재정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선거나 정권에 따라 교육 정책을 단기적 인기몰이용 공약으로만 소비했을 뿐,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철학 아래 세제 개혁이나 과감한 예산 우선순위 조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국가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현재도 피상적인 학령인구 감소에 발맞추어 교육교부금을 개정해 대학 지원이나 평생교육의 예산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 그 실례라 할 것이다.
결국 교육의 완전 국가책임제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교육 공공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온전히 회복하는 국가 대전환 프로젝트라 할 것이다. 지체된 국가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낳기만 하면 아이의 교육은 국가가 100% 책임진다’는 획기적인 법적 체계로의 국가적 대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