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프로그램이 학생의 학업 성취를 돕기 위해서는 학교 정규수업과 학습 목표, 내용, 자료, 학생 진단 정보가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 돌봄이나 숙제 지도에 머무르기보다 학교 수업에서 확인된 학습 결손을 방과후 활동과 연계해 보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최근 연구보고서 'How Schools and After-School Programs Can Collaborate to Support Academic Alignment'를 통해 미국 K-12 공립학교의 정규수업과 방과후 프로그램 간 학업 연계 실태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2025년 미국 학교장 패널 조사에 참여한 공립학교 교장 1038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양상과 수업 연계 수준을 살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교장의 76%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과후 프로그램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방과후 프로그램이 정규수업의 학업 내용과 연계돼 있다고 응답한 교장은 52%였다. 20%는 보통이라고 답했고, 29%는 연계돼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전체 학교 기준으로 보면 정규수업과 학업적으로 잘 연결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는 절반에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학교급별 차이도 뚜렷했다. 초등학교 교장은 46%만 방과후 프로그램이 정규수업과 연계돼 있다고 답한 반면, 중학교는 59%, 고등학교는 67%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이 학습 보완보다 놀이, 돌봄, 사회성 형성에 더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봤다.
학교 특성별로는 도시 학교와 고빈곤 학교에서 학업 연계 응답이 높았다. 도시 학교는 58%가 방과후 프로그램과 정규수업이 연계돼 있다고 답해 교외 지역 학교(46%)보다 높았다. 고빈곤 학교도 60%로 저빈곤 학교(44%)보다 높았다. 이는 취약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프로그램이 보충학습과 학습 결손 회복에 더 초점을 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로그램 운영 주체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학교나 교육청 직원이 교내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은 59%가 정규수업과 연계돼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외부기관이 교내에서 운영하는 경우는 45%, 외부기관이 교외에서 운영하는 경우는 41%에 그쳤다. 연구진은 학교 교직원이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학생의 학습 수준, 수업 자료,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업 연계가 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과후 프로그램의 학업 기능은 학교마다 크게 달랐다. 일부 교장은 방과후 프로그램이 돌봄이나 놀이, 체육·예술 활동 중심으로 운영돼 학업 연계 노력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반면 일부 학교는 학년별 교사와 방과후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만나 수업 단원과 핵심 성취기준을 공유하고, 방과후 시간에 같은 개념을 게임, 프로젝트, 실습 활동으로 다시 다루고 있었다.
주요 학업 지원 방식으로는 개별지도, 심화·체험활동, 숙제 지원이 제시됐다. 이 중 개별지도는 가장 직접적인 학업 연계 방식으로 나타났다. 학생이 정규수업에서 어려움을 보인 영역을 진단 자료로 확인한 뒤 방과후 시간에 보충 지도하는 방식이다. 반면 숙제 지원은 학업 내용과 연결되기는 하지만, 수업 목표를 확장하거나 결손을 체계적으로 보완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약한 연계 방식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방과후 프로그램이 정규수업을 단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방과후의 장점은 정규수업보다 유연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학생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는 데 있는 만큼, 수업 시간의 학습 목표를 게임, 탐구, 프로젝트, 실제 문제 해결 활동으로 확장하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방과후 운영 주체 간 협력 구조가 핵심으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정규수업 교사와 방과후 담당자가 학생의 평가 결과, 학습 결손, 수업 자료, 지도 전략을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공통 성취기준과 교육과정 자료를 함께 사용하고, 필요할 경우 방과후 담당자에게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학업 연계를 높이는 방안으로 제안됐다.
연구진은 “학업적으로 연계된 방과후 프로그램은 학생의 학습 결손을 보완하고 학교 수업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방과후 시간이 또 하나의 정규수업처럼 운영되기보다 학생에게 의미 있고 흥미로운 활동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와 방과후 프로그램 간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정기 협의가 학업 연계의 핵심 조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