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유엔(UN)과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는 여러 차례 우리 정부에 교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와 차별 개선을 권고해왔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교원의 학생 교육활동 등 공적 업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이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업무와 무관한 사적 영역에서의 정치적 의사 표현마저 금지하고, 정치후원금 기부 등 모든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과도한 기본권 침해 비판
단적인 예로, 교사가 특정 정치인의 SNS 게시물에 댓글을 쓰거나 ‘좋아요’를 클릭한 행위만으로도 고발돼 징계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중앙선관위는 교사가 선거운동 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의 글을 가족이나 친척과 공유하는 경우조차 위법성을 피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교사를 사실상 ‘정치적 금치산자’로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사적 영역에서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허용하고, 정치후원금 기부 제한 역시 폐지해 교사의 시민적 권리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원의 공무담임권 보장 또한 시급하다. 현행법상 유·초·중등 교원은 공직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교직을 떠나야 한다. 선출직 공무원과의 겸직도 불가능하다. 이는 교육 전문성을 지닌 교원의 공직 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현장감 있는 교육 입법과 정책 수립에 한계를 초래하는 차별적 요소로 작용한다. 이젠 면직 조항 적용을 제외하고, 입후보 시기와 선출직 공무원 재임 기간을 휴직으로 처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물론 정당 가입 및 선거운동 참여가 제한된 현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교육감 선거 등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거나, 여타 공직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입후보하는 경우에 한정될 수 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인 정당 가입 및 선거운동 금지 역시 단계적 폐지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교원의 정당 가입 및 선거운동 일체를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2014년 헌법재판소는 현행 정당법 관련 결정에서 9명의 재판관 중 4명이 위헌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반대의견은 국가공무원법에 이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나 근무 기강 확립 장치가 충분함에도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며, 정당 가입 금지로 실현되는 공익은 매우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반면, 정당 가입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공무원의 기본권 제약은 매우 크므로 법익 균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교원에게는 정당 가입을 허용하면서 유·초·중등 교원에게만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 내용에 재량이 많은 대학 교육의 특성이나 교원이 정당에 가입하면 편향된 교육을 할 것이라는 추측은 논리적 비약으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단계적 접근 통한 공감대 필요
교원에게 모든 정치 활동을 동시에 허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이나 우려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교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