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 등 찍힌다’는 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잘 되리라 믿고 있던 일이 어긋나거나 믿고 있던 사람이 배반하여 오히려 해를 입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라 풀이하고 있다. 사자성어로는 ‘지부작족(知斧斫足)’이라 일컫는 이 속담은 좀 더 구체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 혹은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마치 날카로운 도끼에 발등을 찍힌 듯한 갑작스러운 충격과 깊은 상처를 빗대어, 믿음의 배신으로 인한 실망감과 분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에서 '스승의 날을 교원 모욕의 날로 만든 경기도교육청'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누구보다도 교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교육청과 그 소속 감사관실이 위로와 격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스승의 날에 시흥의 A고교와 광명의 B고교를 사전 고지 없이 교원들을 대상으로 불시 복무 점검을 감행했다. 이는 교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비인간적인 행태일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우울하고 심난해 울고 싶은 교원들의 뺨을 때리는 격으로 법 집행을 방자한 참으로 어이없고 기가 막힌 일이다.
교권 추락, 붕괴로 탄식이 전국을 메아리치는 이 즈음에 교무실에서 교사의 책상을 뒤지고, 캐비닛을 열고, 사진을 찍으며, 현장에 없던 교사의 책상까지 조사하는 등 위압적인 방식의 업무 집행은 아무리 법적으로 보장된 업무라 하더라도 이는 ‘피눈물도 없다’는 하소연을 듣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요즘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라 해도 학생이 가져온 꽃 한 송이조차 받길 주저한다. 그런데도 교사를 부패한 공무원처럼 취급하는 도교육청의 행태는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이다. 이러니 일반인인 학부모들이야 오죽할까? ‘교사 때리기’와 ‘학교 사법화’의 교육위기가 바로 이런 권위적 행태로부터 시작됨을 누가 부정할 것인가?
해당 감사관실 관계자는 “불법 찬조금 근절과 복무 기강 확립을 위한 점검이었다”, “교사들 개인 서랍이 아닌 업무용 캐비닛을 점검했고, 현장에서 충분히 안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지만 관련 민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평소의 기강 관리 차원 업무라 굳이 주장하더라도 이는 시기와 방법 등에서 모두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며 무엇보다도 비인간적이다. 또한 이는 의도하는 목적을 원만하게 달성할 수 없는 지극히 비교육적이고 비효율적인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사전 고지 없이 사물함과 프린트기를 뒤지고, “다음에는 봐주지 않겠다”는 위압적인 발언을 했다는 교사들의 주장에는 분노마저 금할 수 없다.
흔히들 ‘적은 내부에 있다’고 말한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자들이 결정적인 시기에 적으로 돌아서거나 사사건건 반대하며 조직을 훼손하고 상처를 주며 이간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교직을 이탈하고 명퇴를 하려는 교원이 증가하는 상황에 교원의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져 주어야 할 교육청이 오히려 교원들을 향해 ‘너희 일, 알 바 아니다. 그러니 똑바로 해라’고 꾸짖듯이 스승의 날이라는 그래도 특별한 그날, 굳이 그런 방식으로 복무 감사를 했어야 하는지, 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며 그 정당성조차 인정할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2022년 임태희 교육감 취임 후 경기교육의 기조로 ‘자율, 균형, 미래’를 내세웠고 “학교가 경기교육의 중심”이라며 교사들을 교육의 주체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교원들을 위한 선도적인 교육정책을 펼치고자 고심을 많이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감사는 교육감의 행로와는 역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아주 부적절하고 비효율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경기도교육청이 의도하는 교원 복무 자세를 올바로 견지하려는 목적보다는 교원들의 반감을 사고 분노케 하는 역효과가 유발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학교는 자체적으로 복무점검에 따라 보완 및 안전사고 예방에 나름 철저를 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미비한 점도 있을 수 있고 이에 따른 보완은 얼마든지 별도의 방식에 의해 실행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아직도 전근대적 방식에 의해 위압적이고 권위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폐지해야할 구태의연한 적폐라 아니할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직원에 대한 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감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교사는 물론 교육 종사자들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교육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 적어도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교육기관, 특히 교육청과 학교에서만큼은 모든 절차가 민주적이고 교육적으로 이루어져 그 의도하는 순수한 목적이 교육종자자들 모두의 공감과 협조, 연대 속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업무 우선’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이라는 인간 존중 사상의 휴머니즘에 입각해 보다 교사친화적인 정책과 운영이 우선적으로 실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