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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함과 비검함 사이

1. 용기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기가 용기가 아닌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고뇌가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두려움과 불안에 떨어가며 자기 내면의 고뇌를 쌓아 온 사람에게서 얻어지는 내공이 용기인지도 모른다. 누구든지 처음부터 오로지 용감한 사람은 없다. 누구든 처음부터 두려움 없는 사람은 없다. 용기 있는 사람이란 아마도 용기를 발현하는 그 순간조차도 두려움을 물리쳐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애초부터 용기가 비집고 들 틈이 없다는 점이다. 옛날 가난했던 시절, 교실 유리창이 깨어지면 그것을 깬 학생이 속절없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이 간 유리창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창호지로 꽃무늬 문양을 만들어 뒷면에 풀칠을 하고, 깨어진 유리창 금을 따라 붙여서 간신히 유리창 구실을 하게 했다. 그때는 무슨 유리가 그렇게 얇고 허약했는지, 또 유리창 창틀은 고정되지 못하고 언제나 덜커덩거렸다. 그 무렵 개인도 나라도 학교도 형편없이 궁핍했던 분위기가 절절하게 환기되어 온다. 아무튼 유리는 자주 깨어졌다.

그런데 누가 언제 어떤 사정으로 유리를 깨지게 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유리창이 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체육 시간 마치고 교실에 들어와 보니, 옆면 유리창이 그것도 두 개씩이나 나란히 깨져 있는 경우가 그러했다. 그야말로 미스터리하게 깨진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유리창을 깬 사람이 자수할 때까지 귀가할 수 없었다. 자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잠정적 공범자로 머물러 있어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 누구야, 빨리 자수해.’ 이런 투덜거림이 터져 나왔다. 우리가 운동장에서 체육활동 하는 사이에 다른 반 아이들이 공을 차다가 깨뜨리고 도망갔을 수도 있다. 시간은 자꾸 가도 범인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범인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누군가 희생적으로(자신이 깨지 않았어도) 자기가 깼다고 말하면서 우리 모두를 이 곤경에서 구해 줄 사람은 없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군대에서 훈련을 받을 때도 그 비슷한 장면들이 더러 연출되었다. 유격훈련이나 기동훈련 과정에서 우리 부대가 결정적 곤경에 처해서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되었을 때, 당면한 고초를 자진하여 감당하고 부대를 위기에서 살려내는 경우가 있다. 어찌 고뇌와 고통이 없겠는가.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런 이야기가 실제 전투에서는 더 많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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