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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심과 비겁함 사이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을 때가 있다. 비겁함도 그렇다. 비겁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더 용기 있어 보이기도 한다. 젊은 날의 치기가 그렇고, 학창시절 남학생들의 영웅심리가 그렇다. 뭔가 보여주려는 욕망을 가지면 가질수록, 없는 영웅심을 억지로 연출해야 하는 비겁한 마음도 덩달아 자라난다.

01
소년기를 벗어나던 무렵, 나는 헤르만 헤세(Herman Hesse, 1877~1962)의 명작 <데미안>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 바로 이런 심리를 나도 느껴 본 적이 있어. 맞아, 바로 이거야!’ 하고 맞장구를 치며 공감에 젖었던 대목이 있다. 그것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실제로는 훔쳐 본 적이 없었으면서도, 자기가 남의 과수원에 들어가 사과를 훔쳤노라고 제법 리얼하게 거짓말하는 대목이다. 그 비슷한 경험을 나도 겪어 보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착하고 바른 소년 싱클레어는 동네의 조금은 불량스러운 놀이 집단에 우연히 끼게 된다. 이 아이들은 자기가 얼마나 불량스럽고 모험적으로 영웅 같은 일탈 행동을 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떤 아이는 무서운 주인이 있는 집에 가서 그 집 물건을 훔쳐 온 이야기를 한다. 또 누구는 학교나 규칙을 얼마나 고약하게 어겨가며 나쁜 짓을 했는지를 자랑한다. 어떤 아이는 얼마나 폭력적으로 싸움질했는지를 무용담처럼 자랑한다. 어른들을 속이고 골탕먹인 이야기는 그저 보통으로 등장한다. 우두머리격인 프란츠 크로머는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의 못된 일탈 행동들에 대해서 영웅적 용기를 떨친 것이라며 띄워 준다. 그런 짓을 해 본 적이 없는 싱클레어는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다른 아이들이 자기를 영웅다운 사람으로 봐주기는커녕 ‘비겁한 사람’으로 여길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마침내 말한다. 자기도 과수원에 들어가서 사과를 여러 번 훔쳤노라고. 그리고 그런 일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긴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러고 나니 마치 자기 안의 영웅심을 자기도 처음으로 발견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짓말을 했다는 데서 오는 양심의 불안이 생겨난다. 악동 대장 프란츠 크로머는 싱클레어의 이런 심리를 재빨리 간파한다. 싱클레어 내면에 있는, 영웅이 되고 싶은 허영을 간파하기도 하고,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하는 비겁함도 간파한다. 그리고 싱클레어가 지금 느끼는 불안에 대해서도 냄새를 맡는다. 크로머는 싱클레어에게 네가 도둑질한 과수원 주인에게 일러바치겠다고 협박하면서, 조금씩 불량한 행동을 강요하고, 그를 점차 어둠의 세계로 끌고 가려 한다. 이 과정에서 싱클레어는 자신의 비겁함과 용기없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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