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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내 몸 속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 몸 미생물이야기

지인으로부터 녹나무 한 조각을 선물 받았습니다. 몇 백 년 된 녹나무로 탁자를 만들고 남은 조각을 얻었다고 하면서 은은한 향의 나무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바짝 말라있던 나무에 물을 휴지에 묻혀 표면에 바르자 갑자기 죽었던 것같이 보이던 나무가 세포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속에 감추어 두었던 향기를 터뜨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말라붙은 나무 조각도 물과 접촉하는 순간 마른 세포벽을 귀퉁이를 열어 생명수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죽은 듯 보이는 것에도 어떤 새로운 생명의 순간과 접촉하는 순간 살아있는 삶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나무만이 아니라 우리 몸은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세포는 수많은 미생물과 네트워크를 이루고 접속하면서 진화해 왔습니다. 즉 나의 몸은 나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 몸은 미생물의 터전이며, 그 미생물과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미생물들의 생활 터전이자, 우리 몸은 수많은 외부 미생물의 활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교류하며 소통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사스를 비롯한 콜레라 등의 병원균에 대해 지나치게 민간하게 반응해 온 것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 것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우리 몸은 많은 외부 미생물과의 소통을 통해 진화해왔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인 미생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하고, 이제까지 알려진 과학과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몸과 관련된 미생물의 세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생물에 대한 홀로코스트 시대 - 요즈음 시중에는 침대, 이불, 소파, 칫솔, 노트, 방향제, 가습기, 에어콘 등 무수한 항균, 살균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 제품들에 대한 텔레비전이나 신문 광고에는 어김없이 현미경으로 본 무수한 미생물들이 혐오스럽게 등장한다. 그 혐오스러운 모습은 현대인들을 전율케 만든다. 미생물들에 대한 악마의 신화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광고들은 무의식 중에 소수의 미생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인간의 적이며, 그러한 미생물이 없는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이 인간에게 이롭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람들은 미생물이 없는 ‘위생적인 주거환경을 꿈꾼다. 그리고 그 실현방법은 미생물에 대한 홀로코스트이다. 클린(cleen) 마케팅이 미생물을 죽인다 – 위생적이고 청결한 주거문화로 표상되어온 상류층의 이미지는 과학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차원으로 발전해왔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아온 생물들과는 다르게 생긴 미생물의 모습(그것만으로도 일반인들에게 미생물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었고, 우리 주변에 우글거리는 미생물들은 불결함의 표상이 되었다. ‘위생과 청결’의 이미지는 기업상품의 주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채용되었고, 심지어 그러한 전략이 ‘그린(Green) 마케팅’의 일환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가장 반자연적인 이미지가 가장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역전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에게 유해한 미생물은 1%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대부분의 미생물은 몰살시키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인간에게 유해하다고 믿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미생물에 대해 알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멋진 책입니다.

책상 위의 녹나무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은은한 향을 품어냅니다. 저에게 반가운 벗을 만나듯 세포를 열어 저와 소통합니다. 저 역시 그네의 향을 폐 속 깊숙이 호흡하며, 제 속에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과 공유하는 사이 가을밤은 저절로 깊어갑니다. 행복한 밤 되십시오.


『우리 몸 미생물이야기』, 이재열 지음, 우물이 있는 집,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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