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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희망의 불씨, 아, 선생님!

어둠이 깊을수록


지금은 칠흙같은 어둠이 대한민국을 덮쳤습니다. 어느 정치인이 말하길, 6.25전쟁 이후 가장 참혹한 국난이라고 말합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건이라 되짚어 보는 것조차 가슴 먹먹합니다. 돈과 물질, 경제 발전에 가치를 두고 달려온 결과입니다. 어느 한 군데 만이 썩어 문드러진 결과가 아닌 총체적인 부패의 연결 고리가 사건을 이 지경으로 몰고 왔습니다.

그 결과, 가장 죄 없는 학생들에게 어른들의 업보가 얹혀진 씻을 수 없는 사건으로, 수치스러운 대한민국의 민낯을 온 세상에 실시간으로 드러내놓고 말았습니다. 온 국민이 좌절하고 슬퍼하고 가슴을 치며 한탄하는 목소리가 천지를 뒤흔듭니다. 시간이 가면 잊히고마는 여타의 참사와 구별되어야 하는 이유가 너무나 많은 세월호 참사입니다.

정치와 종교, 관료주의, 부패와 불공정, 무사안일, 무책임 등 세월호 참사 앞에 붙는 언어는 절망적인 수식어로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의 나락에서 희망의 등불을 켠 채 스러져 간 고귀한 분들의 감동적인 사연들이 눈시울을 젖게 합니다.

무엇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자신보다 친구나 타인의 생명을 사랑하고 자신을 내준 선생님, 승무원, 학생들, 목숨을 담보로 차디찬 바다에 뛰어들어 몸을 사리지 않고 혼신을 다하는 잠수부, 생업을 뒤로 하고 자원봉사 활동에 나선 진도 군민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이 나라에 희망이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 됩니다.

인간은 평소의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동물입니다. 습관이 된 행동은 그것이 이성적이든, 감성적이든 그 자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어려울 때 나타나는 행동을 보면 그의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많이 배운 사람이 더 이성적인 것도 아니고 적게 배운 사람이 더 본능적인 것도 아님을 보여줍니다. 높은 지위에 있건, 말단 공무원이든, 이름 없는 소시민이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지식의 높이와 상관관계가 깊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희망의 불씨, 아! 선생님

지금은 어둡고 슬픈 시절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슬픔의 무게는 깊어지고 좌절하는 목소리는 높습니다. 집단적 우울감으로 소비마저 줄고 있다고 합니다. 어둠이 깊울수록 힘든 때일수록 우리의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처음부터 하나씩 시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시작을 교육에서 봅니다.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넘치는 가운데에서도 목숨으로 책임을 진 단원고 교감선생님의 가슴 아픈 책임감에 한없는 존경을 드립니다. 그 가족의 슬픔과 절망을 뒤로 하고 교육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몸으로 보여준 모습은 참으로 숙연하고 처절합니다. 아무도 나서서 책임지는 리더가 없는 현실에서 가장 고귀한 목슴으로 먼저 간 사랑하는 제자들 곁을 선택한 용기는 어떠한 수사로도 고매한 그 정신을 표현할 길이 없어 부끄럽습니다.

이는 모두 다 썩어도 마지막 희망은 교육에 있음을 묵언으로 보여주는 엄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이 남긴 유서는 구구절절 가슴 먹먹한 책임감과 제자를 사랑하는 참 스승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살아 오셨는지 단 한 번의 선택, 마지막 모습으로 우리 모두를 울린 교육자를 둔 대한민국의 교단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죽음만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장 소중한 것으로 책임감을 다한 모습만은 아무나 용기내어 따르기 힘든 일입니다. 생명을 주는 것보다 더 큰 책임감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던 날, 슬프고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려고 찾아든 책이었습니다. 희망을 품고 교실에 서고 싶었습니다. 교육자가 쓴 글은 아니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저자가 언론 현장에서 느낀 사건, 자신의 스승의 일화를 반추하며 선생님이 희망임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교육에세이입니다. 다만  몇 군데 정치적 발언이 눈에 거슬릴 수도 있지만 기자라는 직업인의 특성이 나타난 것이니 감안하고 보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바꾸는 작업이 절실한 때입니다. 저자는 교육을 '사람을 바꿔 세상을 바꾸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람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깊은 한숨 몰아쉬며 내가 서 있는 자리부터 하나씩 바꿔 가는 작업을 하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권해 드립니다. 그리고 저자가 드리는 희망의 꽃다발도 한아름 받으셨으면 합니다.

"선생님, 당신이 희망입니다. 선생님, 우리가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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