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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인간관계의 카드는 내 손에

아들러의 '용기' 심리학



지구는 거대한 수용소다. 소멸될 운명을 안고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살기 위해 더덕더덕 붙어사는 땅 덩어리. 그 속에 한국이라는 틀, 학교라는 벽, 교실이라는 방 한 칸에서 내 인생은 지금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책을 만나는 도서관의 칸막이 안에서 오늘 아침도 평온을 느끼는 나는 인간 달팽이다. 삶의 등껍질을 잃고도 맨 살로 살고 있으니! 잃어버린 등껍질을 재생시켜주는 책에 마음을 부비며 다시 일어선다.

우리는, 나는 찰나만을 살다 간다.
바람 소리, 소나기처럼.
하루를 살다 간다.
그 하루가 영원처럼 계속되리라 믿고 싶어 하며 소유하고 분노하고 집착한다.

자기 입도 이기지 못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충고하며 목숨 걸듯 살아 왔다. 지금 이 순간뿐이라고 주문을 걸면서도 순간마다 잊고 살아 왔다. 인간의 삶은 사랑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간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그 사랑을 추구하고 갈망하는 세상의 호수에 미움이라는 돌멩이를 던진 심리학자가 아들러다. 용기의 심리학자로도 불리는 그의 가르침을 쉽게 풀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만약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 제목을 '아들러의 심리학'으로 냈다면 지금처럼 많이 팔렸을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사랑받을 용기'라고 했다면? 아마 지금만큼 팔리지 못했을 것 같다. 미움받을 용기를 내기 어려운 세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제목 덕을 많이 보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른 심리학이나 희망을 논하는 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단순하게 보고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다. 인간에게 트라우마란 본래 없으며 마음으로 지어내는 것이니 속지 말라고 충고한다. 행복도 선택이고 불행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리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니 징징대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자가 아니라고. 인간관계의 카드는 내가 쥐고 있으니 휘둘리지 말라는 거다.

자랑하는 사람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이며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깨우쳐준다. 외모지상주의에 매몰된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잊지 않는다. 내 얼굴을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그러니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만 집착하는 삶이야말로 '나'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생활양식이고 나는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고.

'나'를 넘어 공동체 감각을

인정 욕구를 부정하며 칭찬이나 야단도 치지 말라고! 이는 수직 관계이며 평가이니 칭찬보다는 고맙다는 표현이 수평 관계로서 용기를 부여한다고 말해준다. 인간의 최대 불행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며 인간은 스스로 분노를 지어내고 변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래는 어떤 인과관계도 없는 것을 마치 중대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때문이라고.

인생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는 것. 인간관계의 중심에 '경쟁'이 있으면 인간은 영영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하므로 인간관계의 목표를 '공동체 감각'을 지향할 것을 제안한다. 이 대목에서는 우주적인 마음을 이야기한 아인슈타인이 생각났다.

아인슈타인은 "인간은 우리가 '우주'라 부르는 전체의 일부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인간과 분리시켜 경험한다. 자신의 의식에 대한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이런 환상은 일종의 감옥으로, 자신을 개인적인 욕망에 한정시키고 자신에게 가까운 몇몇 사람에 대한 애정에 한정시킨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연민의 원을 넓혀서 모든 생명체와 자연을 포용함으로써 자신을 이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미움받을 용기>는 결국 '나'에게 속지 않는 길이라는 것,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 경쟁과 이기심에 매몰된 '나'의 굴레를 벗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고 우주적 마음으로 자신을 바꾸는 심리학이었다.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고,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인간관계는 한 순간에 달라질 수 있으니 인간관계의 카드는 내가 쥐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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