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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겨울방학에 읽어볼만한 한 권의 책

‘영어 잡담’ 을 읽고

조선시대엔 한문을 읽고 쓸 줄 알아야 지배층이 될 수 있었고, 요즘엔 영어를 알아야 상류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시대와 사용하는 문자는 바뀌었지만 출세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은 조선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 같은 시류를 반영하듯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은 영어에 목숨을 건다. 이것은 거의 광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우리 반의 한 학생도 영어라도 건지겠다며 고등학교 1학년을 자퇴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었다. 오늘 그 아이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지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SAT를 치렀는데 2400점 만점에 2000점 정도를 맞은 것 같다며 잔뜩 흥분해 있었다. 정식결과는 11월 28일에 나오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좋다며 카네기대학, 존 홉킨스대학, 버클리대학, 보스턴대학을 생각하고 있으며 매사추세츠대학 정도는 장학금까지 받고 갈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계속 고등학교를 다녔으면 언감생심 이 정도 영어를 하며 이런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축하한다고 말은 했지만 왠지 기분이 씁쓸했다. 정말 국내에서 학교를 다니면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들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해준 책이 있다. 바로 채종성 님의 ‘(초심자를 위한) 지극히 주관적인 영어 잡담’이란 책이다. 보통의 영어 수험서하면 딱딱한 이론 위주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첫 장을 펼쳐드는 순간 바로 독자를 식상함으로 사살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생각만으로 쓴 책이 결코 아니다. 총 17장으로 되어 있는 챕터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썼기에 진정성과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비유하자면 어장에서 방금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싱싱하다. 누구든 영어가 친근해지도록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각종 에피소드 등이 가득 실려 있다.

때마침 어제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오기에 ‘영어 잡담’을 펼쳐들고 창가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오고가는 선생님들이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느냐며 관심을 보인다. “김 선생, 오늘 또 책에 푹 빠졌네. 김 선생이 빠져든 걸 보니 굉장히 재미있는 책인가봐.” 나는 입가에 미소만 지어보일 뿐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얼마쯤 읽었을까. 어느새 퇴근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배도 고프고 피곤이 엄습했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한 뒤 침대에 엎드려 맑은 정신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책 내용 중 늘씬한 미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거는 남자가 없었다. 거절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결국 그녀와 친구가 되었다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바로 이거다. 미녀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걸듯 외국인한테도 그처럼 용기 있게 말을 걸라는 뜻이리라. 결국은 일상생활이 모두 공부의 연속인 셈이다.

책을 덮고 작가가 주장하는 노력과 도전정신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일단 뭐든 시작하고 보라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처럼 일단 시작하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작가는 ‘먼저 말을 거는 것이 중요하다’ 중에서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자신의 일화를 통해 역설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에 들이는 정성은 가히 눈물겨울 지경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부터 취직을 준비하는 졸업생과 직장인들은 거의 하루 종일 영어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영어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필자 또한 대학시절 그 당시 한창 유행했던 오성식 영어회화테이프를 거금 30만원을 주고 사서 몇 번씩이나 들었는데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방구석에 처박아놓았던 경험이 있다.

이렇듯 이 책을 읽다보니 내 머리가 나빠서 영어를 정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바로 공부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책은 영어공부에 관한 책이지만 소설이나 수필 못지않게 부드럽고 재미있게 읽히는 특징이 있다. 마치 한 편의 수필이나 치열한 수기처럼 한 장 한 장이 흥미롭다. 또한 각 챕터마다 풍부한 예제와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어 그 어느 영어 관련 서적보다 잘 읽힌다.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모으고 얼마나 꼼꼼하게 신경을 썼는지는 책장을 여는 순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단어가 외워지고 이해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것은 모두 작가의 노력 덕분이다. 또한 이 책을 읽으려면 미리 형광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으며 중요한 부분이나 기억해 두고 싶은 부분이 많아 밑줄을 쳐야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귀찮으면 책의 빈칸에다 그냥 낙서하듯 써 넣으면 나중에 아주 훌륭한 영어수험서도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늘도 영어가 어렵다고 몸부림치며 외치는 사람들이여, 어서 이 책을 사서 보시라. 영어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또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당신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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