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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사랑하는 딸에게(2)

- 나를 길들여줘 -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보면 여우와 어린왕자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길 들인다는 게 뭐지?”
“그건 관계를 만든가는 뜻이야”
“관계를 만든다고?”

“ 넌 내게는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어린애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하지 않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아. 너에게 난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해지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이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이 세상 하나뿐인 여우가 되는 거지…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은 환하게 밝아질거야. 다른 모든 발소리와 구별되는 발소리를 나는 알게 되겠지. 다른 발소리는 나를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겠지만 너의 발소리는 땅 밑 굴속의 나를 밖으로 불러낼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아. 그래서 밀은 내게 아무 소용이 없어. 밀밭은 나에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런데 너는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거야. 밀은 금빛이니까 내게 네 생각을 하게 만들거야. 그럼 난 밀밭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조차도 사랑하게 될 거야“

생떽쥐베리는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하게 되는 것을 ‘길들여진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구나. 작가들의 감수성과 통찰력의 비범함을 굳이 운운하지 않더라도 이런 표현을 볼 때 마다 엄마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감전된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단다.

1943년에 생떽쥐베리가 발표한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는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수많은 비유와 상징을 통해 인간존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정말 말이 필요없는 주옥같은 작품이다. 사실 엄마도 어렸을 때 이 작품을 접했을때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절절히 와 닿는 명구에 감격하곤 했던 기억이 나는구나. 오늘 문득 <어린왕자>가 다시 생각난 건 소통의 부재로 곪아가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정치권의 갖은 비리와 이념의 갈등,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는 상식부재의 사회, 자유와 책임이 실종되고 방종과 무책임만이 난무하는 우리사회의 혼란스런 모습은  우리안에 억압된 원초아의 삐뚤어진 모습인것만 같아 낯이 붉어질 정도이다. 또 소통과 관계의 단절로 신음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만 같아 엄마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인간에 대한 수많은 정의 중에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라는 말의 함의는 인간존재의 본질을 관계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거란다“

외로운 왕자에게 한 마리의 여우가 나타나서,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 또 한 다른 존재를 길들여 인연을 맺어 두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친다.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서는 안돼.
넌 네가 길들일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어린왕자는 자신이 사랑하던 장미를 떠나온 뒤 자신과 장미는 서로 길들여졌다는 걸 깨닫고 함께 한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며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시 장미에게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오늘도 엄마는 나에게 길들여진, 또 나를 길들여지게 한 많은 존재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깊이 인식하며 이 글을 쓴다.

“나를 길들여줘…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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